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43)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243화(243/287)
내 이름은 이노엘이야!
아지타토는 긴 영국 체류를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공항 앞에서 택시를 잡을지 어떨지 고민하고 있는데, 그들의 앞에 큰 승합차가 섰다.
“얘들아! 고생 많았다!”
그들을 마중 나온 건 무려 소속사 대표였다. 운전석에는 매니저까지 있었다.
“빨리 타! 타지에서 고생 많이 했네!”
“······뭡니까? 우리 이미 끝난 사이 아니에요?”
“에이, 우리가 함께한 정이 있지.”
영국 체류 중반까지만 해도 대표는 전화와 메시지를 폭탄으로 보내며 유태혁을 들들 볶았다.
내용은 비슷하면서도 다 달랐다.
갑자기 잠적하면 어떡하냐.
우리 애들 줄 곡은 주고 가야 하지 않느냐.
계약 끝나기 전에 앨범이라도 내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나오면 나도 계약 위반으로 걸고넘어질 수밖에 없다.
‘앨범 내줄 생각도 없었으면서.’
계약서상에서 아지타토가 잘못한 건 없다. 영감을 얻으려 영국에 가서 곡 작업하고 돌아오니 어이쿠, 이미 계약 기간이 끝난 것뿐이다. 이 회사랑은 영원히 안녕하면 된다.
“어떡해?”
“일단 타자. 공짜 택시인데, 뭐.”
하지만 유태혁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차에 올라탔다. 마치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그, 곡 작업 많이 한 거 같더라.”
“예. 많이 준비했죠.”
“잘됐네. 우리가 내줄 테니까 함께할 거지? 우리가 그래도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함께한 세월이 그렇게 길지 않았는데······ 그런데 우리가 곡 작업한 걸 어떻게 알았을까. 이들에게는 연락도 없었는데.
뻔뻔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에 유태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야, 이거 봐.”
뒷좌석의 오인수가 보여준 화면에는 그동안 아지타토의 행적이 인터넷에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에서 아지타토 봤다
버스킹중임
└조온나 잘한다ㅋㅋ
└진짜 실력만큼은 못깐다
영국에서 디지털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 본인들 소식임에도 알아차리는 게 늦었다.
초반에는 그저 목격담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반응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여준다.
-현재 영국 길거리와 펍을 뒤집어놓은 한국인 밴드
└와 시바 반응 미쳤다.
└? 아지타토 왜 저기가있음?
└빨리 앨범내줘!!
-현재 쿠키톡/마이튭 인기 동영상
아지타토로 점령ㅋㅋ
└이거 ㄹㅇ임? 폰인기가 아니고?
└└ㄹㅇ임 얘네 지금 반응 미쳤음
└진짜 난놈은 난놈이다ㅋㅋ 어떻게든 성공하는구나
└소속사랑 분쟁있다던데 그래서 영국으로 날랐나?
화제 된 동영상이 정말 많았다.
그토록 대중에 휘둘려왔는데, 또 그들을 발견하고 주목한 것도 대중이었다. 남들은 몇십억 주고 띄우려 애쓰는 마케팅을 아지타토는 그저 음악 하나만으로 이뤄냈다.
아지타토, 그들은 누구인가.
동양에서 온 밴드가 영국 펍 문화를 새롭게 창조했다.
그들의 인기가 단순 길거리와 펍에 국한된 게 아니라, SNS를 뜨겁게 달구고 외신에서도 그들을 주목했다.
한국에서의 무대를 찾아보고, 그들의 다음 행보를 기대했다.
‘돈 냄새를 맡았나 본데······.’
그래서 이렇게 친절해졌군. 유태혁은 익숙한 건물이 보이자 대뜸 말했다.
“여기서 내려주세요.”
“어? 어어······.”
매니저는 이유를 물을 새도 없이 차를 세웠다. 갑과 을이 묘하게 바뀐 상황. 아지타토는 이상하게 실실 웃음이 나왔다.
“그동안 우리가 많이 섭섭하게 한 거 알아.”
“많이 섭섭하게 하셨죠. 예능 나와서 어그로 끌라고 한 사람이 누구더라?”
“그거 다 너네 좋으라고 한 거 알지? 그래서 재계약은 어떻게······.”
“아뇨.”
유태혁의 단호한 대답에 소속사 대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존심도 다 버리고 온 길이다. 고민도 안 하는 모습이 괘씸해진다.
“뭐?”
“재계약은 없다고 했을 텐데요?”
“다른 애들도 너랑 같은 생각이야?”
유태혁이 쉽지 않은 놈이라는 건 이미 파악했다. 그럼 다른 멤버들은? 민준영과 정이현이라면 제 뜻대로 움직여줄 것이다.
“저도 됐어요.”
“나도요.”
“나도.”
하지만 대표가 기대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미 밴드의 결속력을 끈끈히 다진 뒤다.
“야, 너희 우리한테 말도 안 하고 영국 간 거 그거 계약 위반인 거 알지?”
그리고 대표의 본성이 나왔다. 유태혁이 팔짱을 꼈다.
“지나간 계약으로 걸고넘어지시겠다?”
“내가 연예계 협회랑 끈 있는 거 알지? 내 말 한마디면 너희들, 이 판에서 매장하는 것도 쉬운 일이야, 알아?”
“이야, 협박까지 하시네?”
“태혁아, 하······ 소속사랑 분쟁 나면 좋을 거 없다는 거 너도 알잖아.”
“알지.”
“그러게 좋은 말할 때 재계약하지 그랬냐.”
이들이 길거리에서 언쟁할 때, 뒤에서 불쑥 튀어나온 낯선 존재가 있었다.
“유태혁 씨죠?”
“네.”
정장을 입은 남자가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 사이를 끼어들었다. 뒤로 넘긴 머리, 젊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이는 분위기가 풍겼다.
“저분들은 전 소속사 분이시고요?”
“대표랑 실장입니다.”
“마침 잘됐네요.”
이렇게 모여주다니 편하네. 남자가 품에서 명함을 꺼냈다.
“앞으로 아지타토에 관한 모든 법률적 부분은 저를 통해서 해 주세요.”
“뭐야? 당신 누군데?”
남자가 내민 것은 대한민국 3대 로펌의 명함이었다. 소속사 대표가 주춤했다.
“클라이언트 ‘인비저블 뮤직’ 측으로부터 아지타토의 법률 대리를 맡은 변호사 권재민입니다.”
변호사 역할에는 특별 출연으로 권민재가 나왔다.
“뭐, 뭐요? 인비저블 뮤직?”
대표가 당황한다. 인비저블 뮤직은 정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반 제작사였으니까.
“여기 오기 전에 귀사와 아지타토의 계약서를 살폈습니다. 제가 봐서는 문제 될 건 없던데······ 방금 계약 위반이라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처음부터 다 들었다는 소리다. 사색이 된 대표가 변호사와 아지타토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 이게 무슨······.”
“한 줄 요약, 우린 이미 회사 갈아탔다고요.”
오인수가 대표의 어깨를 툭툭 치며 앞으로 걸어간다. 이어서 민준영도 날카로운 눈으로 대표를 흘깃거리며 지나간다.
“그러게 좀 잘해주시지.”
“앞으로 볼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정이현까지 단호한 얼굴로 지나치자, 대표는 마지막으로 남은 유태혁을 바라보았다.
“내가 할 말을 쟤들이 다 했네. 그럼, 변호사님 잘 부탁합니다.”
“네.”
유태혁은 대표를 무시하고 권재민에게 고개를 꾸벅였다. 그리고 멤버들을 쫓아 길을 걸어갔다.
시원하게 직선으로 뻗은 길, 답을 찾은 그들의 앞에는 갈림길도 장애물도 없었다.
***
“오케이, 좋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길거리에서의 촬영을 끝으로 <인터미션:아르페지오>의 촬영이 완전히 끝났다.
그동안 함께했던 스태프들과 감사의 인사를 나눈 윤제이는 눈을 감고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다.
“하······.”
촬영 동안 유태혁으로 살아왔다. 이제 배역에서 벗어날 때다. 시원섭섭한 기분이 밀려 들어왔다.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눈을 떠보니 권민재가 그의 심정을 알겠다는 듯 미소 짓고 있었다.
“와 줘서 고맙다.”
“뭘, 내가 하고 싶었는데.”
두 사람이 하이 파이브를 하듯 손을 맞잡고 떨어졌다.
“이제 뭐 해? 뒤풀이 가?”
“뒤풀이는 나중에. 도경이랑 하준이가 오늘 스케쥴 있다고 해서.”
“애들 바쁘네.”
윤제이는 허한 마음을 애써 무시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창민이 형 회사에서 강의하는 날이다.”
“그래?”
권민재는 윤제이가 혹할만한 화제를 꺼냈다.
“참관하러 가볼까······ 너도 갈래?”
“가자.”
불과 어제 한국에 도착했지만, 몰입을 위해 아지타토 배우들은 마지막 촬영지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 잤다.
윤제이가 차에 올라탔다. 3개월, 길다면 길었던 영화 촬영이다. 이제 아들을 보러 갈 시간이다.
아스트라 사옥의 연습실, 오늘은 문창민의 특별 연기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격주마다 한 번 있는 문창민의 강좌는 하나의 특권이었다.
소속사의 신인 배우와 이미 조연급임에도 부족함을 느껴 자진해서 강의를 신청한 배우들이 많았다.
“윤바다 쟤 어디가?”
“문창민 선배님 수업.”
“부럽다. 진짜 천재라는 게 있나 봐. 벌써 그 수업에 들어가다니.”
경력자들 위주다 보니 회사의 모든 연습생이 이 수업을 듣지는 못했다.
연습생들을 상대로 하는 기초 연기 수업에서 가장 성적이 뛰어난 소수만 들을 수 있었다.
아이돌을 지망하는 학생은 당연히 통과하지 못했다. 노래와 춤 레슨을 따라가기도 벅찬데 연기까지 할 시간이 없으니까.
“과제는 다 생각해 왔겠지?”
학생을 훑어보던 문창민의 시선이 남들보다 머리 위치가 매우 낮은 윤바다에서 멈췄다.
윤제이가 영국에 있는 동안 윤바다는 빠른 속도로 월반했고, 이 중 가장 최연소 학생이었다.
“선배님, 저도 해야 해요?”
“벌써 그럴 거면 내 수업 들으면 안 되지.”
문창민의 날카로운 대답에 요새 조연급의 배역이 들어오는 배우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가 내준 과제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순간을 연기로 표현하라’였다.
“나 자체를 내보이지 않고 어떻게 배역의 진심을 낱낱이 표현하지? 우린 배역 뒤에 숨어서는 안 돼.”
“넵!”
“전에 말했지? 사소한 것도 좋아. 학창 시절 쪽팔리게 넘어졌던 기억을 연기로 표현해도 좋고, 직접 겪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할만한 순간을 표현해도 돼.”
제 학생들을 훑은 문창민이 농담을 내뱉었다.
“갑자기 코를 파도 좋다! 조금 더럽겠지만, 내 옷에다가 닦지만 않으면 돼.”
“하하!”
“한 번 해봐. 설마 부끄러운 건 아니겠지? 다들 카메라 앞에 한 번쯤은 서본 놈들인데.”
발표 순서는 제비뽑기다. 가장 마지막 순서가 걸린 윤바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바다 맨 마지막이네?”
“네. 하아······.”
“괜찮아. 우리 모두 다 하는 거니까.”
윤바다를 격려하는 사람은 최우솔, 5년의 무명 시절을 거쳐 아스트라에 막 입사한 만년 신인 배우였다.
긴장한 윤바다는 물을 마셔가며 다른 학생들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다들 경력자답게 표현을 잘했다.
“자, 다음은······ 우리 최연소 학생.”
“네헷!”
윤바다는 문창민의 호명에 긴장한 듯 음 이탈이 나버렸다.
그 귀여운 모습에 학생들이 낮게 웃었다. 윤바다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바다야. 할 수 있겠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데······.”
지금 여기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다.
문창민은 과제의 주제 때문에 윤바다는 빼려고 했다. 윤제이는 아들이 몇 번이나 파양 당했다는 사실을 꼭꼭 숨겼지만, 윤바다가 보육원 출신임은 알려져 있었으니까.
“아뇨, 할게요. 준비해왔거든요.”
윤바다는 고개를 저었다. 어린 점을 무기 삼아 어른들에게 사랑받는 법을 터득했지만, 연기에서만큼은 타협하기 싫었다.
“좀 길어요.”
“길면 우리야 좋지. ”
윤바다는 태블릿 패드를 내려놓고 중앙으로 향했다.
직접 대사까지 짜 왔나? 준비성이 철저하다. 문창민은 솟아오르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눌렀다.
“안녕! 내 이름은 이노엘이야!”
방백부터 시작한다. 마치 하이틴 장르나 애니메이션에서 볼 법한 주인공의 발랄한 음성에 문창민과 학생들이 짧게 웃었다.
“나이는 다섯 살!”
어, 잠깐만.
목소리의 묘한 톤과 위축된 자세에 문창민은 입꼬리를 올린 채로 굳었다.
왠지 들어서는 안 될 것을 들어야 할 것 같다. 그가 내준 과제의 취지에 완벽하게 맞지만, 결말이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눈이 웃고 있지 않잖아.’
그러고 보니 ‘이노엘’이라고 했다. 문창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윤바다를 응시했다.
“지금 뭐 하려고 하냐고? 설거지! 전에 아빠가 하는 걸 봤는데, 엄마가 좋아하더라고!”
발랄함으로 나이가 더 앳됨을 표현하고, 어눌한 발음으로 지금보다 어린 나이를 표현했다.
대사만으로 그치지 않고 마임까지 곁들인다. 상체를 숙이고 허공에 손을 얹는다.
마치 무거운 상자를 질질 끄는 모습이다. 그걸 가상의 싱크대 앞에 놓고 위에 올라가는 행동을 보인다.
‘그런데 세 살 애가 벌써 설거지를 한다고?’
눈치 빠른 사람들은 벌써 위화감을 느꼈다.
아이는 사랑스럽고, 사랑받으려 애쓰고 있었다.
“얼마 전에 동생이 생겼어, 남동생이야! 내가 형으로서 모범을 보여야지!”
고사리손으로 그릇을 설거지하는 어설픈 손 모양을 완벽히 표현했다.
“내 동생은 너무 귀여워. 밤에 몰래 보려고 했는데, 이미 엄마 아빠가 먼저 보고 있었지 뭐야. 아! 그러고 보니 엄마 아빠가 하시는 소리를 들었어.”
“······.”
“나를 시설이라는 곳으로 다시 보내기로 했대. 시설, 시설이 뭐지?”
“어······?”
최우솔과 학생들이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