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44)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244화(244/287)
왜 이 얘기였니?
문창민의 강의를 듣는 배우들은 유동적으로 바뀐다, 하지만 고정 배우들은 10명이다.
‘저 녀석이랑 저 녀석은 다음부터 나오지 말라고 해야겠어.’
자신을 내려놓고 연기를 스스럼없이 내보인 사람은 7명이다. 이들은 자신의 비밀을 공유하고, 동료들의 격려를 받았다. 문창민도 이들에게는 높은 점수를 줬다.
‘내가 모를 줄 알았나?’
하지만 남은 2명은 괘씸했다. 자신을 내보이는 게 아니라 어디서 기워놓은 듯한 연기, 문창민 자신을 속이려는 대담함은 높이 샀다.
문창민은 윤바다에게 많은 기대를 걸진 않았다.
<아버지>에서 같이 촬영하면서 아이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건 맞지만, 너무 기대하면 애가 필사적으로 되는 거 같아서 참고 있었다.
그는 오히려 앞선 두 배우처럼 적당히 꾸민 것을 높이 사려고 했다.
직접 겪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할만한 순간을 표현해도 된다고 한 건 윤바다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적나라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줄은 몰랐다.
“분명 좋은 곳일 거야.”
당시 윤바다는 시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건 그가 기억하는 네 번째 가족에 관한 얘기였으니까.
첫 번째 가족은 갓난아이 시절이라 기억이 안 난다.
스텔라 수녀님도 말씀해주지 않았지만, 봉사자들의 수군거림을 듣고 알았다. 자신을 입양하고 자꾸 사건 사고가 생겨서 꺼림칙하다고 다시 돌려보냈다고.
두 번째 가족은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여기도 첫 번째 가족과 비슷한 이유로 그를 다시 시설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세 번째도 비슷하다고 들었다.
살아간 환경이 이러니 윤바다는 분위기를 읽을 줄 알았다. 주로 자신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또 버려지는구나 하는 예감을.
네 번째 가족은 그가 다섯 살 때 만났다. 입양 가기 좋은 나이는 아니었다. 입양자 대부분은 갓난아이를 선호하니까.
그들은 어렸음에도 빼어난 윤바다의 외양에 반해 먼 서울에서 남쪽 섬까지 왕복했다. 주말마다 찾아오는 그 정성에 스텔라 수녀도 안심하고 보냈었다.
“엄마, 아빠가 요즘 나한테 별로 관심 없으신 것 같지만······ 앗!”
윤바다가 손이 미끄러지는 듯한 행동을 한다. 쨍그랑, 그릇 깨지는 소리가 어디서 들리는 듯했다.
이윽고 그는 오른팔을 위로 휙 치켜올렸다. 마치 누군가에게 붙잡힌 것처럼. 윤바다의 표정이 애달프게 변했다.
[이노엘! 뭐 하는 거야!]“죄, 죄송해요! 제가 치울······.”
[저리 가 있어!]“죄송, 죄송해요······.”
아이의 엄마는 그릇이 깨져서 아이가 다쳤을까 봐 화내지 않았다. 왜 쓸데없는 행동을 해서 자신을 귀찮게 하느냐고 짜증을 냈다.
“쓸데없다고요? 저는······ 저는 그냥 돕고 싶었는데.”
윤바다는 위축돼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흘끔흘끔 앞을 바라보았다. 바닥을 치우는 엄마를 보고 있는 듯했다.
문창민과 수강생들은 숨을 죽이고 윤바다의 연기에 몰입했다.
그때, 아이가 그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카메라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말은 이렇게 하셔도 나를 걱정하시는 거 알아.”
첫 시작과 같은 발랄한 음성인데, 발랄함에 묻어있는 슬픔과 외로움이 느껴졌다. 여러 감정이 혼재된 것을 와닿게 표현할 수 있을까? 배우들이 숨을 삼켰다.
윤바다는 당시에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 또 그곳으로 돌려보내지는구나 짐작하고 체념했을 뿐. 발랄함은 너무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서 각색한 거다.
“놀이공원? 진짜요?”
그리고 네 번째 가족은 최악의 선택을 한다. 그냥 시설로 다시 돌아가자는 말만 했어도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을 거다.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갓 태어난 동생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아니까.
곧 죽어도 아이에게는 나쁜 사람이 되기 싫었나, 놀이공원이라는 핑계로 데려간 곳은 익숙한 곳이었다.
“그거 봐. 내가 말했지? 좋은 곳으로 데려가 주신다고 했잖아.”
차에서 내린 아이가 허공에 두 손을 뻗는다. 아마도 양부모였을 이들의 손을 잡는 모습. 아이가 설레는 표정과 발걸음으로 나아간다.
문창민과 수강생들은 시설로 보낸다는 말에서 이 이야기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
아이는 모순적인 상황을 표현하고 싶은 건가? 그렇다면 더욱 놀라운 거다. 연기와 연출에 관한 이해가 상당하다는 거니까.
아이가 걸음을 멈춘다. 익숙한 풍경이 눈에 보인다. 몇 번이고 다시 돌아온 곳을 잊을 수 있을까.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양옆을 바라본다.
“엄마? 아빠?”
발랄함을 가장했던 얼굴에 균열이 생긴다. 단어 몇 개로 애써 믿었던 것들이 무너지는 순간이 실감 나는 듯 처절한 연기가 보인다.
숨이 막히는 느낌에 몇몇 수강생은 숨을 들이켰다. 연기도 연기인데, 이야기가 슬펐다.
“수녀님?”
그리고 앞에서 마중 나오는 사람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린다. 누군가가 휴지를 뽑아 제 눈가로 가져간다.
윤바다는 그때가 생각났다. 네 번째 부모는 뻔뻔했고, 스텔라 수녀는 그들에게 쏘아붙였다.
아이의 앞에서 할 언쟁은 아니었지만, 당시 스텔라 수녀는 이 몰상식한 인간들에게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이 상처 많은 아이에게 당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말이다.
나중에 방에 들어가다 말고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아이를 발견했을 때, 스텔라 수녀는 자신을 탓했다.
[노엘아! 미안, 미안해! 네 앞에서 할 얘기가 아니었는데.] [아니에요.]내 잘못이에요.
“······사실 여긴 내 진짜 집이야. 사실 처음은 아니거든.”
그렇게 아이는 다시 돌아온다. 익숙한 듯 제 방을 찾아가고, 발랄했던 방백은 어디 가고 체념이 읽힌다. 아이가 털썩 주저앉는다.
“모르겠어요.”
방백에서 독백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 어느새 아이의 턱에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윤바다의 옆에서 이것저것 챙겨주던 신인배우 최우솔은 무슨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다 끝났어요.”
그때, 윤바다가 소매로 쓱 눈물을 훔치면서 일어났다. 감정의 갈무리가 잘되지 않는 듯 히끅거리지만, 표정은 여느 때와 같았다.
“······그래, 잘했다.”
“네.”
“잠깐 휴식했다가 다시 시작하자.”
문창민은 이대로라면 제대로 된 평가가 안 나올 거 같아서 흐름을 끊었다. 수강생들이 다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바다야.”
“네.”
사실 묻고 싶은 건 많았다.
‘어디까지가 네 이야기지?’
라고 묻고 싶다. 하지만 모른 척해주는 게 아이를 위하는 것임을 안다. 문창민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노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니?”
“아뇨.”
“어떻게 끝나니?”
윤바다는 코를 킁, 풀면서 말한다. 눈에 생기가 돌아온다.
“다시 입양을 가요. 솔직히 가고 싶진 않아요. 또다시 돌아올 거니까. 그런데······.”
“그런데?”
“새 가족은 저한테 잘해줘요. 제 재능을 알아보고 지지해줘요.”
“오, 좋은데?”
그거 완전 누구랑 똑같은데. 문창민은 금세 밝아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윤바다가 말을 멈추고 문창민의 뒤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표정이 환해졌다. 벌떡 일어나 뛰어가는데, 문에 기대 서 있는 익숙한 사람이 보인다.
“아빠!”
“아들, 잘 지냈어?”
윤제이는 달려드는 아이를 꽈악 끌어안았다.
‘들었나?’
문창민이 기민한 눈으로 윤제이의 표정을 훑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못 들었나?
하지만 뒤따라 들어오는 권민재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짐작했다.
‘들었군.’
문창민은 기가 막힌다는 듯 윤제이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영국에 있는 동안 아들이 뭘 하는지 다정한 표정으로 들어주는 모습. 그 가족이 너구나.
“우와!”
“선배님!”
“안녕하세요!”
휴게실에 잠시 있다 온 수강생들은 대뜸 찾아온 권민재와 윤제이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바다 보러 오셨죠?”
“어우, 연기 너무 잘해요. 아직도 눈물이······.”
윤제이가 앞에 있어서 입바른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 묻어있었다.
이노엘은 누가 봐도 윤바다의 경험담임을 안다. 하지만 그때의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는 건 정말 대단한 거다.
“자, 시간 없으니 수업 재개하자.”
문창민이 손뼉을 짝! 치면서 말하자, 다들 제 자리에 앉았다.
“너희들은 왜 앉아?”
“우리도 형 수업 좀 들어보려고.”
권민재가 히죽 웃으며 바닥에 앉고, 윤제이도 그 옆에 앉았다. 맨 끝에 앉은 윤바다는 당장 아빠의 옆에 앉고 있었지만, 참았다.
수강생들은 언제 슬펐냐는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윤제이와 권민재, 두 사람과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어쩌면 수업이 끝나고 같이 사진을 찍거나 번호를 교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좋아, 방금 바다의 연기는 어떤 거 같아?”
들떴던 분위기는 문창민의 한마디로 다시 가라앉았다.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수강생들은 어떻게 평가해야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지 고민하는 듯했다.
“바다야.”
“네.”
“조금 전 연기는 네 얘기였지?”
윤제이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 거침없는 질문에 수강생들이 숨을 삼켰다.
사실 그들이 더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운이 좋아서 윤제이에게 입양된 아이라는 색안경을 대놓고 깨부순 연기였으니까.
너무 대놓고 말하는 거 아니냐고 뭐라 할 수 없었다. 윤제이는 윤바다의 아버지니까.
윤바다는 의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각색을 조금 했지만요.”
“왜 이 얘기였니? 너라면 적당히 꾸미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 아무도 탓할 사람도 없었을 거고.”
선배 배우 두 명이 가상의 이야기를 지어내서 과제를 수행했던 것처럼, 윤바다도 할 수 있었다.
윤바다가 제 아들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아이는 정말 영특한 구석이 있었다. 연기에 정말 재능도 있었다.
사실 아이가 또래에게 강하고 어른들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한다는 것도 안다.
그걸로 어른들에게 사랑받으려 한다는 것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출신으로 동정받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다 알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니까.
‘괜찮아.’
윤바다는 윤제이의 눈빛에서 믿음과 격려를 읽었다. 전에도 그랬다. 윤제이의 집에서 살던 초반에 위축되고, 눈치를 보던 초창기에 항상 말했다.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정작 아빠는 저기 앉아 있는데 누가 등을 밀어주는 것 같았다. 윤바다가 단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요.”
“아.”
최우솔이 멍청하게 감탄을 내뱉었다. 윤제이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드는 듯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아이는 용기 내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칭찬받아 마땅한 용기라고 격려해야 할 일이다.
“너무 슬펐어. 이걸 어떻게 다 보여줄 생각을 했어?”
“일부러 내래이션을 밝게 한 거니? 이중적인 분위기가 정말 좋았는데.”
이윽고 제대로 된 평가가 시작됐다. 수강생들이 활발하게 질문을 건넸다. 아이가 보여준 기량이 상당했기에, 궁금한 것도 많았다.
윤바다는 막힘없이 대답해주면서도 그들의 감상을 경청했다.
“아까 그 구간에서는 아예 감정을 토해내도 괜찮았을 거야. 과하지 않게 절규하는 법도 생각해 보자.”
문창민도 중간중간 제 감상과 다른 관점의 연기 조언을 건넸다.
“다들, 이 수업에서 뭘 얻었지?”
“쪽팔린 기억을 더 얻게 된 것?”
“하하!”
“바다, 너는 어땠니?”
“······후련해요.”
사실 그런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 했다니, 화가 났다. 그래서 꼭꼭 숨겨왔던 감정이다.
잘 모르는 수강생들마저 제 이야기를 듣게 돼서 부끄러웠지만, 이렇게 되니 숨길 게 아니라 마구마구 표출해야 할 감정이라는 걸 깨달았다.
“좋아. 다들 이 감정을 간직하고 이걸 연기해 보자.”
문창민은 간략한 대본이 쓰인 종이를 나눠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