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52)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252화(252/287)
반응 보는 게 재밌거든요.
(JJ, 좋은 아침입니다.)
“래빈, 잘 지냈죠? 거긴 아침이 아닐 텐데요.”
(일부러 한국 시각 맞춰서 전화했죠.)
미국 에이전시의 매니저, 래빈의 영상 통화였다. 윤제이는 핸드폰을 대충 주방 선반에 올려놓았는데, 래빈은 제 턱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지금 요리하시는 거예요?)
“애 밥 먹이고 학교 보내야 해서요.”
(오, 잠시만요. 이거 캡처해서 제 SNS에 올려도 되죠?)
윤제이는 고개를 내려 제 옷차림을 살폈다. 소매를 걷은 흰 셔츠에 검은색 앞치마를 둘렀다. 손에는 나무 주걱이 들려 있었다.
뭐 볼 게 있다고 캡처까지 하나. 마음대로 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래빈의 손가락이 화면에 잡혔다.
(당신을 담당하는 매니저라는 게 알려진 이후로 팔로워가 어마어마하게 늘었거든요. ‘악의 몰락’ 개봉 이후로 JJ, 당신의 영향력이 얼마나 높은지 알아야 해요.)
“글쎄요, 설마 김노아만 하겠어요?”
사실 ‘김노아’보다 파급력이 세다는 걸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굳이 직접 찾아본 건 아니고, 아들 때문이다.
<악의 몰락 PART-1>은 15세 이상 관람가였다. 사실 이것도 한국용 버전으로 편집돼서 낮춘 거지, 미국 오리지널 버전이었더라면 아마 19세 이상 관람가로 책정됐을 것이다.
윤바다는 고작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아빠의 영화를 보지 못한다는 것에 불만이 많아 보였다. 그리고 그걸 다른 곳에 풀었다.
영화를 본 뒤의 감상평을 검색해보는 것이다. 한국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의 반응까지 검색해보는데······.
‘귀엽긴 했지.’
좋은 평가가 보이면 ‘아빠, 이거 봐요’ 하면서 재잘재잘 떠드는 게 말이다.
그래서 윤바다의 영어 실력도 일취월장했는데, 이러다 괜히 이상한 표현법을 배울까 봐 걱정이었다. 이래서 부모들이 자녀가 게임 같은 걸 하는 걸 싫어했나.
(김노아보다 심해요. 어디 보자······ 바로 1초 전 글이 있네요. ‘이 남자랑 결혼하고 싶다’ 이건 뭐 놀랍지 않은 반응이고, 이러다가 국민 영웅에 국민 핫가이되겠어요.)
“하하.”
과장이 심하네. 윤제이는 다 끝난 요리를 접시에 담았다.
(긍정적인 것도 많아요. 요약하자면, 동양인에 관한 인식이 더욱 좋아졌다는 거죠.)
“그건 좋네요.”
(그리고 영화 개봉 뒤 입영을 신청하는 청년들이 엄청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국방부의 감사패를 받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음, 그건 별로······.”
래빈은 인기에 초연한 모습인 윤제이의 반응을 어떻게든 끌어올리려고 애썼다. 죽기 전에 이 배우가 소리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오늘도 역시 래빈의 패배였다.
“그나저나, 앞으로 미국 갈 때 조심해야겠는데요.”
(걱정 마세요. 경호 인력을 보강할 겁니다. 오기 전에 연락만 해 주세요.)
“래빈, 팔로워 많이 늘어서 인플루언서가 되겠다고 매니저 관두면 안 돼요.”
(하하! 알겠습니다.)
윤제이는 막 잠에서 깨 화장실로 향하는 윤바다의 모습을 흘끔 바라보며 말했다.
“더 말씀하실 거 있나요?”
(우선, 축하합니다.)
<악의 몰락 PART-1>은 20억 달러를 돌파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순위 6위를 돌파했다.
아직 상영관에서 내려갈 시기는 아니니 추이는 계속 올라갈 거다. 그리고 윤제이는 러닝 개런티 계약을 했다.
(한국에서는 어때요?)
“엊그제 천만을 달성했더라고요.”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영화의 천만 달성에 기사가 쏟아졌다.
‘악의 몰락 파트 1’ 천만 돌파···윤제이 트리플 천만 배우 등극
윤제이, 티켓 파워 1등 배우의 위엄
‘악의 몰락’ 글로벌 흥행에 OTT ‘기억의 끈’ 순위 급상승
트리플 천만 배우니 뭐니, 이상한 수식어를 붙였는데, <인터미션>은 알겠는데 <영구동토>까지 묶을 줄은 몰랐다. ‘진영도’가 주연도 아니고, 비중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었는데.
-윤제이 진짜 난놈인듯
뭐 손대는 것마다 흥행하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님ㅋㅋ
└ㄹㅇ 작품운이 개좋은듯
└배우 본체도 작품 보는 눈 좋고ㅇㅇ
-이 기사 봤어?
영화계, ‘윤제이를 잡아라’ 전쟁
└일단 영화를 재밌게 만들어야지 배우빨로 해결하려는 건 너무 얍삽한듯
└여기서 승자는 이영창 감독이네ㅋㅋ
└얼굴 되고 연기 개쩌는 배우가 어디 흔하냐
└솔직히 윤제이가 가만히 화면만 응시하고 있어도 500만은 넘을듯
윤제이가 티켓 파워가 엄청난 배우라는 평가에 다른 이견은 없었다.
(그리고······ 당신에게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넘쳐서 우리 사무실 전화가 불이 났었죠.)
“음?”
래빈이 신난 듯 설명을 이어갔다.
<악의 몰락>은 대놓고 국뽕 영화다. 영화를 보고 국뽕에 찬 유력 인사들이 영화에 관해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윤제이가 실화 속 주인공이고, 직접 본인 역할을 소화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작품 못 맡을 일은 없겠어요. 아예 제작이나 연출 쪽으로 나서보셔도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넘칠 예정이니······.)
“그건 기쁜 소식이네요.”
예전이었더라면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연기 외적으로 주목을 받는 상황이 말이다.
게다가 뭐 잘한 게 있다고 과거의 영광을 자꾸 끌어올리나 싶었다. 영화 개봉 초기에는 발가벗겨진 기분을 느꼈다. 이걸 굳이 공개해도 되나? 싶은.
하지만 영화를 보고 그를 응원하는 팬들의 글을 볼 때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SNS 메시지로 전사한 옛 전우의 가족이라는 사람에게서 연락받았던 적도 있었다.
윤제이도 얼핏 알던 사람이었다. 주로 대신 복수를 해 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였다.
아마 영화가 공개되지 않았더라면 받지 못했을 찬사였다.
그래서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이룬 것들이니, 이젠 누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그렇다고 무작정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아니에요. 애초에 이 사람은 투자 가치가 없는 것에는 투자 안 하기로 유명하거든요. JJ, 당신의 연기가 그만큼 감동을 줬다는 거죠.)
윤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은 한국보다 더 인맥과 재력이 중요한 사회다. 믿을 구석은 많을수록 좋다.
(그리고······ 마일즈 윌슨이 ‘악의 몰락’ 시상식 출품을 위해 팀을 꾸린다고 하더군요.)
래빈은 남우조연상 후보에 윤제이가 오를 거라는 얘기도 했다.
(저희 에이전시 측에서 분석해 본 바로는, 아마 무난하게 수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쟁작이 딱히 없거든요. 조연상 후보군에 오른 사람들도 그렇고······.)
“흠, 그래도 기대는 안 해야겠네요.”
(왜요? 저희 분석이 못 미더워요?)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과거 기억을 끄집어내서 연기에 적용했을 뿐이다. 수상권에 유력하다고 하더라도 실존 인물이라는 이점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본인 역할을 직접 소화하셨다고 해도 그 연기는 수상 안 하면 이상할 정도던데요.)
래빈도 개봉 당일 영화를 봤었다.
영화 속 제이든 나이트가 절친을 떠나보낸 뒤 결연한 표정으로 영웅의 탄생을 예고했다면, 윤제이는 영웅의 몰락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평론가들의 평이 좋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마냥 ‘우리는 승리했다’ 따위의 영화가 아니라 전쟁 이면에 어떠한 부작용이 있는지, 그 때문에 한 사람이 무너지는 과정을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이제 부담은 내려놓으세요. 좋은 소식만 기다려도 모자랄 판에.)
윤제이는 후, 숨을 내뱉었다. 마침 씻고 나온 윤바다가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래빈 아저씨예요?”
(Kid! 오랜만이야!)
“아저씨! 우리 아빠 어때요?”
(어떻긴, 여기 지금 난리 났어!)
아이고, 아들과 매니저가 아니라, 극성팬이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건 뭐······ 실소가 새어 나왔다.
그래도 기분은 좋으니 됐다. 윤제이는 윤바다의 정수리에 제 손을 얹었다.
“래빈, 이제 끊을게요.”
(넵. 나중에 봬요.)
윤제이는 연신 하품하는 아들의 모습을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또 인터넷 반응 찾아보다가 늦잠 잔 거야?”
“아뇨!”
윤바다는 태블릿 패드를 또 압수당할까 봐 품에 소중히 껴안았다.
“대본 보느라 그래요.”
“그래, 이번 한 번만 믿어준다.”
“진짠데······.”
사실 마이튜브에 <악의 몰락 PART-1> 관련 클립 영상이 뜨긴 했는데, 진짜 그거랑 댓글만 몇 개 보고 대본 공부를 했다.
“오늘은 안 데려다주셔도 돼요.”
“왜?”
“유건이 형이랑 같이 가게요.”
윤제이는 의외라는 듯 가방을 메는 윤바다를 쳐다보았다.
“많이 친해졌나 보네.”
“내가 챙겨줘야죠. 그 형은 친구가 별로 없어서······.”
“허, 그래? 언제 한 번 집에 데려와.”
“그 형 하는 거 봐서요.”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 하는 말이 제법 의기양양한데, 윤제이의 눈에는 그저 웃길 뿐이다.
“그리고 그 아줌마 반응 보는 게 재밌거든요.”
“누구, 유건이 어머니?”
“네.”
윤바다가 씨익 웃었다. 정유건과는 같은 학교다. 그리고 윤바다는 단편 드라마와 유명 작가의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아역으로 전파를 탔다.
[우리 엄마가 널 의식하나 봐.] [왜?]그 작품의 방영에 맞춰 정유건의 매니저이자 어머니인 박규연이 경쟁하듯 스케쥴을 잡는 걸 알았다.
이제 제2의 윤제희 언플은 먹히지 않았다. 진짜 윤제희 주니어인 윤바다가 생겼으니까.
게다가 윤바다의 연기 연습 영상이 마이튜브에 올라오자마자 아역 배우의 화제성을 다 잡아먹어서 불편한 게 보였다.
‘그 아줌마 반응 장난 아니었지.’
그리고 윤바다는 쐐기를 꽂았다.
정유건을 데리러 학교에 우연히 마주친 박규연을 향해 대놓고 말한 것이다. 아줌마가 우리 아빠 몇 년 지나면 퇴물 될 거라고 한 거 들었어요.
[내, 내가 언제 그런 소리를 했니? 너 나를 어떻게 보고······.] [그래요? 잘못 들었나 봐요. 죄송합니다.] [허, 참! 너 어른 모함하면 안 돼. 요즘 잘나간다고 애가 건방져서는······.]당연히 박규연은 부정했다. 윤바다도 일부러 따지지는 않았다.
[근데 그때 아빠랑 같이 들었는데······.] [뭐?!] [아무것도 아니에요.]그냥 찔리라고 한 번 흘린 거다. 그 자리에 두 사람 빼고 아무도 없는 건 확인했다.
드라마 촬영장도 아니었고, 설령 누가 본다 해도 어른이 아이를 해코지하는 것만 보이겠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어떤 반응?”
“뭐, 이런저런 거요.”
“······어른을 놀리면 안 돼.”
“놀리는 건 아닌데, 노력할게요.”
아들이 나간 현관문을 보고 윤제이가 어휴, 한숨을 쉬었다.
맘 같아서는 같이 나가서 박규연에게 인사라도 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젠 <인터미션:아르페지오>의 홍보 일정을 돌 때라서 바빴다.
그리고 바깥을 나선 윤바다는 맞은 편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정유건에게 뛰어갔다.
“바다야!”
“안녕, 형. 촬영은 끝났어?”
“응.”
차에 올라탄 윤바다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아빠도 인사하고 싶었는데, 곧 나가셔야 한대서요.”
박규연이 떨떠름한 표정을 숨겼다. 사실 함께 데려다주긴 싫은데 아들이 너무 좋아하길래 어쩔 수 없었다.
‘유건이, 쟤는 배알이 꼴리지도 않나.’
내 아들이라지만 너무 순하다. 저래서 연예계에는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박규연이 한숨을 쉬었다.
사실 정유건은 윤바다를 향한 경쟁 의식도 조금 있긴 한데, 부담을 계속 주는 어머니가 더 무서웠다.
언제 한 번 학교에서 하소연했었는데, 그때마다 윤바다는 거의 세뇌에 가깝게 주입했다.
형은 엄마의 대신이 아니다. 그 말로 정유건은 자존감을 많이 회복했고, 이젠 경쟁자가 아닌 친구로서 의지를 많이 했다.
“아버지는 잘 계시고?”
“네. 영화 수익이 20억 달러를 넘었대요.”
“큼, 그러니?”
“네. 그리고 러닝 개런티인가? 그거라서 돈 많이 번대요.”
윤바다는 별거 아니라는 듯 윤제이의 성과를 줄줄 읊었다.
박규연은 생각이 더욱 복잡해졌다. 현재 윤제이의 영화계 입지가 엄청났다.
잘 보여서 정유건의 영화 필모를 좀 꾸려야 하는데, 그때 퇴물이라 한 소리를 애랑 함께 들었다고······ 나중에 얼굴 보면 어떻게 대해야 하나. 우리 아들에게 불이익을 주진 않겠지?
물론 윤제이가 그럴 사람은 아니지만, 박규연은 윤제이를 잘 모르니 이런 생각까지 드는 거다.
“맞다. 아빠가 언제 형 데리고 집에 오래.”
“진짜?!”
윤바다는 룸미러를 통해 박규연과 눈이 마주쳤다.
‘계속 그렇게 불편해하세요.’
윤바다가 히죽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