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47)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247화(247/287)
시간이 흘러
‘뭐야, 저 아저씨 되게 유명한 사람이었네.’
다니엘 에반스를 검색해본 윤바다는 깜짝 놀라서 화면과 현실의 다니엘 에반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우와, 나준형이 좋아했던 히어로네.’
코믹스 원작의 히어로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적도 있었다. 보육원에서 살던 시절 짜증 나게 했던 나준형이 좋아하던 캐릭터였다.
윤바다는 본 적 없었지만, 나준형이 아빠가 사줬다는 피규어를 가지고 약 올렸던 게 생각났다.
‘이따 사진 찍어달라고 해야지.’
나준형은 같은 보육원의 친구가 아니라 동네 친구였다. 자기는 부모가 있다고 으스대던 녀석인데, 이제 역으로 놀릴 생각을 하니 벌써 짜릿했다.
그동안 윤제이는 추가 촬영에 열중했다. 주로 제이든의 회상 장면에서 등장한다.
떨어져 있어도 느껴지는 두 사람의 전우애, 꼭 자기 대신 아흐마드를 죽여달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바다야. 지루하지 않아?”
“아뇨.”
한진우의 질문에 윤바다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촬영장을 훑었다. 스태프들이 숨을 죽이고, 배우들을 바라본다.
“뭐야, 네가 왜 여기 있어?”
“······.”
“나를 질책하러 온 거야? 아직도 놈을 잡지 못 했냐고 탓하러 왔냐고!”
좌절에 빠진 제이든이 친구의 환상을 보며 절규한다.
“난 네가 아니야!”
“······헤이, 친구.”
윤제이가 그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인다.
“······이제 깨어날 시간이야.”
“좋아요!”
윤제이는 바닥에 엎어진 다니엘 에반스에게 손을 뻗었고, 그를 일으켜 세웠다.
다음 장면으로는 다쳐서 정신을 잠깐 잃은 제이든이 깨어나겠지. 아마 영화로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저렇게 보면 그냥 연기 잘하는 배우 같은데······.’
<악의 몰락> 작가 중 한 명은 감독의 뒤에서 제 연기를 보는 윤제이를 흘끔 쳐다보았다.
그는 <악의 몰락>의 대본을 쓰기 위해 넘버즈와 제이든 나이트 그리고 윤제이의 과거를 조사한 적 있었다.
국가에서도 밀어주는 영화니, 공개되지 못했던 몇몇 문건도 살펴볼 수 있었다. 하도 이룩한 게 많아서 윤제이를 주인공으로 스핀오프를 내도 될 정도였다.
‘신기하네. 배우란 저런 걸까.’
카메라 앞에 섰을 때는 영락없는 문건 속의 남자였는데, 지금은 그냥 동종업계 사람 같았다.
촬영이 끝나고 <악의 몰락> 크루와 식사를 함께하게 된 윤제이는 옆에 앉은 윤바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아들, 오늘 하루만이야.”
“넵.”
원래 식사 시간에 전자기기를 금지했지만, 어른들끼리 할 얘기가 많은데 혼자 소외될까 봐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윤바다는 히히 웃으며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다니엘 에반스가 나오는 히어로 영화를 볼 생각이다.
“JJ, 예고편 뜬 거 봤지?”
“봤지. 거의 내 위주던데. 내가 이렇게 많이 찍었었나?”
“파트 1은 네가 주인공이나 마찬가지니까.”
다니엘 에반스와 윤제이의 대화에 다른 사람들도 하던 말을 멈추고 두 사람의 말을 집중했다.
“느낌이 어때?”
“솔직하게? 발가벗겨진 기분이야.”
윤제이의 대답에 다니엘 에반스가 크게 소리치며 웃었다. 엿듣던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흘렸다.
“왜? 나라면 동네방네 자랑했을 거 같은데.”
“글쎄······.”
윤제이는 제 촬영 분량이 끝난 이후에도 다니엘 에반스와 꾸준히 연락했다.
전우를 잃었을 때의 기분이나 작전에 돌입할 때의 심정을 전했다. 그의 연기에 도움이 될 테니까.
“원래대로라면 나는 비밀로 존재해야 했잖아. 비밀이 적나라하게 까진 기분이지. 흑역사라고 해야 하나.”
“그래? 흑역사로 보기에는 대단한 업적 아닌가?”
“남들이 보기엔 그렇겠지. 사실 이 영화를 찍기 직전까지만 해도 군 시절의 일로 주목받는 게 싫었어.”
“왜?”
윤제이는 짧게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악의 몰락>은 파트 2의 촬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면 다니엘의 연기에 도움이 될 거 같았다.
“죽은 전우들이 생각났거든. 그들의 시체를 밟고 나를 추켜세우는 느낌이 들었어.”
“아.”
과거에는 살아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니 존중받아 마땅한 업적을 세웠음에도 마음이 불편했다.
연기로 심리 치료가 불가능했으면 <악의 몰락>도 출연하지 않았을 거다.
“내 정체가 까발려지면서 아는 사람들이 나를 위로하는 것도 거북했어. 위로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거든.”
“지금은 어떤데?”
윤제이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렇게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다는 건 그의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방증이다.
“살아남은 사람의 특권을 누리려고, 걱정과 염려도 다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일 테니까.”
“그래요. 무슨 죄지은 것도 아니고.”
대화를 엿듣던 사람들이 말 한마디씩 보태면서 그를 위로했다.
“그런데 부모님 전화는 좀 무섭네. 방금도 전화 왔는데 내가 무시했거든.”
“하하! 그건 어쩔 수 없지. 나라도 네 부모였다면 기절했을 거야.”
아들이 실제 본인 역할을 맡았는데, 고문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럼, 프리미어 행사에도 가족들 데리고 오지 않을 거야?”
“그래야지.”
“그거 쉽지 않을걸요?”
<악의 몰락>은 성대한 홍보 일정이 대기 중이었고, 월드 프리미어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런 행사에서 배우들이나 감독 등 스태프는 교제하고 있는 파트너나 가족들을 데리고 오는데, 윤제이는 절대 가족들을 데리고 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이런다고 영화를 안 보실 분들이 아니긴 하지만······.
“JJ, 아이는 어떻게 입양하게 된 거예요?”
“같이 영화를 찍으면서 알게 되었는데요 사실 이 영화가······.”
<아버지>에 관한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자 그들이 감탄했다.
“정말 신기한 인연이네요.”
“저는 사실 두 사람이 닮아서 숨겨진 아들인 줄 알았거든요.”
자기 얘기를 하는 것도 모르고 옆에서 조용히 다니엘 에반스가 나왔던 히어로 영화를 보고 있던 윤바다가 펄쩍 뛰었다.
“아저씨, 다니엘 아저씨!”
“음? 나 부르는 거야?”
다니엘 에반스가 자신을 가리켰다.
활발한 친구의 아들은 서투른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쓰면서 제게 말을 걸었다. 윤바다가 내려놓은 태블릿 패드에 익숙한 장면이 보였다. 아하, 내 영화를 봤구나.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어서 윤제이를 쳐다보았다.
“애가 뭐래?”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는데.”
윤제이는 어쩐지 기분이 불쾌해졌다. 다니엘 에반스는 낄낄 웃으면서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당연히 찍어줘야지.”
“엄청 친한 것처럼 찍어주실 수 있어요?”
다니엘 에반스가 나온 영화는 정말 재밌었다. 그리고 나준형을 약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서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스태프들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이미 친한 사이 아니니?”
“진짜요?”
윤바다의 눈이 반짝반짝해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저런 표정은 나에게만 지었던 건데······ 나도 히어로 영화 한 편 찍어야 할까. 윤제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두 사람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젠장.”
“드디어 널 이길 수 있는 건가?”
다니엘 에반스는 득의양양해져서 친구 아들의 선망을 한 몸에 받았다.
“저 아이와 함께 찍었다는 영화는 언제 개봉해?”
“글쎄, 아마 파트 1이 개봉한 뒤에나 개봉할 거 같은데······.”
이영창 감독은 편집실에서 두문불출한다고 들었다. 윤제이의 연락도 제대로 받지 않고 있었다. 건강만 조심하셨으면 좋겠는데.
“바다야. 오늘 심심하지 않았어?”
“아뇨, 좋았어요.”
“다니엘 아저씨가 마음에 들었나 보구나.”
숙소로 향하는 길에 윤바다는 기분이 좋아서 발을 흔들었다.
“네. 나준형, 걔가 그 아저씨 피규어까지 있거든요.”
“그래?”
놀릴 생각이었구나.
윤바다는 다니엘 에반스와 찍은 사진을 나준형에게 전송했다. 시차 때문에 바로 답장을 못 받을 줄 알았는데, 금세 반응이 왔다.
요동치는 톡방을 흘끔 쳐다본 윤제이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크히히.”
“음······ 친구를 너무 놀리지는 말고.”
“넵.”
물론 윤바다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미국에서의 일정은 빼곡했다. 윤제이는 윤바다의 방학에 맞춰 <악의 몰락>의 추가 촬영만 하는 건 아니었다.
그는 유명 케이블 채널이 제작하는 판타지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했다.
몰락한 황가의 쌍둥이 후계자가 왕권을 되찾기 위해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일어서려는 게 시즌 1의 내용이다.
윤제이는 활을 잘 쏘는 동방 유목 민족으로 나와 주인공 쌍둥이의 여정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이었다.
시즌 2에서만 나오는데, 이는 적대 세력에 의해 실종되거나 사망한다는 것이다.
윤제이는 원작 소설을 읽어보진 않아서 꽤 유명한 작품인지는 몰랐다. 윤바다의 육아에 방해되지 않는 짧은 촬영 기간이 마음에 들었을 뿐이다.
-피의 왕관 시즌 2 스포일러
동방 민족의 수장 ‘한’ 역할에 엣디엔드 김노아 역할의 배우가 출연할 예정
└와우 이거 진짜인가?
└오피셜 기사 떴어!
└김노아가 한을 맡는다고? 상상이 잘 안되는데
└└나는 어울릴 거 같은데 너 아직 악의몰락 예고편 못봤어?
그리고 그의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자, 드라마의 팬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원작의 작가도 ‘한’을 쓸 때 동양인을 염두에 뒀었고, 현재 동양계 남배우 중에서 윤제이가 가장 뜨거웠다.
-캐스팅 된 배우와 소설 삽화의 이미지를 합성해봤어
└벌써 떨린다
└엄청 잘어울리는데?
김노아는 사회에 억눌려 아련함을 자극하는 역할이었지만, 배우 본체의 타고난 체격을 숨길 수 없었다.
<악의 몰락> 예고편에서의 모습도 잘 벼려진 군인으로 나왔기에 다들 기대했다.
원작의 작가도 윤제이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환호하는 모습을 숏폼에 올렸다.
이 소식은 한국에도 전해졌다.
윤제이, 미국 유명 드라마 ‘피의 왕관’ 시즌 2 출연(공식)
윤제이, 이번에는 판타지 속 대장군이다
-차기작!! 차기작이다!
-와 피의왕관 저거 대작아님? 미쳤다ㄷㄷ
-누가 윤제이 신드롬 끝이라고 했었냐? 나와라
<피의 왕관> 시즌 1은 <엣디엔드>에 이어 미 전역을 휩쓸었던 드라마다. 게다가 원작에서의 ‘한’ 캐릭터는 워낙 인기 캐릭터였다.
-윤제이 차기작 미드 캐릭터
진짜 간죽간살 그자체임
원작 소설 등장인물 통틀어 무력 지략 원툴캐임 황녀의 든든한 대장군으로 나오고 러브라인도 있음ㅇㅇ
단기간에 적대 세력의 암살 1순위로 올라갔고 하차할때도 겁나 멋있게 하차함 윤제이 팬이라면 기대해도 좋을듯
└ㅁㅊㄷㅁㅊㅇ
└어떻게 딱 자기같은 캐릭터를 맡냐
└진짜 핫한 캐릭터 잘 골랐다
└국내 작품도 좀 어떻게 안될까ㅠㅠㅠㅠ
먼치킨에 가까운 무위, 더 이상 유목 생활에 가망이 없는 것을 예견하고 몰락한 황국의 쌍둥이에게 거침없이 베팅하는 대담함까지 있다.
게다가 쌍둥이 중 황녀와의 은근한 분위기로 망붕까지 많았다.
원작 소설 연재 중 ‘한’이 적의 계략에 빠져 낭떠러지로 떨어졌을 때, 출판사와 작가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고 한다.
윤제이는 윤바다를 부모님 댁에 맡기고 촬영 준비에 돌입했다. ‘한’은 훌륭한 기마술을 겸비했다. 승마는 익숙한데, 화살을 쏘는 게 문제였다.
“······잘하시는데요?”
“감사합니다.”
물론 이것도 여러 영상 자료를 참고하고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체화했다.
<피의 왕관> 제작진은 그가 왜 스턴트 없이 하겠다는지 이해했다. 그리고 무리 없이 화려한 액션 동작을 선보이는 것에 반했다.
촬영은 순조롭게 이어졌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