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45)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245화(245/287)
나와 같은 고민을 했었을까.
감정의 둑을 허물어버려서 그런지 연기에 더 깊이가 생긴 윤바다는 다른 성인 연기자들과도 밀리지 않고 곧잘 연기를 펼쳤다.
“잘하네. 전보다 늘었는데?”
권민재의 감상에 윤제이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좋아.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잠시만요, 선배님.”
강의가 끝나고 자리를 파할 때쯤, 한 수강생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저······ 선배님들의 연기를 볼 수 있을까요?”
“뭐?”
“아니, 흔치 않은 기회잖아요.”
수강생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졌다. 다들 나름 매체에 눈도장을 찍은 배우지만, 윤제이와 권민재는 급이 다른 배우였다. 이렇게 사석에서 마주치기도 힘들다.
문창민이 손사래를 쳤다. 윤제이는 영국에서 긴 촬영을 마치고 막 돌아온 참이다. 아들 보러 바로 온 거 같은데 피곤하지 않을까?
“야야, 바쁘신 분들 붙잡고 뭐 하는 거냐? 지금도 시간 많이 지났어.”
“난 괜찮은데.”
권민재가 벌떡 일어나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윤제이를 쳐다보았다.
“넌 어때?”
“음······.”
윤제이는 제게 꽂히는 반짝반짝한 시선을 의식했다. 아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지. 결국 권민재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잘됐네. 나 너랑 해보고 싶은 거 있었거든.”
“뭔데?”
“네가 ‘김연석’을 맡고, 내가 ‘백진리’를 맡는 거야.”
그 말에 수강생들이 환호했다.
“와아!”
“악동산? 미쳤다.”
“이야, 윤제이가 김연석을 한다?”
문창민도 흥미를 감추지 않았다.
<악의 동산>에서 김연석은 문창민이 연기했다. 당시 과거를 숨긴 신인이었던 윤제이에게 기 싸움에서 밀렸었다.
윤제이가 해석한 김연석은 뭐가 다를까?
“아예 싸이코 빌런으로 전향하게?”
“네가 깨달음을 줬잖아.”
윤제이는 피식 웃으며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그리고 두 팔이 뒤로 묶인 듯 등받이를 뒤로 안았다.
고개 숙인 그의 호흡이 바뀐다. 마치 정신을 잃었다가 낯선 곳에 깬 것처럼. 고개를 들어 올린 그가 사방을 살핀다.
“우와.”
그 행동 하나만으로 소름이 돋았다. 회사의 깨끗한 연습실이 아니라 음습한 지하실에 와 있는 듯했다.
“안녕하세요?”
뚜벅뚜벅 걸어온 권민재가 소름 끼치는 한 마디를 내뱉는다. 문창민이 제 턱을 쓸어내리며 탄성을 삼켰다.
‘아버지 찍은 뒤로 애가 각성이라도 한 건지······.’
당시 윤제이가 자신의 숨을 막히게 했던 것처럼 권민재도 기세가 대단했다.
“너라면 안녕하겠냐?”
하지만 윤제이도 밀리지 않았다.
‘기 싸움을 거는데?’
권민재는 이번에야말로 윤제이를 기로 죽여놓겠다는 의도였다. 그 의도를 읽은 윤제이가 내심 놀랐다.
“나한테 왜 그랬어?”
당시 김연석을 연기했던 문창민은 나에게 왜 그랬냐며 분노했다. 덫에 갇힌 호랑이처럼 소리치며 백진리의 기세에 굴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제이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나지막한 목소리, 그 미묘한 느낌에 문창민이 눈살을 찌푸렸다. 김연석에게 뭔가 더 있나?
“지나가다 이유도 없이 밟힌 개미한테도 이유를 설명해줘야 합니까?”
“그래, 그 개미가 너였었지.”
고개를 숙인 윤제이가 음습하게 대답했다. 원래 작품에는 없던 대사다. 그렇다고 윤제이가 대사를 잘 까먹는 사람은 아니다. 그의 기억력은 팬 미팅에서 익히 확인했으니까.
“뭐, 뭐야?”
수강생들이 수군거린다.
윤제이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악의 동산>을 재연하는 게 아닌 즉흥 연기로 튀게 된 거다.
권민재는 속으로 놀랐지만, 백진리의 기세를 계속 유지했다. 윤제이의 뒷머리채를 잡아 홱 들어 올렸다.
“그랬죠. 어떠십니까? 그 개미에게 붙잡힌 소감이.”
“우리 진리, 많이 컸네?”
윤제이는 천천히 권민재의 기세를 잡아먹었다.
<악의 동산>의 원래 스토리를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데, 두 사람의 연기가 워낙 뛰어나서 저절로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당신이었습니까?”
“그래.”
권민재는 윤제이가 김연석에게 진짜 흑막을 추가한 것을 깨닫고 즉흥적으로 백진리에게 서사를 부여했다.
사실 진짜 흑막에게 당해 그의 밑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백진리로.
“하하, 하하하!”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동자가 떨리던 그는 이제야 내 손에 들어왔다는 희열에 부들부들 떨면서 웃는다. 그 모습에 윤바다는 권민재가 연기했던 ‘인신매매범’이 생각났다.
윤제이는 뒷짐을 지고 있던 자세를 서서히 풀었다. 묶였던 밧줄이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듯, 그리고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다.
“······야. 꼭 이래야겠냐?”
“애 앞에서 질 수는 없잖아. 뭘 그렇게 봐? 네가 다 씹어먹었으면서.”
권민재의 한마디에 맥이 탁, 풀렸다. 윤제이도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강생들이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직 두 사람이 펼친 연기의 여운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김연석이랑 진짜 흑막을 엮었구나?”
“원래 작품과 똑같게 보여주는 건 재미 없잖아.”
<악의 동산>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작품이었다.
김연석이 찾아다닌 백진리는 알고 보니 최종 보스가 아니라 중간 보스였고, 백진리의 뒤에 더 거대한 흑막이 있었다는 반전에 반전이었다.
“미쳤다.”
“순발력 대박.”
“어떻게 저렇게 하지?”
문창민의 해석을 들은 수강생들이 뒤늦게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즉흥적으로 다른 캐릭터를 추가하고, 기세 싸움에서 지지 않은 윤제이와 장단을 맞춘 권민재도 대단했다.
“와, 선배님 연기 미쳤네요.”
“앞으로 빌런 역 맡으시게요?”
‘백진리’는 평소 권민재가 맡던 배역이랑은 완전 달랐다. <아버지>가 개봉을 안 했으니 작정하고 싸이코 연기를 선보인 건 처음이었다. 가히 파격적인 변신이라 할 수 있겠다.
윤제이도 한 사람에게 붙잡혀 있었다.
“저 사실 ‘악의 몰락’에서 선배님 연기 보고 반해서 배우 꿈 키웠거든요.”
“그래요?”
윤제이가 눈에 이채를 띄었다. <어린이>가 아닌 윤제이로서의 작품에서 영향받아 배우의 꿈을 키운 사람은 처음 마주한다.
“백진리를 연기할 때 참고한 작품 같은 게 있을까요?”
“글쎄요······ 참고한 작품은 없는데, 모티브가 된 사람이 있어요.”
“혹시 어떤······.”
윤제이는 고개를 저었다.
“애가 기다리네, 다음에 봬요.”
“아, 네!”
반사적으로 대답한 최우솔이 손으로 제 입을 가렸다. 다음에 보자고 했어······ 대박.
“후우······.”
화장실에 간 아들을 기다리는 사이, 문창민이 그의 옆에 섰다.
“제이야, 오늘 뭐 하냐? 한잔하러 갈래?”
“오늘은 애랑 같이 있어야지.”
“그래?”
문창민이 아쉬운 듯 쩝, 입맛을 다셨다.
“난 네가 거기서 대뜸 물어볼 줄 몰랐다.”
“바다 얘기?”
“어. 나는 굳이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았거든.”
윤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형은 애를 키울 때 후회한 적 없어?”
“어떤 후회?”
“내가 이렇게 대하는 게 애한테 맞는 선택인지, 뭐 그런 것들.”
“많지. 실수도 많이 했고. 욱해서 화낸 적도 있었고······ 부모라고 다 잘하겠냐?”
윤제이는 그 의견에 고개를 기우뚱했다. 당연히 사람이니 다 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윤바다에 한해서는 완벽하고 싶었다. 괜한 욕심일까 싶지만.
“네가 왜 그렇게 고민하는지 알겠다. 잘할 거야 임마. 네 아들인데.”
“그런가.”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어. 실수를 하게 되면, 그걸 만회하면 되지.”
문창민의 서투른 격려에 윤제이는 피식 웃었다.
사랑하는 부친인 헨리 젠킨스는 묵묵히 윤제이를 지지했다. 모른 척하는 게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네 고통을 알고 있다, 넌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그는 헨리가 하던 방식대로 윤바다를 대했다. 묵묵히 지지하는 기둥 같은 존재로. 윤바다는 퍽 기분이 좋은 거 같아 보였지만, 정작 윤제이는 생각이 복잡했다.
윤제이는 걸음을 멈추고 벽면을 바라보았다.
이서원의 사무실 앞에 진열되어있었던 윤제희 시절 트로피는 회사 입구에 들어오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잘 보이는 곳으로 옮겨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과거 이름이 박힌 트로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제희야! 이거 봐!] [이게 그거야?] [그래! 네 트로피! 네가 이룬 기록이야!]이영창 감독으로부터 칸 영화제의 트로피를 받아온 윤수헌은 신나서 아들을 껴안았다.
이후 벌어진 과한 관심에 과거가 얼룩지긴 했어도 그 당시에는 기분이 좋았다. 나로 인해 부모님이 기뻐하셨으니까.
‘당신께서도 나와 같은 고민을 했었을까.’
이상하게도 친부가 생각났다.
***
알람 소리에 깬 윤제이가 눈을 꿈뻑대며 시계를 바라보았다. 다섯 시.
그는 윤바다가 깰까 봐 조심조심 바깥으로 나가 가볍게 러닝을 시작했다.
“어머, 제이 씨.”
“안녕하세요.”
한강 근처를 뛰고 있으면 동료 연예인들을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자주 보이네요. 러닝은 언제 언제 하세요?”
“스케쥴 없으면 매일 아침에 뛰어요.”
“그렇구나아.”
동종업계 종사자들끼리 모여 만든 러닝 크루를 운영하는 배우는 웃음을 삼켰다.
윤제이가 한강 둔치에서 자주 러닝한다는 소문이 뜬 이후로 한강을 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여자가.
“우리 러닝 크루 들어오는 게 어때? 회비 없고, 회칙 없고 그냥 같이 뛰는 건데.”
“좋네요, 한 번 생각해 볼게요.”
“벌써 가?”
“애 등교시켜야 해서. 다음에 봬요.”
러닝이 끝난 다음에는 집에 돌아와 맨몸운동을 한다. 규칙적인 루틴이다.
“아빠.”
“일어났어?”
눈을 비비며 걸어오는 아들의 모습에 윤제이는 미소를 지었다.
“나도 할래요.”
“그럴래?”
윤바다는 윤제이의 동작을 어설프게 따라 했다. 힘들다고 주저앉는 게 귀여웠다.
윤제이는 간단하게 씻고 나와서 윤바다의 아침을 준비했다. 함께 식사하고 나갈 준비를 한다. 윤바다는 학교로, 윤제이는 스케쥴이 있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부자는 많은 대화를 나눈다. 요새 관심사라든지, 오늘 저녁은 뭐 먹을지에 관한 소소한 대화다.
차에서 내린 윤바다가 집에서 보자는 말을 하고 학교로 뛰어간다. 그렇게도 학교가 좋은가.
“어? 바다 아버지.”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학교 정문에서 임시아의 부모를 마주쳤다.
“바쁘시진 않으세요?”
“출근할 겸 데려다주는 거죠. 애들이 2학년 올라와도 같은 반이라서 좋네요.”
윤바다가 전교생의 인기인이 되어 친구들이 많아졌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래서 애가 학교 가는 게 좋았나 보다.
이후 윤제이는 한진우와 합류해 잡지사의 화보를 찍고, 차기작을 검토했다.
“형, 미국 에이전시 측에서 연락하자는데요.”
“그래.”
여전히 그에게 오는 제안은 많았다. 그중에서도 할리우드의 좋은 제안을 보류했을 뿐 거절하지는 않았다.
작품 선택에 있어 최우선 순위는 아들이었다. 윤바다는 윤제이가 영국에 있는 동안 단편 드라마와 영화에 짤막하게 모습을 비췄고, 윤제이는 아이의 방학에 맞춰 차기작을 정했다.
(그러면 말씀하신 작품으로 준비하겠습니다.)
“네.”
(오랜만에 뵙겠네요.)
통화를 끊은 윤제이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좋네.’
평화로운 나날이다.
***
윤제이가 몇 달간 <인터미션:아르페지오>의 촬영에 집중하는 동안 <엣디엔드>는 계속 1위를 차지하다가 천천히 순위권에서 내려왔다.
워낙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한 드라마라서 주·조연 배우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실컷 저었다. 차기작과 차차기작, 그다음 작까지 계약을 마쳤고 온갖 광고에 인터뷰까지 줄을 세울 정도다.
-노아 역의 배우는 왜 매체에 안 나올까
많이 보고싶은데 말이야
└한국에서 주로 활동해서 그런가봐
└김노아 스핀오프 얘기도 있던데 사실일까?
윤제이도 나름 노를 젓긴 했지만, 그마저도 영화 촬영 때문에 끊겼다.
오히려 매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더욱 늘었다. 본의 아니게 신비주의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거 봤어?
연주 진짜 잘한다
└노아잖아
└오 미친 지금 영국이야?
그러다가 영국에서 유태혁을 연기하는 윤제이의 모습이 숏폼에서 화제 됐다. 시들시들했던 ‘김노아 신드롬’이 다시금 이어졌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밥장사>의 시즌 2가 방송을 시작했다.
-한태희 되게 열심히하네 호감
-우재훈이랑 고이원 진짜 악덕고용주다ㅋㅋㅋ
-매출무새 지연우ㅋㅋ
-로건 없었으면 서빙 개힘들었겠는데?
-장성건 잡아오는거 개웃기네
<밥장사>는 시즌 1과 다르게 현지에서 게스트를 골라 온다는 신선함을 추가했다. 그리고 예고편에 나오는 실루엣에 반응이 폭발했다.
-윤제이 맞지?
-와 헐 미친ㅠㅠㅠ미치뉴ㅠㅠㅠㅠ
-밥장사에 윤제이 나와?
대박 미쳤다 얼마만에 예능임?
└고정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ㅠㅠ
└전에 인터미션2 촬영지랑 겹쳐서 목격담 떴었음ㅇㅇ
이어서 <악의 몰락>의 예고편까지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