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37)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37화(237/287)
“네가 있었으니까.”
결국 태연함으로 무장했던 유태혁의 표정에 균열이 생긴다. 일렁이는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내가 실패하면 어쩌려고 그랬는데?”
사실 실패한 거나 다름없다.
콩쿠르에서 상 좀 탔다고 신동으로 추켜세웠지만, 한계에 부딪혀 그렇게 죽고 못 살던 바이올린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도 아버지를 죽게 했던 자신과 바이올린이 미우면서도 미련을 놓지 못했었다. 쉽게 바이올린을 놓으면 아버지의 죽음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니까.
하지만 그것도 이제 과거가 되었다.
지금은 바이올린이 아닌 기타를 쥐고,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후회나 미련 따위는 이제 없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밴드의 새 차를 얻었고, 어머니를 좋은 요양원에 모실 수 있으니까.
“실패도 해 봐야 성장하지.”
“하지만.”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렇게 도망치고 도망쳐서 다른 길을 찾았는데도 정체된 느낌을 받았다.
“태혁아. 병실에 있는 날 찾아와서 네가 뭐라고 말했었지?”
어머니는 그런 아들의 심리를 꿰뚫었는지 올곧은 시선으로 말했다.
“네가 갑자기 밴드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을 때 네가 그랬잖아.”
“······.”
“사람이 늘 똑같은 길만 걸을 순 없다고. 그래도 음악을 놓지는 않을 거라 했지.”
그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유태혁이 숨을 토해냈다.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엄마의 손을 잡고 이젠 바이올린을 놓을 거라 선언했다. 날 미워해도 좋다고, 나는 다른 길로 살아야겠다고.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어떤 것이든.”
***
아지타토는 꽤 유명해졌다. 락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섰던 아지타토의 직캠이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아 떡상했다.
이후 제대로 된 소속사와 계약해 앨범을 발매했는데, 그게 또 제법 잘 됐다.
-아지타토 노래 진짜 좋다
-이게 음악이지ㅋㅋㅋㅋ
-솔직히 요즘 노래 들을 거 없었는데 드디어 들을만한 노래 나온듯
-음반 통째로 좋다
누군가는 그들을 찬양했다. 드디어 제대로 된 밴드가 나왔다고, 제대로 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고 치켜올렸다.
-아지타토가 정통 락밴드는 아니지
-솔직히 아지타토 유태혁 아니면 별거 아니긴 함ㅇㅇ
-일반 밴드랑은 결이 다르지 외국에서도 케이팝밴드라고 하던데
-아지타토 앨범 안내냐?
예능좀 그만 나오고 앨범이나 내
└이젠 예능인인듯ㅋ
└아지타토 너무 고평가된거같음ㅇㅇ
그리고 누군가는 그들을 손가락질했다. 밴드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대중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사실 아지타토가 유명해진 기반에는 유태혁이라는 악동이 있었다.
잘생긴 얼굴과 추락한 바이올린 신동이었던 서사, 거침없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는 캐릭터성까지.
유태혁이라는 인간 자체가 스타성을 타고났다고 했다.
유태혁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음악적인 게 아니라 다른 것으로 주목받는 자신과 밴드의 모습을.
우리는 뮤지션에 가까운가 셀럽에 가까운가.
나는 이런 식으로 돈을 벌어서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가.
‘갈증 나······.’
그들이 계약한 대형 소속사는 뮤지션에 집중하지 않고 연예인을 원했다. 유태혁은 짜증 내면서도 그들이 잡아준 스케쥴을 성실히 소화했다.
예전처럼 ‘진짜 음악’이니 뭐니 고고한 학처럼 굴 필요가 없었다. 내가 밴드의 리더니까.
어머니가 독일의 단칸방에서 숨죽여 울다가도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아들의 레슨을 챙긴 것처럼, 책임감을 느끼니까.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아지타토는 MC의 말에 이것저것 대답하고 웃기지도 않는데 웃고 있었다.
중간에 앉은 유태혁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야외무대 위에서 푸른 하늘을 보는 게 아니라 삭막한 방송국 스튜디오 한복판이었다.
‘아, 지루해.’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걸까. 난 그저 음악만 하면 족했는데. 그는 매너리즘과 번아웃에 빠진 상태였다.
“······형.”
“······.”
“유태혁.”
정이현의 말에 정신을 차린 유태혁이 눈을 깜빡이며 MC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하셨죠?”
“우리 형이 피곤한가 보네요.”
자칫하면 버릇없어 보인다. 요즘은 건수가 생기면 물어뜯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정이현이 애써 수습했다.
“요즘 음악 산업에 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시는지 물어봤어요.”
“그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민준영은 대답하려는 유태혁의 입을 막고 음원 차트에 오른 가수들도 훌륭하다라는 평범한 대답을 했다.
“에이, 태혁 씨가 대답해 주세요.”
이들이 뭘 노리고 이러는지 알겠다. 유태혁의 오만하고도 거침없는 발언으로 방송이 화제 되길 원하는 거다.
유태혁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뭐, 요즘 차트에 오른 곡도 좋은 곡들이죠. 좋은 뮤지션들이고.”
“그으······ 런가요?”
실망하는 MC의 표정이 보인다. 요즘 유태혁 캐릭터 재미없어졌다고 중얼거린다.
유태혁은 스튜디오 밖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매니저와 눈을 마주쳤다. 요즘 재계약 때문에 집착하고,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존재였다.
‘그렇게 원하신다면야.’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그리고 너희랑은 이제 끝이다.
“가창력이 안 되니 어떻게든 묻어보려고 현란한 변주를 주는 귀 아픈 곡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신선해서 좋습니다.”
“가창력이 안 된다라······ 혹시 누굴 말씀하시는지?”
민준영이 팔뚝을 붙잡는 게 느껴졌다. 유태혁은 피곤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누구라고 얘기는 안 하겠고요. 노래가 안 되니 랩이라도 하는데 제대로 읊지도 못해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것도 재밌고요.”
MC가 더 해보라고 부추긴다.
“앵콜 라이브 논란도 우습죠, 가수면 노래는 어느 정도 해야 하지 않나? 아, 물론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것도 잘해야 한다는 건 알아요. 그게 하나의 장르니까. 엔터테이너니까.”
“야.”
“판매량 끌어올리려는 온갖 상술로 앨범은 찍어내는데, 밀리언 셀러니 뭐니 언플은 현란한데 포토 카드 쪼가리만 다 모으면 길바닥에 버리고, 정작 어디 기부처에서도 받아주지 않아서 결국 쓰레기장으로 향하게 만드는, 환경 파괴를 일삼는 현재의 음악 산업이요? 어쩌겠어요. 그게 대세라는데.”
“야, 그만해.”
“그러니 나도 여기서 내 피부색에 안 어울리는 협찬 옷이나 껴입고 여러분들이 듣기 좋아하는 오만한 뮤지션 캐릭터로 주둥이 나불대고 있잖아요? 그래서, 만족해요?”
“야!”
유태혁의 폭주에 민준영이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어김없이 SNS와 포털 그리고 커뮤니티가 폭발했다.
-유태혁 어록 갱신ㅋㅋㅋㅋ
드디어ㅋㅋㅋ 개꿀잼
└요즘 얌전하다 했다ㅋㅋ
└이래야 유태혁이지.
-그렇게 까대는 아이돌은 빌보드 들었는데 아지타토는 뭐함?
└아이돌 깐 거 아닌데? 왜 발작함?
└주어가 너무 투명하잖아ㅇㅇ
-민준영 뒷목잡는거 봐ㅋㅋㅋ
└사실상 리더는 민준영이지
-그렇게 불만이면 인디로 돌아가면 됨ㅇㅇ 메이저 올라왔으면 쇼비즈니스 세계에 적응해야지
-솔직히 아지타토가 그렇게 대단한 음악을 하는 밴드는 아니잖아?
-아지타토도 아이돌밴드 아님? 음원사이트 분류 케이팝 밴드던데
정이현은 그런 반응을 보다가 화면을 끄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