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4)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아롱아롱 (5)(24/287)
아롱아롱 (5)
이젠 정연화가 오지 않는 호숫가, 칼을 손질하던 이 휘는 과거를 회상했다.
“죽은 듯 가만히 있거라.”
“······.”
“이 자리는 네 자리가 아니다.”
세자, 이 건이 태어난 날 들었던 말이었다.
왕좌에 앉은 왕이자 아버지의 표정은 볼 수 없었다. 마치 신하처럼 바닥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엎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그의 위치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혈육이 아니라 그저 졸로 남으라는 의미로.
“넌 그저 세자를 위한 칼일 뿐이니라.”
“······”
“대답하거라.”
“······예, 전하.”
“북쪽 국경 지역에 갈 채비를 하거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세자에게 위협이 될까 봐 어린 이 휘를 전쟁터로 보내기도 했다. 그가 전쟁터에서 공을 세울 때마다 도성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살육에 미친 왕자. 망나니. 어린 게 벌써 계집질에 빠져버렸다.
“형님.”
가끔, 조정에 복귀할 때면 항상 그 아이가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세자로 책봉되어 청룡포를 입고 조정을 제 맘대로 오갔다.
[네가 이 옷을 입는 순간부터······.]이 건과 이 휘의 대립 장면이 떠오른다. 넌 처음부터 내 형제가 아니었다는 의미와 같았다.
“형님!”
“······왜 그러느냐.”
그때 마지못해 대답해주지 말 걸 그랬다.
자신이 좋다고 따라오는 어린아이를 내칠 수 없어서 가끔 말동무나 해준 게 화근이었다. 이 아이가 생각보다 밉지는 않다.
“너는 왕이 되면 뭘 하고 싶느냐.”
“이 나라에 사는 모든 백성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백성? 이 휘는 코웃음을 쳤다. 그런 추상적인 목표가 과연 실현될 수나 있을지.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더냐.”
“그래도 해 봐야 알지 않겠습니까.”
“그러냐.”
너와 나는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없겠구나.
잠깐의 회상이 끝난 이 휘는 저 멀리서 급히 뛰어오는 무리를 보고 피식 웃었다.
그가 애달프게 원했던 정연화는 이 건의 옆에 있었다.
“늦었구나. 네가 찾던 이는 이미 내가 죽였다.”
외삼촌의 비리를 밝힐 증언자는 이미 이 휘가 먼저 찾아 베어버렸다.
“형님!”
“형님이라······ 그리 부르지 말라 했을 터인데.”
그래도 끝까지 가족 대우해주는 사람은 이 건밖에 없다. 이 휘는 그걸 알고 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건 알았다.
“가거라. 오늘은 날이 아니구나.”
마음 같아서는 당장 이 건을 향해 검을 빼 들고 싶었다. 하지만 정연화가 있어서 그렇게 하진 못했다.
이 건과 정연화를 번갈아 바라보는 미세한 표정 변화에서 이 휘의 내면 갈등을 시청자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가장 중요한 사람을 먼저 제거해서 한고비 넘기려나 싶었는데.
“미끼였구나.”
“주, 죽여주시옵소서!”
알고 보니 양동 작전에 당했다. 진짜 증언자는 회귀 전 기억을 가진 정연화가 빼돌린 상태였다.
“하하!”
그렇게 빼도 박도 못할 증거로 유 대감은 손발이 묶였다. 가장 큰 조력자가 움직일 수 없다. 계획이 어그러졌다.
정연화가 이 건의 옆에 있는 것을 본 순간부터 광증에 휩싸인 이 휘는 결국 무력으로 궁을 장악하기로 결심한다.
정연화의 회귀 전보다 빠른 시기였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마마,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닙니다. 통보입니다.”
명빈 유씨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졌다가 애써 온화하게 펴진다. 이 휘는 돌아서 있지만, 어머니의 표정 변화를 거울을 통해 보았다.
애초에 누구를 믿는 게 아니었다. 어머니도, 외삼촌도 그리고 정연화도.
“휘야.”
“그리 부르지 마십시오.”
“······.”
“더 이상 도구로 남지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진짜 혈육도 아니다. 권력을 위해 양자로 들인 것을 내가 모를까.
이 휘는 마지막 발악을 시작했다. 평생을 어머니의 권력을 위한 발판으로, 아버지의 졸로 이 건을 보좌하기 위한 칼로서 남지 않을 것이다.
“궁으로 간다.”
“예!”
검은 무복과 바닥에 길게 늘어진 검. 1회에서 봤던 이 휘의 모습과 흡사했다.
“저하께서는 훗날 어떤 나라를 꿈꾸십니까?”
“글쎄······.”
그사이 회귀 전 기억을 되찾은 이 건이 뒤늦게 후회하고, 정연화는 그를 용서한다.
두 사람의 사이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결국 다시 이어진다.
“그냥,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회귀 전 기억으로 여러 귀물을 얻어 힘이 생겨도 한결같은 정인의 모습에 정연화가 환하게 웃고.
궁을 장악한 이 휘는 왕의 침소에 도달했다.
“접니다. 휘.”
“예로부터 옳은 군주는 만백성을 살피고······.”
“제게 왜 그러셨습니까.”
그렇게 태산 같던 왕은 노망이 들어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 휘는 그 앞에 검을 내려놓고 앉았다.
일렁이는 촛불 그림자가 이 휘의 얼굴에 비치면서 흔들리는 그의 마음을 표현한다.
“제가 그리도 미우셨습니까?”
“신하의 충심을 헤아려야 하며······.”
“저를 자식으로 생각하긴 하셨습니까?”
허공을 보고 서책의 구절을 중얼거리던 왕의 시선이 이 휘에게 머물렀다.
멍하던 그의 눈동자에 불꽃이 튄다. 잠시 의식이 돌아온 것이다.
왕 역할은 연극계에서 인망이 자자한 베테랑 배우. 유광석이 맡았다. 단번에 휘어잡는 분위기에 윤제이의 몰입도 더욱 깊어졌다.
“내가 네 성정을 모를 줄 알았더냐.”
“······!”
“넌 포악하고 잔인했다.”
이 사람이 밉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인정받고 싶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상처로 돌아오는 대답. 이 휘의 표정에 균열이 생긴다.
왕의 회상 장면이 지나간다. 어린 이 휘가 그저 여흥으로 작은 동물을 죽이는 장면, 전쟁에서 도움이 안 됐다며 부관을 무참히 참수했던 것, 죽이는 것에 이유가 있냐며 소름 끼치게 쳐다보는 모습까지.
“겨우 그거 때문에 저를 이리 내치셨습니까?”
“겨우 그거라니!”
왕이 크게 일갈하고,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이 휘를 바라본다.
핏발이 선 눈이 무섭게 번들거리지만, 이 휘도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똑같은 시선으로 왕을 쳐다보았다.
원테이크로 진행되는 촬영, NG 없는 두 사람의 열연에 스태프들은 숨을 삼켰다.
“무릇 참된 군주란 한낱 미물에게도 가여움을 느끼는 법이다! 그래야 내 나라 내 백성을 가엽게 여기고 보살필······.”
“그놈의 백성! 백성!”
벌떡 일어난 이 휘는 마치 동물의 정형행동처럼 같은 자리를 왔다 갔다 배회했다.
그리고 고개를 홱 치켜든다. 이젠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들이 아니라 미쳐 버린 낯선 이만 남았다.
“가엽게 여겨 보살피면 당연한 권리인 줄 알고 노력하지 않는 게 백성입니다. 목소리를 들어주는 척만 해도 사그라드는 게 백성입니다! 격차에 따라 보상을 달리하면 갈라서서 서로를 비난하는 게! 그게······!”
그러다가 불쑥 상체를 숙여 왕과 얼굴을 가까이했다.
이제 일렁이는 촛불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바람 때문에 훅 꺼진 촛불로 이 휘의 안광만 형형하게 빛난다. 반대로 왕의 얼굴은 환히 빛난다. 서로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일까?
“이 나라 백성입니다.”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경련하고 목이 쉴 정도로 열연하는 모습, 왕은 저런 어긋난 주장을 듣기 싫어 눈을 질끈 감았다.
“······군주는 말이다. 한 번 결심했으면 뒤돌아보지 않는 법이야.”
이윽고 숨을 크게 삼키고, 길게 내뱉으며 분위기를 이완했다. 말싸움에서 진 게 아니다. 그냥 듣기 싫었을 뿐.
“헌데 지금, 이 순간에도······.”
“······.”
“넌 내게 애정을 갈구하는구나.”
격려가 아니다. 어차피 이런다고 달라질 일은 없다.
너는 패륜을 저지른 왕자로 남을 것이고, 나는 아들에게 살해당한 왕이 될 것이니, 그저 과거에 어찌 대했냐 따지지 말고 결심한 일을 행하라는 뜻이었다.
지친 듯이 말하는 목소리에도 이 휘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이제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넌 군주에 어울리지 않아.”
“그건 제가 결정하겠습니다.”
마주하는 얼굴에서 총기가 사라지고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는 노망난 노인이 남았다. 이 휘는 검집에서 검을 빼 들고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장면이 바뀐다.
“저하!”
“무슨 일이냐.”
정연화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이 건은 급히 들어온 수하의 보고를 받는다.
“대, 대군께서······!”
***
‘아롱아롱’ 유광석과 윤제이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
‘아롱아롱’ 왕자의 난 일으킨 윤제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꽁냥꽁냥 말고 더 후회하는 모습 보여주지ㅠㅠ
-댓으로 원작스포 자제
-인정받고 싶어하는 아들에서 서서히 광기어리게 변하는 연기 진짜 좋다
-유광석 배우님도 연극판에서는 개쩌는 분인데 윤제이도 안밀리네
-이휘랑 왕이랑 대면장면 진짜 말그대로 개쓰레기 논리긴 한데..
얼굴을 보면 뭔가… 그냥 날 지배해줬으면 좋겠고… 나는 개돼지가 아닐까?
└쓰레기는 맞는디.. 고거시…
└개돼지 여기도 있다
박서아 ‘아롱아롱 종방연 왔어요~’(D’s 포토)
[아롱아롱 종방연] 유광석, ‘왕의 품격 느껴지는 명품 손하트’이 휘가 왕자의 난을 일으키고, <아롱아롱>도 드디어 마지막 방송만 남았다. 종방연을 위해 고깃집을 대관한 제작진은 아예 입구에 작은 레드 카펫을 만들어 놓았다.
‘이런 게 있구나.’
SNS를 활용한 촬영 비하인드 홍보나 종방연 등 그는 다 처음이었다. 윤제이가 차에서 내려 지정된 길을 걸어가자, 기자들의 카메라가 바삐 움직였다.
“제이 씨! 하트 보여주세요!”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손 하트는 그래도 윤도화가 알려줘서 안다. 그래도 카메라를 향해 끼를 떠는 행동은 안 해본 거라 어색함이 남아 있었다.
“다른 포즈 해 주세요!”
“꽃받침!”
이게 과연 수요가 있나? 그는 뻔뻔하게 포즈를 취하고 도망치듯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제이 씨!”
“일찍 오셨네요!”
그가 들어서자 스태프들은 일제히 그를 반겼다.
“이건 다 뭐예요?”
“드라마 팬들이 준비해 준 선물이에요. 저 현수막도 다 만들어 준 거예요.”
“와······.”
(연기자, 스태프 여러분 고생 많았습니다.)
입을 멍하니 벌린 채 대형 현수막을 쳐다보는 모습에 스태프들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럴 때 보면 신인의 풋풋함이 좀 있긴 하네. 촬영 때는 연기 살벌하게 하더니.
“제이 씨 거는 이거.”
“감사······ 어? 손은 괜찮으세요?”
“네. 덕분에······.”
분장팀 박민지가 수줍게 웃었다. 아직 붉은 흉이 남아 있긴 하지만, 말끔히 없어질 거라고 한다.
윤제이가 팬들이 준비해 준 간식이나 케이크 등을 정신없이 구경하는 사이 누군가 톡톡 그를 건드렸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헤헤 웃는 세 아이가 보였다.
“안녕. 얘들아.”
“안녕하세요. 형!”
극 중 이 휘에게 제거당할 뻔한 어린 막내, 이 율. 그리고 이 건과 이 휘의 어린 시절을 맡은 아역 배우들이었다.
등을 톡톡 치며 반가움을 표시하자, 아이들은 팔랑거리며 다른 어른에게 인사하러 갔다.
“귀엽네.”
“그렇죠? 애들이 참 연기도 잘하고.”
윤제이는 문득 자신이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어린이> 촬영 때는 뇌성마비 연기로 몸이 굳을 걸 걱정해 전문 마사지사까지 붙여주고 컨디션 관리를 잘 해줬지만,
그 이후 들어갔던 광고와 작품 현장에서는 상 하나 받았다고 유난 떤다. 이래서 아역 배우는 까다롭다 앞에서 대놓고 비난하기도 했었다.
나중에 보니, 이영창 감독이 유독 잘 챙겨준 거지 업계 평균은 후자에 가깝다고 한다.
“아역 배우는 대우가 안 좋다고 들었는데, 애들 표정이 밝네요.”
“예전에는 그랬다고는 하는데, 이젠 옛날 소문이죠.”
“그래요?”
“네, 그게 언제 얘기인데요. ‘윤제희 특별법’ 때문에 아역 배우 쉽게 봤다가는 큰일 나요.”
“······그게 뭐죠?”
예전 이름이 나올 줄이야······ 윤제이의 몸이 움찔했지만, 박민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혹시 배우 윤제희는 아세요? <어린이>로 상 탔던.”
“······네.”
사실 본인이다.
“국제 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주상까지 받았는데, 제대로 키울 새도 없이 잠적했잖아요. 그 뒤로 정치계에서 말이 나왔죠. 이영창 감독님에 KE 그룹까지 나서서 영화계 총대 매고.”
“······그렇구나.”
“당장 그 법의 수혜자로 유명한 사람은 권민재랑 백다은······ 아무튼 그 시절 아역들은 다 그 법 덕을 봤다고 봐야죠? 사기꾼 소속사도 잡았고. 몰상식한 부모도 드러났고.”
박민지는 그렇게 말하면서 돌연 윤제이를 올려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윤제희, 윤제이. 이름이 비슷하네요?”
“하하. 그러게요.”
그는 멋쩍게 웃었다. 그래도······ 그 시절 내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