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35)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35화(235/287)
“더 해보려고요.”
(그래. 부담 갖지 말고 뭐든 해 봐. 자, 여기가 어디게?)
가게 안으로 들어온 윤제이가 ‘밥장사’의 주방을 보여줬다. 뒤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우재훈과 고이원이 보였다.
“저 아저씨는 요리사 아저씨 아니에요?”
(잘 아네. 여기서 만났어.)
“영화 촬영하신다고 하지 않았어요?”
(현지 사정 때문에 바로 촬영은 못 들어갔고, 대신 여기서 ‘밥장사’의 가게를 조금 도와주려고.)
“우와. 그러면 예능 나오는 거예요?”
(그렇게 되겠지?)
***
어쩌다 보니 예능 출연이 되어 버렸다.
윤제이는 팬 미팅 이후 팬에 관한 애정도가 상승했다. 그는 차기작을 쌓아놓고 들어가는 유형의 배우는 아니었다. 그래서 팬들이 뭐든 소식에 목말라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이벤트식으로 짧게 나오는 것도 재밌을 거 같다.
“우 선생님! 이거 어디에다 둘까요?”
“내가 할게.”
한태희 대신 무거운 물건을 척척 옮기고,
“이거 채 썰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네.”
“제가 할게요. 칼 남는 거 있어요?”
“채칼도 있는데······.”
“칼이 더 빨라요.”
요리의 밑 작업을 도왔다. 칼 솜씨가 요리사인 우재훈과 고이원처럼 능숙했다.
“우리 후추 그라인더 어디 있었죠?”
“그거 저쪽 선반에.”
고이원은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면서도 일정하게 재료를 채 써는 윤제이를 보고 감탄했다.
게다가 주방은 언제 살핀 건지 물건의 위치까지 출연진보다 더 잘 알았다.
“못 하는 게 뭐예요?”
“뭐 써는 거는 간단하잖아요.”
“손놀림이 무슨 20년은 요리해본 사람 같은데?”
여유가 생긴 우재훈이 은밀히 피디에게 접근했다.
“피디님, 제이 씨 도망가기 전에 종신 계약하자.”
“저도 그러고는 싶은데······.”
윤제이는 단기간에 ‘밥장사’의 출연진을 매료했다.
그렇게 디너 영업이 시작되었다. 얼마 되지 않아 사건이 발생했다. 지연우가 사색이 된 얼굴로 말했다.
“어, 어떡해요?”
“뭐가?”
“로건 형 이상한 사람한테 시비 걸렸어요.”
밥장사
‘밥장사’는 외국에서 한식당을 차린다는 컨셉의 예능이다. 음식도 너무 현지에 맞추지 않고 한국적인 색을 잃지 않았다.
손님의 얼굴이 방송에 나오기 때문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그 대신 음식의 가격대는 주변 식당보다 싼 편이었다.
그래서 손님이 줄을 설 정도였다. 가격도 싼데 한식을 느낄 수 있고, 맛도 좋아서다.
“제이 형은 무조건 서빙이죠.”
“야야, 잠깐만. 우리가 좀만 더 쓰자.”
슬슬 디너 영업시간이 되자 윤제이의 역할을 두고 주방과 홀의 소소한 언쟁이 벌어졌다.
원래 현지에서 게릴라로 잡아 온 아르바이트생에게 많은 일을 시키진 않는다. <인터미션>의 네 배우도 음료를 서빙한다든가 하는 간단한 일만 맡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제이가 주방에서 보여준 퍼포먼스 때문에 우재훈과 고이원이 미련을 못 버렸다.
[나 그거 어디 갔지?] [여기요.]살짝 훑어본 거로도 주방을 파악하고 요리사가 필요한 것들만 착착 건넨다.
[이거 누가 이렇게 세팅해 놨어요?] [저요. 오늘 메뉴 보니까 필요할 거 같아서요. 뭐 이상한 거 있나요?] [아뇨, 진짜 잘했어요.]게다가 메뉴를 쓱 훑어 보고 미리 준비해야 할 재료들을 척척 꺼내놔서 우재훈과 고이원은 이곳이 영국 한복판이 아니라 자신의 업장에 온 줄 알았다. 업장에서 부하 직원들이 해주는 것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제외한 ‘밥장사’의 크루들은 전문 요리사가 아니라서 조금 답답한 면이 있었는데, 윤제이는 이 갈증을 해소해줬다.
[레스토랑에서 일했다고 했지?]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아니고, 설거지부터 시작했죠. 칼은 별로 잡아보지도 못했어요.]그렇다 치기에는 일머리가 너무 좋고, 칼질도 남다르다. 탐이 난다.
우재훈과 고이원이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주방에 두고 더 일해달라고 꼬시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까 남찬희에게 물어보니 영화 촬영 스케쥴이 그렇게 빽빽하지도 않다고 들었다.
“주방은 이 세 분 데려가면 되지 않나요? 한 명보다는 세 명의 노예가 낫지 않겠어요?”
“저희 언제 노예 됐어요?”
한태희의 말에 백도경이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이런 말장난도 친분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밥장사’는 시즌 1부터 인기를 끌었다. 소소하고 잔잔해서 밥 친구로 적당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인터미션> 배우들의 합류로 오디오가 비지 않으니 예능적 즐거움도 챙겼다.
“우리 막내 생각은 어때?”
“제이 형은 무조건 홀입니다.”
지연우가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형이 딱 앞에서 손님을 맞이해봐요. 난리 나지 않겠어요? 소문나서 내일 되면 최고 매출 경신할지도.”
“우리 이미 장사 잘되지 않나?”
“조용히 해보세요.”
승부욕이 남다른 지연우는 ‘밥장사’의 매출에 집착해 사장인 우재훈의 애정을 받았다. 야망 가득한 그가 로건의 말을 끊었다.
“게다가 10개 국어를 넘는 언어 천재를 주방에만 썩혀둔다? 너무 재능 낭비 아니에요?”
“연우야. 형 좀 부끄럽다.”
“왜? 내가 틀린 말 한 건 아니잖아.”
윤제이의 능력을 제 능력처럼 자랑하는 지연우의 모습에 윤제이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버스터 애들은 왜 만날 때마다 윤도준의 클론같이 변하지?
“그렇다 치면 제이는 주방이지. 칼질이 보통이 아니야. 요리 센스가 있어.”
“그, 그래요?”
홀을 담당하느라 주방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몰랐다.
“그냥 둘 다 할게요. 적당히 치고 빠지면 되겠죠.”
“그래도 될까? 우리가 너무 미안해서······.”
“선생님. 지금 와서 이런 말씀을 하셔도 소용없어요.”
“그렇지?”
윤제이는 우재훈의 능청스러운 캐릭터를 간파했다.
“어쩔 수 없지. 대신 시즌 3에 나온다고 도장 찍자고. 어때요?”
“오늘 영업하는 거 봐서요.”
“이런, 쉽지 않네.”
“더 노력하세요.”
마치 몇 년을 봐온 것처럼 말을 주고받았다. 적응력이 남다른 모습에 ‘밥장사’의 피디가 군침을 흘렸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했다.
“어······ 그러니까.”
캐나다 국적의 싱어송라이터 로건은 영어 통역을 위해 섭외됐다. 그는 새로 도입한 예약 시스템의 문제로 항의받았다. 문제는 상대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어야지.’
러시아 억양이 섞인 거 같기도 하고, 다른 언어가 섞인 거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당신 발음 별로예요 라고 하면 싸우자는 거다. 게다가 상대의 외형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로건 형, 잠시만.”
상황을 살핀 지연우가 후다닥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윤제이를 데리고 나왔다.
윤제이는 팔짱을 끼고 상황을 살폈다.
‘외형이 범상치 않은데.’
상대에게서 묘한 동질감이 일어났다. 그는 로건의 앞에서 무어라 중얼거리는 손님의 말을 유심히 들어보았다. 다행히 아는 언어다.
윤제이가 천천히 다가가 로건의 어깨를 짚고 앞으로 나섰다.
“손님, 무슨 문제 있습니까?”
“그러니까 내가 먼저 기다렸······ 어?”
상대는 무심코 모국어로 대답했다가 놀랐다. 윤제이가 자신의 모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기 때문이다.
“로건, 너는 다른 손님 상대해.”
“아. 네!”
로건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른 손님을 응대하러 갔다.
“어떤 일인지 말씀해 주세요.”
말이 통한다는 상대가 등장해서 그런지 손님은 속사포로 하소연했다. 윤제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걸 듣더니 제작진을 호출했다.
“피디님, 혹시 남는 테이블이랑 의자 있어요?”
“있죠.”
“저기, 저 구석 자리가 남던데······ 테이블 배치를 좀 바꾸면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마치 식당 내부의 평면도를 본 것처럼 해결책이 바로바로 나왔다. 그의 의견대로 테이블 배치를 바꾸고 손님을 안내했다.
“다른 테이블보다는 좁지만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크흠, 그러죠.”
손님의 화가 많이 누그러진 게 보이지만, 그래도 실수는 실수다.
“도경아. 생맥주 한 잔만 줘.”
“넵.”
백도경은 음료 담당을, 그리고 남찬희와 강하준은 로건을 돕거나 간단한 반찬을 배치하는 역할을 맡았다.
“서비스입니다.”
윤제이는 혼자 온 손님의 말 상대가 되어주려 했다.
그도 방송의 생리를 이제 꿰고 있었고, ‘밥장사’의 시즌 1을 본 적 있다. 너무 식당 일만 해서 재미없다는 반응도 많았는데, 현지 사람들과의 케미를 보여주면 괜찮을 거 같다.
“여기 주민이세요?”
“왜요, 안 어울려 보여요?”
날이 선 반응이 나왔다. 윤제이는 고개를 저었다.
“이 땅에 안 어울리는 사람 어울리는 사람이 정해진 건 아니죠, 요즘 세상에.”
LIS의 테러 행각으로 많은 난민이 발생했다. 눈앞의 손님도 고향에서 도망쳐 타지에 정착한 사람 같았다.
“우리말을 능숙하게 하시는군요.”
“쓸 일이 있어서요.”
“어디에 주둔해 있었어요?”
“저 아직도 군인 냄새 나나요?”
윤제이가 고개를 돌려 어깨의 냄새를 맡는척했다. 예전에는 출신에 관해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과거에 관한 응어리진 마음을 푼 뒤로는 이제 본인이 간단한 농담거리로 소비했다. 게다가 이미 자신의 과거는 다 털렸다. 이름을 알고 포털에 검색할 줄 알면 다 나오는 사실이다.
“거기, 흉터가 잘 보이길래.”
“아.”
손님은 일단 관리가 잘 된 윤제이의 체격을 유심히 살폈다. 소매를 걷은 팔뚝이라든지 셔츠 사이에 희미하게 보이는 흉터는 그가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비슷했거든. 과거에 정부군 소속이었어요. 잠깐이었지만.”
“어쩐지······ 동맹이네요. 저는 미군이었거든요.”
“미군이었어요? 그런 사람이 여기서 뭐 해요?”
“당신과 비슷한 이유죠. 여기저기 표류했다가 정착했어요.”
윤제이는 어깨를 으쓱했다.
손님의 표정이 밝아졌다. 말이 통하고, 제 상황을 잘 알 사람이 필요했나 보다. 그가 술을 마시면서 푸념했다.
“사자, 그놈이 우리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어요. 그 폭발 때문에 딸을 잃었죠.”
“······고생 많이 하셨군요.”
“이젠 다 지난 얘기에요. 꼭 성공해서 복수해야지 싶었는데, 이미 놈이 죽었더군요.”
놈을 죽인 사람이 바로 앞에 있습니다만. 윤제이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복수의 대상이 없어져서 허무한가요?”
“아뇨. 솔직히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잖아요. 놈을 사살한 사람한테 키스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에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키스는 사양할게요.”
“예?”
윤제이의 말은 주변이 소란스러워져서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이제 놈들도 사라지고 평화를 되찾고 있잖아요.”
“네. 여기서 번 돈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여기가 마지막 외식이었어요.”
“마지막 식당이 여기라니 영광이네요.”
윤제이는 자신의 활약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이렇게 직접 대면하는 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일으켰다.
윤제이는 물컵을 들어 손님의 잔에 잔을 부딪쳤다.
“새 출발을 위하여.”
“······위하여.”
건배해주고 윤제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님은 마침 옆을 지나가는 로건을 바라보았다.
“저기, 마지막으로 저 친구 좀 불러주겠어요?”
윤제이가 로건을 불렀다. 손님은 그의 손을 잡았다.
“아까 화내서 미안해요.”
“······아뇨! 괜찮아요!”
그렇게 많이 누그러진 손님은 술을 석 잔을 더 마시더니 팁까지 주고는 식당 밖을 나섰다.
로건이 얼떨떨해서 윤제이를 올려다보았다. 기세가 심상치 않아서 화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윤제이랑 몇 마디 나누더니 사람 좋은 아저씨가 되어서 나갔다.
“어떻게 한 거예요? 뭐래요?”
“적응 못 하는 낯선 땅에서 모국어 사용자를 만나 봐. 그것 만으로도 화가 가라앉지. 그리고 네 잘못 아니야.”
사실 로건의 잘못이 맞다. 예약 순서를 헷갈려서 벌어진 헤프닝이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진 않았다. 기가 죽은 게 보여서다.
“어서 오세요.”
처음부터 손님 응대에 대한 실수가 나오자, 주방에서도 더는 윤제이를 탐내지 않았다. 윤제이는 메뉴판을 들고 홀을 누볐다.
“저기, 혹시······?”
전부터 시선이 느껴지던 테이블이었다. 윤제이가 입꼬리를 올렸다. 주어가 생략되었지만, 그들이 뭘 말하는지 알겠다.
“네. 맞습니다.”
“노아 맞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