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62)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262화(262/287)
아버지 (6)
“우웁.”
“가만히 있어.”
소년을 붙잡은 건 무명이 아닌 인신매매범의 동료였다. 우락부락한 근육의 남자는 횡설수설하면서 침을 줄줄 흘렸다. 마치 약에 취한 듯 보였다.
“흐흐, 흐흐흐······ 널 팔면 얼마를 벌까?”
“웁!”
“난 널 쟤네랑 나누지 않을 거야.”
이대로 저들과 악귀 몰래 은밀히 빠져나가면, 대금은 혼자 먹을 수 있다.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은 아이는 귀하다. 어쩌면 평생 먹고살 돈을 마련할지도 모른다.
“악! 이 새끼가!”
남자가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는 동안, 소년은 방심한 남자의 손을 물어 빠져나갔다.
“거기 서!”
“아빠!”
소년은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어른과 아이의 보폭 차이가 상당하다. 금세 따라잡힐 거다.
보는 이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박한 상황. 관객들이 마음속으로 소년을 응원하고 있을 때, 결국 남자가 소년의 머리채를 잡는다.
“아빠아!”
“흐흐, 잡았······!”
상영관 곳곳에서 누군가가 숨을 삼키고, 어떡하냐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퍽!
마침 무명이 소년을 쫓는 남자에게 단검을 던졌고, 미간에 명중한 남자가 푹 쓰러진다.
무명이 정말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을 확인한 소년이 왈칵 눈물을 쏟았다.
“이리 와!”
무명이 두 팔을 뻗었다. 그리고 소년을 품에 안아 들어 올렸다.
“가자!”
소년이 필사적으로 도망친 것처럼, 무명도 필사적으로 소년을 찾았었다.
그리고 소년을 되찾게 된다면 이번에는 이름을 묻고 싶었다. 없다면, 지어줄 요량이었다.
자유를 되찾아도 스스로 이름을 짓지 않았던 그는 소년을 위해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정에 물들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런 여유를 부릴 수는 없다.
“뭐야?!”
“저기다!”
“찾아!”
소란을 듣고 우르르 뛰어오는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 아빠.”
“꽉 잡아.”
겁에 질려 말을 더듬는 소년을 꽉 안았다. 그리고 달렸다. 일곱 살 남짓의 아이를 안고 한참을 도망 다니니 저절로 숨이 벅차오른다.
“찾았다!”
그동안 약탈자들은 쉴 새 없이 그들을 방해했다.
무력으로 자기들을 장악했었던 대장이 무명 탓에 죽은 걸 알면서도 달려들었다. 그만큼 소년의 존재는 탐이 나는 존재였다.
쐐액! 퍽!
“아악!”
무명은 공격하는 상대의 움직임을 피하고 빈틈을 노려 검을 쑤셔 넣었다. 격한 움직임에 소년에게서 떨림이 느껴진다.
애는, 애는 괜찮나? 어디 다친 데는 없겠지?
“콜록.”
“······너.”
“네에?”
소년의 얼굴을 확인한 무명이 잠시 멈칫했다. 기침과 주륵 흐르는 코피, 열감이 느껴지는 피부, 이건 어린아이만 죽이는 그 바이러스의 증상이다.
사색이 된 그가 소년을 내려놓고 얼굴을 더듬었다.
‘발병했나?’
아니야. 아직 몰라.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그놈이 소년을 납치해서 데리고 있는 동안 제대로 챙기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저기 있다!”
“쫓아!”
무명은 다시 소년을 안고 도망쳤다.
“크윽······!”
“아빠!”
“괜찮아!”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초라한 단검 한 자루만으로 뜀박질을 계속하니 당연히 무명의 몸에 생채기가 늘어났다.
아파서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이를 악물었다. 그는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 여기서 쓰러질 수 없었다.
“어, 어떡해요······.”
그 와중에도 무명은 자기 목을 꽉 끌어안는 소년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임사랑, 같이 있다 보면 느껴질 거라던 당신의 말이 옳았어. 이미 소년은 내게 애정을 주고 있었어. 깨닫는 게 늦었어.
“누가 해치워!”
“으악!”
탐욕스러운 약탈자들의 시선은 무명보다는 소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빈틈이 많았다.
소년이라는 짐이 있었지만, 오히려 소년을 지키기 위한 집념으로 무장한 무명을 꺾는 건 어려웠다. 가히 기예에 가까운 몸놀림이었다.
“아빠.”
“괜찮아. 곧······.”
카메라는 불안해하는 아이를 안심시키는 무명의 표정을 확대한다.
무명은 소년과 ‘세상의 끝’을 향하는 여정을 다니면서 삶이 다채로워졌다. 전쟁 이후 송장처럼 살던 그가 이렇게까지 살아있음을 느낀 적이 없었다.
무명처럼 살던 이는 윤제이였다. 도망치고 도망치다가 도달한 전쟁터, 그곳에서 겪은 상실과 고통, 후유증이 그를 짓눌렀었다.
스크린이 소년의 얼굴을 비춘다.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윤제희로 인해 벌어진 가정의 불화가 시작이었다. 도망치고, 외면하고 싶던 과거였다.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그를 살리고 있었던 것도 윤제희였다. 그 시절 접했던 연기의 경험은 그에게 가면을 씌웠고, 가늘게 삶을 연명했다.
그리고 그렇게 버틴 끝에 드디어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무명은 소년을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왜 진작 너를 소중히 하지 않았을까.
너도 나와 같은데.
화면 속 무명이 묵직하고도 날렵한 기예에 가까운 액션을 펼치는데도 관객들은 이상하게 눈물이 나왔다.
소년을 지키기 위한 무명의 모습이 너무도 필사적이고 처절해서일까? 아니다.
미장센이나 화면 효과 등 영화를 잘 모르는 관객들은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아도, 가슴으로 와닿는 게 있었다.
무명을 연기하는 윤제이의 감정이 오롯이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감정이 휘몰아쳐 가슴이 울렁거렸다.
“크아악!”
“잡아!”
“안돼!”
결국 동굴에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두 사람은 마침 입구에 세워진 오토바이를 타고 길을 달렸다.
“아빠, 상처가······.”
“괜찮아.”
소년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무명을 걱정스러운 듯이 올려다보았다.
한참을 달린 끝에 두 사람을 태운 낡은 오토바이가 드디어 ‘세상의 끝’에 도착했다.
잔잔한 파도 소리와 백사장, 고개를 더 돌려보니 테트라포드에 감싸인 방파제 위에 절반 정도 날아간 등대가 보인다.
아직 해가 뜰 시간이 아니라 어둡기만 했던 바닷가, 상상과는 다른 모습에 두 사람은 실망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바라볼 뿐.
‘진정됐나 보군.’
소년은 언제 울부짖었냐는 듯 무명을 앞질러 뛰어갔다. 그렇게 꿈을 꾸던 ‘세상의 끝’이다. 소년에게서 처음 보는 천진난만함과 아이다움이었다.
영화의 초반부, 시선이 엇갈리고 비틀렸던 무명과 소년이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했던 장면이 생각난다.
붉은빛이 도는 모랫바닥을 딛고 선 무명과, 푸른 하늘 아래 웃으며 무명을 ‘아빠’라 불렀던 소년.
메마른 황야, 그 땅을 딛고 걸어가는 지친 발걸음.
푸르른 하늘, 그 아래에 선 해맑은 미소.
하늘이 점점 더욱 밝아지면서, 동이 튼다.
소년을 상징하는 하늘에 무명을 상징하는 붉은 빛이 번진다.
그리고 붉었던 하늘의 색채가 서서히 자줏빛으로 변한다.
“······아.”
하늘의 변화에 소년이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소년이 ‘세상의 끝’이라 믿고 있던 꿈의 바다는 두 사람의 색을 섞은 하늘의 색으로 물든다. 그리고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다.
무명은 소년의 한 걸음 뒤에 떨어져서 제게 펼쳐진 풍경과 새로 생긴 가족을 담는다.
눈동자가 소년의 뒷모습에 고정되었을 때, 무명이 희미하게 웃었다. 완연한 아버지의 미소였다.
“아빠.”
그때, 소년이 그를 부른다. 무명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가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다.
계속 아빠라 불렸지만, 지금 소년의 목소리를 듣고 느껴지는 감정은 새롭게 다가왔다.
당시 애드리브를 해도 되나 망설여서 떨리는 목소리가 오히려 더욱 감정을 북받쳐 오르게 한다. 무명은 감정이 요동쳐서 제 가슴께를 만졌다.
처절한 탈출 장면에서 애써 참던 관객들은 여기서 결국 무너졌다.
훌쩍거리는 소리가 상영관 곳곳에 들린다. 하지만 그 소리가 거슬리게 다가오지 않았다.
영화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어떠한 관람 방해가 일어나도 몰입이 깨지지 않았다. 그만큼 감독의 연출이, 배우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거다.
잠시 뜸을 들이던 소년이 다시 입을 연다.
“우린 이제 괜찮아요.”
그리고, 소년이 뒤를 돌아 아버지를 바라본다.
“그렇죠?”
소년의 뒤로 여명이 비친다. 구름이 걷히면서 후광처럼 보이는 햇빛, 아이는 살아 있는 희망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무명은 드디어 희망을 품었다.
과거와 현재, 윤제희와 윤제이. 소년과 무명.
소년에게서 시선을 고정한 무명이 메마른 입술을 연다.
“······그래.”
그리고 찬란한 빛무리에 감싸였다.
***
서서히 암전되는 스크린, 그리고 OST와 함께 스탭 롤이 올라간다.
누군가가 감동에 젖어 숨을 토해내고, 슬퍼서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진정한다.
“와, 진짜······.”
영화평론가 엄지현이 깊은숨을 내뱉었다. 또 보면 지루할 만도 한데, 오히려 전보다 더욱 와닿았다. 엄지현은 고인 눈물을 소매로 쓱쓱 닦았다.
한참을 여운에 젖어 일어나지 않던 그녀가 아쉬운 듯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가만히 있던 후배를 바라보았다.
“헉, 승혜야. 너, 너 왜 이렇게 울어?”
“흑······ 흐엉.”
“일단 나가자.”
단순히 눈물을 흘리는 것을 넘어서 오열할 지경이 된 후배를 보며 당황한 엄지현은 박승혜를 이끌고 영화관 근처의 카페에 자리 잡았다.
“좀 진정됐어?”
“네.”
엄지현도 후배가 저렇게 우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영화에 빠져 있었다.
“처음 본 것도 아닌데 이렇게 울면 어떡해.”
“그때는 리뷰할 거 찾느라고 제대로 보지 못해서······.”
박승혜가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켰다.
“아까는 왜 그렇게 통곡했어?”
“한 번 더 보니까 갑자기 옛날이 생각나서요.”
“옛날?”
박승혜가 코를 훌쩍였다.
“저는요, 선배. 영화감독을 하고 싶었어요.”
“알아. 너 과제도 잘했었잖아.”
“사실 졸업 전시회를 보고 좋은 제안도 왔었거든요.”
“그랬어?”
제법 유명했던 제작사에서 괜찮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건 절친했던 엄지현도 처음 듣는 얘기다.
“그런데, 왜 안 했어?”
“제가 포기했어요. 그때 집안 사정이 좋지 못했거든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잖아.”
“그리고 당시에 저는 자존감이 없었어요. 어차피 기회가 와도 활용을 못 할 거라고, 집안 사정이 안 좋은 건 좋은 핑계였죠.”
“그럴 수 있어.”
엄지현이 덤덤한 말로 박승혜를 위로했다.
“이 영화 보고 왜 갑자기 그때가 생각났는지 모르겠어요.”
“······.”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 제 상황이 달라졌을까요?”
버린 꿈에 관한 후회가 밀려 들어왔다고 했다. 엄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 때문이구나.’
소년은 기회이자 희망이며, 윤제이에게는 윤제희였다. 박승혜는 소년에게서 윤제이처럼 자신의 과거를 본 것이다.
“그래서 슬펐구나.”
“슬프다기보다는, 기뻤어요.”
“기뻐?”
“마지막 장면에서요, 그때 남겨뒀던 후회가 제게 괜찮다고 하는 것 같았거든요.”
소년과 무명은 ‘세상의 끝’에서 구원받는다. 박승혜도 자줏빛 하늘과 바다에 감화한 것이다.
“선배는 어땠어요?”
“나는······ 모르겠네. ‘소년’이 신 혹은 메시아이지 않을까? 생각했어.”
“새로운 해석이네요. 그 말도 맞는 거 같아요.”
그렇게 박승혜를 보내고 귀가한 엄지현은 영화 관련 커뮤니티를 돌아보았다.
-<아버지> 어떠셨나요?
영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스탭롤이 올라가는데 추책맞게 눈물이 흐르더군요 이 나이먹고 이렇게 울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깊은 여운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니 가슴이 울렁거리네요
└오랜만에 영화같은 영화를 본 거 같아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먹먹하고 어딘지 모를 그리움이 느껴지더군요. 오랜만에 졸업했던 초등학교를 찾아갔더니 느껴지는 과거의 향수같달까요?
└└그 기분 알죠.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저는 윗분이 말씀하시는 그리움보다는 슬픔이 너무 컸습니다. 나는 현재 잘 살고 있나?같은 생각도 들었고요.
└저도 윗분에 공감합니다.
-[아버지] 누구나 가슴 속에 소년을 품고 있다.
-영화 ‘아버지’ 조건 없는 애정이 주는 이야기
-‘어린이’가 돌아왔다. 잃어버린 동심과 꿈을 안고서 -영화 ‘아버지’ 리뷰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누군가의 평을 보고, 휩쓸리는 것보다는 영화를 일단 보고 내가 오롯이 느끼는 것이 정답이다.
영화를 볼 당시에 나는 어땠지? 엄지현이 눈을 감았다.
‘나는 소년보다는······.’
권민재가 연기한 인신매매범에 연민을 느꼈다.
남의 꿈과 희망을 빼앗아서라도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던 욕망과 열정이 젊었던 시절에는 있었는데······.
엄지현은 제 블로그에 글을 하나 썼다.
-영화 <아버지>를 다시 보고서.
안녕하세요. 영화 평론가 엄지현입니다.
본래는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리뷰를 써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뒤로 미루겠습니다.
제가 리뷰를 쓰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영화 자체의 감상을 방해하지 않을까 저어되네요.
영화를 본 제 평점은 다시 봐도 만점입니다.
영화, 꼭 보세요.
여러분이 살아온 길에 파문을 일으킬 겁니다.
구체적인 분석과 후기는 몇 달 뒤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