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32)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정말 좋아하나 보다.(32/287)
정말 좋아하나 보다.
잔뜩 경계하던 지연우를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
“별거 아니고, 나에 대해서 도준이한테 무슨 얘기를 했는지 들을 수 있을까?”
“네?”
“추궁하려는 게 아니라, 도준이가 자세히 얘기를 안 해줘서.”
윤제이는 자기가 들었던 것을 조곤조곤 말했다.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형이 꼭 유명해져야겠다고 속상해하더라, 도준이가 어떤 말을 들었는지 궁금하다. 편하게 말해라.
저절로 진실을 실토하게 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원래라면 시치미를 뗐을 지연우는 숙연해졌다.
“그, 무슨 말을 하긴 했는데요······.”
“걔 괴롭히려고 한 말은 아니지?”
“아, 아니에요.”
지연우가 속사포처럼 말을 뱉어냈다. 윤도준이 우리 그룹에서 막내다. 안 그래도 그룹이 빵 터지면서 이상한 사람도 많이 꼬이고, 어디서 호구 잡히는 거 아닌지 걱정돼서 한 소리라며 변명했다.
“솔직히 도준이네 아버지 장례식에서 형 본 뒤로 의심한 건 사실 맞아요.”
윤제이는 천천히 말하라고 손짓하며 지연우를 안심시켰다.
“괜찮아.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오해할만한 상황이잖아.”
“아, 아니 제가 막 형을 막, 뭐라 해야 하지? 음해? 하려는 건 진짜 아니거든요.”
지연우는 황급히 손사래를 치면서 수습했다. 한 20% 정도는 진짜 걱정돼서 한 말이고, 나머지는 윤도준 약 올리려고 한 게 맞다.
하지만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니 대단히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다.
말투도, 표정도 계속 부드럽고 그를 안심시켜주려고 어깨까지 토닥여주는데, 알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진다. 저절로 가정사까지 줄줄 불 만큼.
“저는 형을 잘 모르니까······ 어, 우리 엄마도 비슷한 상황 때문에 고생했었거든요.”
“그래. 힘들었겠네.”
“아니, 뭐 제가 힘들 건 아니긴 한데······.”
“어머니 일인데 당연히 옆에 있던 너도 속상했을 거 아냐. 도준이한테도 그런 의미에서 말한 거지?”
정곡을 찔려 입을 꾹 다문 지연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위로를 받아 버렸다.
윤제이가 포장을 잘해준 거지 원래는 ‘어휴 저 새끼, 저렇게 넋 놓고 있다가 당한다’라는 의도가 다분하긴 했다.
“음······ 그래도 걱정 안 했으면 좋겠다. 내가 열 네 살 차이 나는 이복동생이나 어머니 도움받으려고 데뷔한 건 아니고, 나도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거든.”
윤제이의 분위기가 살짝 날카롭게 변했다. 하지만 고개 숙인 지연우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말 들어도 괜찮은데, 도준이는 계속 그런 말 들으면 속상할 거 같은데······.”
“어어······ 안 그래도 지혁이 형한테 혼났거든요. 그 뒤로 안 해요.”
“지혁이? 아, 리더.”
아무튼, 이 정도로 말했으면 됐겠지. 용건은 다 끝난 윤제이가 활짝 웃었다.
“그래도 이렇게 쓴소리해 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네.”
“그, 그런가요?”
“앞으로 잘 부탁해. 걔가 좀 여려가지고······.”
윤제이를 올려다본 지연우가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이 어른인가?
‘근데 걔가 여리다고?’
이 형님이 아직 윤도준을 모르시네. 걔는 광견병 걸린 치와와라고요.
‘윤도준이 왜 지랄했는지는 알겠어.’
뭔가 되게······ 좋은 어른 같고, 의지하고 싶은 형님이시다.
저절로 그럴 사람 아니라고 대변할 수밖에 없는 그런······ 순식간에 윤제이에게 마음의 추가 기울어버린 지연우는 속이 복잡해졌다. 이렇게 부탁하시는데, 윤도준한테 좀 잘해줄까.
“연우 형! 지금 뭐 해!”
“왜! 뭐!”
“우리 형한테 무슨 얘기 한 거 아니지?! 내 형이야!”
“아 씨, 진짜 유난도 저런 유난이 없어요. 쟤 집에서도 저래요?”
두 사람의 모습을 포착한 윤도준이 씩씩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저런 모습 보면 깨지 않아요?”
“나름 귀엽잖아.”
“허얼······.”
소름 돋아. 지연우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윤도준이 와다다 뛰어오고 있었다. 그래, 저거. 광견병 걸린 치와와 폼.
“감독님! 감독님! 여기요! 야! 카메라 찍고 있다!”
“에이!”
한두 번이 아닌 듯 익숙하게 카메라를 소환하고, 순식간에 방송용 얼굴을 장착한 윤도준을 보며 윤제이는 하하 웃었다.
플라바는 뭔가 아기자기한 햄스터 같았는데, 이쪽 멤버들도 재밌네.
“자, 형. 뭐 궁금한 건 없어?”
윤도준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형이야 2001년에 데뷔한 대선배긴 하지만, 아이돌은 잘 모를 테니 자기의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복합적인 마음이 다 보여서 그저 웃었다.
“어제 도화 따라다니면서 대충 알겠던데.”
“아! 우리가 먼저 해야 했는데!”
윤도준이 또 나무늘보처럼 윤제이에게 달라붙었다.
“근데 형, 손등에 그거 뭐야?”
“아. 별거 아니야.”
윤제이는 늘 하던 것처럼 두 손을 모아 상처를 가렸다.
아무래도 플라바는 여자 아이돌 그룹이고, 혹시 모를 논란이 생길까 봐 일부러 거리를 두는 느낌이 있었다. 그도 그 분위기를 읽고 필요 이상으로 다가가지 않았었다.
“범인 누구야.”
“나다!”
“아!”
하지만 버스터는 달랐다. 되게······ 정신 산만하다. 피곤하지도 않은지 쉬지 않고 게임을 하고, 자리에서 가만히 있는 법이 없었다.
“제이 형, 형도 와서 같이 해요.”
“일하는 중이라.”
“에이, 어차피 예능용 컨셉이잖아요.”
나는 진심인데. 애초에 나를 알리기보다는 쌍둥이를 더 알리려는 의도가 컸다.
하지만 버스터는 끈질겼다. 결국 ‘매니저의 하루’ 제작진도 예능을 위해 적당히 어울려주라는 얘기를 꺼냈다.
“형 마피아 게임 알아?”
“해본 적은 있어.”
<아롱아롱>의 포상 휴가에서 별별 게임을 접해본 덕분에 게임 참여는 쉬웠다.
“죄송해요, 이런 얘기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아니. 나는 괜찮은데······.”
근데 얘네 이래도 되는 건가? 어쩌다 보니 현실적인 고민 상담까지 들어주어야 했다. 버스터 멤버들은 전체적으로······ 윤도준을 닮았다. 오늘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인데 경계를 풀고 속을 터놓을 정도니.
“형. 연락처 좀 알려줄 수 있어요?”
“그래.”
“나도! 자주 연락해도 되죠?”
어느새 그의 뒤에는 윤도준뿐만 아니라 버스터의 모든 멤버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뭘까······.’
일이 희한하게 돌아갔다.
이후, 개인 인터뷰에서도 당연히 이 얘기가 나왔다.
“어제 플라바도 그렇고, 버스터 멤버들도 제이 씨를 많이 따르던데요.”
“그러게요. 왜일까요?”
“제이 씨가 잘 챙겨주셔서가 아닐까요?”
“별로 그런 건 없었던 거 같은데······.”
막내 작가는 어리둥절한 윤제이를 보고 미소 지었다. 촬영하는 내내 멋있는 포인트가 많았는데, 자기가 그들을 챙겨줬다는 사실도 모르는 듯했다.
“쌍둥이분들도 인터뷰에서 비슷한 얘기가 나왔는데, 애들을 잘 챙겨주시는 게 뭔가······ 습관 같은 건가요? 익숙해 보이셔서.”
윤제이는 갑자기 작은 숨을 토해냈다. 갑자기 기억이 밀려들어 왔기 때문이다.
[저, 저 죽는 거 아니죠?] [네가 왜 죽어. 우리가 왔잖아.] [주, 죽을 거예요. 피, 피가 이렇게 나오는데······.] [쉬······ 더 말하지 마. 이름이 뭐라고 했지?]이윽고 표정을 감추고 말했다.
“그냥, 저 나이대 애들한테는 뭔가······ 잘해줘야 할 거 같더라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글쎄요······ 왜 그럴까요?”
윤제이는 자기도 모르겠다고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오늘 버스터 팬싸 간사람?
윤제이 있었어?
└ㅇㅇ
└짹가봐 슬슬 영상 올라오던데
└나 팬싸 끝나고 뒤풀이가는중인데 진짜 개잘생겼더라
└└와 ㅅㅂ 부럽ㅠㅠ
└그리고 무슨 카피바라인줄 애들이 되게 따르던데
-오늘 도준이 개귀여웠다
형 왔다고 막 가오잡는데 다 흘려서 형님이 다 수습해주심ㅠㅠㅋㅋ
└팬싸템도 거의 놓치는거 뒤에서 야무지게 껴주시더라ㅋㅋ
└ㄹㅇ 약간 옷입히기 타이쿤같음ㅋㅋㅋ
└어제 윤도화도 그렇게 챙겨주더니ㅋㅋ
-근데 홈마 프리뷰 보니까 윤제이 손등에 뭐 있던데 혹시 어제 그거 때문이야?
사진 보니까 빨갛던데
└어제 뭔일 있었는데?
└└플라바 팬싸중에 누가 윤도화한테 앨범 던져서 던진사람 욕하는 알계 엄청 나오고 난리났었음
└헐
***
두 그룹의 활동이 끝나기 전에 나와야 해서 윤제이와 쌍둥이가 나온 녹화분은 다음 주에 바로 방송했다.
“너 정말 그 애 도와준 거 없어?”
“없다니까. 엄마. 누구 기자 전화 받았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쌍둥이의 엄마, 박현아는 친정 식구들로부터 종종 시달리곤 했다. 윤도준도 지연우에게 이런저런 소리 들었는데, 박현아는 오죽할까.
“윤 서방은 왜 그런걸······.”
“엄마! 엄마도 다 알았으면서 이제 와서 왜 뭐라고 그래?”
“다시 만날 일 없다고 했잖니!”
“그럼 친아버지가 죽어가는데 그냥 비밀로 해야 했을까?!”
장례식 때는 훤칠하고 잘생긴 청년이 쌍둥이를 대신해 궂은일을 나서서 했고, 싹싹하고 예의 바른 게 마음에 들었었다.
“아니, 파주 작업실 그거 얼마 한다고 아직까지 난리야!”
하지만 윤제이는 친부의 작업실인 작은 주택을 증여받았다. 그래서 잊을 만하면 이런 불편한 화제가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갑자기 배우로 데뷔하더니 바로 조연을 꿰찬 게 착한 자기 딸이나 쌍둥이 손주를 살살 구슬려서 그런 거 아니냐는 이상한 소리까지 듣고 와서 더욱 심해졌다.
‘이걸 말할 수도 없고······.’
박현아도 답답했다. 그녀는 윤수헌의 얼굴에 반해 매달렸고, 그가 이혼하고 자식도 있었다는 걸 알아도 멈추지 않았다.
열렬한 구애 끝에 결혼했고, 남편의 도움으로 어엿한 드라마 작가가 돼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남편이 다시 일어서게 된 건 윤제희를 그리워했던 이영창 덕분이었다.
본인이 윤제희 시절을 숨기고 싶어 하니 말할 수도 없고,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손주들 나오는 방송이나 봐.”
마침 쌍둥이와 윤제이가 나오는 ‘매니저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패널들이 오프닝 멘트를 치고, 스튜디오에 윤도준과 윤도화 그리고 윤제이가 들어와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배우, 윤제이입니다.)
<아롱아롱>의 명장면 그리고 패션 광고의 화보 사진 등을 자료 화면으로 보여준다.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 배우라는 장황한 자막까지 덧붙여서.
“어머, 그때보다 신수 훤해졌네.”
박현아의 모친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매니저의 하루’ 제작진은 이번 에피소드에 가족애라는 서사를 넣었다. 여기서 막내 작가의 팬심이 적잖이 들어가 있었다.
윤제이는 전체적으로 믿음직스러운 맏이로 나왔고, 화면은 소소하게 동생들과 그룹 멤버들을 챙겨주는 것을 주목했다.
안 맞는 신발 때문에 휘청거리는 플라바의 성지아를 귀신 같은 반사 신경으로 잡아주는 모습이라던가 쉬는 시간에 밖에 나가 농구 하는 버스터 멤버들을 지켜보다가 옆 테니스장에서 날아온 공을 낚아채고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서는 등 뒤에서 티 나지 않게 은밀히 챙겨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도준 씨가 제이 씨를 많이 따르네요.)
(사실 아빠 돌아가시고 엄청 힘들었는데 형이 옆에 있어 주고 그랬거든요······.)
(도화 씨는 어때요?)
(저도 쉬는 동안 오빠 도움 많이 받았어요.)
박현아와 그녀의 모친은 쌍둥이가 윤제이를 제법, 아니 조금 과할 정도로 잘 따르는 것을 주목했다.
(오빠 손등 상처가 저 때 났었어?)
(별로 안 아팠어.)
자칫 윤도화가 다칠 뻔했던 한 팬의 앨범 내동댕이 사태, 그 뒤로 상처 난 손을 가리고 티를 내지 않는 모습까지.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윤도화가 뒤늦게 발견하는 모습과 윤도준이 시도 때도 없이 윤제이에게 달라붙는 모습에 이들의 우애가 제법 깊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애들이 정말 좋아하나 보다. 저럴 정도면.”
“그렇지? 괜찮지?”
“넌 그렇지 밖에 할 말이 없니?”
어느새 박현아의 모친은 유산 가지고 따진 게 무안했는지 헛기침을 하더니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