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7)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증명해야 할 이유(27/287)
증명해야 할 이유
‘흠, 엠마 스튜어트 경호원 이전일까 이후일까? 일단 지역은 LA나 뉴욕으로 잡고.’
소방대장으로부터 약간의 힌트를 받은 강창훈은 곧바로 SNS를 뒤적였다.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가 있는 곳을 우선으로 선별했다.
‘쓰읍······ 본명도 모르니 막막하네.’
사실 뭐라 쳐야 할 지 감도 안 온다. 일단 무작정 검색부터 시작하자.
‘솔직히 우리 눈에도 잘 생겼는데 그쪽 눈에도 잘 생겼겠지?’
키워드에 잘 생김, 핫가이 등을 추가했다. 그리고 마이튜브에 무언가를 검색했다. LA는 주기적으로 큰 산불이 발생하는 곳이다.
이렇게 찾다 보면 하나쯤은 얻어걸리겠지 하고 동영상을 보던 강창훈이 고개를 쭉 빼고 모니터에 머리를 가까이했다.
“······어?”
생각지도 못한 데서 윤제이를 발견했다.
“와, 제이 씨. 이런 일을 하셨었어요?”
“어떤 일이요?”
워낙 거쳐 간 직업이 많다 보니 뭔지 짐작도 안 간다. 그가 팀장의 뒤에 서서 화면을 보자, 다른 스태프들도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단독] 윤제이 과거사 논란 잠재울 ‘진짜 과거 사진’ 입수‘아롱아롱’ 경력직의 화재 진압이었다···윤제이, 과거 사진 “화제”
사진은 산불 진압에 대해 인터뷰하는 소방대장과 그 뒤를 지나치는 윤제이와 올리버의 모습을 순간 캡처로 담은 모습이 첨부되었다.
얼굴엔 검댕이 묻고 소방복도 지저분했지만, 워낙 눈에 띄는 외모기에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화질이 좋지 않아 이게 진짜 윤제이인지 아닌지 커뮤니티가 시끄러웠지만, 본인은 알아볼 수 있었다.
“아.”
관둔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이걸 바로 찾아내네. 윤제이의 짧은 목소리에 되레 주변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대박, 소방관이셨구나.”
“어쩐지 불 잘 끄시더라.”
“LA면 연봉도 많지 않나요?”
윤제이는 한진우를 흘끔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친 한진우는 허공에 X자를 그렸다. 우리 쪽에서 흘린 게 아니라는 소리다.
‘그 사건이 아니라 다행인 건가.’
솔직히 직업이 밝혀진 이상 그 사건이 공개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거다.
유족들은 먼 나라에서 나 때문에 아픈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게 괜찮을까? 살짝 걱정됐지만, 윤제이는 허탈하게 숨을 뱉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거다.
“근데 하필 이런 사진이네요. 좀 괜찮은 걸 못 찾으셨나?”
이렇게 된 거 그냥 즐기자. 어차피 <아롱아롱>으로 예상보다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과거사 하나쯤 밝혀질 거라 예상하긴 했다.
“왜요? 이 사진도 좋은데요.”
“저 때 아직 신참이었거든요.”
“와, 그럼 일한 지 얼마 안 돼서 이런 일을 겪으신 거예요?”
“네. 하필 LA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었다고 하더라고요. 힘들어서 죽을 뻔했죠.”
윤제이는 그때가 생각나서 허허 웃었다. 능력을 인정받아서 빠르게 신참 딱지를 뗐지만, 그래도 개고생은 개고생이었다. 한동안 코에서 불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으니.
“자! 물어보고 싶은 게 많지만, 빨리 촬영부터 시작하죠.”
“아, 네!”
팀장의 정리에 촬영장이 다시 바쁘게 움직이고, 윤제이도 카메라 앞으로 서려고 했다.
“형. 우리 쪽에서도 인정 기사 올리려고 하는데, 괜찮죠?”
“그래.”
“사진 좋은 거 있으면 주세요.”
“음······.”
누가 찍어주기만 했지, 셀카를 자주 찍는 건 아니었다. SNS도 안 했고······ 윤제이는 일단 메시지 어플을 뒤적였다.
아직 아버지의 프로필 사진은 소방관 검은 유니폼을 입은 윤제이의 사진이었다.
“이거면 돼?”
“와······ 다현 누나 좋아하겠다.”
“마케팅 팀장님?”
“그 누나 형 완전 좋아해요. 막 제복제복 노래를 부르시던데.”
“그래?”
인사하러 갔을 때는 되게 무뚝뚝했는데······ 아무튼, 단순 돈 벌기 위해서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라 소속 배우에 관한 애정으로 일한다는 건 좋은 일이겠지.
사진을 보내준 윤제이는 본격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오.”
“사진 되게 잘 찍으시는데요?”
신인이라 어색할 걸 예상한 스태프들은 능숙한 모습에 감탄했다. 팀장은 그 앞에 앉아서 흐뭇한 얼굴로 그걸 지켜봤다. 반쯤은 팬심으로 섭외한 건데, 생각보다 더 잘한다.
“슬슬 시작할게요.”
“네.”
“인터뷰 시작은 역시 ‘아롱아롱’ 얘기를 안 할 수 없겠죠? 데뷔한 지 얼마 안 돼서 맡는 비중 있는 조연, 소감이 어떠셨는지, 어떤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는지 궁금해요.”
“저도 제가 큰 기회를 잡았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과분한 자리에 들어간 만큼, 다른 분들에게 폐 끼치지 않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고요.”
윤제이는 대답하면서도 사진사가 찍기 쉽도록 말을 한 번씩 쉬어가며 자세와 각도를 다르게 했다. 사진사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사극부터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설마, 그동안 사극을 하나도 안 보셨었나요?”
“네. 아무래도 미국에 있었고, 그동안 한국 드라마를 볼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와, 매체를 통해 봐 오지도 않았는데 바로 하신 연기라고요?”
“벼락치기를 좀 했죠.”
윤제이가 <아롱아롱>에서 호평받은 건 역시 연기였다.
신인이 어떻게 저런 완벽한 사극식 높낮이를 구사하는지, 발음과 발성이 안정적인지 기복이 없다는 평을 받았다.
“제이 씨가 생각하는 무휘대군의 해석은 어떻게 되나요?”
“소시오패스 경향이 있죠. 떼쓰는 어린애. 자기 잘못을 인지하고 있지만, 고칠 생각은 안 하고 사랑받고 싶지만, 사랑받기 위한 노력은 안 하죠. 자기의 가치관을 남에게 이해하라고 주입하는 느낌? 그걸 유일하게 안 한 사람이 정연화였죠.”
“평이 가차 없네요.”
이건 윤제이로서 느낀 감상이다. 그는 잠시 무휘대군의 감정을 끌어올렸다. 조리개를 통해 이를 보던 사진사가 흠칫 놀랐다.
“하지만 직접 그가 되어 느낀 점은 우선 답답함이었어요. 내가 원래부터 이러진 않았는데.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왜 다 내 탓이라고만 하는지. 아직도 과거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처받은 어린 애, 정도일까요?”
“소신 발언하겠습니다. 저는 세자보다 무휘대군이 더 좋았어요.”
“나쁜 사람 좋아하시는구나.”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금세 풀렸다. 윤제이는 질문에 대한 답만 하지 않고 농담을 건네면서 편안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다음 작품은 뭘 하고 싶나요? 드라마나 영화 혹은 하고 싶은 직업군이라던가······.”
“빨리 촬영에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이라면 뭐든지요. 드라마 촬영이 영화보다는 일정도 짧고 급하게 돌아갔지만, 저는 좋은 분들과 함께해서 좋았거든요.”
영화는 아직 촬영 안 했을 텐데, 어디서 들은 게 있나 보지? 팀장은 이 부분에서 밑줄을 쳤다. 이건 나중에 문장을 수정하고.
“직업군이라고 하니까 말인데······ 방금 과거 사진이 떴잖아요?”
“아, 네.”
“왜 그만두셨어요?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고, LA면 연봉도 많이 줬을 텐데.”
사실 불이 무서워졌다. 그런 것만 아니면 아마 부모님이 바라는 정착하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지. 군대 이후로 오래 근무했던 직장이기도 했고, 성취감도 있었다. 윤제이는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었다.
“원래 한곳에 오래 있지 못하는 성향이에요. 소방관 이전에도 여러 일을 해 봤었고요.”
“엠마 스튜어트 경호원 시절도 그럼······?”
“네. 소방대 배정되기 전에 잠깐 했었죠.”
“여러 일을 해 보셨다라······ 다른 건 뭐가 있었나요?”
“한 번 찾아보세요.”
“쉽지 않으신 분이군요. 저는 이 인터뷰를 실어 네티즌 수사대의 도움을 받겠습니다.”
사진사는 더 찍을 필요 없다며 뒤로 물러났고, 그 앞을 차지한 건 팀장이었다.
“아이돌 윤도준 씨와 윤도화 씨의 이복형제라고 알려졌는데, 제이 씨는 소식 듣고 어떠셨어요?”
“저도 이복동생이 있는 줄 몰랐어요. 우연히 친아버지의 투병 사실을 알고 한국으로 오는 길에 그렇게 가셔서······.”
“아쉬웠겠네요.”
“······네. 그때는 그 애들이 아이돌일 거라는 생각은 못 했어요. 사람들이 사진 찍길래 SNS 셀럽인가? 정도 생각만 했지.”
윤제이는 복잡한 미국의 가정사는 빼고, 그래도 같은 핏줄이 이어진 동생들인데 장례가 끝났다고 바로 집으로 가는 건 마음에 걸렸다고 얘기했다.
“쌍둥이도 저랑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고, 잠깐 있다 갈까? 생각했어요. 막 소방대도 관뒀던 터라 할 일도 없었고.”
“그럼 원래는 바로 미국으로 귀국하실 예정이었나요?”
“네. 쌍둥이 덕분에 한국 관광도 했고요.”
“좋은 형이자 오빠네요. 덕분에 저희는 배우 윤제이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배우가 될 결심은 왜 하셨나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윤제이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았다. <어린이> 촬영 중에 느낀 행복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지금은 글쎄, 모르겠다. 촬영은 여전히 재밌다. 나를 지우고 타인이 되어보는 감각은 새로웠다. 하지만 그거보다 더 원초적인 감정이······.
‘더는 도망치기 싫었지.’
카메라 공포증으로부터, 나를 괴롭혔던 옛 환청으로부터. 카메라 공포증을 극복했다고는 해도 난 아직 예전 일을 생각한다.
[너는 안타깝지도 않아? 그렇게 재능 넘치는 애가 상처만 받고 사라졌는데? 그때 힘들게 했던 사람들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서게 해야 한다니까?]조유경의 그 말도 그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줬다. 윤제희로서 남들이 갱신하지 못할 기록을 세웠는데, 그렇다면 윤제이로서는 어떨까?
다시 한번 내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과거 나를 상처 줬던 사람들이 다시 나를 손가락질해도, 이제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내가 사실 윤제희였노라 말하며 보란 듯이 일어서고 싶다.
“저를 증명해야 할 이유가 생겨서요.”
“증명이요? 어떤?”
“비밀입니다.”
“저한테만 살짝 알려주실 생각은?”
“신비주의로 남을게요.”
윤제이는 활짝 웃었다. 아, 이걸 찍었어야 했는데. 팀장이 아쉬워서 입맛만 다셨다.
***
윤제이 소속사, “과거 소방관이었던 것 맞다···과거사 관련 억측 자제 부탁”
이게 라이징 스타의 무게인가? 윤제이, 과거 사진 공개로 악성 루머 일축
‘아롱아롱’ 화재 진압 영상 다시 화제 “어쩐지 전문가 솜씨더라”
건수를 잡은 마케팅 이다현 팀장은 포털을 긍정적인 기사로 도배했고 여론은 금세 바뀌었다.
-뭐 ㅅㅂ 과거 유흥업계 종사자?
어떤 미친새끼가 이딴 글을 싸질렀냐?
└지금보니 삭튀했네 ㅅㅂ
└라이징은 라이징인가봐 여러군데서 처패는거 보면
└소속사에서 자료 수집했다니까 고소하겠지
-솔직히 박현아가 사람 꽂아줬다 워딩도 개 이상했음
방구석 커뮤러가 뭘 안다고 피셜인양 싸지르냐 ㅅㅂ
└ㄹㅇ
└플 과열되길래 그냥 눈팅만했는데 진짜 집단광기 오져
└솔직히 그 연기 그 얼굴이면 단번에 조연들어갈만 하지ㅋㅋ 제작진은 그냥 재능을 알아본건데
-와 근데 어떻게 이러냐? 매력 개쩌네
어떻게 전직업도 소방관?? 경호원?
└배우해줘서고맙ㅠ
└진자..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방구석 커뮤러들한테 욕만 처먹고ㅠ
-생각지도 못한 내배우 떡밥ㅠ
솔직히 과사 안떠서 좋은말 안 나올거 각오했는데 이런 떡밥이ㅠㅠㅠㅠ
└돌배우 아니면 못볼거라 생각했던 찐제복ㄷㄷ
└ㄹㅇ
과한 역바이럴은 과거가 드러나자 사그라들었고, 오히려 라이징 스타 체감한다. 진짜 반응 많이 오나보다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정도 얼굴이면 유명했을거같은데
-나 LA에 사촌 사는데 한번 물어보러 간다
-근데 저런 검댕이묻어도 누가봐도 연예인할관상이다ㅋㅋ
윤제이가 LA 소방관으로 일했다고 공식 인정하자, 몇몇 사람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새로운 과거 사진을 찾는다고 나섰다.
“그래, 좋은 직업을 가졌었더구나.”
“기사를 보셨어요?”
“봤지. 그리고, 네 소식을 몰라도 알아서 알려주는 사람이 있어서.”
조유경을 말하는 것이다. 이영창 감독은 허허 웃었다. 그는 윤제이의 연기 복귀 사실을 크게 반기고 <아롱아롱> 본방을 사수하며 그의 시작을 응원했었다.
그가 느낀 윤제이는 역시 좋았다. 무려 20년을 넘게 연기를 쉬었는데도 폼이 죽지 않았다. 재능은 어디 안 가지.
“난 아직도 네가 어린애 같은데 말이야.”
“순수하다고 받아들이겠습니다.”
“하하! 그래. 들어가자.”
윤제이가 온 곳은 조유경을 경호했을 때 한 번 와봤던 식당이었다.
이영창 감독은 언제 한 번 그를 데리고 와서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었다.
식당에 들어가려던 윤제이는 건너편에 익숙한 차 번호를 보았다.
‘저거 대표님 차 같은데.’
잘못 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