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33)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세 명의 아역 출신(33/287)
세 명의 아역 출신
다음 주에 이어서 방송된 2부도 1부와 비슷했다. 보기만 해도 훈훈해지는 세 남매의 모습이 이어진다.
(요즘 논란이 있었잖아요, 제이 씨도 알고 계셨었나요?)
(알고 있었죠.)
(속상하진 않았나요?)
(저야 괜찮은데, 애들이 좀 속상해하더라고요.)
그리고 최근에 시끄러웠던 화제도 전파를 탔다.
(일반적인 가족의 형태가 아니라고 ‘쟤는 다른 의도가 있을 거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 거 같아요.)
이윽고 윤제이의 드라마 같은 가정사가 밝혀졌다.
인종도 다르고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평범한 가족의 형태로 이루어진 젠킨스 가족들. 윤제이는 그들을 생각하며 웃었다.
(그래서 저도 되돌려주고 싶었어요. 아버지가 제게 그랬던 것처럼.)
방송이 끝나고, 숙소에서 방송을 보던 플라바 멤버들이 소파에 늘어졌다.
“······도화 언니 진짜 부럽다.”
“진짜 멋있어.”
“우리 오빠는 군대에 부를 생각밖에 안 하던데.”
안 그래도 떡볶이로 호감이었는데, 방송으로 더 멋있게 연출한 것을 보니 더 새삼스럽다. 윤도화는 흠흠 헛기침하며 제 방으로 들어갔다.
“제이 형이랑 또 게임 하고 싶다.”
“그 형 시간 언제 나신대?”
버스터 멤버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멤버들 사이에서 윤도준이 소리쳤다.
“아, 내 형이라고!”
“와, 넌 그런 말 하면 오글거리지도 않냐?”
“연우 형은 전에 그런 말 해놓고 지금은 왜 태세 전환인데?”
“야 그 형님 진짜 좋으시더라.”
-오늘 맨하루 잼?
버스터랑 플라바 나왔다며
└ㅇㅇ유잼
└나도 저런오빠 있었으면 좋겠다ㅜ
-솔직히 저런 남매가 어딨냐?
판타지 아니냐고ㅠ 저런 가족이 어딨냐고ㅠ
└ㄹㅇ 아무튼 주작임ㅇㅇ
└쌍둥이만 현실적인 남매지ㅋㅋ
└저게 진짜 오빠라면 난 오빠 없음 소파에서 배 긁고 있는 건 그냥 돼지새끼임
-이거 완전 윤제이 섭외하는 김에 버스터랑 플라바 끼운 거네 아까 끼팔한다고 뭐라한 애 어디감?
-윤제이 필모 아롱아롱밖에 없어?
-이 가족들 더보고싶으니까 이대로 등본메이트도 나가면 되겠다ㅋㅋ
-윤제이형님 그래서 차기작 뭐하신대?
‘매니저의 하루’ 윤제이와 쌍둥이 편이 끝나고 윤제이는 소소하게 화제가 됐다.
예능에서 동생들을 챙겨주는 모습 그리고 남다른 순발력으로 멤버들을 지켜주는 모습으로 입덕했다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야, 예능 한 번 나왔다고 또 화제네.”
하긴, 일반인 시절에도 사진 하나로 유명해졌으니······ 이서원이 TV를 껐다.
하지만 배우는 연기를 해야지. 이제 남은 건 차기작이다. <아롱아롱>에 이어서 후속타를 칠 만한 작품. 윤제이가 드라마를 고른 건 영리한 선택이라 볼 수 있었다. 영화는 공개되는 데 오래 걸리니까.
“제이 씨가 고른 게 이거 두 작품이라고?”
“네.”
이서원은 곽도현이 내민 두 작품의 기획안과 시놉시스를 훑어보았다.
한쪽은 조금 애매하지만 다른 한쪽은 나간다면 화제성은 확실히 챙길 수 있을 거다. 게다가 그 작가 성격에 이런 캐릭터를 그냥 살려두진 않을 거 같은데······.
“흠, 잘만 조율하면 둘 다 할 수 있겠는데?”
“그게 될까요?”
“이거, 사전제작이거든.”
되게 만들어야지. 이서원이 눈을 빛냈다.
그리고 ‘매니저의 하루’가 방영되고 다음 날, 생각지도 못한 드라마에 윤제이의 모습이 짧게 나왔다.
***
권민재. 서른두 살. 한국의 배우.
30대 남배우 1위는 역시 권민재
권민재, 아역 출신 이미지 한계 딛고 캐스팅 1순위
그는 기억도 제대로 못 하는 유아기 때부터 온갖 CF와 키즈 모델로 활동을 시작했다.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한 일은 아니었다.
[윤제희, 걔는 벌써 유럽 가서 상도 타왔다더라. 최초 최연소래.] [민재야. 너도 할 수 있지?]부모의 욕심이었다.
[하기 싫어!] [난 걔가 아니야!]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반항도 많이 해보고 윤제희라는 아이를 원망도 많이 했었다. 나는 학교 친구들이랑 공차는 게 좋은데, 엄마랑 아빠는 자꾸 하기 싫은 걸 하라고 해.
[너! 집에 가면 저녁 없어!] [아 왜애!]고작 열두 살의 아이가 부모의 뜻을 거스를 순 없었다. 그렇게 부모에게 끌려다니듯 촬영장을 오가야 했다.
그러다가 늘 짜증만 내던 엄마는 어느 기점에서 변했다. 윤제희가 국제 시상식에서 상을 받아오고 얼마 안 돼서였다.
[감독님! 땜빵 왔어요!] [왔어? 아이고, 어머니. 이렇게 급히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민재가 더 나을 거 같아서요.] [아니에요.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제 자식이 땜빵으로 불렸는데도, 누군가와 비교당했음에도 엄마는 호호 웃으며 잘 부탁한다고 과하게 굽신거렸다. 권민재는 엄마의 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쟤는 왜 저럴까.’
엄마 뒤에 숨은 권민재는 저 멀리서 숨을 몰아쉬는 작은 등을 바라보았다.
[허억, 허억······.] [제희야. 괜찮아. 엄마 여기 있잖아. 숨 천천히 쉬어.]‘제희?’
설마 그 윤제희인가? 권민재는 두 사람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남몰래 원망도 많이 했지만, 저렇게 힘들어하는 거 보니 마음이 이상하다.
‘상도 많이 탔으면서······.’
엄마는 맨날 쟤랑 나를 비교했는데······ 그는 입술을 삐죽였다. 그래도 저런 엄마는 부럽다. 우리 엄마는 내가 아파도 별로 걱정 안 해주는 것 같은데.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자기가 좋아하는 자두 사탕을 꺼냈다. 이거 먹으라고 주면 좋아할까? 하지만 그의 팔을 잡은 건 엄마였다.
[민재야. 할 수 있지?]권민재도 알 거 안다. 엄마가 요즘 왜 기분이 좋아졌는지. 윤제희가 요즘 슬럼프라는 거에 빠져서 우리 민재가 할 일이 많아졌다고 말하던 걸 들었기 때문이다.
[······네.]하기 싫다고 하면 집에 가서 또 혼나겠지. 그래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손안에 든 사탕은 저 아이한테 전해지지 않았다.
그렇게 권민재는 윤제희가 힘들어할수록 대타로 빠르게 투입됐고 점점 유명세를 탔다.
뒤이어 윤제희가 완전히 사라진 뒤로 권민재는 쓸만한 아역 배우라고 소문이 났고, 지명도는 점점 올라갔다.
[공문 올라온 거 보셨어요?] [아, ‘윤제희 특별법’이요?] [조연출 아저씨. 그게 뭔데요?]하지만 권민재는 기쁘지 않았다. 애초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윤제희 특별법’을 이용해 부모에게서 벗어나고자 했다. 바로 촬영장에서 도망쳐 높으신 분 같은 사람에게 무작정 매달리는 거다.
[저 좀 구해주세요!] [뭐?] [야 권민재!]아이에게 바짓가랑이를 붙잡힌 젊은 이서원은 아이를 떼어내려는 비서와 경호원을 제지하고 아이를 일단 뒤로 숨겼다.
[어머니, 일단 진정하시고요.] [내가 진정하게 생겼······ 뭐예요. 이 사람들은?] [어제부로 ‘윤제희 특별법’이 시행된 거 아시죠?]‘윤제희 특별법’이 시행되고 많은 아역의 삶이 바뀌었다. 권민재도 그중 하나였다. 고생하는 손자의 후견인을 자처한 할머니 밑에서 압박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역 생활을 그만두진 않았다. 미련 때문인지 아니면 공부가 싫어서였는지······ 어쨌든, 지금의 권민재는 많이 변했다.
연기에 딱히 열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매체를 자주 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대다수 업계 사람이 찬양하는 <어린이>도 안 봤었다.
그냥 끝까지 버티다 보니 높게 솟아올라 주변에 아무도 없게 됐다.
하지만 그도 막을 수 없는 게 있었으니, 바로 외로움이었다.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는 없다. 어떻게 해서든 그의 약점을 잡고 끌어내릴 경쟁자만 있다.
남들이 콜라 클럽이라고 부르는 모임에 참석해 얘기를 나누다가도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있었다.
‘그 애가 계속 연기를 했었더라면······.’
아마 괜찮은 친구 사이가 됐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 애가 그렇게 사라져야만 나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부모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으려나?
그래도 한 번은 만나고 싶었다. 그는 <어린이>가 재개봉할 때, 영화가 궁금해서 시사회에 참여한 적 있었다.
대체 뭐길래 이서원도 문창민도 다른 쟁쟁한 선배와 감독들이 그렇게 윤제희를 찬양했는지.
‘무슨, 연기를 저렇게······.’
그리고, 권민재는 새로운 세계를 보았다.
왜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는지. 상념에서 빠져나온 권민재는 눈을 살짝 비볐다.
“권민재.”
“안녕. 다은아.”
“같은 작품으로는 한 4년 만인가?”
“응.”
아마 눈앞에 이 사람 때문이겠지.
백다은.
그녀도 권민재처럼 아역 출신 배우다. 권민재랑은 살짝 다른 경우였다.
아무것도 몰랐던 부모가 소속사 사장의 꼬임에 넘어가 모든 것을 사장에게 일임했고, 백다은은 데뷔 초부터 노예계약에 단단히 묶였어야 했다.
그런 그녀를 해방해 준 건 역시 ‘윤제희 특별법’ 덕분이었다.
“대사 맞춰 볼까?”
“민재, 네가 대사를 맞춰 본다고?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거야?”
“그냥······ <어린이>를 본 뒤로 연기에 열정이 조금 생겼다고 해야 하나.”
“<어린이>는 무슨 좀비 바이러스에라도 걸린 건가. 잊을 만하면 주변에서 난리네.”
백다은은 질린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권민재와는 달리 어릴 때부터 관심받는 걸 좋아했다. 연예인, 배우라는 꿈은 단순 어린 시절 스쳐 지나가는 꿈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생각보다 대충대충 굴러가는 대기업의 실상을 알게 된 신입 사원과 그들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이 얽히는 코미디, 휴먼 드라마 <대기업 사람들>의 주연을 맡았다.
유명 감독과 작가 콤비의 작품이라 촬영도 전부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고, 권민재와 백다은 주연이라는 소리에 이미 해외 판권이 뚫려서 벌써 시즌제 논의도 오갈 정도였다.
“오늘 특별 출연은 누가 오신대?”
“몰라. 신인이라는데.”
“신인? 신인이 어떻게 나와?”
“서원이 형이 요즘 키우는 사람이래.”
그리고 화려한 특별 출연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서원과 그의 회사에서 제작하는 거라 영화계에서 쟁쟁한 콜라 클럽 멤버들과 유명 아이돌, 아나운서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출연할 예정이었다.
“그 아저씨가 신인을 키운다고?”
“그러니까. 듣기로는 완전 빠졌다는데. 연기 천재가 나타났다고 막······.”
“그렇게 찬양하는 건 윤제희 이후로 처음이네.”
백다은은 건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계속 연기한다고 약속했으면서······.’
나만 놔두고 그렇게 사라지냐······ 그녀는 모종의 이유로 윤제희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마침 저기 오는 거 같네.”
“어디 봐.”
권민재의 고갯짓에 몸을 돌린 백다은은 저 멀리서 스탭들과 인사하는 남자를 보고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잘생겼네.”
“반했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이 바닥에 있으면 예쁘고 잘생긴 걸 하도 많이 보게 된다. 그래서 옆에 권민재한테도 별로 감흥 없었지만, 반대로 점점 다가오는 윤제이에게서 눈을 못 떼고 있었다. 저런 마스크는 좀 신선하긴 하네.
“안녕하세요. 선배님.”
“네, 안녕하세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동갑이신데.”
“안 그래도 대표님이 민재 씨 칭찬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한테도 톡 하셨어요. 괴물 신인이라고 하던데?”
동성, 동갑에다가 같은 업계인. 권민재가 흥미를 보였다.
게다가 윤제이는 신기한 분위기가 있었다. 편안하고, 부드럽고 저절로 다가가고 싶게 만드는. 이서원이 데리고 다닌다면 모임에서도 볼 테니 미리 친해져 둬서 나쁠 건 없겠지.
“특별 출연인 게 아쉽다. 더 얘기하고 싶은데.”
“언젠가 작품에서 만날 일 있겠지.”
두 사람이 번호까지 교환하고 친근하게 대화를 이어가자, 백다은은 흥미로운 듯 눈썹을 들어 올렸다. 권민재 원래 저렇게 쉬운 사람이었나? 동갑 친구가 얼마나 고팠으면.
“죄송한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롱아롱>이 최근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20% 시청률을 달성했다고 해도, 이제 한 작품 공개된 신인이기에 업계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백다은의 물음에 윤제이는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윤제이라고 합니다.”
“······이름이 비슷하네요.”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반가워요.”
윤제이는 도도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서 과거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왠지 익숙하다 했더니······.’
그가 아직 카메라 공포증이 없었던 시절, 칸 발표 전 <첫사랑의 모든 것> 촬영에서 마주친 적 있다. 각각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었으니······ 당시에 꽤 당찼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나도 반가워.’
그는 속으로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