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36)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가리고, 숨기고, 덧씌우기.(36/287)
가리고, 숨기고, 덧씌우기.
“아내와 소원해졌다고 자살 소동이라니. 대단한 애처가군.”
“그래서, 캡. 그 얘기는 사실이에요?”
“지어낸 거지. 내가 당신의 말을 듣고 있다. 어? 당신과 나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식으로 공감대를 형성해야 설득도 먹히는 거야.”
단순 지어낸 게 아닌 거 같은데. 대원들이 실실 웃고, 윤제이도 그 사이에 있었다.
그들은 아파트 옥상에서 벌어진 자살 소동을 막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다행히 누구도 죽은 사람은 없었다.
오늘은 이대로만 가면 나쁘지 않을 하루가 될 것이다. 날씨도 좋고, 큰 사고도 없었고, 눈치 없는 신참이 ‘오늘은 한가하네요~’ 같은 말을 내뱉지도 않았다.
“JJ. 아침에 받은 선물은 뭐였어?”
올리버의 질문에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윤제이에게 시선을 쏘아댔다.
“선물? 또 여자야?”
“이 부러운 새끼. 이게 대체 몇 번째야?”
“이번엔 남자야.”
“와우.”
“차라리 그쪽으로 가는 게 어때? 경쟁자 하나 줄어들게.”
윤제이는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웃음마저도 가진 자의 여유 같아서 대원들이 짧게 야유했다.
“말은 똑바로 해야지. 한 달 전에 내가 학대 의심해서 조사했던 애 있잖아. 복지사랑 함께 왔더라고. 직접 그린 그림이었어.”
“아, 그 애. 어떻게 됐대?”
“미네소타 사는 이모가 데려간다더라고. 다행이지.”
시작은 그저 주방에 난 작은 불이었다. 다행히 화재가 더 번지기 전에 진압했지만, 혼자 어설프게 요리하다가 발생한 화재. 아이의 추레한 몰골, 옷 사이로 보이는 상처가 의심돼서 아는 경찰이랑 증거를 수집했었다.
“그 애 아니잖아.”
“닥쳐.”
그는 올리버의 속삭임을 짧게 막았다.
“끝나고 맥주 한 잔 어때?”
“좋지. JJ, 너도 갈 거지?”
“갈게.”
“좋아!”
파트너가 없거나 최근에 헤어진 대원들이 신나서 주먹을 쥐었다. 윤제이와 있으면 사람이 잘 꼬인다. 특히 여자가. 그 사람이 한 명만 오겠나? 친구랑 무리 지어 오겠지.
이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윤제이는 그냥 집에 일찍 가기 싫었다. 며칠 전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었기에, 적막한 집에 있다가는 자꾸 다른 생각이 들까 봐서였다.
(132 소방대, 911상황실입니다.)
“132 소방대, 들립니다.”
(긴급 상황입니다.)
이윽고 무전에서 심각한 내용이 전해지자 대원들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미친.”
“총기 난사라고?”
그것도 학교에서?
(학교 구조상 서쪽에 고립된 아이들이 있어요.)
“범인은?”
(확인된 인원만 4명, 신고자의 말로는 마약 중독자인 것 같대요.)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다들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먼저 빠져나온 학생들이 흐느끼고 있었고, 경찰들이 보였다.
“하워드 경사, 상황은 어때?”
“좋지 않아요. 저쪽에 저격수를 배치했지만, 범인을 자극할까 봐 손을 못 쓰고 있어요.”
“이런······.”
그때, 무전이 다시 들렸다.
(132 소방대, 들리십니까?)
“말해요.”
(과학 실험실 안에 고립된 학생이 동영상을 올렸어요.)
“동영상 찍어 보낼 정도면 범인이 멀리 있나 보죠?”
(찍어 보낸 게 아니에요,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고 있어요.)
뭐? 올리버가 빠르게 태블릿 패드를 꺼내 상황실에서 불러준 SNS 계정을 들어가 보았다.
(제발······ 제발. 이러다 죽겠어요.)
(누가, 누가 좀 와 주세요······.)
총에 맞은 건지 화면 일부가 새빨갰다. 안절부절못하며 제 친구를 구해달라는 학생 그리고 다른 학생이 안간힘을 다해 지혈하지만, 소용없는 모습. 문제는 다친 아이가 한 명이 아니다. 두 명이다.
“가야겠어요.”
“안 돼. 경찰 특공대가 상황을 정리할 때까지 기다려. 그게 절차야.”
“캡, 이대로라면 이 아이는 30분도 못 버텨요. 응급처치를 빨리해야 해요.”
상처가 심각함을 본 응급구조사, 클로이는 고집스러운 눈빛으로 캡틴을 응시했다.
(살려주세요.)
(누구든 빨리 와 주세요. 제 친구들 혈액형은······.)
캡틴은 화면 속 아이들을 응시했다. 다친 친구를 위해 남은 아이들, 쓰러진 아이는 본인도 무서우면서 빨리 빠져나가라고 손짓한다.
마음이 약해지지만, 그는 한 소방대를 책임지는 대장이다. 절차를 무시할 수도 없다.
“좋아. 대신 소수만 간다.”
하지만 아이들이 스트리밍까지 해서 구조를 요청하는 데다가 아직 오지도 않은 경찰 특공대를 생각하면······ 할만하다. 짧은 고민 끝에 캡틴이 승낙했다.
“캡, 저도 가겠습니다.”
“왜?”
“제가 졸업한 학교예요. 길 잘 알아요.”
“911에서 내부 지도 찾는 중이니까 넌 안 가도 돼. 위험해.”
“지도에 안 나오는 샛길이 있어요. 거기로 가면 들키지 않고 갈 수 있어요.”
“······좋아.”
인원은 빠르게 정해졌다. 클로이, 그리고 학교 졸업자 댄. 자기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나선 하워드 경사.
그리고······ 캡틴은 장비를 챙긴 채 자신을 지나쳐가는 윤제이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JJ. 너는 왜?”
“저도 갑니다.”
“네가 아무리 전직 네이비씰이어도 맨몸으로 눈먼 총을 막을 수 있을 거 같아?”
“아뇨, 클로이의 보조로요.”
구조대 일부는 다른 곳으로 출동 가서 응급구조사는 클로이 하나다. 다른 소방대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순 없고, 그녀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클로이, 어때?”
클로이는 윤제이를 바라봤다.
그는 특이했다. 따로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웬만한 응급처치를 능숙하게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처치하는 그녀의 모습을 어깨 너머로 관찰했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몇 번 관찰했다고 저런 움직임을 보이나? 그래서 응급구조사 자격을 따지 않겠냐고 권유했기도 했다.
“JJ가 있어야 합니다.”
“좋아. 명심해. 무사히 돌아오도록.”
“네, 캡.”
그렇게 별동대가 조심스레 학교로 접근한다. 그리고 소식을 들은 학생의 가족들과 방송국 등이 하나둘 학교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샛길로 빠져 벽을 타고 2층으로 진입했다.
“소방관이야!”
“우린 살았어!”
“쉿! 조용히.”
고립된 아이들은 그들을 보자마자 작게 환호했다. 이들에게 윤제이 일행은 희망이었다.
“JJ, 넌 저 아이를 맡아.”
“지시해 줘.”
“우선 진통제부터 놓자.”
클로이는 중상 환자를, 비교적 경상인 아이를 윤제이가 맡았다. 댄은 옆에서 도구를 건네주며 보조했고, 하워드 경사는 밖의 동태를 살폈다.
“오늘 좀 재수가 없다. 그렇지?”
“헤······ 네.”
“이름이 어떻게 돼?”
윤제이는 계속 말을 걸어 아이를 안심시켜주면서도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말까지 거는 여유로운 모습에 나는 살겠구나 싶은 아이의 긴장감이 풀린다.
“실험실에는 왜 있었어, 너 과학 좋아해?”
“얘 내년에 장학금 받고 대학 가요.”
“오······ 공부 진짜 잘하나 보다.”
대답은 옆에서 수액과 혈액 팩을 들어주는 친구에게서 나왔다. 듣다 보니 스트리밍 아이디어는 이 친구의 기지였다. 그 와중에도 혈액형을 알려주기까지······ 영리한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때, 먼 곳에서 총성이 들렸다. 아이는 몸을 발작하듯 떨었다.
“저, 저 죽는 거 아니죠?”
“네가 왜 죽어. 우리가 왔잖아.”
“주, 죽을 거예요. 피, 피가 이렇게 많이 나왔는데······.”
“쉬······ 더 말하지 마. 이름이 뭐라고 했지?”
“벤자민이요.”
“벤, 넌 혼자가 아니야.”
이 일을 하게 되면 잘 말하는 법을 익힌다. ‘꼭 살아서 나가게 해주겠다.’ ‘우리 팀원이 갔으니 무사히 돌아올 거다.’ 같은 말은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 의사가 환자의 병을 꼭 낫게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듯이.
(범인들이 상담실로 향하고 있어요. 그리고 경찰 특공대가 곧 진입해요. 교전이 있을 수 있어요.)
“댄, 상담실이 어디야?”
“여기랑 반대쪽.”
“가까워?”
“가깝진 않은데······ 빨리 뛴다면 밖으로 나갈 수 있어.”
윤제이와 일행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작게 끄덕였다. 윤제이가 벤자민을 업고 댄은 클로이의 환자를 맡았다.
그리고, 바깥으로 뛰었다.
그들을 발견한 범인 중 한 명이 총구를 들이민다. 그리고 경찰 특공대도 진입한다.
탕! 탕탕! 총성과 교전.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어디선가 날아온 파편이 튀었다.
삐- 귀에서 이명이 들린다.
[흐흐, 오늘은 다른 식으로 놀 거야.] [죽여!] [당신 덕분에 살았던 그 대원들은······ 다 죽었어요.] [죽기 싫어······.]간신히 이겨냈다고 생각한 과거가 물 위로 올라온다. 며칠 전에 들었던 소식과 합쳐지고, 총성 때문에 무서워서 아이들이 비명을 지른다.
“벤, 밖이야. 이제 안전해.”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밖이었다. 윤제이는 우선 제 등에 업힌 아이부터 챙겼다.
“벤? 벤자민?”
그런데, 아이의 상태가 이상하다. 윤제이는 급히 그를 땅에 눕혔다.
“심정지!”
“제세동기 가져와!”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숨이 점점 가빠지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귀가 먹먹해서 주변의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JJ. 이봐.”
“······28, 29, 30.”
“제이!”
“······뭐?!”
“네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지 벌써 12분이나 지났어.”
골든 타임은 한참 지났다. 윤제이는 반쯤 탈진해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올리버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주고 다른 쪽으로 급히 달려갔다.
[네 덕분에 우리가 모두 살았어.] [조만간 다시 보자고.] [아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아닐까······.] [피해!]귀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무언가가 그의 몸을 짓누르는 것 같지만, 그는 다시 일어났다. 주저앉을 시간은 없다. 아직 할 일이 많으니.
“가벼운 징계로 끝났다. 방송도 영향 있었고.”
“후우······.”
그 일이 있고 시간이 흘렀다. 절차를 무시한 132 소방대는 주 정부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늦게 도착한 경찰 특공대 탓도 있는 데다가 그들이 은밀히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다친 학생은 과다출혈로 사망했을 거고, 스트리밍을 끄지 않은 학생의 동영상도 한몫했다.
게다가 방송에 나온 윤제이의 모습은 대중의 동정을 사기 충분했다. 왜 영웅을 징계하려 드냐며 항의가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다시는 그런 억지를 받아주지 않을 거야. 알겠어?”
“네, 캡.”
“JJ는 나 따라오고.”
안도한 소방대대원들이 흩어지고, 윤제이만 캡틴을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 애의 부검 결과가 나왔어.”
“벤자민이요.”
“그래, 벤자민. 네가 대처를 잘 못 한 게 아니야. 넌 훌륭했다고 하더군. 아마 빠져나올 때 총성을 듣고 쇼크를 받은 거 같다고.”
“그랬군요.”
“그래. 그냥······ 그 아이의 운이 나빴던 거지.”
그 말은 별로 위로가 되진 않았다. 윤제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캡틴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이렇게 봐서는 멀쩡해 보이긴 하는데······.
“그래, 상태는 어떤가?”
“좋습니다.”
“진짜? 더 쉬고 와도 되는데.”
“일주일이면 됐죠.”
하지만 캡틴은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트라우마 때문에 일을 그르칠까 봐서가 아니라 인간적인 염려였다. 윤제이가 그의 소방대에 있는 한 윤제이는 그의 가족이니까.
“저는 진짜 괜찮아요. 캡.”
윤제이는 평소와 같은 표정과 말투, 행동으로 대답했다. 진짜 괜찮아 보이네? 라고 수긍할 정도로 감쪽같았다.
“······그래. 나가봐.”
“네.”
하지만 베테랑인 캡틴의 눈을 속일 순 없다. 길게 한숨을 쉰 캡틴은 다시 그를 불렀다.
“JJ. 내가 이 일을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해 왔어.”
“······.”
“너무 꾹 눌러 담고 사는 것도 좋지 않아. 임시로 막은 건 언젠가 폭발하거든.”
이때는 아직 감추는 연기가 어설펐을 때다. 당연히 캡틴이 눈치챘겠지. 윤제이는 입을 꾸욱 다물었다.
“털어놓을 때는 털어놓아야 해. 그게 친구가 됐든 가족이 됐든 상담사가 됐든.”
“······.”
“아니면 너만의 해소 방법을 찾아. 빠를수록 좋아.”
***
눈을 뜬 윤제이는 침대에서 일어나 탁상의 약을 물도 없이 삼켰다. 그리고 화장실로 가 찬물로 얼굴을 적셨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가······.’
문득 거울을 바라보니 내 얼굴에 금이 가 있다. 깨졌으면 보수해야지. 이건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아니니까.
윤제이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에 집중하며 주변 사물을 지웠다.
나는 뭐가 되고 싶은가. 지금의 나약한 모습 말고 비교적 멀쩡했던 모습을 끌어올렸다. 그는 한 번 겪었던 경험은 다시 활용할 수 있다.
‘이 정도면 됐나.’
가리고, 숨긴다. 그리고 덧씌운다. 이게 그 나름의 해소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