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76)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276화(276/287)
외전- 피의 왕관
초대 황제가 드래곤과 아이를 낳았고, 대대로 용혈을 타고난 아르탈리 황가는 300년간 서부의 패자로 군림했다.
용의 피 때문에 후사가 귀한 황제는 나이 50이 넘어서야 드디어 후계자를 보게 되었다. 리차드와 이사벨 쌍둥이.
“이럴 수가······!”
아르탈리 황가는 빛나는 듯한 금발을 가지고 태어난다. 용의 피를 진하게 이었다는 증표였다.
하지만 벌꿀 같은 금발의 이사벨과는 다르게 5분 먼저 태어난 오빠 리차드는 칙칙한 갈색 머리를 가지고 태어났다.
리차드와 이사벨은 쌍둥이로 태어났기에 황후가 더러운 행동을 했다는 주장은 먹히지 않았다.
“반푼이 황자!”
“다음 황위는 이사벨 황녀가 잇겠죠?”
“이사벨 또래의 귀족 남자아이가 몇 있지?”
대신 귀족들은 리차드를 반푼이 황자라 부르며 깎아내렸고, 차기 국서 자리를 호시탐탐 노렸다.
“난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야.”
“아냐, 그렇지 않아.”
이사벨은 단 하나의 고귀한 핏줄로 오냐오냐 받으며 자랐지만, 리차드는 진심으로 아꼈다. 리차드도 냉혹한 궁 안에서 의지할 사람은 이사벨밖에 없었다.
그리고 대륙에 어둠이 침략했다.
기괴한 행색의 몬스터와 인간을 닮았지만, 눈 흰자까지 시커멓게 물들인 인간형 몬스터는 황제의 목을 단칸에 베어내고 황좌에 앉았다.
“오늘부터 이 대륙은 우리가 지배한다.”
권력을 약속받아 어둠 종족에 넘어간 귀족들은 황자와 황녀를 찾았다.
특히 이사벨은 다음 황권의 명분으로서 자기 아비를 죽인 몬스터 남자에게 강제로 시집을 갈 위기에 처했다.
“이리로 오십시오!”
“뭔지도 모르는 몬스터에게 제국을 맡길 순 없습니다.”
“동쪽, 카투스 공작령으로 가세요!”
물론 모든 귀족이 어둠 종족에 넘어간 건 아니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밖으로 빠져나간 리차드와 이사벨은 난생처음 궁 밖의 냉혹함을 마주했다.
반푼이 황자라 불리며 자존감이 바닥인 황자는 살기 위해 악독해졌다.
“대체 왜 안 나오는 거야!”
이사벨은 보호만 받기 싫었고, 리차드를 돕고 싶었다.
금발을 지녔기에 전설적으로만 내려오던 용의 힘을 일깨우려고 했다. 하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이사벨, 도망쳐.”
“리차드! 안 돼!”
의지할 건 서로뿐이었다. 하지만 점점 조여오는 어둠 종족의 마수에 리차드는 자신을 희생했다.
“가! 숙부님의 영지에서 만나!”
“리차드!”
그리고 드라마의 마지막 화에서 반푼이 황자로 불리던 리차드 폰 아르탈리는 이사벨을 위기에서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용혈을 각성해 빛나는 금발로 변신했다.
“드디어 반푼이와 떨어졌군.”
“뭐, 뭐라고?”
그리고 리차드의 명으로 이사벨 곁에 남아 신의를 지켰던 기사단장은 어둠에 잠식당해 황녀를 향해 더러운 욕망을 분출하려고 했다.
“시, 싫어어!”
고귀하게 자랐던 이사벨은 자신을 덮치는 기사단장에게서 벗어나려고 사투를 벌였다.
그러다가 빈틈을 보인 기사단장의 종아리에서 단검을 꺼내 상대의 목을 단번에 찔렀다. 리차드가 알려준 방법이었다.
“뭔지도 모르는 용의 힘에 의지하려고 하면 안 되겠어.”
비틀거리며 일어난 이사벨은 입에 머금은 피를 퉤, 뱉어냈다.
뒷골목에서 산전수전 굴러먹은 듯한 행동, 황궁에서 고귀한 꽃으로 자랐던 이사벨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었다.
“아무도 믿어선 안 돼.”
반푼이라 불리던 리차드의 핏줄 각성.
리차드에게만 의지해서 민폐 여주라 욕을 많이 먹었었던 이사벨의 정신적 각성.
여기까지가 <피의 왕관> 시즌 1의 간략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시즌 2의 첫 장면. 어둠에 잠식된 동부 대륙에서 몬스터의 침공을 힘겹게 막아내는 병사들이 있었다.
“쏴!”
가죽 갑옷을 입은 그들은 전장을 유연하게 누비면서 몬스터의 멱을 땄다. 검보다는 활을 쏘는 모습, 서부의 아르탈리에서 묵직한 중갑옷을 입은 기사들과는 다른 전투 방식이었다.
“물러서지 마라!”
그중에서도 금실이 수 놓은 가죽 갑옷의 남자는 검과 활을 번갈아들면서 거침없이 몬스터의 머리를 베어내며 머리를 노렸다.
구불구불한 검은 머리가 몬스터의 피로 인해 떡이 진 모습이다. 몸에도 피가 튀고 흙먼지가 묻어 있었지만, 남자의 잘생긴 얼굴은 가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행색이 위험한 매력을 풍겼다.
크워어어!
성벽만 한 몬스터가 맹렬한 기세를 풍기며 돌진해 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성벽이 뚫릴 거다. 병사들이 겁에 질려서 뒷걸음질 치자, 남자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비켜!”
“왕이시여!”
이리저리 흔들리는 몬스터 위에서도 어렵지 않게 중심을 잡은 그는 몬스터의 머리에 화살을 박았다.
“젠장!”
워낙 크고 단단해서 화살 몇 방으로는 의미가 없었다. 남자는 검으로 몬스터의 머리를 난도질했고, 사투 끝에 몬스터가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적들이 물러난다!”
“해냈다!”
거대한 몬스터를 밟고 선 남자 ‘한’은 숨을 헐떡이면서 주위를 살폈다. 몬스터를 몰아낸 건 기쁜 일이었으나, 그만큼 쓰러진 병사들이 많았다.
“고생했다. 나의 왕.”
“솔, 너도.”
절친한 친구이자 부관인 솔의 격려를 받았지만, 속이 쓰렸다. 언제까지 이 의미 없는 소모전을 계속 해야 할까?
한은 부하들이 장례를 치르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았다.
“솔,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말해?
“그래.”
“이제 이 땅에는 희망이 없어.”
“결국······.”
한이 한숨을 쉬었다. 허리끈을 대충 묶어 벌어진 가슴팍에는 흉터가 즐비했다. 배우 본체의 흉터가 많은 몸은 분장이 필요 없었다.
“떠나자.”
“어디로?”
“서부로.”
한의 선언에 솔이 눈살을 찌푸렸다.
“괜찮을까? 서부에도 저런 어둠이 잠식했다고 하던데.”
“아직 땅이 살아있긴 하잖아.”
여기처럼 농사도 못 지을 정도로 척박해지지는 않았다고 들었다.
동방 민족은 전투에 특화된 종족으로, 용병업이 주 수입원이었다.
그러니 이들을 이끌고 몸을 의탁하겠다고 하면 받아줄 사람들이야 널렸을 거다.
마침 서부에도 이런 몬스터가 많이 출현한다고 했으니, 제 영지를 지키기 위한 귀족들이 좋아할 거다.
“거처를 옮기는 건 우리의 근본이긴 하지. 그런데, 괜찮겠어? 제국의 유일한 후계자가 사라지면서 제국도 신 황제파와 반란파로 나뉘었다고 하던데.”
“난세잖아. 그만큼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어.”
난세에는 영웅이 필요한 법이다. 그 영웅의 자리를 꿰차서 제 종족의 토대를 안전하게 쌓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생각을 읽은 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배를 준비할게.”
“그래.”
그렇게 한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면서 자신이 나고 자랐던 동부 땅을 바라보았다. 어둠에 잠식되어 풍요로운 옛 모습은 없었다.
하지만 한은 미련 없이 돌아섰다. 어차피 그들 종족은 유목 생활이 근본이었다. 제 사람들만 살아남으면 됐다.
그렇게 서부에 도착한 동부 민족을 반긴 것은 신 황제파 쪽 귀족인 슐츠 백작이었다.
그는 오갈 데 없는 한에게 빈 땅을 내어주며 언제든지 머물라고 호의를 베풀었다.
‘이유 없는 호의는 없지.’
한은 그 호의를 받으면서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이제부터 줄을 잘 타야 한다.
지금이야 신 황제파 쪽 귀족만 만났지만, 기회가 된다면 황자와 황녀를 따르는 반란파도 만나볼 생각이다.
“숲에 몬스터가 나와 내 영지민을 괴롭히는데······.”
“우리가 처리해 주지.”
슐츠 백작은 한에게 땅을 빌려주는 대신 영지를 침범하는 몬스터를 처리해 주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이사벨을 만났다.
서투른 검법으로 몬스터 몇을 처리한 것 같은데, 아직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위기에 빠진 그녀를 구한 건 한이었다.
“여자?”
부들부들 떨며 제게 검을 들이미는 후드를 쓴 여자. 한은 여자를 향해 활을 겨누는 부하들을 제지했다.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알 거 없잖아.”
“데려가라.”
이 사람들이 날 어떻게 하려는 거지? 겁에 질린 이사벨은 그들이 이끄는 대로 한의 막사에 있는 침대에 앉았다.
“뭐야, 대장 막사로 가는 거야?”
“한눈에 반했어?”
“비켜. 겁먹고 있잖아. 다 나가도록.”
부하들을 밖으로 내보낸 한은 아직도 후드를 써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이사벨을 향해 말했다.
“내 이름은 한이다.”
“······들어본 적 있어. 동부의 야만족을 규합한 용병왕.”
“야만족이라······ 내가 야만인처럼 보이나?”
한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미소는 남녀를 막론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위험한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독기에 가득 찬 이사벨은 거기에 넘어가지 않았다.
“동부 사람이 여기까지는 왜 왔지?”
“땅이 어둠에 잠식되어 살 수 없게 되었다.”
“동부까지······.”
“그래서, 넌 누구지?”
한은 이사벨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언뜻 보이는 벌꿀 같은 금발은 아르탈리 황가의 특징이었다.
“난······.”
이사벨은 후드를 만지작거렸다. 동부의 야만족을 한데 뭉친 한은 거칠기는 해도 대의가 넘치는 사람이라 들었다.
같은 어둠 종족에 피해를 당했으니, 혹시나 사정을 설명한다면······.
“한. 헤르만트 자작이 왔어.”
슐츠 백작을 따르는 헤르만트 자작은 쥐새끼 같은 사람이었다.
한이 눈살을 찌푸렸는데, 헤르만트 자작이라는 말에 몸을 흠칫 떠는 이사벨을 발견하고는 돌연 그녀의 옷을 찢었다.
“뭐, 뭐 하는 거야?!”
“가만히 있어. 들키면 안 되잖아?”
“그건······!”
소란이 들리지 않게 이사벨의 입을 막은 뒤 이윽고 자기 상의를 벗었다. 겹친 나신, 얇은 이불이 아슬아슬하게 덮인 모습이 야했다.
“한! 여기 있습니까?”
“뭐냐?”
대뜸 한의 막사에 쳐들어온 헤르만트 자작이 고개를 홱 돌렸다.
“이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군요. 실례했습니다.”
숲 근방에 이사벨 황녀를 봤다는 제보가 있어서 와 봤더니만······ 고귀한 신분의 황녀가 저런 행색일 리가 없지. 헤르만트 자작은 이불에 덮인 여자의 모습에 미련 없이 돌아섰다.
“실례라면 앞으로 무례하게 찾아오는 일이 없도록 하지.”
“큼. 이거, 미안합니다. 그런데, 제 주군께서 했던 제안은 언제쯤 결정하실 겁니까?”
“아직 더 생각해 보고.”
한은 손을 휘저으며 빨리 꺼지라고 답했다.
“야만인 주제에······.”
헤르만트 자작이 이를 갈았다.
눈을 감고 그가 멀어지는 것을 느끼던 한은 제 목덜미에 닿은 금속의 감촉에 입꼬리를 올렸다.
“귀족파 쪽에 붙었나?”
“귀족파라······ 지금은 신 황제파라고 하던데.”
“딴소리하지 말고 말해.”
한은 그 단검을 손으로 쥐고 몸을 홱 돌렸다. 손에 피가 뚝뚝 떨어져도 상관하지 않았다.
단번에 제압당한 이사벨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우려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동부의 용병왕 한이 위대한 용의 후손을 뵙습니다.”
한이 제 검을 땅에 박고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기 때문이다.
***
“할머니!”
“바다! 내 손자!”
차에서 먼저 내린 윤바다가 도도도 뛰어가 마리아 젠킨스에게 안겼다.
트렁크에서 짐을 내린 윤제이가 멋쩍은 표정으로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자꾸 이런 일로만 찾아와서 죄송해요.”
“무슨 소리니. 우리는 너랑 바다가 자주 와 줬으면 했는데. 너무 부담 갖지 마.”
“네.”
윤제이는 <엣디엔드>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코믹콘 행사에 참여하고, 며칠 전에 공개된 <피의 왕관> 프로모션에도 참여한다.
마침 방학이기도 한 윤바다와 함께 비행기를 탔고, 아이를 본가에 잠시 맡기기로 했다.
-아 드라마 보다가 울었다ㅠㅠㅠㅠ
-전에 보낸 내 강아지 생각나 하 미친ㅠㅠㅠ
-연기 너무 잘하는거 아니냐
윤바다가 출연한 드라마는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화제성은 좋았다.
특히 주인공을 보좌하던 설의 정체가 백설기라는 강아지로, 주인에게 원망을 토로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회자되었다.
-진짜 윤바다 파양한 사람들은 업보 더 처맞아야함
-연기에 너무 진심이 실린 거 같아서 마음이 안 좋더라ㅠㅠㅠ
그때까지만 해도 윤바다를 둘러싼 여론은 사라지지 않았다.
<피의 왕관> 시즌 2가 공개되기 전까지.
-윤제이 첫등장씬 레전드ㄷㄷ
-와 간지미쳤다 진짜
-진짜 케미 돌았다ㅋㅋㅋㅋ
-액션 개돌았음 대역 하나도 안 썼다며?
시즌 2는 공개되자마자 인기 스트리밍 순위에 올랐고, 초반부 비중이 큰 ‘한’에 사람들이 주목했다.
이제 윤바다에 관한 얘기는 드물었다. 윤제이가 의도적으로 일으킨 여론은 윤제이의 작품으로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