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9)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포상 휴가.(29/287)
포상 휴가.
“······진우야.”
“네, 형.”
“설마 저기 다 기자야?”
“이제 익숙해지세요, 형.”
예상하긴 했지만, 신호등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그냥 포상 휴가 가는 건데 이것도 다 찍는구나. 차에서 내릴 때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포토] 윤제이, ‘아롱아롱 포상휴가 가요’윤제이, ‘발리 잘 다녀오겠습니다~’ [사진]
그래도 몇 번 찍혀봤다고 제법 태가 나왔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손 하트 볼 하트 오른쪽 왼쪽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의 공항 영상이 뜨자마자 그의 팬들 사이에서는 동생들에게서 주입식 교육받아왔냐며 아직 신인 티가 난다며 귀엽다고 반응하며 소소하게 즐길 거리로 남았다.
‘여권도 안 보이게 잘 들고 있으라고 했지.’
여권만 집요하게 찍어서 정보를 얻어가는 사람도 있다고 했었나?
동생들에게서 주입식 교육을 받은 게 맞긴 하다. 첫 공항 스케쥴에 쌍둥이는 그가 따로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번갈아 말하며 연예인의 공항 출국 시 주의점을 줄줄 읊었다.
[그래도 사진 찍어주는 기자들 말은 들어주는 게 좋아. 그래야 이쁜 사진도 올려주지.] [맞아. 전에 어떤 사람은 손 하트 하나 안 해줬다고 꼽주는 기사 올라왔었어.]음, 그런 거야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가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탔을 때, 어떻게 알았는지 학교와 집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왜 인터뷰 안 해주냐는 기자도 있었다.
그 기자는 나중에 그와 가족에 관해 악의적인 기사를 쏟아냈다고 친부모님의 부부싸움 언쟁 중에 언뜻 들었던 기억이 있다.
[형이 나중에 휴가가 생겨서 본가로 갈 수도 있잖아?] [그렇지.] [오빠가 비행기 표를 예약하는 순간, 그 정보는 공공재라고 보면 돼.] [그게 어떻게 돼?] [몰라. 직원이 돈 받고 팔거나 뭐 그런다고는 들었는데.]윤도준과 윤도화는 잘나가는 아이돌이고, 지금도 인기가 식지 않았다. 이런 일에 시달린 지는 꽤 됐다.
[이제 오빠도 연예인이니까 조심해야 해. 같비 사생이 있을 수도 있고.] [같비가 뭐야?] [같은 비행기.]쌍둥이는 동시에 말했다.
[분명히 팬 사인회에서 응원한다고 말했던 분이 내 옆자리에 타서 카메라로 날 찍더라······.] [윤도준 너도? 나도.]서로의 고충 털어놓기가 된 대화는 길었다. 얼마 전에는 차에 위치추적기를 붙인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을 때, 윤제이는 먹던 과일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건 스토킹 아니야?]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진짜 그런 게 있구나. 반쯤은 팝콘을 먹으면서 들어야 할 것 같은 흥미진진한 얘기들이었다.
[둘 다 힘들겠네. 아직 어린데.] [어······.]분명 윤제이를 격려하기 위해 말하는 건데 되레 위로를 받아버린 쌍둥이는 황급히 덧붙였다.
그래도 배우는 아이돌보다는 덜하다고 말했지만, 어딘가 어긋난 사람은 아이돌이나 배우를 막론하고 미친 짓을 할 테니 알아두면 좋다고 말이다.
“제이 씨!”
“드디어 오셨네.”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던 스태프들이 그를 반겼다.
촬영 끝날 때까지 그리고 종방연에서도 윤제이가 스태프를 구하고 불을 끈 얘기가 계속 오르내렸는데, 최근에 뜬 기사 때문에 또 그의 얘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돌 쌍둥이랑 남매라면서요?”
“소방관이었다는 말은 왜 안 했어요?”
그거야······.
“안 물어보셔서요?”
“아!”
“그럼 앞으로 물어보면 알려주실 거예요?”
윤제이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어떤 질문인지 봐서요.”
“너무 밀당하는 거 아니에요?”
“선수네 선수야.”
윤제이의 주위로 웃음기가 번져나갔다. 몇몇 스태프들 사이에서 부르는 그를 부르는 별명은 바로 ‘웃음 자판기’였다. 주로 여자 스태프들이 그와 말을 섞으면 열에 아홉은 다 웃는다고 해서 붙여졌다.
“무슨 얘기들 하세요?”
“서아 씨!”
윤제이도 밀려드는 스케쥴 때문에 불참할 뻔했는데, 박서아와 김현준도 스케쥴을 조정해 포상 휴가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제이 씨의 수상한 과거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어요.”
“가서 술 잔뜩 먹이는 건 어때요?”
“그거 좋은데요?”
“다 들리는데요.”
이런 자리에 주연 배우가 와서 분위기를 띄워주면 좋다. 게다가 드라마가 이 정도로 흥행했는데 주연이 빠지면 또 뒷말이 나온다고 들었다.
‘드라마가 이렇게 흥행했는데 왜 포상 휴가 안 보내주냐’부터 ‘얘는 가는데 왜 쟤는 안가냐 배우끼리 사이가 안 좋냐’ 등등 여러 추측이 난무한다고 한다.
“와 저기 연예인 온다.”
“누구요?”
누군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박서아와 윤제이가 짧게 감탄했다.
샵을 다녀온 듯 뒤로 넘긴 헤어 스타일, 선글라스, 가죽 재킷 등 누가 봐도 빡세게 꾸민 듯한 모습의 김현준이 온갖 폼을 잡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
그렇게 장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여행지는 덥고 습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치지 않았다. 남의 돈으로 즐기는 여행이라서 더욱 텐션이 올라 있었다.
“무슨 수학여행 온 거 같아.”
“누나도 처음이에요?”
“응. 스케쥴 빼는 게 쉽지 않았거든.”
윤제이는 바닷가에서 어린애처럼 뛰어노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활기차서 좋네.
그의 옆으로 임현희 작가가 앉았다.
“제이 씨는 어때요?”
“좋네요. 해외여행은 처음이거든요.”
빈말이 아니라 진짜 좋았다. 훈련이나 직업상 이유로 바다에 들어가 봤지, 이렇게 마음 편하게 있어 본 적은 없었다. 그는 화려한 열대어를 여기서 처음 봤다.
“어머, 진짜? 그럼 아예 해외는 안 가본 거야?”
“관광으로는요.”
“그럼 다른 이유로는 가본 적 있다는 거네요?”
“네. 아무래도 파병을 자주 나가다 보니······.”
그 말에 주변에서 듣고 있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모였다.
“맞다. 경호원 출신이셨지. 그럼 막 특수부대? 그런 쪽이에요?”
“네.”
“오······.”
인천에서부터 이어진 윤제이의 수상한 과거 찾기는 여기서도 끊이진 않았다.
“안전 같은 건 걱정 없겠네요. 그죠?”
“우리 제작부장님 화재 사건 이후로 안전 염려증 걸렸잖아요.”
갑자기 지목당한 제작부장은 화재 사건이 생각났는지, 안색이 금세 죽었다.
“제이 씨 없었으면 진짜······.”
“에이, 잘 풀렸으니 됐죠.”
“아까도 누가 바다에 빠져서 표류하면 어쩌지, 이러셨다니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이 씨?”
음······ 이럴 때는 안심을 해 줘야 하겠지?
“제가 해군 출신이긴 합니다.”
“오오······!”
“안전요원으로 일한 적도 있긴 하고요.”
“됐다. 됐어!”
과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에 윤제이는 그저 웃었다. 신인에다가 대부분 처음이라고 말해서 그런지 챙겨주는 사람이 많긴 했다. 이렇게까지 띄워줄 필요는 없는데.
‘쉬는 것도 필요하구나.’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날씨는 좋았고 이런 휴식을 가질 기회가 별로 없었으니.
***
그렇게 <아롱아롱> 드라마 팀은 발리를 알차게 돌아다녔다. 귀국 전날, 한 식당을 빌린 드라마 팀은 시끄럽게 떠들며 먹고 마셨다.
“내 말 들어 봐.”
김현준은 윤제이와 친해지기 작전이 안 먹히는 것을 느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경험 많은 선배 역할을 자처했다. 술에 약간 취해 얼굴에 홍조가 올라와 있었다.
자리를 피하는 데 실패한 윤제이는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나을 거 같아서 일단 들어주긴 했다.
“네가 출발선은 다른 사람보다 앞서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신인이긴 하잖아?”
“네.”
“차기작은 신중히 골라야 해. 유명 작가나 유명 배우가 주연인 작품에 들어가면 베스트고.”
“음······.”
그런가? 윤제이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원 히트 원더로 남을 것이냐 아니면 이대로 쭈욱 빵빵 터뜨릴 것인가 중에서 후자가 당연히 낫잖아.”
“네가 뭔데 가르치려 들어?”
“아. 누나.”
김현준의 강력한 적은 박서아였다.
“얘 말 너무 믿지 마.”
“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걸러 듣고 있다.
바로 나오는 윤제이의 대답에 김현준은 살짝 충격받았다. 그리고 그의 옆에 앉은 박서아는 팔짱 낀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너는 뭐 때문에 배우가 됐니?”
김현준처럼 단순 유명해지기 위해서라면 조금 실망할 것 같지만, 윤제이는 안 그럴 것 같다.
“연기가 재밌어서요.”
“그럼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인기 작가나 배우가 한다고 해서 그게 좋은 작품일 거라는 얘기는 아니거든.”
“그것도 맞는 말씀이죠.”
윤제이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인기 작가나 배우의 작품에 들어가면 시청률이나 흥행을 보증하는 작품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서아는 ‘좋은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유명해지고는 싶지만, 그렇다고 악착같이 커리어를 쫓기는 싫었다. 흥행은 조금 떨어져도 수작 소리를 듣는 좋은 작품에서 좋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누나. 나랑 얘랑 대우가 다른 거 아니야?”
“넌 너무 동생 같고, 제이는 남자······ 사람 같으니까.”
말하다 보니 어감이 이상해서 황급히 덧붙였지만, 이를 그냥 지나칠 사람들이 아니었다.
“어? 남자 같다고 했다!”
“뭐예요?! 둘이 사귀어?”
“우리도 드라마에서 현실 커플 만드는 거야?”
“아 진짜아! 이제 막 시작하는 애 앞길 막을 필요 있어요?!”
스태프들은 놀리기 바빴고, 박서아는 꽥 소리를 질렀다. 이들이 말하는 고등학교 수학여행이라는 게 뭔지 감이 올 거 같다. 이런 분위기 때문이구나.
여행지라는 분위기 덕인지 몇 개월 동안 같이 일한 사람들 덕인지 꽤 재밌었다.
윤제이가 웃으며 사람들 속에 섞여 있을 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젠킨스 하사?”
“······중령님?”
“이젠 중령 아냐. 자네가 여긴 웬일인가?”
“저도 이젠 하사가 아니라서요.”
생각지도 못했던 과거의 인연을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마주쳤다. 누가 봐도 위압감 넘치는 중년 남자의 등장에 주변 사람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박서아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아는 분이야?”
“아, 네.”
“그럼 잠깐 얘기하고 와.”
“감사합니다.”
윤제이가 바로 일어나서 중년인과 함께 바 쪽으로 가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머리를 맞댔다.
“방금 들었어?”
“영어 발음 죽인다.”
“커맨더라고 했어요.”
그들이 느끼는 윤제이라는 사람은 신비한 사람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아이돌 쌍둥이의 이복형제, 무슨 빽인지 바로 조연으로 꽂혔는데 수상할 정도로 잘하는 연기, 꽤 근사한 과거까지.
궁금해서 물어보면 대답은 해준다. 다만 알맞은 질문을 해야만, 마치 스무고개 하는 것 같다. 다들 티는 안 냈지만, 윤제이의 몸에 남은 흉터를 목격한 적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특수부대 출신이라 하지 않았어요?”
“누가 가 봐요.”
“출동!”
오지랖 넓은 한 스탭이 두 사람의 뒤를 밟았다.
윤제이는 상대를 바라봤다. 그의 첫 상관, 그의 범상치 않은 능력을 알아본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를 굴려댔지만, 그만큼 진급도 잘 시켜주긴 했다.
“그래, 잘 지냈나?”
“네. 중령님도 잘 지내셨습니까?”
“중령님은 딱딱하니, 필이라고 부르게.”
“아직 군에 계실 줄 알았는데요.”
“여러 사정이 생겨서 말이야.”
“가족 문제군요.”
그런 거라면 윤제이도 잘 안다. 그도 군에 있는 동안 가족들 속을 많이 썩였으니. 필은 하하 웃으며 윤제이의 어깨를 강하게 토닥였다.
“그래, 지금은 뭘 하나? 전역한 지 꽤 된 거로 알고 있는데.”
“한국에서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오······.”
놀라는 척하는 듯한 모습에 윤제이는 피식 웃었다.
“저를 그쪽 부대로 보낼 때 이미 조사 다 하신 거로 아는데요.”
“이런, 역시 자네는 속일 수 없어.”
필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절차가 있어서 조사는 다 했다.
자기가 아끼던 부하가 알고 보니 국제 시상식의 최연소 남우주연상이라니, 게다가 그도 예전에 본 적 있는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나왔을 때는 깜짝 놀랐었다.
“칸이라니, 내가 본 중 가장 특이한 과거를 가진 군인일 거야.”
“영광이네요.”
“자네도 계속 군에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 여기 있는 게 대답이 되겠네요. 오래 있지는 않았습니다.”
필은 눈동자만 굴려 윤제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전역해서 그런지 독기는 빠져 있었지만, 그래도 예전 폼 어디 안 간다.
고립된 상황, 절대로 생환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작전. 그들이 무사히 돌아오려면 기적이 필요하다 다들 입을 모아서 말했었다.
그리고 기적은 있었다. 눈앞의 이 사내가 만들어낸 거였다.
“내가 아는 JJ는 거기 가서도 공적을 쌓았을 거 같은데?”
“말씀 못 드린다는 걸 알잖아요.”
“쯧, 쉽지 않군.”
사실 보내놓고 아쉬웠었다. 저 정도 재능이면 내 밑에서 두고두고 써먹는 건데. 하지만, 대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나오는 게 힘들긴 했습니다.”
“하하! 그랬겠지. 그럼,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간 소감은 어떤가?”
“좋습니다. 이제 제 자리를 찾은 거 같아요.”
윤제이는 필에게 유감은 없었다. 재능을 알아준 것도 사실이고, 진급도 휴가도 잘 챙겨준 것도 사실이니.
필은 그 대답에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잘하겠지. 자네라면 또 기적을 만들지도.”
“격려 감사합니다.”
“언젠가 연이 닿게 된다면 또 보세.”
슬슬 일어나려는 분위기에 스태프는 후다닥 제 자리로 돌아왔다.
“어땠어요?”
“느와르를 찍고 있던데요?”
“뭐?”
“아니, 막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그 말에 사람들은 윤제이가 사라진 곳을 동시에 쳐다보았다.
“진짜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