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61)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261화(261/287)
아버지 (5)
소년이 세뇌하듯 아빠라 부른 게 무명에게 먹힌 것일까.
소년의 빈자리가 느껴지니 애써 외면했던 감정이 벅차올랐다.
이제 인정해야 했다. 그의 마음에서 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음을, 하지만 망설일 시간이 없다.
소년이 그를 ‘아빠’라 불렀으니, 무명도 아버지의 의무를 다할 생각이다. 우선 소년을 되찾아야 한다.
무명은 마지막에 머물렀던 생존자 마을을 다시 찾았다.
피 칠갑이 된 무명을 피하던 사람들을 무력으로 붙잡았다.
“끄아악!”
“도망쳐!”
그리고 그들을 위협했고, 협박했다. 무명과 소년은 은밀히 움직였다. 무명은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너희들이 흘렸나.”
“뭐, 뭐가?!”
“내가 애를 데리고 다닌다는 사실.”
그렇지 않고서야 약탈자들이 이리 빨리 자신을 찾아올 리 없다.
방심했다. 마침 물자도 떨어져 갔고, 아이라면 다들 환영했으니 잠시 머물러도 괜찮을까 싶었다.
아니라고 잡아떼던 사람들은 무명의 살기에 못 이겨 실토했다.
“우, 우린 그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서?”
무명의 눈이 위험하게 번들거렸다.
“당신들이 살기 위해서 애는 버려도 된다고?”
이 대사는 소년을 의미하기도, 무명을 의미하기도 했다.
살기 위해서 어린아이까지 전쟁터로 내몰렸던, 그리고 살기 위해 인신매매범에게 소년을 넘긴 것처럼.
혹은 윤제희를 의미했다.
살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 펜대를 이리저리 놀리던 사람들.
보호해야 할 아이보다는 돈벌이로, 유명세를 이용하기 위해 캐스팅했다가 이런저런 비난만 늘려놓던 사람들, 그 때문에 고통받았던 윤제이의 유년 시절이다.
“왜 이러는 거야! 어차피 그 애는 부자들에게 입양될 텐데!”
“맞아! 너랑 함께 다니는 것보다는 더 풍족한 생활을 누릴 건데 뭐가 문제야!”
“합리화하지 마.”
우리를 이 시궁창으로 처박은 부자들의 장난감으로 휘둘리며 살아가게 둔다고, 어떤 부모가 자식을 그런 구렁텅이로 빠뜨리게 하나.
무명은 칼을 들고 가장 시끄러웠던 사람의 목덜미를 살짝 그었다.
“히, 히익!”
“어디 있나.”
“무, 무슨······.”
“7번, 그 녀석들 있는 곳이 어디냐고.”
애를 봤다고 연락했었으니, 위치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르면 찾아와. 안 그러면 다 죽는다.”
악귀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
서로 총구를 겨누고, 피와 살점이 튀고 동료였던 사람이 쓰러진다. 이젠 물자까지 없어서 단검 한 자루만 가지고 싸우는 사람도 있었다.
[뭐지?] [전투 중지라고?]갑자기 전투 중지 사이렌이 울린다. 각 진영에서 동시에 말이다.
[이제 이 의미 없는 소모전을 그만하자!] [전쟁은 끝났다!]결국 전쟁은 서로가 의미 없는 소모전만 반복한 끝에 끝났다. 어린아이까지 갈아 넣은 끝에 말이다.
[끄, 끝났다!] [흐윽, 끅······.]끝났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무기를 바닥에 던진 채 우는 사람도 있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지?] [교관님은 공훈을 세우면 우리가 영웅이 된다고 했어.] [그러면 이제 굶지 않아도 되는 거야?]사실 결과는 달랐다. 영광을 약속했던 기득권은 숨었고, 원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소년병이라고 배척당했다.
이윽고 아이만 죽이는 바이러스가 창궐해 다섯 살 이하 아이들인 다 죽었고, 아이들은 더욱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때 당시에는 남는 게 제일 나은 선택이었다.
전쟁터에 몸을 혹사했으니, 당연히 충분한 보상을 줄 거라 믿고 있었으니까.
[어, 어디 가는 거야?] [이제 지쳤어.]10번은 당장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다. 영광이고 뭐고 다 필요 없었다. 이미 더럽혀진 손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나.
[이대로 간다고?!]적어도 이 시절의 무명은 나름대로 명분이 있었다. 자신이 활약함으로 인해 전쟁을 빨리 끊고 싶은 목표가 말이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라고.]하지만 목표가 잘못됐다는 것을 전쟁이 끝난 직후에 깨달았다. 10번은 허탈하게 웃었다. 특수 효과는 청소년기의 윤제이를 위화감 없이 구현해냈다.
이제 10번에게 남은 건 그의 번호가 새겨진 장총과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 후회가 남았다.
[어, 어디로 가는데!]7번은 절뚝거리면서 그를 따라갔다.
10번은 그가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전쟁터에서 몇 번이나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
전장의 악귀라 불리며 명성을 드높인 녀석에 이어 자신도 명성을 얻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의 목숨을 빼앗게 될 거라는 걸 알지만, 7번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아군 아니면 적군, 죄책감 따위는 없었다.
무명은 적어도 죄책감이라도 있었다. 전쟁 이후로는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않았다.
자신을 만들었던 시설을 파괴하고 희생된 아이들을 화장하거나 땅에 묻어주었다.
전쟁 후유증으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그는 살아남은 사람의 고통을 느끼면서도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고 이게 당연하다 여겼다.
[어디든. 이곳이 아닌 곳으로.] [야! 나도 갈 거야!]10번은 자기 몸을 보호할 게 필요해서 그의 번호가 새겨진 장총을 버리지는 못했다. 그것을 지친 듯 질질 끌고 갔다.
다리를 다친 7번은 10번을 따라가지 못했다. 점점 서로의 거리가 멀어진다.
[날 데려가!]7번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마치 자신만 여기 내버려 두지 말라고, 버리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것 같았다.
“아······.”
잠에서 깬 인신매매범, 7번이 몸을 일으켰다.
그 이후 7번은 10번과 같은 명성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날 때부터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기에 비도덕적인 행동을 일삼았다.
남의 것을 빼앗고, 죽이고, 불태웠다.
아이가 귀해지자 곳곳에 숨어 있는 아이를 납치해 가족 놀이에 심취한 기득권들에 재화를 받고 팔았다.
그 기득권이 자신을 전쟁에 밀어 넣은 사람이라는 건 상관없었다. 그의 삶의 방식은 이랬다.
“우리 애는 잘 있나?”
7번은 요즘 삶이 재밌었다.
10번. 동경했고 비교의 대상이었다. 그런 애증 넘치는 녀석을 아빠라 부르는 소년의 존재 때문이다.
저 녀석을 내 색채로 물들이면, 10번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안녕.”
소년은 혼란스러웠다.
그를 납치한 사람은 무명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리고 아빠의 존재를 듣고 미친 듯 웃었다.
“밥을 왜 안 먹었어?”
소년도 이 사람들이 자신을 팔아넘기기 위해 납치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대장인 남자가 갑자기 자신을 아빠라 부르라 했을 때는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먹어.”
납치된 상황에서 입맛이 있을 리가. 하지만 소년에게 거부권은 없었다. 거부하면 강제로 먹일 테니까.
7번은 소년을 무명처럼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본 게 아니라 장난감으로 봤다. 마치 기득권들처럼 말이다.
“욱, 우욱.”
“잘 먹네.”
가끔 오락가락하긴 해도 소년을 물리적으로 해치진 않았다.
“아저씨는······.”
“아빠.”
“······빠는 왜 여기 있어요?”
소년은 용기 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무명, 아빠도 자신을 귀찮아하면서도 버리지 않았으니, 정을 먼저 주면 이 사람도 달라지지 않을까.
“콜록.”
“기침을 왜 하지? 어디 아픈가.”
“아, 아니에요.”
마음이 풀린 건지 7번은 나름 얌전해졌다.
“부럽다.”
“······왜, 왜요?”
“네 젊음이.”
네가 품은 희망과 가능성이. 우리는 누리지 못했던 전쟁 없는 평화로움을 누릴 기회가.
“그 녀석이 너를 데리고 다닌 것처럼, 내가 너의 보호자가 되면 달라질까?”
“······.”
“녀석 대신에 널 가지면 나도 달라질 수 있나?”
그는 소년에게 한없이 다정하다가도 비틀린 감정을 내비쳤다.
소년도 그걸 느꼈다. 7번은 자신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자신 너머 누군가를 보고 있었다. 아마 무명이겠지.
무명을 떠올리자 가슴이 울컥했다. 소년은 제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숙여 치받아 오르는 눈물을 삼켰다. 어제 울었다가 7번이 무섭게 윽박질렀기 때문이다.
“······아빠.”
“내가 네 아빠야!”
7번이 소년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겁에 질린 아이의 모습이 7번의 눈동자에 투영된다. 그 모습이 언뜻 7번의 군복을 입은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다.
“미, 미안해. 놀랐지?”
“······흑.”
역시 회유는 포기다. 이 사람은 미친 사람이다. 무명이, 아빠가 보고 싶다.
‘날 구하러 오긴 할까?’
아마 날 잊을지도 몰라. 나를 귀찮아했으니까. 그래도 와 줬으면 좋겠는데.
“울지마.”
제 머리를 쓸어 넘기는 손길이 무섭기만 했다. 이 사람은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소년의 미세한 표정 변화가 눈길을 끈다.
쾅!
바깥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이윽고 부하가 들이닥쳤다.
“대, 대장!”
“뭐야?!”
“습격이······!”
폭발음은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약탈자들이 제 은신처를 방어한다고 뛰쳐나갔다.
그리고 총성과 비명이 언뜻 들렸다.
‘아빠일까?’
소년이 고개를 들었다.
“놈인가?”
“모르겠어요, 한 명이래요.”
“그럼, 녀석 맞아.”
아빠가 날 찾아왔어! 소란을 틈타 소년이 도망쳤다.
“어디 가는 거야!”
7번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소년을 붙잡으려 했다. 간발의 차로 놓치자 이성을 잃었다.
저 녀석을 잡아야 한다. 10번이 가진 가능성과 희망, 저게 내 것이 되어야 한다.
“대장!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에요!”
“젠장······!”
하지만 부하의 만류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애가 도망가봤자 어딜 가겠나. 이곳은 미로같이 복잡한 동굴이다. 절대 제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다.
“끄아악!”
“대장!”
10번을 대적할 사람은 오로지 자신밖에 없었다.
그의 부하들은 악귀를 상대할 대장이 등장하자, 함께 공격하는 것이 아닌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다. 이들의 단합력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거다.
“10번, 오랜만이야.”
“······.”
“나 안 보고 싶었냐?”
“애, 어디에다가 숨겼어?”
숨긴 게 아니라 도망간 거지만, 정보는 안 밝히는 게 낫다.
7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옛 동료이자 친우인 자신보다 소년을 먼저 찾는 모습이 아니꼬웠다.
“숨겨? 이미 팔아넘긴 지가 언젠데?”
“네가 아직 데리고 있다는 거 알아.”
“어떻게 아는데? 애는 비싸. 난 비싼 걸 더 비싸게 팔 수 있어.”
말과는 반대로 7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무명은 표정 변화 없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넌 나를 엿먹이고 싶었을 테니까.”
“아니야.”
“네가 가지고 싶었을 뿐이잖아. 나를 아빠라 부르는 존재를, 네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아니야!”
이런 말을 하는 자체가 10번이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는 게 되지만, 제정신이 아닌 7번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무명이 불시에 단검을 던졌다. 가까스로 막은 7번의 몸이 무명을 향해 쇄도했다.
단검을 찌르고, 막고, 몸을 돌려 피한다. 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OST와 맞춰 긴박함을 준다. 미처 확인하지 못한 돌 잔해에 몸이 휘청거리고, 그 빈틈을 놓치지 않는다.
‘젠장, 넌 왜······.’
7번은 무명을 정정당당하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최후의 보루였던 권총을 뽑아 들어 방아쇠를 당겼다. 그도 총알이 얼마 없어 아끼고 아꼈던 거다.
탕!
무명이 잽싸게 몸을 굴려 그것을 피한다.
그리고 빈틈을 노려 7번의 턱을 가격했다. 충격으로 비틀거리자, 팔뚝으로 그의 목을 눌러 벽에 처박는다.
“크윽!”
인신매매범, 7번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었다. 일그러지는 시야 사이로 무명이 보였다. 왜 나는 너를 뛰어넘지 못했을까.
“왜, 왜 나는 너를, 이길 수 없는 거야.”
“······방법이 잘못됐어.”
방법? 무슨 방법? 내가 뭘 더 해야 했는데? 7번의 눈동자에 서린 의문이 서서히 체념으로 바뀐다.
‘아아, 그거구나.’
삶을 사는 방식이 달랐다.
오로지 자기의 욕망을 위해 타인을 괴롭혔다. 후세대의 희망, 미래의 상징이 될 아이들을 납치해 팔아넘겼다. 그러니 업보를 되돌려 받은 것뿐이다.
‘난 너를 이기고 싶은 게 아니라······ 너 자체가 되고 싶었구나.’
하지만 사람은 절대 다른 사람의 대신이 될 수 없다. 무명은 망설임 없이 7번의 목숨을 끊었다.
“잘 가라.”
“커흑······.”
7번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생각했다. 그래도 작별 인사는 받았군.
무명은 벽에 주르륵 미끄러지다가 털썩 바닥으로 쓰러진 옛 동료의 시신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어쩌면 이 녀석도 ‘김희망’이 됐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이름을 짓고, 남을 돕겠다는 숭고한 삶을 살 수도 있었다.
아니면 무명처럼 아무도 해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 선인이 되지는 못하지만, 악인도 아닌, 회색의 존재로.
하지만 7번은 악인의 삶을 선택했다. 그리고 초라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를 위해 싸워주는 이 하나 없이 미로 같은 동굴 구석의 시신으로.
‘그 애는 어디 있지.’
무명이 몸을 돌렸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아이를, 소년을 찾아야 했다.
살아남은 약탈자들이 악귀를 피해 도망 다니다가 길목에서 뭉쳤다.
“대장이 죽었어!”
“시발, 이제 어떡하지?”
“애, 애가 있잖아.”
“애는 어디 있는데?”
대장의 옆에 있다가 도망쳤던 부하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도망갔어. 하지만 길을 모르니 밖으로 나가진 못했을 거야.”
“샅샅이 뒤져. 그 나이 되도록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은 애야. 비싸게 팔 수 있다고.”
“그래. 한탕 거하게 하고 여길 뜨자.”
소년은 그들의 근처에 있었다. 그림자를 이용해 숨어 있었는데, 이대로라면 들킬 것 같다.
‘어, 어떡하지······.’
그때, 소년의 뒤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