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80)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280화(280/287)
외전- 132 소방대
“자, 모여봐.”
캡틴의 호출에 넓은 차고에 모인 소방관들은 캡틴의 옆에 서 있는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며칠 전에 신입이 온다고 들었는데, 저 두 사람인가 보군.
“오늘부로 우리 소방대의 수습 소방관이 될 두 사람이다.”
“드디어 막내에서 벗어나는군.”
어제까지만 해도 막내 소방관이었던 조지가 낮게 중얼거렸다.
“제이 젠킨스입니다. JJ라고 불러주세요.”
“올리버 하비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말에 높낮이가 없지만, 전달력이 좋은 제이와 기합이 잔뜩 들어가 외치는 올리버는 극과 극이었다.
그렇게 두 수습 소방관이 정식 소방관이 되기 위해 132 소방대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JJ, 혹시 이것도 고칠 줄 알아?”
“이건······ 이렇게 하면 될 거 같은데요.”
제이는 막힘없는 일 처리로 선배 소방관들에게 신임을 얻었다. 그리고 올리버는 타고난 밝은 성격 덕분에 귀여운 막내 롤을 차지했다.
“올리, 어쩌다가 저 녀석이랑 동기가 됐냐?”
“JJ요? 왜요?”
“쟤 소방 아카데미 수석이잖아. 그거뿐이냐? 네이비씰 출신에 은성 훈장 수훈자. 놓치면 안 될 인재지. 우리 캡틴이 다른 소방대랑 내기까지 해서 데려왔다고 하더라고.”
“와, 어쩐지 애가 로봇 같다 싶었어요. 존재 자체가 사기네요.”
올리버는 휘파람을 불었다. 그의 눈빛에서는 질투 한 점 찾아볼 수 없었다.
단순하지만 남을 시기하지 않는 밝은 성격 덕에 선배 소방관들은 올리버를 좋아했다.
“어떡하냐? 너 분발해야겠는데? 우리 소방관 정원 하나밖에 없거든.”
“그럼, 수습 기간 끝나면 저 잘려요······?”
아직 수습이기에 파견지 소방 대장의 인정을 받아야 정식 소방관이 될 수 있었다.
선배인 조지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애초에 우리 소방대의 소방관 T/O는 두 자리가 비어 있었다.
“뭐, 저라도 JJ를 고용하겠네요. 애가 인간미가 좀 없긴 하지만, 일은 잘하잖아요?”
티 없이 맑은 대답에 찔린 조지가 실토했다.
“알아. 사실 너 놀리려고 한 말이야. 지금처럼만 하면 두 사람은 무난히 정식 소방관이 될 거야.”
“아씨, 쫄았잖아요!”
“어딜 하늘 같은 선배님한테 소리를 지르나?”
올리버가 조지에게 헤드록을 당했다.
‘예사롭지 않은 놈이란 건 파악했지만, 그렇게 대단한 놈이었다고?’
이후 올리버는 일과에서 제이를 관찰하는 시간이 늘었다.
이 당시 윤제이는 불안한 심리 상태 때문에 인간 관계에 선을 그었었지만, 그렇다고 막 벽을 친 건 아니었다.
누군가가 뭘 하자고 권유하면 잘 따라다니기는 했다. 묘하게 거리감이 느껴져서 그렇지.
‘흠, 아직 내 친화력이 그 정도는 아닌가?’
올리버는 이와 관련해서 캡틴에게 상담했더니, 캡틴은 껄껄 웃으며 함께 큰 사건을 겪다 보면 친해질 거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캘리포니아에 역대급 산불이 터진 것이다.
3주 동안이나 지속된 산불, 다른 주의 소방대들도 파견 나와서 고군분투했다.
수습인 올리버와 제이도 현장에서 뛰어다니면서 실전을 익혔다.
“와, 진짜 죽을 거 같다.”
“너도 그런 소리를 하는구나.”
“나를 어떻게 본 거야?”
“사이보그? 51구역에서 키워낸 외계인?”
함께 불을 끄러 다니면서 많이 친밀해진 두 사람이 바닥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찰칵하면서 두 사람의 모습을 찍는 기자의 인기척을 느꼈지만, 일어날 수도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으어어······ 죽겠다.”
“얼마만의 샤워야.”
상황이 얼추 마무리된 뒤에야 임시 막사가 아닌 소방대로 귀환하게 되었다.
“JJ. 고생했다.”
“두 사람 다 단기간에 정식 소방관이 되겠는데?”
선배들은 지친 와중에서도 대활약을 벌인 제이와 올리버를 칭찬했다.
“근데 설마 그 꼴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건 아니겠지?”
산불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수습이라 현장에서 방화복을 입고 나서지는 않았었다.
주로 선배들을 보조하는 역할이었는데, 땀을 흘려 샤워실을 써야 할 상황에서도 제이는 집에서 샤워한다며 홀랑 귀가해 버렸다.
그렇다고 제이가 더러운 성향은 아니었다. 늘 좋은 냄새가 났으니까.
“아뇨. 저도 씻고 가야죠.”
제이는 고개를 저었다. 온몸이 재로 가득한데 계속 고집부릴 수는 없다. 앞으로 직장 생활을 함께할 사람들이니 이제 조금은 드러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드디어 수수께끼 신입과 함께 샤워할 날이 오나? 내심 궁금했던 소방대원들은 각자 샤워 부스에 들어가면서도 고개를 빼고 제이를 관찰했다.
그리고 제이가 드디어 셔츠를 훌렁 벗었다.
“······.”
“뭡니까?”
“아.”
몸이 여러 의미로 아주 난리였다. 잘 관리한 듯 보이는 조각 같은 몸에는 상상도 힘든 흉터가 가득했기에.
“몸 좋아서.”
“근데 그 흉터는 뭐야? 몸에 아주 지도를 그려놨는데?”
올리버의 눈치 없는 질문에 선배들이 눈을 부릅떴지만, 궁금하긴 해서 헛기침을 삼켰다.
“그냥, 제 출신 아시잖아요.”
제이는 덤덤하게 말하고는 빈 샤워 부스로 들어갔다.
‘출신이 출신이라 그런가?
‘그렇다 치기에는 너무 많은 거 아냐?’
‘쉿. 그만해. JJ도 사정이 있겠지.’
‘맞아. 나중에 더 친해지면 얘기하자고.’
귀가 밝은 그는 동료들의 수군거림을 들으며 살짝 미소 지었다.
왠지 이번 직장은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
“그렇게 좋아?”
“네!”
한 해가 지나고, 윤바다는 초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간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또 비행기를 타게 됐는데, 윤바다는 아직도 신기한지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구름 보는 게 그렇게 좋아?”
“안 질려요.”
“이러다가 나중에 파일럿 하겠다고 하겠는데?”
“파일럿······ 재밌을 거 같아요.”
윤바다가 자신처럼 연기에 매료됐긴 했지만, 커가면서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윤제이는 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역 생활을 지지하지만, 거기에 매몰되지는 않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었다.
“크다!”
윤바다가 호텔 침대에 다이빙했고, 짐을 내려놓던 윤제이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호텔 생활도 슬슬 정리해야겠는데.’
이렇게 자주 한국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하는데 계속 호텔을 전전하기도 애매했다. 아예 집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언제 가요?”
“잠시만, 지금은 너무 일찍인데.”
“빨리 보고 싶은데!”
윤바다가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가 있었다. 윤제이는 옛 직장인 LAFD 132 소방대에서 주최하는 자선 행사에 초대받았다.
저맘때의 아이라면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다. 소방대로 향하면서 윤바다는 발이 땅에 거의 닿지 않을 정도로 붕붕 뛰고 있었다.
“JJ!”
“유명인 오셨네.”
윤제이를 발견한 클로이의 외침을 들은 옛 동료들이 그에게로 모여들었다.
“오랜만이야.”
“이 새끼, 우린 이렇게 주름졌는데 왜 그대로야?”
“아무래도 유전자 탓이겠지.”
“뭐?!”
“아!”
옛 동료이자 친구에게 목덜미가 잡혀 헤드록을 당하는 아빠의 모습을 윤바다는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평소 윤제이와 친하다고 알려진 권민재와 백다은, 최우주와 박다율과 있을 때와는 더욱 다른 모습이었다.
“저 아이가 네 아이지? 영화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많이 컸네.”
“그거 촬영이 몇 년 전인데.”
얼추 인사가 끝나자, 윤제이는 윤바다의 어깨를 잡았다.
“바다, 인사해. 아빠 친구들.”
“안녕하세요.”
윤바다가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아빠의 친구들이니까 좋은 인상을 남겨야지.
“오, 한국식 인사.”
“귀여운데? 너 닮았어.”
“애 영어는 좀 하나?”
“어려운 단어는 번역기 도움받으면 되고, 그리고 내 아들이 언어 습득이 좀 빠르거든. 걱정할 필요 없어.”
뻔뻔한 얼굴로 아이 자랑을 하는 모습에 소방대 대원들이 실실 웃었다.
과거, 함께 일했을 때는 친해진 듯하면서도 어딘가 비밀이 많은 것 같아 보였던 그 제이 젠킨스가 여느 아버지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저씨 옷 멋있어요.”
“그래? 더 멋있는 거 보여줄까?”
“우와. 이건 뭐예요?”
“바로 캡틴 헬멧이지.”
윤바다가 눈을 반짝이며 올리버를 올려다보자, 윤제이는 허탈하게 웃었다. 옛 유니폼을 찾아볼까? 집 어딘가에 있을 텐데.
“오셨어요!”
“엘리나. 아직 안 관뒀구나.”
“진짜, 오랜만에 봤는데 놀리시는 거예요?”
“반가워서 그래.”
소방대에도 젊은 피가 많이 수혈됐다.
과거 위기에서 구해줬던 엘리나 오브라이언은 자신을 따라 소방관이 됐고, 지금은 경력직 소방관이 되어 있었다.
윤제이는 아직도 기분이 생소했다.
“아이는 제가 데려갈게요.”
“그래 줄래? 네가 번거롭지 않을까?”
“별거 아니에요. 애들끼리 풀어놓으면 알아서 잘 놀거든요.”
엘리나는 윤바다의 손을 잡고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과거 철없이 어울렸던 동료들은 다들 가정을 이뤘고, 아이들은 저마다 밝은 표정을 지으며 교류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과거의 망령이 너무 자주 찾아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오, 무슨 소리하는 거야. 너도 우리 동료잖아.”
“맞아. 심심할 때 자주 와. 애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윤바다는 엘리나의 도움을 받아 소방 트럭의 사다리를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네가 우리 자선 행사의 핵심이거든.”
“내가?”
옛 동료들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배우, 세계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 1위. 그리고 또, 뭐였지?”
“남녀를 막론하고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
“이런.”
윤제이가 제 이마를 짚었다. 조금 감동했던 마음이 먼지처럼 흩어졌다.
이들은 온갖 가십지에서 관심을 끌려고 급조해 만든 순위까지 읊고 있었다. 아주 놀리려고 작정했구나.
“그래서, 우리 소방대가 낳은 최고 슈퍼스타. 기부 물품은 뭘 가져왔지?”
“음, 일단 예전에 몇 번 입었던 티셔츠를 가져와 봤는데.”
소방관에게 지급되는 반소매 티셔츠였다. 뒤에는 하얀 마커펜으로 사인까지 해 놓은 상태였는데, 그걸 전달받은 조지가 눈을 반짝였다.
“네가 몇 번 입은 옷이지? 이건 되겠다.”
“이러다가 역대 최고 금액을 찍는 건 아니겠지?”
옛 동료들이 희희낙락하면서 윤제이의 기부품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전시했다.
“JJ. 너 온다고 하니까 밖에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몰렸어. 기자들 벌써 사진 찍는 거 보이지?”
“혹시 몰라서 경호팀 불렀거든, 곧 올 거야.”
“경호팀이라······ 진짜 적응 안 되네.”
클로이가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클로이. 구급대장 일은 할만해?”
“조금 어려워. 너처럼 쓸모 있는 대원이 지원을 안 하네.”
“기존 대원이 들으면 실망하겠는데.”
“걔네는 좀 실망해야 해.”
소방관이지만, 타고난 능력 덕에 응급 구조사 자격까지 땄다.
그만두기 직전까지는 캡틴의 승인 아래 멀티 플레이어가 되었다. 화재 진압도 하고 긴급 구조도 하고 구급 대원 역할도 했었다.
“내가 방해한 건 아니겠지?”
“캡!”
윤제이는 오랜만에 만난 캡틴과 반가움에 포옹했다.
“은퇴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캡틴이야? 이제 미스터 오딘이라고.”
“저한테는 영원한 캡틴이시죠. 올리를 캡틴이라고 부르기도 싫고요.”
“하하! 너희들은 어째 변한 게 없구나.”
전 캡틴, 오딘의 자리를 이어받은 건 동기이자 절친인 올리버 하비였다.
“근데 왜 올리버가 캡틴이에요? 다른 선배들도 많았잖아요?”
“그 선배들이 올리를 추천했어. 투표를 받았는데, 만장일치였지.”
윤제이는 누구보다 열심이었던 올리버를 기억했다.
“하긴······ 저 녀석 없으면 저도 적응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 말은 올리버 앞에서 말해야 할 거 같은데? 좋아할 거야.”
“아뇨. 걔 기분 좋은 말을 해줄 수는 없죠.”
윤제이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딘이 못 말린다는 듯 껄껄 웃었다.
그러고는 빨간 소방차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검은 머리의 아이를 가리켰다.
“저 아이가 네 아들이지?”
“네. 잠시만요, 데려올게요. 꼭 소개하고 싶거든요.”
아들을 부르러 가는 뒷모습을 보며 오딘이 흐뭇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