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57)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257화(257/287)
아버지 (1)
윤제이도 상영관 가운데에 앉아 드디어 자신이 촬영한 영화의 완성본을 보게 되었다.
조유경이 오늘 하루 통으로 대관한 상영관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스크린을 자랑하는 상영관이었다.
“아······.”
윤제이는 화면 속 자기 모습이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등이 이상했다. 마치 이영창 감독이 그의 등을 툭툭 두들겨주며 위로하는 것 같았고, 앞으로 괜찮을 거라며 등을 떠밀어주는 것 같았다.
어떤 생각으로 영화를 봤는지 모르겠다. 마치 주마등을 느낀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눈물을 흘렸을 때와는 사뭇 다른 감동이었다.
“와······.”
“이건.”
영화가 끝나고 스탭롤이 올라가는데도 누구 하나 일어서는 사람이 없었다.
누군가는 계속 한숨만 푹푹 내쉬었고, 누군가는 훌쩍였다.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짝, 짝. 누군가를 시작으로 상영관 내부에서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윤제이.”
“어?”
“인사하러 안 가?”
“아. 먼저 가.”
옆에 앉은 권민재가 일어나서 상영관 앞쪽으로 내려갔다. 윤제이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미쳤다.”
“와, 나 지금 심장 엄청 뛰어.”
“너 울어?”
영화 속 ‘아버지’에게 몰입한 사람들이 탈력감을 느낀 듯 등받이에 힘없이 몸을 기대거나 눈물을 훔쳤다.
게다가 이 영화는 ‘소년’과 ‘아버지’에 관한 영화임에도, 감독의 의도를 읽어낸 사람들은 윤제희가 사라진 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윤제이 부럽다 진짜.”
“저런 감독님에게 받는 선물이라니.”
저절로 이영창이 윤제이만을 위해 만든 영화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영창이라는 거장 감독이,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해 헌정하는 영화. 거의 모든 배우의 로망이나 다름없었다.
“민재야. 너 왜 이렇게 잘해?”
“하하, 감사합니다.”
“너 아닌 줄 알았어. 이미지 대변신이다, 진짜.”
‘인신매매범’으로 기존 이미지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인 권민재에게도 극찬이 이어졌다.
“그래서, ‘인신매매범’도 제이처럼 네 얘기가 들어가 있어?”
“궁금하시면 선배님도 GV 이벤트 참여하세요.”
“아아! 궁금해.”
그 순간에도 윤제이는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다.
영화의 주연은 1시간 30분 내내 미친 연기력으로 영화의 몰입을 이어갔다. 윤제이에게 관심이 쏠릴 법한데도, 그 누구도 윤제이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않았다.
영화를 보다 보니 그가 저렇게 가만히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아서다.
제삼자인 관객들마저도 감정이 휘몰아치는데 이야기의 당사자는 얼마나 큰 감정의 폭풍을 느끼고 있을까.
스탭 롤이 끝나고, 상영관에서는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드디어 윤제이가 일어나 출구 쪽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이영창에게 다가갔다.
“감독님.”
이영창 감독을 둘러싼 사람들이 뒤로 물러났다.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내 선물은 어땠니?”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다. 이영창의 손에 편집된 영화, 김지훈 촬영 감독의 눈으로 담은 화면은 자신을 향한 위로와 격려, 그리고 애정이 담겨 있었다.
잠시 말문이 막혔던 윤제이가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이리 와.”
이영창이 두 팔을 벌리자, 윤제이도 팔을 벌려 그와 포옹했다.
평론가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마치 다 큰 아이와 아버지가 포옹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스크린 안뿐만 아니라 현실에도 있었다.
주변에서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제이야. 영화 잘 봤다.”
“그동안 고생 많았네.”
“형, 연기 미친 거 아니냐고!”
그제야 윤제이의 곁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영화 잘 봤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는 말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들었다.
“애는 안 데리고 왔어?”
“애는 아직 영화를 못 볼 나이라서······ 저기 있네요.”
적나라하게 묘사하진 않았지만, 소년병이라는 예민한 주제가 포함되었기에 영화의 등급이 한 등급 올라갔다.
윤바다는 중학생이 되어서야 이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들, 여기.”
“아빠!”
마침 매니저가 윤바다를 데리고 상영관 내부로 들어섰다. 두리번거리며 아빠를 찾던 윤바다가 우다다 달려가 윤제이에게 안겼다.
“영화 어땠어요?”
“좋았어. 우리 바다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니까요.”
윤바다는 불만이 가득한 듯 볼이 빵빵해졌다. 하지만 이 바람도 금세 빠졌다. 그를 알아본 많은 사람 덕분이다.
“어머, 네가 ‘소년’이구나.”
“화면이 잘 담아준 게 아니라 원래도 분위기가 있네.”
“이 감독님이 왜 캐스팅했는지 알겠는데?”
자신을 향한 칭찬 세례에 윤바다의 볼이 발갛게 상기됐다.
“저 잘했어요?”
“엄청 잘하던데?”
“진짜요?”
“그럼, 가짜겠니?”
“우와.”
윤제이는 속된 말로 연기 차력 쇼를 보여주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관객을 설득했다.
자, 날 봐. 어떤 거 같아? 너도 이런 시절이 있지 않았니? 현혹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치 대가의 경지였다. 아마 이 정도 연기력이면 어떤 이상한 대본도 다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윤제이에게 밀리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낸 것도 대단한 거다.
특히 마지막의 바닷가 장면에서의 한 마디는 꾸역꾸역 참던 사람들의 눈물을 터뜨리게 할 정도였으니까.
“가자. 다음 주부터 바빠질 테니까.”
“네.”
평론가가 상영관 밖으로 나서는 윤제이와 윤바다를 찍었다. 스크린 속 아버지와 아들은 현실이 되어 삶을 살아간다.
***
시사회가 끝난 이후, 후기가 올라왔다.
<아버지> 한 줄 평
불완전한 ‘소년’에서 완전한 ‘어른’이 된 사람에게 바치는 헌정 시 -★5
푸른 하늘과 메마른 황야, 동트는 새벽과 바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가족이 된다. -★5
한 사람을 위한 영화는 우리 모두를 위한 영화가 되었다. -★4.5
-영화 <아버지> 시사회 후기.
······영화가 끝나자마자 나는 탄식했다. 휘몰아치는 여운 때문에 몸에서는 탈력감이 일었다.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지만, 필자는 영화가 정식 개봉하는 날에 천천히 이 영화를 음미하러 다시 영화관을 찾을 것이다.
-아버지 평 뜬 거 봤어?
평론가 거의 만점이더라
└와 김현식이 평 저렇게 준거 오랜만이지 않냐
└근데 좀 걱정된다 평론가 평 좋으면 나랑 안맞는데
└└222
-아버지 천만 찍을까?
윤제이니까 가능하겠지?
└이영창 윤제이 조합인데 당연히 찍을듯 게다가 권민재랑 문창민, 백다은도 티켓파워 상당하고ㅇㅇ
└└근데 그것도 몇년전 얘기지 요즘은 거장 감독에 대배우 조합 말아줘도 죽쑤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예고편이나 평론가 평 보니까 예술영화에 가까운거 같은데 예술영화는 유구하게 흥행 잘안되지 않았나?
└└이것도 모름 세계관이라든지 액션장면 보면 지루할 거 같지 않던데
<악의 몰락 PART-1>과 <인터미션:아르페지오>에 이은 세 번째 영화다.
앞선 두 영화는 천만 관객을 훌쩍 넘기고 올해의 국내 영화 중에서 1, 2위를 다투었다. 심지어 <악의 몰락 PART-1>은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순위권에 들 정도였다.
윤제이라면 당연히 천만은 넘을 거라는 반응과 예고를 보니 상업 영화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며 이번에는 천만 신화가 깨질 거라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박재윤 감독, ‘아버지’ 극찬 “올해는 ‘아버지’가 휩쓸 것”
영화 ‘아버지’ 시사회 참여한 김현준, 말을 잇지 못해
‘아버지’ 극찬 행렬, ‘영화계 르네상스 돌아오나’
하지만 영화에 관한 호평은 계속 이어졌다.
-아버지 뭐야 바이럴이야?
왜 다 극찬함?
└바이럴이겠냐?
└이영창 윤제이 조합인데 바이럴을 왜돌림?
-아 빨리 다음주 됐으면 좋겠다
대체 어떤 영화를 만들었길래 이러냐
└내말이
└와 근데 윤제이 연기 미쳤고 아역 분위기 돌았고 권민재가 장난 아니라던데?
└권민재 배역 설명 봐 무려 ‘인신매매범’임ㄷㄷ
그렇게 기대감을 끌어올린 끝에 전국에 있는 모든 상영관에 <아버지>가 걸렸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윤제이의 오랜 팬, 이영창 감독의 작품 마니아 등 여러 사람이 첫날부터 상영관을 찾았다.
“아, 근데 이런 영화 재미없는데.”
“닥치고 따라와.”
친구에 의해 억지로 따라온 사람도 있었다. 별로 관심 없던 사람들도 화면 속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와, 이거 뭐지?”
“그니까. 뭐지?”
영화를 다 본 뒤 멍해져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너무 집중돼서 머리가 아프다는 사람도 있었고, 복잡한 것 없이 그저 재밌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영화 아버지 진짜 이상한 영화임
아 진짜 감정이 휘몰아치는데 뭐라 표현할 수 없어 진짜 이상해
└와 내 심정이 딱 이거임
└난 계속 눈물이 나오더라ㅠㅠㅠ
└└내 옆사람 존나 오열하던데 너냐?
-아버지에서 윤제이 연기 미쳤음
와 미친 진짜 너무 처절하고 절절하고 숨이 막히는데 이게 한시간 반 내내 이어짐
내취향 아닐 거 같아서 그냥 윤제이 얼굴만 보러가자고 마음먹었었는데 얼굴이 안보일 정도임 와 미쳤음ㅠㅠㅠㅠ
└촬감이 잘 담아준것도 있을거임 제작진 보니까 어린이 드림팀이던데ㄷㄷ
└대체 무슨 영화를 만든 거야? 궁금해서 주말에 보러간다ㄷㄷ
<아버지>는 점점 입소문을 탔다.
‘한 번으로는 안 되겠는데.’
시사회 이후 영화의 여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영화 평론가 엄지현은 빈 원고 창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평을 올려야 하는데, 집중이 되지 않았다.
“선배, ‘아버지’ 평은 다 작성하셨어요?”
“아직. 한 번 더 보려고.”
“저도 갈래요.”
“너도?”
엄지현의 후배이자 영화 리뷰 마이튜버인 박승혜가 한숨을 쉬었다.
“아, 뭐라고 해야 하지? 한 번으로는 부족한 느낌? 선배는 이런 느낌 안 드세요?”
“······나도 그래.”
<인터미션:아르페지오>가 음악과 배우들의 비주얼, 대중적인 인기 때문에 N차 열풍이 불었더라면, <아버지>는 한 번 보고서는 뭐라 정의하기 힘든 영화였다.
두 번, 세 번 봐야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영화였다. 다시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는 감상을 올린 사람도 있었다.
“마침 근처에 영화관 있네. 보러 가자.”
“네.”
두 사람이 영화관에 들어가자, 평일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와, 예전에는 예매 안 해도 자리 남았는데 지금은 빼곡하네.”
“윤제이 효과죠, 뭐.”
비싸지는 영화 티켓, OTT의 인기 등으로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와중이었다.
<악의 몰락 PART-1>과 <인터미션:아르페지오>의 흥행으로 영화계에 훈풍이 불었다. 배우 한 사람이 만들어 낸 파급력이었다.
“선배, 가장 구석 자리도 괜찮아요?”
“그거라도 보자.”
두 사람은 따로 간식이나 음료는 사 들고 가지 않았다. 어차피 영화 보다 보면 뭐 먹는 것도 잊게 될 테니까.
“나 이런 영화 싫어하는데.”
“아 쫌, 여기까지 왔으면 입 다물어. 끝나고 네가 가고 싶다는 데 가줄게.”
“와 근데 사람 개 많네.”
벌써 크게 수군대는 사람들. 핸드폰에 뭐가 있는지 시선을 고정한, 반딧불이로 변태할 꿈나무도 있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벨 소리가 큰 관객도 있었다.
“어? 어어. 나 영화 보러 왔지.”
“하아······.”
엄지현이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좀 집중해서 보고 싶은데.’
가끔 관크가 심한 상영관이 있다. 지금 여기가 그 현장 같다. 어쩔 수 없지. 당장 또 보고 싶은 내가 참아야지.
그렇게 기다림 끝에 불이 서서히 꺼지고 영화가 시작됐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도시는 사막화가 진행 중이었다. 바람 소리가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희망이 없는 듯 화면에 담긴 색채가 다채롭지 못하다.
드론 카메라로 찍은 화면은 하늘에서 땅을 바라본다.
화면에 담긴 황무지의 모습은 묘하게 규칙적이었다. 버려진 자동차, 폐건물 등은 완벽한 수직과 수평을 이뤘다. 마치 테트리스 같은 모양새다.
수직과 수평으로 가득한 세상에, 하나의 대각선이 보인다.
남자가 어딘가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대각선으로 규칙을 깬 모습은 남자가 이 세상에 섞이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혹은 그의 방향에 정해진 길이 없다거나, 삶에 어떠한 목적이 없다는 뜻이거나.
“······하아.”
‘남자’가 지친 숨을 토해낸다.
대본 리딩 현장에서 걸음걸이 하나만으로 다른 배우들을 압도했던 모습은, 작정하고 만든 세트장과 합쳐져 엄청난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엄지현은 문득 다른 관객들을 바라보았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시끄럽게 굴던 관객들이 조용해졌다. 걸음걸이 하나만으로 관객을 휘어잡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