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55)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255화(255/287)
염두에 둔 배우는 있어요?
윤바다는 영화를 보기 전에 간식을 산 것도 잊고 스크린 속 세계에 빠져들었다.
스크린 속 유태혁이 다소 무례하고 건방진 행동을 하면 윤바다는 옆자리의 아빠를 쳐다보고 다시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렸다.
‘귀엽네.’
작은 고개가 휙휙 돌아가는 모습이 말이다.
아마 화면 속 유태혁의 성격과 윤제이의 괴리가 느껴져서 확인하려고 쳐다보는 거겠지.
윤제이는 이미 관객과 영화를 함께 보고 GV 이벤트를 해서 편집된 영화는 처음이 아니었다. 그래서 주로 아들의 반응을 즐겼다.
윤바다는 입을 헤, 벌렸다. 아빠뿐만 아니라 삼촌들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마치 부모를 짝사랑하는 것 같은 정이현, 그리고 부모에게 증명하려고 강박 관념에 휩싸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마냥 생각 없는 것 같은 오인수도 다른 멤버들에 비해 옅은 자신의 존재감 때문에 자신감이 낮아져 있었다.
민준영도 오인수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감정이었다. 유태혁을 밴드의 길로 끌어들인 장본인이지만, 애매한 포지션 때문에 속앓이하는 모습.
개개인의 고뇌가 돋보이는데, 중간중간 연기의 질이 확 올라가는 구간이 있었다.
(야, 민준영. 넌 너무 걱정이 많아.)
(그게 너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하냐?)
(난 너 없으면 밴드 시작 안 했을 건데.)
유심히 보니 유태혁과 붙는 장면이 나오는 구간이었다. 이런 게 케미스트리라고 하는 건가?
‘우와.’
아빠라는 콩깍지를 빼고 봐도 뭔가 다른 게 느껴진다.
정신없이 영화에 빠져들다 보니 어느새 아지타토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아지타토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던 소속사에 사이다를 주는 구간에서는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다.
“헉.”
“권민재다.”
특별 출연한 권민재로 몇몇 관객들이 숨을 삼켰다. 그의 등장은 당연히 개봉 첫날부터 화제였다.
-인터미션2 마지막에 ‘그분’ 나오니까 영화관 난리났음
진짜 곳곳에서 경악함ㅋㅋㅋ
내 옆에는 비명지르더라 그분 팬이었나봐
└관크 인정임 그분이 나올줄은 몰랐음ㅋㅋㅋ
└그분이 누구야?
└궁금하면 인터미션2 봐
영국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아지타토는 한국적인 거리에서, 직선으로 뻗은 길을 걸어간다.
그리고 짧은 엔딩 시퀀스가 뜬다. 무대 위에서 신나게 웃으며 연주하고 노래하는 아지타토 멤버들.
오인수/남찬희
오인수가 힘차게 드럼을 때린다. 북에 물이 고여있어서 스틱을 두드릴 때마다 물방울이 튀어 화려하게 보인다. 오인수는 정말 연주에 심취한 모습이었다.
민준영/백도경
그리고 민준영의 기타 독주.
정이현/강하준
정이현이 그런 민준영과 등을 맞대고 연주를 이어간다.
그리고 카메라는 다시 아지타토를 원경으로 비춰주다가, 베이스를 연주하는 길고 유려한 손을 비춘다.
유태혁/윤제이
이윽고 스탠드 마이크에 얼굴을 대고, 영화의 엔딩 곡을 부른다.
정이현이 드럼을 치는 오인수 옆에 다가가서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른다. 민준영이 유태혁의 마이크에 난입해서 코러스를 부른다.
유태혁은 그런 민준영을 어깨로 치며 마이크를 사수한다. 그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음악 자체가 정말 재밌는 행위고, 그들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곡이 끝나고, 검은 화면에 스탭 롤이 올라오면서 상영관의 조명이 서서히 켜진다. 관객들이 하나둘 일어난다.
“야 진짜 재밌다.”
“그러니까 개봉 날에 같이 보자니까.”
친구를 끌고 온 관객부터, 이제야 처음 보게 되어 여운에 젖은 관객이 기가 다 빨린 듯 비틀거린다.
“다시 봐도 음악 죽인다. 진짜.”
“진짜 내 인생 영화 될 듯.”
이미 몇 번 정도 복습한 사람들까지 다양했다.
윤제이와 윤바다는 관객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갈 때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땠어?”
“재밌었어요!”
“그래?”
윤바다의 볼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윤제이는 그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저기······ 사인 좀 해주실 수 있나요?”
두 사람이 바깥으로 나가자,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윤제이를 붙잡았다.
윤제이는 워낙 체격부터 눈에 띄어서 이미 관객 대부분이 그를 알아보고 ‘혹시?’ 하던 참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지금은 애랑 있어서······.”
“해드려요!”
옆에서 윤바다가 펄쩍 뛰었다. 윤바다는 인기 많은 아빠가 그렇게 좋은지 헤헤 웃고 있었다.
“음, 그럼 잠시만······ 펜 있나요?”
“여기요!”
기다렸다는 듯이 내민 건 1주 차 특전 포스터였다. 윤제이가 웃으며 그 포스터에 사인을 해주었다.
별안간 상영관 출구 복도에서 이뤄진 작은 사인회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머, 너는 바다 아니니?”
“저를 아세요?”
윤제이가 팬과 사진을 찍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윤바다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당연하지! 너 로봇으로 나온 단편 드라마도 봤어. 연기 정말 잘하더라.”
“우와. 진짜요?”
윤바다는 아빠가 아닌 자신을 알아봤다는 것에, 그것도 자신이 나온 드라마를 언급하며 말하는 모습에 멍해졌다.
그는 ‘윤제이 아들’이라는 칭호가 만족스러웠다. 윤제이를 알아보다가 곁다리로 자신을 알아보는 것도 꽤 좋았다.
하지만 배우 윤바다를 알아보는 모습에 기분이 이상했다. 내면에서 마치 불꽃이 펑! 터지는 느낌이었다.
“나한테 사인해줄래?”
“우와아!”
윤바다가 양손으로 제 볼을 감싸면서 좋아했다. 윤제이가 웃으며 아이에게 펜을 쥐여주었다. 그는 아이가 방에 틀어박혀 사인 연습을 한 것을 알고 있었다.
“사진도 찍어줄 수 있어?”
“네!”
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관객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윤바다를 쳐다보았다. 윤제이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다가 낯익은 사람을 발견했다.
“어? 너는······.”
“안녕하세요, 오빠.”
갑자기 제게로 시선이 쏠려서 깜짝 놀란 최민아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아, 사실 도련님도 있어서 그냥 모른척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앞에서 이러길래 저도 슬쩍.”
“그래. 잘 왔어. 전에 이벤트도 네가 해준 거지? 안 해줘도 됐는데.”
“아! 당연히 오빠 팬이라면 해야죠!”
“덕분에 힘 났어. 고마워.”
이 많은 사람 속에서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 우쭐한 기분이 든 최민아는 흠흠, 헛기침했다. 언제 봐도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다.
“아빠. 아는 사람이에요?”
“아빠 초창기 팬이야.”
“우와.”
최민아가 정중하게 말했다. 속은 난리가 났다. 어, 뭐야 귀엽잖아. 귀여운데? 자세히 보니 얼굴도······ 우리 도련님 크면 장난 아니겠는데?
“안녕하세요, 도련님.”
“전부터 궁금했는데, 내 아들이 왜 도련님이야?”
“아드님을 그냥 부를 순 없죠. 극존칭이에요. 이미 우리 사이에서는 그렇게 부르도록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어요. 마치 황제와 황태자처럼······.”
“하하! 말 재밌게 하네.”
최민아의 볼이 새빨개졌다. 내 배우를 웃기기 위해서라면 광대 짓쯤이야 아무렇지 않다.
-인터미션2는 삶을 대하는 자세를 다룬 거 같아
그냥 단순한 오락 음악영화인줄 알았는데 곳곳에 숨겨진 장치가 많더라.
중간에 유태혁이 민준영한테 이러잖아 “지가 원석인 것도 모르고”
근데 이건 유태혁에게도 해당되는 말임.
바이올린으로 콩쿠르 휩쓸고 군면제까지 받는게 쉽냐? 세상에 천재들이 많다고 기량이 딸려서 관둔게 아니라 본인이 만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관둔 거라고도 해석할 수 있지 않냐? 그리고 아지타토라는 밴드를 통해서 이 갈등을 해소했다고 보는데
그리고 오인수가 망설이면서도 펍에서 드럼 스틱을 잡았을 때도 약간 알을 깨고 나오는 듯한 연출이었잖아.
여기서 우리 모두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해석도 가능할듯ㅇㅇ
그리고 그렇게 대중에게 휘둘린 아지타토를 다시 끌어올린 것도 대중과 SNS의 힘이었음, 처음에는 과한 관심에 부담을 느꼈는데
영국 갔다온 민준영은 이제 부담을 느끼지 않잖아ㅇㅇ 내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표현한 거 같음
└오 분석 잘했다
└이게 맞는듯 인생은 내가 어떻게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거니까
└나도 유태혁이 과거에 기량이 딸려서 바이올린을 관둔게 아닌 거 같음, 자신이 먼저 한계를 짓고 포기한게 아닐까 싶음
└└근데 이미 1편에서 아빠 살자한거 때문에 바이올린 내려놓은거라고 했잖아
└└이건 감독이 새로운 해석을 의도한 거 같기도 함
└하… 또 보러 가야겠다
영화를 리뷰하고 관련된 일화를 말하는 예능 프로그램, 촬영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네, 방구석 영화 토크! 이번에는 정말 귀한 분들을 모셨습니다!”
오늘 출연할 게스트 때문이다.
“이 영화, 아직도 핫하죠?”
“아직도라뇨, 영원히 핫할 걸요?”
<인터미션:아르페지오>는 1편에 이어 천만을 넘었다. 그리고도 아직 상영관에 걸려 있었다. 음향 특화 관은 여전히 인기 공연 티켓팅 수준으로 뚫기 어려웠다.
“잡설 그만하고 빨리 소개해 주세요.”
“미란 씨, 너무 재촉하시는 거 아니에요?”
“빨리 보고 싶으니까 그러죠. 제가 어디서 이분들을 뵙겠어요.”
“좋습니다. ‘인터미션’ 시리즈의 신지원 감독님과 배우 윤제이님을 모셨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기다리던 게스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우와.”
패널들은 윤제이를 보자마자 입을 쩌억 벌린 채로 굳었다. 자막으로는 ‘정지화면 아닙니다’라고 나왔다.
신지원 감독은 고정 패널인 박재윤 감독 옆에 앉고, 윤제이는 개그우먼 유미란의 옆에 앉았다.
“어우, 잠시만요.”
유미란은 무서울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 지척에 다다르자,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윤제이는 고개를 숙이고 유미란과 눈을 마주치려 했다.
“어디 불편하세요?”
“아니, 아니 잠시만.”
“제가 도와드릴 거라도?”
윤제이의 얼굴이 불쑥 나오자, 유미란이 결국 옆으로 넘어졌다. 의자에 앉은 게 아니라 바닥에 앉은 거라서 크게 넘어진 건 아니고, 옆으로 누운 수준이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유미란이 손가락 사이로 윤제이를 바라보았다. 윤제이가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다.
“일부러 이러죠!”
“반응이 너무 재밌으셔서요.”
윤제이는 뻣뻣한 배우가 아니라 예능적인 재미를 아는 사람이었다. 센스있는 모습에 제작진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우선, ‘인터미션:아르페지오’가 천만을 넘었죠?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박재윤 감독님이 논알콜 샴페인을 준비했어요. 축배 한 번 듭시다.”
영화계에서는 이영창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박재윤 감독은 오늘 이를 갈았다. 윤제이를 제 차기작에 섭외하기 위해서였다.
함께 축배를 들고, <인터미션:아르페지오>에 관한 얘기부터 시작했다.
제작진은 평론가의 평과 관객들이 커뮤니티에 감상평을 올리며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한 것들을 보여주었다.
“이런 평이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관객들 수준이 정말 높네요. 어느 정도 의도하긴 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답을 찾지 못한 청년들이 위로받았다고들 하더라고요.”
“그건 정말, 극찬이네요.”
영화에 관한 얘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영화를 보다 보니 우리 신 감독의 고민이 보이던데, 어때요?”
“역시 박 감독님이시네요. 사실 1편의 성공이 제게 부담이 많이 됐거든요.”
“영화 속 아지타토 멤버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셨겠는데요? 그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중간중간 윤제이가 들어와서 감독과 했었던 대화, 그리고 그걸 어떻게 연기로 풀어냈는지 말했다.
패널들이 눈을 빛내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영화 자체도 재밌었는데, 이렇게 영화를 위해 감독과 배우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듣는 건 정말 재밌었다.
“이야, 두 분이 죽이 정말 잘 맞네요. 그래서 감독님. 차기작은 어떻게, 계획해둔 게 있나요?”
“정통 클래식 영화를 기획 중입니다. 영화 속에서 태혁이가 음악을 계속하는 것처럼, 저도 그러려고요.”
“오! 드디어 감독님의 진짜 전공이 나오나요?”
“네.”
“혹시 염두에 둔 배우는 있어요?”
“음······.”
신지원의 고개가 저절로 윤제이에게 돌아갔다. 윤제이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저요?”
“네. 아무래도 제이씨만 한 사람이 없네요. 바이올린 연주 수준급이지, 연기도 잘하지, 얼굴에다가 티켓 파워까지.”
“저야 영광이지만, 태혁이랑 이미지가 겹치지 않을까요?”
“글쎄요······ 우리 제이씨라면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연기를 선보일 거 같은데, 여러분은 어떠세요?”
패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제이는 워낙 외모가 출중해서 쉽게 잊히지 않는 강렬한 인상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화면 안으로 들어가면 ‘배역을 연기하는 윤제이’가 아닌, 그냥 배역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그에 박재윤 감독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신 감독, 두 번이나 독점했으면 이제 나한테 양보하는 게 어때?”
“죄송합니다. 선배님. 놓치기 싫어서요.”
근엄하고 진지한 박재윤 감독이 망가지는 순간은 드물다.
“제이 씨 생각은 어때요?”
“저야 두 분 영화 출연하면 좋죠.”
다분히 중립적인 의견인데,
“진짜? 우리 한 번 스케쥴 정리 좀 해볼까?”
단번에 미끼를 문 박재윤의 모습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