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50)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250화(250/287)
살기 위해서요.
모 언론사의 미디어 평론가는 영화가 끝나고 스탭 롤이 올라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실 그는 <악의 몰락 PART-1>을 기대하진 않았다. 그는 이민자도 아니고 집안 대대로 미국인이었지만, 국뽕을 싫어했다.
하지만 그는 평론가고, 싫어하는 영화도 봐야 하는 게 직업이다. 게다가 <엣디엔드>에서 ‘김노아’ 역할의 배우는 그가 주목하고 있는 배우였다.
사회로부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연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었다.
그가 동양인이든, 흉터가 많든 잘생기든 중요치 않았다. 연기력에 설득력이 있었다.
그런 배우가 실제 본인 역할을 맡으면서 또 어떤 연기력을 보여줄지에 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난 가끔 쟤 두개골을 열어보고 싶다니까.] [나도.]처음에는 재미를 위해 조미료를 좀 친 캐릭터인 줄 알았다. 워낙 말도 안 되는 능력이었으니까.
하지만 애런 케이지가 고증에 신경 쓰는 감독이니 일단 생각 없이 화면에 집중했다.
[여기에 온 걸 후회하지 않아?] [왜?] [너무······ 많이 죽었어.]넘버즈 분대의 우정, 전우애는 남자들의 심금을 울릴 만하다.
특히 다니엘 에반스와 윤제이의 잘생긴 얼굴도 한몫한다. 아마 개봉하면 여자들에게도 꽤 인기 있을 거 같다.
[네 동료가 널 구하러 올 거 같나?] [반드시.]이윽고 LIS의 부지도자에게 납치되어 처음에는 투지를 잃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자’의 고문에 의해 서서히 무너지는 연기는 또 <엣디엔드>에서 보았던 설득력이 있는 연기가 돋보였다.
‘대단했지.’
특히 놈의 피를 강제로 수혈받을 때 절규하는 모습은 한 인간의 처절한 사투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절망감이 여실히 느껴졌다.
처음에 잘난 에이스로 나왔던 모습이 무색하게 전쟁으로 인해 망가져 버린 한 사람의 군인에 관한 좌절과 우울감 등이 피부로 와닿을 때마다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난 여기까진가······.]그리고 구출된 JJ가 병원에 입원했던 장면.
강력하게 복귀를 희망했지만, PTSD에 시달리던 끝에 결국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과정이 빠르게 지나가는데, 그 짧은 시간 안에 표현을 정말 잘했다.
평론가는 빼곡히 적힌 메모를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영화가 별로였으면 메모할 게 별로 없었을 거다. 이내 핸드폰을 켜 SNS에 엠바고에 걸리지 않을 만한 감상평을 남겼다.
-이 사람이 이렇게 호평한다고?
-영화 진짜 잘 나왔나 본데?
-lol 정부에 뒷돈 받은 거 아냐?
호평을 올리자마자 즉시 반응이 왔다. 그는 유명한 평론가였다. 주로 신랄한 비판을 아끼지 않아서였다.
그는 마침 가족을 간신히 달래고 실화 주인공인 제이든 나이트와 웃으며 대화하는 윤제이를 흘끔 쳐다보았다.
원작 책에서 묘사했던 현실적인 모습도 잘 나와 있다.
군비 삭감에 따른 분대의 위기, 대통령이 바뀌면서 이리저리 휩쓸리는 대테러 작전, 구출에 소극적인 정부의 모습 등 반영을 잘하면서도 다큐 같지 않게 풀어주는 구간도 있었다.
‘그리고, 메시지.’
대사라든지, 장면 곳곳에 테러리즘에 관한 비판적인 상징물이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이슬람에 부정적인 시각도 아니었다. 줄타기를 잘했다고 볼 수 있다.
‘제작자인 마일즈 윌슨이 테러 희생자의 유족이라고 했었지······.’
그 외에도 등장인물의 말장난이라든지, 공들여 만든 액션과 긴박한 시가전, 폭발 등 VFX 적인 요소도 훌륭했다.
‘이 영화가 개봉되면 전국에서 입영을 신청하는 사람이 늘겠군.’
아마 이 영화를 밀어준 윗선도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듣기로는 사전 시사회에서 기립박수가 나왔다던데.
복잡한 걸 다 떠나서, 그냥 생각 없이 봐도 재미있었다.
믿고 의지할 동료가 전역하고 그를 대신해서 테러리스트의 수장을 잡기 위해 제이든 나이트가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 기대되기도 했고.
“슬슬 기자회견 시작하겠습니다.”
단상 앞에 기자들이 빼곡히 앉고, 단상 중앙에는 감독, 그리고 양옆에는 다니엘 에반스와 윤제이가 앉았다.
“이런, 이 자리는 나한테 너무 가혹한 자리 아닌가?”
“하하!”
감독의 너스레에 사람들이 작게 웃었다.
“감독님께 질문하겠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인데, 고증은 어느 정도로 신경 쓰셨습니까?”
“책의 저자인 제이든 나이트의 자문과 실제 본인 역할을 소화한 JJ, 그리고 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고증 면에서는 확실하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쏟아지는 질문에 감독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할리우드 역사상 최고 제작비를 들인 영화다. 잘 만든 거 같은데, 내 눈에만 괜찮으면 어떡하지? 심장이 쫄리기도 했다.
“촬영 당시에 테러 사건이 있었잖아요? 당시 심정이 어땠습니까?”
“정말······ 절망스러웠죠. 큰 사고 없이 넘어가서 다행입니다.”
감독은 윤제이를 흘끔 쳐다보았다. 그의 응급 처치가 아니었으면 스탭 롤 처음에 사망한 스태프를 기리는 문구를 넣어야 했을 테니까.
“다니엘, 군인 역할은 이 영화가 처음일 텐데, 어땠나요?”
“반년 넘게 모의 훈련에 참여했고, 실제 군인 출신인 코비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JJ에게도 문자로 당시 상황을 물어보고 연기에 참고했죠.”
“정말 귀찮았습니다.”
윤제이가 마음에 없는 말을 하면서 분위기를 이완했다.
“젠킨스 씨에게 질문하겠습니다.”
“네.”
“내용을 보니 출연 결정이 쉽지 않았을 거라 짐작되는데, 영화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의 심경이 어땠나요?”
그 질문에 갑자기 장내가 조용해졌다. 마치 친구들끼리 있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는 것처럼.
잠깐 고민한 윤제이가 마이크를 들었다.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습니다. 제가 공헌을 한 것도 맞지만, 당시 저는 그냥 할 일을 했을 뿐이라서요. 이게 왜 영화로 나오지? 싶었죠. 제, 내밀한 사정을 공개하기 싫기도 했고요.”
“······.”
“사실 불쾌하기도 했습니다. 이용되기는 싫었거든요. 무슨 말 하는지 아시죠?”
주어는 없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했다. 노골적인 미군의 선전에 이용되기 싫다, 그 말이겠지.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출연을 결정하셨네요. 어떤 이유에서였습니까?”
“저를 위해서였습니다.”
“네?”
아, 마침 배우 활동을 하고 있으니 이걸 이용해서 자신을 홍보하고 싶었던 건가? 그걸 은근하게 질문하니 막상 윤제이는 고개를 저었다.
“우선, 실화 속 주인공이 아닌 배우로서 참여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배우 일을 해봤으니까요. 그리고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제게는 치료거든요.”
“치료요?”
“영화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는,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었죠. 후유증이 심각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죠.”
기자들, 그리고 옆에 앉은 감독마저도 숨을 죽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윤제이의 말은 흡입력이 있었다.
“연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과거 간직했던 마음의 짐들을 덜 수 있었습니다. 연기를 하는 행위 자체가 제 트라우마를 치료할 백신이었죠.”
“······.”
“출연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냥, 제가 살기 위해서요.”
***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며칠 지나 <악의 몰락 PART-1>이 개봉됐다. 엠바고가 걸렸던 영화 감상평이 하나둘 올라왔다.
-Lanta
재미있고, 훌륭하다. 화려한 액션과 효과는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전쟁의 이면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현실적으로 표현해서 먹먹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 남자들의 뜨거운 우정도 인상적이다. 내가 나이가 젊었으면 이 영화를 보고 바로 입영신청서를 작성하러 갔을 것이다.
-Scott O’Connell
보는 동안 전쟁과 테러리즘에 관한 심도 있는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영웅의 그림자에 어떠한 고통과 좌절이 숨겨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추천한다.
-악의 몰락 보고왔어! 재밌던데? 또 보러 갈거야!
-이제 김노아가 아니라 JJ라고 부를 때가 왔다. 연기를 정말 잘 하던데.
-OMG 텐 역할의 배우가 본인 역할을 직접 소화한 거라고?
└그걸 이제 알았어?
그 밖에도 잘 만든 현대 전쟁 영화라는 호평과, 노골적인 미국의 선전 영화라면서 불쾌감을 드러낸 반응도 있었다.
감독과 배우들은 월드 프리미어 일정을 소화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니는 일이 많았다.
미국 다음에는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을 돌고, 아시아까지 빼곡한 스케쥴이었다.
그리고 유럽 일정은 미국 못지않게 성대했다.
할리우드 스타인 다니엘 에반스와 엠마 스튜어트, 그리고 드라마 하나로 신드롬을 일으킨 윤제이가 오니 레드 카펫에 모인 인파도 엄청났다.
“······이게 다 뭐야?”
“본토만큼의 행사를 준비했네.”
프랑스에서는 예상치 못한 성대한 환대를 받을 수 있었다. 코비 샌더슨이 어리둥절한 윤제이의 어깨를 툭 쳤다.
“너 때문인 거 같은데?”
“나?”
LIS의 테러 행각으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곳 중 하나가 프랑스다.
실화 속 주인공인 제이든과 오웬 그리고 라이언은 이미 부대로 복귀했어도, 윤제이는 배우로서 행사에 참여하기에 나름의 환영식을 준비한 거다.
“영화 정말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심지어 영부인까지 와서 그에게 감사를 표할 정도였다.
윤제이는 각국에서 홍보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틈틈이 아들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오랫동안 집을 비우게 돼서 미안할 뿐이었는데, 윤바다는 아빠가 잘나가니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창민 삼촌이 전에 했던 과제 연기를 공개하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네.)
“음······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문창민의 수업은 여러 각도로 녹화한다. 연기하는 수강생의 모습을 모니터로 한 번 관찰해보라는 의미에서였다.
화면 속 윤바다는 주저하면서도 또박또박 대답했다.
(공개했으면 좋겠어요.)
“한 번 공개되면 지울 수 없다는 거 너도 알지?”
(네. 창민 삼촌도 그 얘기를 계속하셨어요.)
윤제이도 톡 메시지로 언질 받은 게 있긴 하다.
윤바다의 연기 연습 영상을 제대로 편집해서 공개해보면 어떻겠느냐는 거다. 일단 아들의 의사가 우선이라고 답했는데, 이렇게 벌써 반응이 올 줄은 몰랐다.
“그래도 괜찮겠어?”
(괜찮을 거 같아요. 그리고······.)
“그리고?”
(그 사람들이 보고 좀 찔렸으면 좋겠어요.)
이건 윤바다 나름의 복수법이었다. 보란 듯이 잘나가서 자신을 버린 사람들이 후회했으면 좋겠다.
(이상해요?)
윤제이는 윤바다의 주저하는 모습에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런 감정을 가졌다는 거로 아빠가 날 싫어하면 어쩌지······ 같은.
“아니. 그럴 수 있어. 나쁜 게 아니야.”
윤제이는 일단 윤바다를 안심시켰다. 그래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영상이 공개된다면······ 처음에는 어색할 수도 있어. 너를 동정하는 사람도 있겠지. 이게 뭐 대단한 거냐며 악플을 남기는 사람도 있을 거야.”
(견딜 수 있어요.)
“알아. 네가 약하지 않다는걸.”
<아버지> 때는 잠깐 윤제희였지만, 윤바다는 윤제희가 아니다. 윤제이는 아들이 어릴 때의 자신보다 더 심지가 단단한 아이라는 걸 안다.
“그래도 사람들의 악의가 네 상상보다 더 크거든.”
(······아빠는 반대하는 거예요? 반대하시면 안 할게요.)
윤제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네 의사를 존중해. 고민 많이 하고 결정한 거지?”
(응.)
“그래. 하지만, 속상한 일이 생기면 아빠한테 바로 말해야 해.”
(네.)
윤바다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아빠가 믿고 지지해준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아빠가 보기에 영상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네게 미치면, 난 널 보호하기 위해 영상을 내리고 필요한 조처를 할 거야. 그건 이해해 줄 거지?”
(네.)
이제 슬슬 칭찬 좀 해 줘야지.
“사실 그대로 묵혀두긴 아깝기도 해. 그때 너는 정말 잘했거든. 나도 주변 사람들한테 자랑하고 싶었는데.”
(진짜요?)
“영상 공개되면 난리 나겠다. 우리 아들, 안 그래도 캐스팅 제의도 많이 오는데······.”
윤바다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그 모습에 윤제이도 미소를 지었다. 아빠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