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71)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271화(271/287)
외전- 바람잡이가 필요합니다.
윤제이는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등교를 준비하는 윤바다의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장난을 쳤다.
“아들. 오늘은 못생겼네.”
“진짜요?!”
“애들한테 놀림당하는 거 아냐?”
“이 씨, 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 달라붙는 애들이 성가시다면서 누구보다 애들을 신경 쓰고 있었다.
윤제이는 작은 아이스 팩을 가져왔다.
“부기 좀 가라앉히고 가자.”
“네.”
윤바다의 눈가에 아이스팩을 대주면서 운을 뗐다.
“있잖아······.”
“네.”
“앞으로 아빠가 뭔가를 할 건데, 그게 네게 영향을 줄 수가 있어.”
편한 방법이 있는데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한 것은 내 문제가 아니라 아들의 문제니까. 나중에 어떠한 잡음도 없길 바랐다.
“어떤 건지 대충 알려주시면 안 돼요?”
“음, 네가 연기 연습 영상을 대중에 공개했던 것과 같은 방법이야.”
곰곰이 생각한 윤바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는 괜찮을 거 같아요.”
“그래. 이제 좀 가라앉은 거 같네.”
아이스팩을 떼고 윤바다의 얼굴을 살핀 윤제이가 돌연 아들을 끌어안았다. 너무 숨이 막히지 않게 잘 조절해서, 아주 꽈악 안았다.
“으으! 숨 막혀요!”
“그래? 그럼 좀 더 꽉 해볼까?”
“으아!”
“이대로 차로 갈까?”
“으하학! 싫어요!”
“뭐? 좋다고?”
싫다고 말하는 음성에서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윤제이는 정말 윤바다를 한쪽 어깨에 둘러메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어머.”
아래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주민은 아이를 짐짝처럼 맨 윤제이의 모습에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윤제이는 뻔뻔한 얼굴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이 등원하시나 보네요.”
화사하게 웃는 모습에 같은 아파트 주민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게 웬 떡이야. 아침부터 윤제이를 마주치네. 오늘 운세가 좋으려나······.
“아, 안녕하세요. 바다도 안녕?”
“아, 안녕하세요······.”
윤바다는 부끄러워서 두 손으로 제 얼굴을 덮고 있었다. 아파트 주민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을 걸었다.
“혹시 학교 가기 싫어서 강제로 연행되는 거니?”
“아뇨! 그건 아닌데!”
윤제이는 윤바다의 옆구리를 간지럽혔다.
“아빠학! 내려줘요!”
“싫은데? 아, 죄송합니다. 시끄럽죠?”
“아니에요. 보기 좋은데요?”
빈말이 아니라 진짜다. 솔직히 윤제이 얼굴과 피지컬이면 뭔들 어떻겠냐만······.
“안녕.”
“안녕하떼요.”
윤제이도 주민의 아이와 인사하고 있었다. 잘 다려입은 유치원복을 입은 아이는 목도 안 아픈지 윤제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그의 소맷자락을 꼬옥 잡았다.
“어, 이런 애가 아닌데.”
“이 아저씨눈 좋아!”
“어머······.”
“저 오빠도 좋아!”
아파트 주민이 놀라서 제 아이를 바라보았다.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였는데, 사실 낯을 가리는 게 아니라 낯짝을 가리는 거였구나. 그 사이 윤바다 얼굴은 언제 본 거지?
“하하! 귀엽네요.”
“아빠아, 내려주세요오······.”
“그래그래, 너도 귀여워.”
그게 아니라! 윤바다는 몸을 살짝 버둥거렸다. 솔직히 재밌긴 재밌었다.
“그럼, 저는 이만.”
“아, 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들을 이리저리 둘러메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윤제이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으하학!”
제 몸을 기둥 삼아 윤바다를 이리저리 돌리는데, 그 와중에도 윤바다의 발은 땅에 닿지 않았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저런 면이 있구나.’
주민은 윤바다를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는 제 아이를 바라보았다. 우리 남편은······ 으휴.
‘아, 이럴 때가 아니지.’
그녀는 윤제이를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다.
-오늘 출근하다가 배우 윤제이님 봤는데요.
보기 좋아서 찍어봤어요~ 애 등교 시키나 보던데요?
막 이리저리 돌리면서 놀아주더라구요
사생아니구요, 같은 아파트주민이에요^^
└너무너무 좋고 이상적인 가족이에요
└실제로 보면 어때요?
└└너무 잘생겨서 무서울 정도에요^^ 인성은 말해 뭐하나요~ 낯가리는 우리 애가 푹 빠졌어요~
└애면 아역배우 윤바다군이죠? 진짜 보기 좋은 가족이에요~
맘 커뮤니티에 올라온 목격담은 금세 다른 커뮤니티로 퍼졌다.
-오늘 아침 윤제이와 윤바다
└아ㅋㅋ 사이 진짜 좋아보인다
└진짜 온몸으로 놀아주네
└원글쓴이 좋은데사나보다 같은아파트ㄷㄷ
└오빠 육아도 좋은데 이제 작품좀ㅠㅠㅠㅠ
└우리나라도 이런 다양한 가족형태가 필요한듯
***
“이거, 화제성 좋아?”
“요즘 시청률, 화제성 다 장난 아닌 프로그램이거든요. 형이 나온다고 하면 바로 레드카펫 깔걸요?”
잠시 회사로 들른 윤제이는 한진우가 엄선한 프로그램 목록을 확인했다.
요즘 시청률이 상승세인 예능과 토크쇼 목록이었다. 방송뿐만 아니라 마이튜브 예능도 있었다.
“화제성 필요하시면 오랜만에 예능도 한번 나가보실래요? 형이라면 화제성 정도야 휩쓸 수 있는데.”
“촬영하고 묵히는 게 아니라 방송에 바로 나왔으면 좋겠는데.”
“형이 나온다고 하면 철야를 해서라도 맞출걸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한진우는 오늘 아침에 제안해 온 프로그램 기획안을 보여주었다.
윤제이가 인터뷰와 가볍게 참여할 방송 거리를 찾는다는 소식은 금세 업계에 소문났다.
“새로 생길 예정인 프로그램이라 아직 파일럿이긴 한데요, 형이 좋아할 거 같아서요.”
“육아 프로그램이네?”
“말이 육아 프로그램이지 아이들은 잘 안 나온대요. 육아 전문가랑 같은 고민을 가진 부모들 나와서 진지하게 얘기하는 잔잔한 프로그램인데······ 첫 회가 입양 특집이거든요.”
아주 누구를 겨냥한 건지 속이 뻔히 보이긴 하는데, 안 할 이유도 없다.
“그래. 이것도 할게.”
대충 출연할 것들을 정리하자, 한진우는 손깍지를 끼고 제 얼굴로 가져다 대며 무게를 잡았다.
“그래서, 언제 얘기해 줄 거예요?”
“통화했을 때 내가 평소와는 달랐지?”
“네. 형이랑 제가 몇 년 사이인데요. 이제 한 8년 됐나?”
사실 지금도 그렇다. 평소와 같이 덤덤한 표정이지만 목소리가 조금 더 낮다. 뭐랄까, 태풍이 오기 전 고요함이랄까? 속이 들끓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다의, 예전 입양자들을 찾으려고.”
“그 양심 없는 사람들이요?”
“응. 기관에 연락해 보니 개인 정보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하네.”
“아니. 무책임하게 애를, 그래 놓고. 그게 말이 되나.”
그러게 말이야. 윤제이는 작게 숨을 토해냈다.
“그러면 그 방법이······.”
“여론을 이용해 볼까, 싶어서.”
이건 윤제이에게도 조금 실험적인 시도다. 바로 그의 영향력을 이용하는 거다. 자의든 타의든 드러내게만 하면 된다.
“그런 거면 다현 누나랑 대표님의 도움도 받아보는 거 어때요?”
“대표님까지?”
이다현도 나중에 도움을 구할 생각이었는데, 대표님은 바쁘시지 않나? 윤제이의 반응을 읽은 한진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대표님이 바다를 얼마나 아끼는데요. 이런 일에 안 끼면 삐질걸요?”
“그래. 한번 부탁해 보자.”
“마침 스케쥴 괜찮다시네요.”
한진우의 주도로 급조한 모임은 회사 인근 한정식집에서 이뤄졌다.
“제이씨!”
“대표님. 오랜만이네요.”
이서원도 나이가 들었는지 처음에 봤을 때의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사람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솔직히 요즘 살맛 났다. 그렇게 염원하던 윤제희도, 윤제이를 많이 닮은 윤바다도 제 소속으로 있으니까.
“요즘 바다 주가가 너무 좋아요.”
“그래요? 안 좋은 날이 있었나요?”
“하하! 그렇긴 하지. 제이씨도 팔불출이 다 됐구나.”
이윽고 이다현이 상기된 얼굴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와, 팀원들 몰래 빠져나오느라 힘들었어요.”
“오랜만이네요.”
“제이씨! 보내주신 간식 잘 받았어요! 진짜 우리 회사 사람들 챙겨주는 건 우리 제이씨밖에 없고······.”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이다현의 말이 빨라졌다. 한진우는 귀를 막았다.
“근데 우리끼리 모인 거 오랜만 아니에요? 회사가 커지다 보니까 이렇게 소소하게 만날 일도 없구. 그런데, 곽 실장님이 없는데요?”
업계에 악마라고 소문난 곽도현은 진작 이사 자리 꿰차도 할 말 없는 위치였다. 본인이 현장에서 뛰는 걸 너무 좋아해서 아직도 뒤에서 배우들의 편의를 위해 조율하느라 바빴다.
“곽 실장 여기 있습니다.”
“실장님! 어서 오세요.”
곽 실장의 뒤에는 앳된 얼굴의 남자가 쭈뼛쭈뼛 들어왔다.
“제, 제가 여기 껴도 되는 건가요?”
“바다 일이니까 매니저님도 껴야죠.”
“어우,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는 그게 편해요.”
“그럴까? 형이라고 불러.”
유아교육과를 나온 신입 매니저, 임예준은 입사 초기에는 윤바다를 보살피기 위한 업무가 주를 이루었다.
지금은 윤바다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서 그런지 제법 매니저티가 났다.
‘우와. 진짜 언제 봐도 적응 안 되는 얼굴이네.’
겉으로는 넉살 좋게 말 편하게 하라고 했긴 했지만, 속으로는 제법 긴장된다. 임예준이 윤제이를 마주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곽도현이 뭔가 생각났는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제이씨. 나 방금 제작사 미팅 다녀왔는데, 소문 다 났던데요?”
“어떤······”
“윤제이 방송 복귀하는 거 맞냐고, 나한테 막 잘 좀 해달라고 굽신거리더라고요.”
“제가 곤란하게 해 드렸나 보네요.”
“뭘요, 그게 내 일인데. 덕분에 미팅도 잘 끝났고요.”
윤제이는 사실 아스트라 소속 연예인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같은 소속사인 권민재와 더불어 명성에 비해 소소한 출연료를 받고 있으니, 다들 아스트라에 잘 보이려고 소속 연예인을 더 써주면서 환심을 샀다.
이러다가 윤제이나 권민재도 캐스팅하면 좋고, 라는 마음에서다.
“방송은 왜 갑자기 하시는 거예요?”
“저도 그거 물어보려 했는데!”
이다현이 급하게 끼어들었다.
국내에 공개될 작품도 없어서 작품 홍보 목적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기가 아닌 방송 쪽으로도 활동을 넓히려는 목적도 아닌 것으로 보였다.
“우선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사정을 들은 사람들이 표정을 굳혔다.
“하아, 뭐 때문에 만들어진 법인지는 알겠는데······ 답답하긴 하네.”
“그러니까요.”
“그런 이유라면 저희가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저기, 형님.”
듣고만 있던 임예준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사실 바다 연기 영상 댓글에서 캡처해 둔 게 있거든요.”
“이건······.”
전 입양자의 지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남긴 댓글이었다. 나 얘 안다고. 지금 그 사람 뻔뻔하게 잘살고 있다고.
“지금은 찾을 수 없을 거예요. 저도 캡처하자마자 새로 고치니까 없어졌더라고요.”
“금방 삭제된 게 의심스러운데? 진짜인가?”
“그러게요.”
“근데 댓글까지 모니터링 하고 있었던 거야?”
“그냥, 애한테 이상한 영향 줄까 봐서요.”
임예준이 쑥스러워서 제 뒷머리를 긁었다.
사실 매니저가 아니라 아이 케어가 1순위라는 이상한 조건이었지만, 월급을 많이 줘서 이 회사에 지원한 거였는데, 같이 있을수록 윤바다는 정말 좋은 아이였다.
‘좋은 사람이네.’
이건 소속사에서 시킨 게 아니다. 자발적으로 윤바다를 위해서 나선 것이다.
윤제이가 입꼬리를 올렸다. 대표님이 신경 많이 썼구나. 속이 꽤 가라앉았다.
“이런 영상에서 금세 반응 오는 거 보면, 방송으로 대량 살포했을 때는 입질이 더 잘 오겠는데요?”
가만히 듣고 있던 윤제이가 이다현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말인데, 바람잡이가 필요합니다.”
“저한테 맡겨주세요.”
사정을 들은 이다현이 전의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