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33)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33화(233/287)
“응.”
“그럼, 여기 가볼래?”
백도경이 한태희와의 대화창을 보여주었다. 한태희는 아스트라 소속 여배우로, 백도경과는 소속사 예능을 찍으며 친해졌다.
“태희 누나? 지금 ‘밥장사’를 여기서 찍고 있어?”
“그렇다더라.”
요식업계에서 유명한 요리사와 연예인이 뭉쳐 식당을 한다는 컨셉의 예능 ‘밥장사’는 시즌 1이 반응이 좋아 시즌 2를 촬영하고 있었다.
“지금 한창 찍고 있대. 우리 가도 되냐니까 제발 와달라는데?”
“오······ 감독님, 어때요?”
신지원은 고개를 저었다. 촬영 일정을 조율하느라 바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크랭크인하면 바빠질 테니까 미리 기분 전환하러 가세요.”
결국 네 배우만 가기로 협의하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을 통째로 쓰기로 했다.
다른 배우들은 몰라도 윤제이쯤 되면 제작사가 알아서 숙소도 최고급 호텔로 올려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특혜를 거부했다. 일부러 영화의 몰입을 위해 네 배우가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기로 했다.
“아까 봤어? 입국 심사관이 제이 형 보고 눈 크게 뜬 거.”
“아, 봤어.”
윤제이의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공항에서는 재밌는 헤프닝도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고 입국 심사대에 줄을 섰는데, 입국 심사관은 그를 보자마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렸다.
[노, 노아?!] [네. 맞아요.]윤제이는 이젠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몇몇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주느라 공항에서 벗어나는 게 늦었었다.
“바로 촬영 들어가는 게 아니라 심심하네.”
“태희 누나는 뭐래?”
“지금 와도 된대.”
“그럼 가볼까?”
네 배우가 짐을 풀고 밖으로 향했다.
도와드릴까요?
“오, 저기도 버스킹한다.”
강하준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버스커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공항에서 숙소 오는 길에도 엄청 많던데, 버스킹 문화가 잘 돼 있나 본데?”
“재밌네.”
“좀 보다 갈까?”
춤이라든지 스케이트 묘기 공연이라든지 마술 공연 등 특이한 컨셉의 버스킹이 많았다.
단순 연주하고 노래하는 거로는 이목을 못 끌 거 같은데, 이 길거리 가수가 제법 실력이 좋아서 그런지 앞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많았다.
“마이튜버인가?”
강하준이 중얼거렸다. 버스커의 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삼각대에 핸드폰을 고정하고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저기, 잘생긴 신사분.”
곡 하나를 마친 가수가 윤제이와 눈이 마주치고 씨익 웃었다.
“형 지목하는 거 맞지?”
“기타를 매고 있어서 그런가.”
낯선 땅에서 생활하게 된 아지타토는 무작정 길거리로 나와 버스킹을 한다. 촬영 전에 그 감성을 느끼려고 일부러 기타를 가지고 왔다.
“같이 듀엣 하자는 거 같은데.”
“나가 봐.”
구경꾼이 호응했다. 게다가 강하준과 백도경, 남찬희도 윤제이의 등을 밀며 참여를 종용했다.
윤제이는 못 이긴 척 나섰다.
“기타는 좀 치시나요?”
“취미로 조금요.”
“같이 연주하지 않을래요?”
“좋아요.”
윤제이가 흔쾌히 기타를 꺼내자, 주변에서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그 소란으로 구경꾼이 더 모였다.
“어? 저 사람, 노아 아니야?”
“에이 설마······ 그 사람이 여길 왜 와?”
“맞잖아!”
그리고 그들 중에는 윤제이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 <엣디엔드>는 워낙 유명 시리즈고 시즌 5가 역대급으로 잘됐기 때문이다.
윤제이의 옆에 앉은 버스커는 그 소란을 눈치채지 못하고 제 기타로 멜로디를 몇 소절 연주했다.
“이 곡 알아요?”
윤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는 곡이다. 나온 지 꽤 오래돼서 대중적으로 유명한 듀엣곡이기도 하고.
“알죠. 먼저 들어가면 제가 맞출게요.”
자신만만한 게 단순 취미로 조금 치는 수준이 아닌가 본데. 이번에는 마이튜브에 올릴만한 영상이었으면 좋겠는데. 버스커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연주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서 옆을 바라보았다. 윤제이는 약간의 변주를 주어 곡을 더 듣기 좋게 만들었다.
“진짜 개사기라니까.”
남찬희가 중얼거렸다. 윤제이가 ‘보면’ 똑같이 따라 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단순 따라 하는 것을 넘어 그걸 자기 것으로 만들고, 응용한다. 그 사실을 아지타토로써 같이 연주할 때 나날이 체감할 수 있었다.
“와······.”
“좋다.”
이윽고 두 사람이 노래를 부른다. 목소리 합이 좋다. 근처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아지타토의 배우 세 사람은 어깨가 쫙 펴졌다. 저 형이 우리 형이라는 자부심이랄까, 윤제이와 아는 사이라는 거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우쭐거린다.
그러다가 어깨에서 느껴지는 누군가의 손길에 백도경이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도경아.”
“태희 누나. 여기서 만났네.”
“너네 온다길래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이는 왜 저기서 공연 중이야?”
“구경하다 잡혔어.”
한태희도 입을 살짝 벌리며 연주를 응시했다.
“잡힐 만하네······ 감독님, 이거 찍고 있어요? 혼자 보긴 아까운데.”
“네.”
한태희를 따라온 ‘밥장사’의 VJ는 진작에 카메라를 윤제이에게 고정하고 있었다.
버스커는 오랜만에 음악적 코드가 맞는 사람이 등장해 신나서 즉흥 연주를 했고, 윤제이는 그것을 쉽게 맞춰주며 수준급의 연주를 보였다.
호흡이 맞는다는 게 이런 걸까? 두 사람은 사전에 약속하지 않아도 동시에 연주를 끊었다.
“와!”
“브라보!”
그러자 사람들이 박수치며 환호했다. 핸드폰을 들어 두 사람의 모습을 찍는 사람도 많았다.
“우와, 진짜 잘하시네요.”
“당신도요.”
“나 이렇게 완벽하게 호흡 맞는 거 처음이에요. 가수 맞죠? 음원 사이트에 뭐라고 치면 나와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대를 나와 자신만만했던 버스커는 펄쩍 뛰며 윤제이를 붙잡았다.
가수는 아닌데······ 윤제이는 기타를 케이스에 집어넣었다.
“어어, 왜 벌써 집어넣어요. 나랑 같이 한 곡 더 하면 안 돼요?”
“그건 안 되겠네요. 일행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그럼, SNS라도 알려주세요. 영국에는 관광 온 거예요? 언제까지 머물러요?”
몇몇 사람들이 ‘노아!’라고 부르자, 윤제이는 가볍게 손짓으로 화답했다. 버스커는 눈을 크게 떴다.
“노아? 이름이 노아예요?”
“제 이름은 윤제이고, 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배우입니다. 노아는 배역 이름이에요.”
“배, 배우요?”
내 속주를 따라오는 연주 실력과 노래 실력으로 보건대 100% 가수라고 확신했는데. 버스커는 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러고 보니, 버스킹을 구경하던 사람이 역대급으로 많이 몰려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윤제이에게 주목하는 사람들이었다.
“유명하신 분인가 보네요? 어디서 볼 수 있어요?”
“엔플릭스에서 볼 수 있어요. ‘엣디엔드’라고.”
“어? 그건······.”
굳이 몇 시즌인지는 얘기 안 했다. 어차피 플랫폼 들어가면 아직도 큼지막하게 배너가 걸려 있었다. 윤제이의 인기가 심상치 않자 아예 김노아를 메인으로 내세우기도 했으니까.
아무리 영화나 드라마에 관심 없어도 <엣디엔드> 시리즈는 알음알음 들었다.
최근 시즌에 나온 동양인 배우가 엄청나게 핫하다는······ 버스커가 숨을 삼켰다.
“헉, 설마.”
“이거, 잘 들을게요.”
윤제이는 팁 박스에 돈을 주고 그의 앨범을 한 장 가져갔다.
연주 합과 호흡이 맞물리는 감각은 그도 느꼈다. 아무래도 아지타토 멤버들은 전문 연주자가 아니었으니까. 제법 즐거운 경험이었다.
일행에게 돌아가니, 백도경의 옆에 한태희와 ‘밥장사’의 VJ가 있었다.
“제이야.”
“누나. 여기서 만났네.”
“브레이크 타임이거든. 재료 사러 갔다 오는 길에 사람이 많아서, 근데 네가 있잖아. 진짜 잘하던데?”
“고마워. 영화 찍는다고 연습 많이 했거든.”
글쎄, 백도경한테 듣기로는 그런 것도 아니던데. 한태희는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내뱉었다.
잘난 체도 안 하고, 겸손이 심해 재수 없는 것도 아니고······ 오래 알게 되면 단점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왜 얘는 매력만 돋보이는지 모르겠다.
“촬영은 어때?”
“어우, 힘들어 죽겠어. 나는 휴양지에서 라면이나 끓이고 자유 시간에는 여유롭게 해수욕이나 할 줄 알았단 말이야.”
“그건 다른 방송국 예능 아닌가?”
‘밥장사’는 정말 본격적으로 장사에 임한다. 매출에 목숨을 걸고, 주변 식당을 경쟁 삼고 염탐한다.
촬영 전에 다 고지하고 들어갈 텐데 그녀가 모를 리가, 그냥 엄살이다.
“그래도 잘하는 거 같은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거기 연우 있잖아.”
“연우? 연우랑도 친해?”
“도준이네 멤버들이랑은 다 친하거든. 물어보니까 누나 칭찬 많이 하던데.”
“그래? 짜식.”
버스터의 지연우도 ‘밥장사’의 크루로 합류했다. 영화 촬영과 겹친다고 하니 신나서 제발 놀러 와달라고 말했고, 옆에서 엿듣고 있던 윤도준이 질색하는 게 들렸었다.
“가면 우리는 뭐 하면 돼?”
“그냥 식사 대접받고 평가해주면 돼. 설마 손님에게 일을 시키겠니.”
“왜? 바쁘다며. 도와줄 수 있는데.”
“에이, 됐어.”
한태희는 어느새 두 손이 가벼운 것을 느끼고 놀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정신없어서 장 본 것을 어디에다가 두고 왔나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짐은 윤제이의 손에 들려 있었다. 한태희 본인도 모를 정도로 정말 자연스럽게 뺏어 든 거다.
“매너도 좋네. 야, 이러다 반하겠다?”
“그건 좀 곤란한데.”
“어? 나 상처받는다?”
선남선녀에 덩치 케미도 좋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걷고 있으니 저절로 로맨스 드라마 한 편이 지나가는데, 주고받는 말은 그냥 친한 누나와 동생의 대화였다.
사실 한태희가 그런 감정을 안 느낀 건 아니었다.
작품에서 만난 건 아니지만, 워낙 판이 좁아 건너 건너 다 아는 사람들이다. 같은 소속사라고 이서원이 주도한 모임에서 처음 만났을 때 저절로 눈길이 갔다.
하지만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도 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빠르게 단념했었다. 지금은 비밀리에 만나는 사람도 있었고.
‘차라리 빨리 단념하길 잘했지.’
윤제이를 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거 일일이 신경 쓰면 피곤하다.
“왔다!”
“오셨어요?”
가게 앞에서 대기하던 예능 제작팀이 기다렸다는 듯 네 사람을 반겼다.
“태희 씨랑 같이 오셨네요?”
“중간에 만났어요. 좋은 그림도 땄고.”
“오호, 그래요?”
예능의 피디가 네 배우를 향해 눈을 반짝였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야말로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 어떻게 영화 촬영이랑 겹칠 수가. 나 아지타토 앨범도 샀어요.”
“진짜요?”
피디가 굳이 ‘밥장사’의 시즌 2를 영국으로 잡은 이유가 있었다. 그도 락덕이었다.
<인터미션>의 흥행 이후 잠깐 록 음악이 흥한 적도 있고, 음악 영화 그것도 밴드 영화라는 건 락덕으로서 가슴이 떨린다.
게다가 다른 배우들도 제법 인지도가 높은데, 윤제이는 특히 시청률 부스터나 다름없다. 방송이 나가면 난리가 날 거다.
“들어가시기 전에 마이크 착용 도와드릴게요.”
“네.”
마이크 착용을 도와주는 막내 작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보였지만, 윤제이는 그걸 모른척했다.
“안녕하세요.”
“형!”
“왔다!”
“선생님, 왔어요!”
이윽고 가게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출연진들이 그들을 반겼다.
“아이고,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윤제이가 정중히 악수를 받았다. 요식업계의 큰손인 중년 CEO, 우재훈과 요리 예능과 마이튜브로 인지도를 키운 젊은 요리사, 고이원.
“가게가 되게 깔끔하고 좋네요?”
“우리 제작진이 수고해 주셨지. 여기 앉아요.”
나머지는 배우인 한태희와 김상우. 아이돌인 지연우와 싱어송라이터 로건이었다. 윤제이는 가게를 돌아보며 말했다.
“테이블이 꽤 많은데 이걸 여러분들이 다 해요? 주방도 직접 보시는 거 같은데······.”
“일일 알바생을 받긴 해요. 한국인 유학생이라거나 관광하러 온 연예인들도 잡아 오고.”
“어제는 장성건 선배랑 우연히 마주쳐서 스카우트했지.”
“그래? 우연이네.”
윤제이가 별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우재훈과 고이원이 눈을 빛냈다. 벌써 식당 구조를 파악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오, 근데 쓱 보고 파악하시네? 전에 이런 일 좀 해 봤어요?”
“오래는 아니고, 잠깐이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