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79)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279화(279/287)
외전- 나랑 같이 작품 할 시간은 없어?
공항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한 기자가 낮게 중얼거렸다.
“설마 또 오산으로 간 건 아니겠지.”
당시 신입 기자였던 그는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을 따돌리고 홀랑 입국해 버린 윤제이를 현장에서 겪었었다.
불안한 눈으로 게이트가 열리기만을 기다리던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었다.
“나왔다!”
“제이씨! 여기 봐주세요!”
<피의 왕관>으로 또 신드롬을 일으킨 윤제이는 윤바다의 개학에 맞춰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장포토] 윤제이 인천공항 입국 [사진] 윤제이-윤바다 ‘빛이 나는 부자’ [실시간] ‘이번에는 오산으로 안 왔어요~’ 윤제이 입국 현장워낙 많은 인파에 아들이 놀랄까 봐 윤제이는 제법 큰 윤바다를 한 손으로 번쩍 안아 올렸다. 플래시가 더 자주 터졌다.
윤바다는 여러 영화 시상식 포토월에서 플래시 세례를 겪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적은 없어서 눈을 질끈 감았다.
“형! 가방 주세요.”
마중 나온 한진우와 윙스 컴퍼니의 최태양, 정승우를 보며 윤제이는 미소를 지었다.
“너희가 내 경호 맡는 건 오랜만이네.”
“그러니까요.”
“승우 삼촌!”
정승우는 입꼬리를 씰룩거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먼 곳을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저 말랑한 볼때기를 만지작거리고 싶었지만, 경호의 본분은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바다도 그걸 알아서 괜히 정승우를 툭툭 찔러댔다. 경호원들은 기자들이 뒤따라오는 것을 막았고, 드디어 차에 올라탔다.
“아들, 이제 어쩌지? 아빠랑 비행기 탈 때마다 이럴 건데.”
“미리 체험한다고 생각할게요.”
“하하! 그래.”
언젠가는 제 아빠처럼 자신도 저런 인파를 동원하겠다는 거대한 포부에 윤제이는 그저 웃었다.
제 그림자에 가려져서 많은 비교를 당할까 봐 걱정했지만, 아마 윤바다는 잘할 것이다.
“형, 이제 해외 스케쥴에 집중하실 거예요?”
“여기서도 작품 하나 해야지. 시놉은?”
“네. 여기, 패드에 담아왔어요.”
“고마워. 오늘은 이만 가도 돼.”
집에 돌아와 시놉을 검토하고 장기 비행에 피곤해서 일찍 자는 아들을 슬쩍 보고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제이 왔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시상식 뒤풀이 자리에 윤제이가 끼게 됐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많은 동료가 그를 반겼다.
작품을 통해 연을 맺게 된 사람들과, 윤제이가 온다는 소식에 일찍 귀가하지 않고 버티던 사람들, 그리고 윤제이에게 시놉을 찔러보려고 호시탐탐 노리던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 예전 술자리에서 드라마 출신이라며 그를 견제하고 뒷말하던 사람들도 지금은 그와 친해지려고 벼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빠. 여기 자리 비었어요!”
“제이야. 오랜만에 같이 한잔해야지?”
“형! 거기 말고 여기 앉으세요!”
“잠시만······ 우주 형!”
다들 윤제이를 제 테이블에 모시고 싶어서 안달 났다. 하지만 윤제이는 친한 얼굴이 보이자 냉큼 그의 옆에 앉았다.
최우주가 가슴을 쭉 내밀고 팔짱을 꼈다.
“거 봐요. 윤제이 내 옆으로 온다고 했지?”
“에이 씨!”
“제이야. 나랑도 예능 한 번 하자!”
윤제이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어쩐지 테이블마다 자리가 하나씩 없길래 뭔가 했더니, 나를 두고 내기를 했나.
최우주는 익숙하게 술 대신 물을 따라주면서 말했다. 예능 촬영 이후로 매우 친해졌다. 가끔 4인방끼리 따로 약속을 잡기도 했다.
“제이, 너 거기서 잘나가더라?”
“원래도 잘 나갔는데.”
“와, 재수 없어.”
“부러워?”
최우주는 윤제이보다 먼저 할리우드 진출을 노렸지만, 편집으로 인한 짧은 분량과 맡은 배역이 괴상해서 한때 네티즌에게 취업 사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조롱을 받았었다.
“부럽지. 배 아파 죽겠다. 너 너무 운빨 좋은 거 아냐?”
물론 말만 이렇지, 윤제이가 잘 받아먹고 잘 살렸기에 가능한 결과라는 걸 최우주도 알고 있었다. 부러움이 약간 섞인 격려였다.
“나야 국적도 국적이고, 전직 베네핏이 있었겠지.”
“그래도 작품 띄우고 신드롬 일으키는 게 쉽냐? 넌 진짜 난놈이야.”
윤제이는 최우주가 내민 소주잔에 제 물컵을 부딪쳤다.
<피의 왕관>의 추가 출연은 일단 보류했다. 워낙 인기 캐릭터라 따로 각색이 들어가는 거야 알겠지만, ‘한’이 가진 매력이 반감될 것 같았다.
게다가 앞으로 더 바빠질 예정이었다. 박수 칠 때 떠나는 게 낫다.
“내 제안은 생각해 봤어?”
“아직 결정은 못 했어.”
“왜? 형이라면 잘할 거 같은데.”
윤제이가 최우주에게 제안한 것은 <피의 왕관>에서 한의 뒤를 잇는 비중 있는 배역이다.
원작대로라면 <피의 왕관>에서의 동방 민족은 반란군의 주요 주축으로서 완결까지 등장한다.
쌍둥이의 측근으로서 활약해 작위를 받고, 황폐해진 동부로 다시 귀환해 땅을 재건한다.
[JJ. 혹시 추천해 줄 만한 배우가 있나요?] [있습니다.]제작진은 한의 인기를 의식해서인지 현지 동양계 배우가 아닌 아예 한국인 배우를 섭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윤제이가 출연을 보류하자 아쉬워하는 티를 팍팍 내면서.
“미리 잡은 작품 일정도 있고, 조금 더 생각해 보게.”
“그래?”
“맞다. 그 일로 너한테 인사하고 싶은 후배가 있던데.”
최우주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멀리서 자신을 부르기만을 기다리던 두 배우를 불렀다.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윤제이가 <피의 왕관>의 제작진에게 추천한 배우는 최우주 말고 더 있었다.
영어가 되면서 윤제이처럼 동양인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난 신선한 얼굴을 원하는 제작진의 요구에 지인들을 수소문해서 지원받았다.
“안녕하세요. 제안은 생각해 보셨어요?”
“저희 같이 가서 테스트받기로 했어요.”
“잘됐네요.”
윤제이는 설렘 가득한 후배 배우들의 얼굴을 보며 미소 지었다.
말이 후배지, 한국에서는 배우 5년 차로, 두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아는 사람이 꽤 있었다. 그럼에도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저는 다리만 놔 준 거라, 별 힘이 안 될 거예요.”
“그래도요. 기회가 생긴 게 어디예요.”
“가서 좋은 결과 얻었으면 좋겠네요.”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해 주신 선배님한테 먹칠 안 할게요.”
“어,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닌데······.”
물론 후배도 긴장해서 말한 거지만, 이 건수를 놓칠 최우주가 아니었다.
“윤제이가 후배 기강 잡는다!”
“아, 진짜. 형.”
윤제이는 한 손으로 제 얼굴을 덮었다. 건수를 문 사람들이 히죽 웃으면서 다가왔다.
“진짜? 드디어?”
“우리 제이도 사람이긴 했네.”
“그, 그런 거 아니에요!”
“에이, 우리한테는 얘기해도 돼.”
후배들이 당황해서 손사래를 쳤다. 알딸딸하게 취한 동료들이 후배들과 윤제이를 놀렸다.
“제이가 다리 놔 줬다며?”
“가서 잘해라.”
“잘하겠지. 연기도 괜찮게 하잖아.”
그러면서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와중에 입구 쪽이 술렁거렸다. 초대를 받은 사람은 윤제이뿐만이 아니었다.
“와, 많이 모였네.”
“민재야! 너는 여기 앉아야지!”
“쉰내 나는 아재들 사이에 앉고 싶겠어? 민재야. 여기로 와!”
권민재는 입구 근처에 앉은 선배들에게 잡힌 상태였다. 어릴 때부터 활동해 온 터라 중견 배우들에게는 아직도 귀여운 아들과 조카로 인식된 상태다.
“권민재! 이리 와!”
“예, 형.”
곤란함에 땀만 삐질 흘리던 권민재가 냉큼 최우주 곁으로 다가왔다. 조금 전 윤제이가 다가온 거랑 아주 비슷한 동작으로.
최우주의 왼편에 앉은 권민재가 고개를 내밀고 윤제이를 쳐다봤다.
“너 뭐야. 귀국하고 바로 왔어?”
“어.”
“안 피곤해? 난 이제 장기 비행하면 엄청 피곤하던데.”
“그러게, 나랑 같이 운동하자니까.”
“넌 너무 빡세게 하잖아.”
아직도 남배우 중 최상위의 인기를 구가하는 세 사람, 이들이 이렇게 모이는 건 흔치 않아서인지 몇몇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도 했다.
“와, 우주 뭐냐. 양손에 꽃이네.”
“양손? 나는 꽃이 아니라는 소리······?”
“너는 이제 늙었지.”
“에라이. 사진 찍은 거 보내주기나 해. 인별에 자랑하게.”
최우주는 ‘액터즈 4’를 찍을 때는 맏형의 면모를 보여주다가도 선후배들이 이렇게 모여있을 때는 가벼운 행동으로 벽을 허물었다.
“여기에 다율이 형도 오면 우리 예능팀 다 모이는데.”
“다율이 요새 뭐 해?”
“연극 한다던데?”
멋있는 역할만 고수하던 박다율은 ‘액터즈 4’ 이후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윤제이는 갑자기 싸해져서 입을 열었다.
“근데 다율이 형은 안 불렀어?”
“네가 부를 줄 알고 안 불렀는데.”
“어? 난 형이······.”
그리고 세 사람은 몇 초간 말이 없었다. 서로 부를 줄 알고 아무도 박다율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이다.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 전화하려던 그들은 테이블에 그늘이 진 것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박다율이 팔짱을 낀 채로 세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 있었냐.”
“와, 왔어?”
“나 서운하네? 여러분 있다고 혜인 누님한테 들어서 왔지 뭐야? 어떻게 셋이 모였으면서 날 안 불렀지?”
“아냐. 부르려고 했어. 톡 안 봤어?”
“5분 전이잖아!”
박다율이 짜증을 내면서 자리에 앉았다.
권민재가 화를 풀려고 박다율의 어깨를 안마했고, 최우주는 아주 극진한 손짓으로 수저와 물을 배치했다. 그리고 윤제이는 말로 해결했다.
“난 봐줘.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구름 위에 있었다고.”
“그래. 넌 봐준다. 그나저나, 우리 동생 인기가 장난 아니던데?”
질투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고 순수하게 아는 동생의 성공을 축하하는 모습에 윤제이는 웃었다.
“언제는 안 그랬던 것처럼 말하네?”
“와, 들었어? 재수 없어.”
“나도 아까 그 얘기 했잖아.”
“짜증 나니까 축배의 짠 이나 하자.”
이들과 있으면 편했다. 군에 있을 때는 넘버즈 분대원들이 이랬고, 132 소방대의 동료들에게도 이런 느낌을 받았었다.
“형은 연극 한다며. 할 만해?”
“처음에는 좀 어려웠는데, 이제는 적응한 거 같아. 재밌어. 너도 한 번 해보지 그래?”
“아직은 시간이 없어서.”
“그래? 차기작은 많이 정해졌어?”
박다율의 기습 질문에 어쩐지 주변이 조용해진 것 같다. 윤제이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말했다.
“일단 영화 한 편은 확정됐지.”
“맞다. 기사 뜬 거 봤어.”
“네가 아담 터너라니······ 상상은 안 해봤는데 지금 보니까 진짜 어울리긴 하네.”
윤제이는 미국을 대표하는 첩보 프랜차이즈 시리즈 <더 고스트>의 최종 계약을 마쳤다. ‘아담 터너’는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스파이 캐릭터였지만, 동양인이 맡는다고 해서 반발은 없었다.
영화와 드라마 두 작품으로 보여준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울린다고, 빨리 보고 싶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촬영은 언제 하는데?”
“바다 학기 끝내는 거는 보고 다시 가야지. 내년 초부터 시작할 거야.”
“그래? 그럼, 나랑 같이 작품 할 시간은 없어?”
“작품?”
“눈여겨보던 시놉이 있는데, 너랑 하면 좋을 거 같아서.”
권민재는 전에도 같이 작품을 하길 원했는데, 시놉시스까지 골라 온 건 처음이었다.
“얘 요즘 취미가 시나리오 마켓 돌아다니면서 괜찮은 거 찾는 거잖아. 그것도 신인 작가랑 감독 위주로.”
“와, 너는 진짜 언제까지 멋있을 생각이냐.”
박다율의 대답에 윤제이가 감탄했고, 권민재는 머쓱한 듯 웃었다. 최우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제이야, 네가 그런 말 하면 나랑 다율이가 뭐가 되냐.”
권민재를 따라 업계의 선순환에 이바지한 데다가 후배들의 더 큰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자신은 두 사람만큼 할 자신이 없었다.
“아무튼, 배역 보니까 너랑 같이 하고 싶더라고.”
“한 번 보내줘.”
“좋아. 근데 기대는 하지 말고. 나도 신인분들 도와주려고 하는 거라······.”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박다율과 최우주가 한 마디씩 보탰다.
“야, 이거 성사된다면 대박 작품 나오겠는데?”
“일단 흥행은 보장되겠다. 너희 하면 나도 특출할래.”
윤제이는 세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미소 지었다.
미국에서의 정신없는 스케쥴이 얼추 마무리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대화할 수 있는 일상, 예전에는 생각도 해본 적 없었다.
‘이런 것도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