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74)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274화(274/287)
외전- 사과는 받겠는데요
‘아빠가 뭘 하려고 하는 걸까?’
윤바다는 옆에 정유건이 따라붙은 것도 모르고 학교로 향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너 울었어?”
“아니!”
“눈이 조금 부은 거 같은데······.”
“아니거든!”
정유건의 지적에 화들짝 놀란 윤바다는 도망치듯 제 반으로 향했다.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그에게 임시아가 경쾌하게 말했다.
“바다야. 너네 아빠 방송 나온대! 이거 알았어?”
“어?”
윤바다는 임시아의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뉴스의 연예란은 윤제이의 예능 출연 소식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너는 알았어?”
“어······.”
아침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네가 연기 연습 영상을 대중에 공개했던 것과 같은 방법이야.]방송에 나가서 어떻게 하시려는 걸까?
연기 연습 영상은 혹시나 그 사람들이 영상을 보고 찔리라고 공개를 허락한 거다. 그런데 아빠가 하려는 것은 그것보다 훨씬 더 판을 키운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변한 점이 있나요?)
(많죠. 제 안의 세계가 넓어진 느낌을 받아요.)
(크, 알 거 같아요. 나도 첫째 키우면서 혼자 벅차오르고 그랬거든. 이렇게 작은 생명체가 내 딸이라니, 하면서.)
(와, 저도요.)
그렇게 윤제이가 촬영했던 방송은 곧바로 전파를 탔다. 기존에 찍어두었던 것들은 뒤로 밀어두고 윤제이만을 위해 특별 편성을 한 것이다.
(지금 아들 자랑하고 싶어서 입꼬리 제어가 안 되는 거 같은데요?)
(아, 해도 되나요?)
(와아. 아주 기다렸다는 듯이······ 좋아요. 한 번 들어나 봅시다.)
(우선 우리 바다는 영리해요. 감수성이 풍부하고······.)
윤바다는 자신을 자랑하는 화면 속 아빠의 모습에 부끄러우면서도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윤제이는 예능 촬영으로 집에 없었고, 대신 임예준이 집에 와서 윤바다의 옆에 앉아 함께 방송을 시청했다.
“매니저 형.”
“왜 불렀어?”
“우리 아빠가 뭘 하려는 건지 알아요?”
“음, 그게.”
임예준은 제 볼을 긁적였다. 윤바다의 매니저인 자신도 알아야 한다면서 부른 그 자리에서는 압박감이 느껴졌었다.
뭔가 계략을 꾸미고 있는 것 같은 대표님, 귀신같은 실장님의 정색한 모습 그리고 킬킬 웃으며 허공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다현까지.
무엇보다 가만히 팔짱 끼고 앉아있는 윤제이의 모습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마치 맹수 앞에 선 초식동물처럼.
‘그나저나 영향력을 이용해 그쪽에서 먼저 드러나게 하는 방법이라니.’
소속사 차원에서 여론을 만들어도, 그게 통하는 사람과 안 통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이건 윤제이니까 할 수 있는 방식이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 대중과 업계에는 긍정적인 이미지.
뒤에 붙은 투자자들도 하나같이 영향력 있는 사람들인 데다가 외국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게다가 그쪽에 붙은 투자자들은 한국과는 스케일이 다른 사람들이라 들었다.
“형은 잘 몰라.”
“진짜로요?”
“응. 뭔가 하려는 건 나한테도 알려줬는데, 그 이상은 실장님이랑 대표님 선에서 하신다고 하셨거든.”
“제 일에 실장님이랑 대표님도 붙었어요?”
“그럼. 그분들이 널 얼마나 아끼는데.”
윤바다의 붉어진 귀를 보면서 임예준이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연예계 일보다 아이를 보살피는 게 더 많은 일이라 까다로울 거라 생각했는데, 윤바다는 정말 착하고 얌전한 아이였다. 같이 지내면서 아이를 위해 나서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윤제이에게 사랑을 받아도 사라지지 않는 특유의 메마르고 음울한 분위기 덕분에 영화 쪽 일거리도 많이 들어왔다.
“형이 알려줄 수 있는 건, 네 아빠가 너를 정말 아낀다는 거야.”
“우리 아빠 많이 화났었어요?”
“네게 화난 건 아니고, 그 사람들에게 화난 거지. 네 보호자로서.”
대신 화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거구나. 윤바다는 다시 TV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저도 영화 봤는데, 바다 군의 연기를 어떻게 봐주셨어요?)
(글쎄요, 제가 가르친 건 얼마 없는데······ 그냥 이 장면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아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오늘 방송 윤제이 특집이 아니라 윤바다 특집이에요? 이제 제이씨 얘기 좀 해주세요!)
(이게 제 얘기인데요.)
윤바다를 생각하며 말하는 표정과 눈빛, 목소리부터 꿀이 뚝뚝 떨어졌다.
-아 진짜 윤제이 이런모습 첨봐ㅋㅋㅋㅋ
-아들자랑하려고 왔구나
-내배우의 애아빠 모먼트 개설렌다ㅠㅠㅠㅠ
-이렇게 된거 결혼하지 말고 평생 바다랑 살자
-그런데 애 버린 사람은 진짜 양심이 있는거냐?
└내말이
윤바다는 안 보려고 했던 인터넷 반응을 실눈으로 쳐다보았다.
온갖 곳에서 윤제이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전 입양자에 대한 비난에 윤바다가 입을 벌렸다.
‘이런 걸 예상하고 하신 걸까?’
대단하다.
윤바다는 아빠가 방송에서 제 내력을 밝히는 것도 괜찮았다.
어차피 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방송에서 한 번 더 말한다고 달라질 건 없다.
남들이 나를 불쌍하게 여긴다면, 정말 불쌍한 척 행동해서 이득을 취하면 된다. 내가 당당하면 된다. 그걸 알려준 사람은 윤제이였다.
“바다야. 너네 아빠 멋있다!”
“우리 아빠도 너네 아빠 같았으면 좋겠다!”
같은 반 아이들은 윤바다의 내력이 밝혀져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학교 측에서 교육을 잘 시킨 것도 있고, 사실 윤제이가 학부모들을 몰래 만나 부탁하기도 했다.
“그래봤자 주워 온 거······.”
최서준만 빼고.
“너어! 또!”
“아, 아야!”
물론 임시아가 곧바로 철퇴를 내렸다. 윤바다는 코웃음을 쳤다. 오디션을 내 발로 찾아간 건 나다.
“난 주워 온 거 아냐. 내가 찾아간 건데?”
“뭐?”
“됐어. 그렇게 생각하려면 해.”
“뭐?”
“지금 내 아빠는 윤제이거든. 부럽지?”
너희 집에는 윤제이 없지? 를 시전한 윤바다는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부럽다!”
“우리 아빠도 바다 아빠만큼 멋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남들이 버려진 아이라느니 저주받은 아이라느니 손가락질해도, 최서준의 주워 온 아이 소리를 들어도 괜찮다. 그에게는 아빠가 있으니까.
집으로 돌아온 윤바다는 ‘우리는 가족입니다’ 시청을 위해 벌써 TV 앞에 앉았다.
“아들, 꼭 같이 봐야겠어?”
“왜요? 내 욕했어요?”
“그건 아닌데······.”
윤제이는 제 입가를 가렸다. 부끄러운 말을 많이 한 거 같은데, 당사자와 함께 보려니 이건 또 기분이 묘했다.
(저는 입양 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서, 입양에 관해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거든요.)
(그냥, 바다랑 함께하면서 저절로 마음먹게 되었어요. 얘는 내가 커가는 걸 지켜보고 싶다.)
(같이 지낼수록 함께하지 못한 순간이 아쉽더라고요.)
진중하게 아이에 관한 애정과 고민을 얘기하면서 입양 선배 가족에게 조언받는 모습에서는 진심이 느껴졌다. 그에 시청자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히히.”
“좋아?”
“네.”
그럼 됐다. 윤제이는 웃으며 윤바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는 가족입니다’는 파일럿 예능 중에서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그리고, 윤바다를 버린 사람들에 관한 신상이 점점 윤곽을 드러냈다.
그리고, 지금. 윤제이는 아이의 선택을 기다렸다.
“어떻게 하고 싶어?”
“저는······.”
윤바다는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윤제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혹시나 내가 상처받을까 봐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모습, 이런 사람이 내 가족이구나.
마음이 찡 울리는 느낌에 윤바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빠가 안절부절못하는 게 느껴졌다.
“만날래요.”
다시 고개를 든 윤바다의 표정은 한 점 흔들림이 없었다.
***
아스트라의 대표, 이서원은 회의실에 다시 모인 면면들을 쳐다보았다. 자기 행동이 염치없는 것은 아는지 표정이 어두웠다.
[제이씨, 그 사람들이 바다한테 사과한 이후에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글쎄요, 애가 사과를 바랐으니 저는 사과를 받을 계기만 마련해 주고 끝내야죠. 그래서 아이가 괜찮다면······ 제가 바다의 과거에 너무 연연하는 것도 좋지 않고.]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아직 마음속에 용암이 끓고 있는 거 같은데.
[그래도 제이씨는 용서 안 될 거잖아요.] [용서를 할 사람은 바다지 제가 아니잖아요. 제가 뭐라고 해 봤자······ 그 시간에 저는 없었으니까요.] [······.] [그 아이를 더 일찍 만났어야 했는데.]하긴, 윤바다의 문제긴 하다. 윤제이는 보호자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냈다. 그가 없었던 윤바다의 어린 시절에 관해서는 여기까지가 딱 좋다.
하지만 이서원은 여기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 이미 저들에 관한 뒷조사는 마친 상태다.
“진심까지는 안 바랍니다.”
“······.”
“애가 사과받기를 원했으니, 사과만 하세요. 쓸데없는 변명 같은 거 하지 말고.”
이서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제이씨는 여기서 끝내려는 생각이겠지만······.’
하긴, 연예인이니 운신의 폭이 좁지. 우리 배우는 하던 본업 열심히 하면 되고, 이젠 내 차례다.
저 사람들도 업보를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미 저들의 일을 방해할 계획은 세 가지나 존재했다.
이서원은 윤제이뿐만 아니라 윤바다도 귀하게 여기고 있었다.
“대표님, 왔어요.”
“제가 말한 거 기억하세요.”
이서원의 말을 끝으로 문이 열렸다.
윤제이의 손을 잡고 들어온 윤바다는 그들의 기억에 있던 모습과는 달랐다.
“아······.”
누군가가 멍하니 탄식을 흘렸다.
“하실 말씀 하세요.”
윤바다가 그렇게 말하면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은 아이의 뒤에 선 윤제이를 흘끔 올려다보았다가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숙였다. 아이한테 허튼소리 하면 죽인다는 표정이었다.
그들은 전에 윤제이와 만나서 받은 공포가 아직도 각인되어 있었다. 그들이 벌벌 떨면서 말했다.
“우리가······ 미안하다.”
“어떤 사정이 있다고 해도 너를 그렇게 버려서는 안 됐는데······.”
어떤 사람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그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윤바다는 기분이 묘했다. 몇 번 상상하기는 했다. 저들이 찾아와서 사과하는 모습을.
“사과는 받겠는데요······.”
하지만 막상 겪어보니 생각보다 후련하지 않았다. 허탈감이 느껴지지도 않았고, 맥이 풀리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냥 아무렇지 않았다.
“용서는 안 할래요. 그래도 되죠?”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이 감정은 뭘까? 나는 저 사람들의 이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항상 꿈꿔왔는데.
“안녕히 가세요. 다신 볼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미련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기분이 어때?”
“······잘 모르겠어요.”
윤제이는 한참을 앞장서서 걸어가는 아이의 등을 쳐다보았다.
“그 사람들한테 사과받고 싶은 건 맞아요. 근데 막상 받아보니까 이상해요.”
“그럴 수 있어. 아직 그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안 된 것뿐이야.”
그런가? 그것보다는 좀 더 다른 거 같은데. 고개를 갸우뚱거린 윤바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더 크면 달라질까요?”
“그래.”
윤제이는 고민 끝에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소가 안 되겠다면, 아빠가 해 봤던 방식을 해 볼래?”
“어떤 거요?”
“연기.”
연기라는 얘기에 윤바다의 눈이 반짝였다. 이런 점도 날 닮았네. 윤제이가 웃었다.
“아빠가 전에 말했지? 아빠는 과거에 응어리진 감정을 연기로 해소했다고.”
“네.”
“너도 그 방법을 써볼래?”
“······해 볼게요.”
“그래. 오늘은 일단 시놉 생각하지 말고, 아빠랑 놀러 갈까?”
“히, 저 액션 스쿨 갈래요.”
윤제이는 다시 밝아진 아이를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 방법이 맞았을까?’
이미 저질렀지만, 그래도 계속 곱씹었다.
아이를 방송에 노출하는 게 옳았을까? 괜한 소리를 한 게 아닐까? 아이가 나중에 커서 왜 쓸데없는 소리를 했냐며 화를 내지 않을까?
‘네가 정말 내 친아들이었더라면 이 기분이 조금 달랐을까?’
윤제이는 그런 생각을 했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아······.”
청소년기 윤제이가 마리아 젠킨스와 함께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마리아를 제 엄마라고 생각했다.
철이 없던 그 당시에는 표현을 잘 못했다. 걱정시켜 드리지 않게 하려고 아이답지 않게 군 것이, 마리아에게는 벽을 친 것처럼 보였다.
마리아 젠킨스가 당시 습관처럼 내뱉은 말이 있었다. 내 배로 낳았어야 했는데. 훌륭한 아들을 뒀다는 만족감과 한탄이 동시에 느껴지는 말이었다.
‘이런 기분이셨겠구나.’
윤제이는 본가와의 시차를 계산했다. 이따가 밤에 전화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