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5)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귀국을 환영합니다.(45/287)
귀국을 환영합니다.
윤제이는 요즘 대중교통 타는 것을 즐겼다.
미국에서 몇 번 타긴 했어도 대도시에 머물렀을 때 잠깐이었고, 주로 아버지가 물려주신 차로 로드 트립을 하면서 마음 가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괜찮은 지역에 머물면서 직업을 찾는 자유로운 삶을 살았었다.
‘사람 구경하기 좋네.’
대중교통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일부러 출근 시간대에 타보기도 했고, 종점 열차를 타보기도 했으며 악명 높은 1호선도 타 봤다.
기대만큼 굉장한 사람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참고할 게 많을수록 연기의 자양분이 될 테니 시간이 날 때마다 대중교통을 탔다.
“진짜 개잘생기지 않았냐?”
“잘생기긴 했네. 근데 나 이거 봤어.”
“진짜? 야 너도 관심 있었네.”
“아, 나한테 또 영업하지 마.”
“네가 진짜 싫었으면 이걸 봤겠어?”
한산한 시간이라 그런지 맞은 편에 앉은 여성 두 명이 수군거리는 게 다 들렸다.
두 사람이 들고 있는 핸드폰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은 것도 같아서 윤제이가 고개를 들었다.
설마 내 얘기를 하고 있나?
“아니 뭐, 그냥······ 잘생겨서 좀 찾아봤어. 요즘 이 사람 얘기 엄청 나오잖아.”
“그치?”
“작품 얼마 없어서 볼 게 없던데? 배우는 좀 심심하지 않나?”
“아 그거야 이제 많이 찍겠지.”
“응 니배우 차기작 빨라도 내년에 나옴. 우리 지금 어디 지나고 있지?”
음······ 확실히 출연 작품이 많아야 볼 것도 많겠지.
그들이 고개를 들자, 윤제이는 일부러 모른 척 핸드폰에 시선을 뒀다.
“근데······ 저 사람이랑 닮았다.”
“어디? 야. 눈만 보고 어떻게 알아.”
두 사람이 수군거리는 소리는 다른 이들은 몰라도 윤제이의 귀에는 들렸다. 그는 남들보다 감각이 예민했으니까.
그는 밖에 다닐 때 마스크나 모자를 꼭 쓰고 다니라는 한진우의 조언을 들어주면서도 반신반의했다. 인터넷에서나 반응이 조금 있는 거지 현실로는 다를 줄 알았다.
그래서 과한 연예인 병이 아닐까 싶었는데,
[어? 저 사람······.] [쟤가 걔야? 윤제희?] [윤제이 아냐?] [별론데?]지나갈수록 알아보는 사람이 생겨서 어쩔 수 없었다.
알아봐 주는 사람들, 팬의 존재 모두 기꺼운 일이지만, 뒤에서 그를 가리키며 수군거리는 건 윤제희 시절과 비슷해서 조금 견디기 힘들었다.
“와, 진짜 윤제이 닮았어.”
“알고 보니 진짜 아냐?”
“에이, 요즘 바쁜데 지하철을 타겠어?”
내 얘기 맞구나. 윤제이는 갑자기 장난기가 솟아올라서 마스크를 벗고 모자를 뒤로 살짝 젖혔다.
“아무튼, ”
“근데 아직 필모가 별로 없잖아. 캐릭터도 별로······.”
캐릭터 선택도 중요하구나. 다음에는 좀 멋있는 캐릭터가 있으면 한 번 해볼까? 팬들 좋아하게.
“어? 야······.”
친구의 영업에 심드렁했던 여성은 맞은편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들었다가 윤제이를 확인하고는 눈을 깜빡였다. 화면 속 인물이 현실에 있었다.
“헉!”
그래도 믿을 수 없어서 화면과 윤제이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숨을 삼켰다.
마침 그가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해서 윤제이는 일어나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두 사람은 소리 없이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살짝 웃는 것도 멍하니 쳐다봐야 했다.
“꺄아악!”
그가 내린 뒤 그들의 입이 뒤늦게 터져 나왔다.
***
‘그냥 들어와도 된다고 했지.’
이렇게 둬도 보안이 괜찮은 건가. 짧은 감상을 남긴 윤제이가 윙스 컴퍼니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오늘은 어디 안 나갔는지 거의 모든 직원이 훈련하고 있었다.
하긴,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설마 누가 침입할 리가.
윤제이는 훈련에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히 앉아서 그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았다.
‘많이 늘었네.’
특히 정승우가. 그는 마지막 작전을 수행하기 전 한국에 들러 정승우를 비롯한 부대의 교관으로 있던 적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이 왔냐.”
“대표님. 오랜만이네요.”
“이제 네 대표 아니잖아. 그냥 형이라 불러.”
박철우는 연예인 티가 나는 윤제이를 보고 이야, 감탄했다.
“회사가 많이 바뀌었네요?”
“어. 직원도 많이 뽑았어.”
“오······.”
경호 학과를 졸업한 신입들을 전처럼 연예인 경호나 행사장으로 빼고 기존 직원들은 주요 요인 경호를 위주로 한다고 했다.
“말 나와서 말인데, 뭐 하나 번역 좀 도와줄 수 있냐? 페이는 많이 줄게.”
“그냥 해드릴게요.”
“에이, 이런 건 계산 잘해야 하는 거야.”
“별로 어려운 거 아닌데요, 저분들이 신입인가요?”
“야. 태양아. 잠깐만.”
박철우의 부름에 신입들을 지도하던 최태양은 윤제이를 발견했다. 다소 툴툴대는 듯한 말을 내뱉었지만, 표정은 반가워 보였다.
“왔냐?”
“형님!”
“그래.”
“오올, 야 진짜 연예인 다 됐네.”
정승우는 반대로 활짝 웃었다. 이윽고 두 사람은 윤제이를 관찰했다.
연예인 티가 나는 건 둘째치고, 윤제이를 감싸던 묵직한 분위기가 얼마 덜어진 것 같은, 뭐라 정확히 말하긴 어려운데······.
“왜 그래?”
“뭔가······ 뭔가 바뀐 거 같은데.”
“맞아요. 뭐지? 아무튼 지금이 훨씬 좋네요, 형님.”
“바뀌긴 뭐가 바뀌어. 그냥 카메라 물 먹어서 더 잘생겨진 거겠지.”
박철우도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좋은 변화니 모른 척 윤제이를 이끌고 신입들에게 다가갔다. 신입들은 윤제이를 알아보고 눈을 빛냈다.
“인사해라. 너희들 선배.”
“선배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게 일했는데요.”
“한 번 식구는 영원한 식구야.”
대표님도 우리 캡틴 같은 소리를 하시네. 윤제이는 눈치만 보던 신입들에게 아무튼 잘 부탁한다며 인사했다.
“너희 얘가 누군지 아냐?”
“사실 이분 덕분에 이 회사를 알았습니다.”
“오, 그래?”
“제 동생이 진짜 팬이라서요. 사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선배님.”
넉살 좋게 다가오는 신입에 윤제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입들 사이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던 윤제이는 최태양이 비장하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야, 오랜만에 한 판?”
“지금?”
“너도 몸 근질근질하지 않냐?”
윤제이는 피식 웃으며 겉옷을 벗었다. 그리고 정승우가 건넨 훈련용 나이프를 가볍게 들었다.
“야, 윤제이. 이번엔 내가 이긴다.”
“나중에 울면서 봐달라고 하진 말고. 신입도 있는데.”
“와, 대표님. 들으셨어요? 얘가 농담도 하네?”
하지만 박철우는 히죽 웃었다.
“최태양 또 지고 정신승리 하지 마라.”
“맞아.”
“여기에 내 편은 없어······.”
그러게, 누가 그렇게 놀리기 좋게 반응하래. 짧게 스트레칭하고 나이프를 허공에 던졌다가 받기를 반복하던 윤제이는 돌연 넓은 보폭으로 최태양의 앞을 선점했다.
“야! 기습은 반칙이지!”
“실전에서도 그 얘기 할 거야?”
“이씨······!”
최태양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면서도 자세를 고치고 반격을 시도했다. 물론, 그 공격은 윤제이의 팔에 막혔다.
“와······.”
“진짜 잘한다.”
두 사람의 긴박한 공방을 신입들은 입을 멍하니 벌린 채 빠져들었다.
사실 연예인 데뷔를 위해서 윙스 컴퍼니를 거친 게 아니냐는 편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의심은 첫 동작으로 모조리 사라졌다. 그의 움직임을 동영상으로 찍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이변은 없었다. 윤제이의 기세 때문에 바닥에 주저앉은 최태양은 두 팔과 다리를 허공에 휘저으며 억울한 듯 소리를 질렀다.
“아니! 왜! 쟤는 딴 길로 샜고 난 열심히 했는데!”
“형. 제이 형님한테는 안 된다니까요.”
신입들에게 내 기를 세워주려고 일부러 져준 거겠지. 윤제이는 손을 뻗어 그를 일으켜 세웠다.
사실 최태양은 정말 죽기 살기로 덤빈 것인데, 혼자만 이상하게 오해하고 있는 것을 윤제이 본인도 몰랐다.
“이야. 잘 나왔다. 이 영상 우리 회사 계정에 올려도 되냐?”
윤제이는 조금 망설였다.
배우는 아이돌과는 아주 달랐다. 차기작 소식이 없으면 컨텐츠가 거의 없는 편이고, 작품을 찍어놨어도 제작사 사정이나 이런저런 것 때문에 공개가 밀리면 몇 개월 혹은 몇 년을 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때문에 심심함을 느끼는 팬도 있다고 하니, ‘떡밥’이 있으면 좋다고 했지?
“상관없습니다. 태양이 의사는요?”
“쟤는, 뭐.”
“나는요!”
팬에게 휘둘리는 거야 좋지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이렇게 잘하는데 액션 장르는 안 하냐?”
“맞아요, 형님. 밀리터리 장르 어떠세요?”
“야 너네는 그게 뚝딱 만들어지는 줄 아냐? 얘가 알아서 하겠지.”
밀리터리 액션 장르라······ 내가 어떻게 될지 아직 자신은 없지만, 문득 <달동네>의 경험이 떠올랐다.
그때도 과거와 비슷한 상황의 연기를 했었지만, 흐름에 맡기니 오히려 후련했었지.
“아니, 쟤 회사도 끗발 날리는 거 같은데요? 임성호에 고유진도 한솥밥 먹는다고 기사 떴던데.”
“그래?”
“형님, 제 동생이 꼭 형님 사진을 찍어오라고······.”
“맞다. 우리 누나도.”
윤제이는 윙스 컴퍼니에서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고, 신입들은 윤제이가 사라진 문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저분은 어디 출신이래요?”
“아까 태양이 형한테 들어보니까 네이비씰이라던데.”
“와. 그거로 홍보하는 건 못 봤는데? 왜지?”
“본인이 밝히기 싫어하는 거 아니에요? 다른 거로 유명세 타는 거 싫어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것도 간지네요.”
그게 아니라면······.
“알면 다치는 뭔가가 있는 거 아냐?”
“에이, 설마요.”
그 뒤로 만난 건 이영창 감독이었다.
“드라마 잘 봤다.”
“감사합니다. 출연료 들어왔으니 오늘은 제가 사겠습니다.”
“그래?”
남들이 말하는 자식이 첫 월급 타와서 밥 사주는 게 이런 기분일까. 이영창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식사하면서 작품이나 업계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조유경이 한국에 아예 들어왔다. 한 번 만나주면 어떠냐는 얘기도 있었다.
“그분께 딱히 악감정은 없는데요.”
“아무래도 소문이 이상하게 난 것 때문에 조심스러운 모양이야.”
깨닫는 게 한참은 늦었는데. 이영창은 작게 툴툴거렸다.
“언제 한 번 셋이 뵙죠.”
“그래.”
조유경이 악의 없이 한 행동인 건 안다. 어차피 그의 작품 활동에 도움이 될 사람이기도 하고.
“그나저나······ <달동네> 마지막쯤에 말이다.”
역시 이영창이라면 눈치챌 줄 알았다. 윤제이는 마시던 물컵을 내려놓았다.
“아라를 업고 뛰어가는 장면 말씀이시죠?”
“그래.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했는지 들어볼 수 있겠니?”
이영창은 은사이자 친부의 은인이고, 윤제이에게도 각별한 사람이었다. 어디에 말을 흘릴 분도 아니니 털어놓아도 괜찮겠지.
“혹시 인터넷에 퍼진 제 과거도 아시나요? 115 참사 관련해서······.”
“안다. 네 소식은 놓치는 거 없이 다 보려고 하니까. 혹시, 기분 나쁘니?”
“아뇨, 어차피 늦든 빠르든 밝혀졌을 일인데요.”
윤제이는 작게 숨을 토해내고 말했다.
“그 참사 속에서 제가 구하지 못한 애가 있어요. 이름은 벤자민이라고 해요.”
“벤자민.”
“응급처치를 하고 밖으로 도망쳤는데 도중에 쇼크로 사망했죠.”
“······네가 구하지 못한 애는 아니지. 그냥 운이 나빴을 뿐이야.”
이분도 캡틴과 비슷한 말씀을 하시는구나. 윤제이는 작게 웃었다.
이윽고 그는 촬영 중 느꼈던 상황을 말했다. 극 중 최아라를 업고 뛰는 상황이 벤자민을 업고 뛰던 상황과 겹쳐지면서 조금 힘들었다고.
“하지만 결과는 좀 달랐어요.”
만약 내가 더 빨랐더라면, 만약 내가 좀 더 응급처치를 잘했더라면. 그런 가정으로 끝없이 잡아 두었던 벤자민을 비로소 마음속에서 떠나보낼 수 있었다. 그가 극 중에서 구한 최아라와 겹쳐 보면서 말이다.
“네가 간직하고 있던 상처를 작품을 통해 극복한 거나 다름없구나.”
“그런 셈이죠. 그래서 아마 극 중 배역이 아니라 제 감정이 묻어나왔을 거예요.”
“그래서 더 극이랑 잘 어울렸어. 특히 병원 장면은 정말······.”
“감사합니다.”
윤제이도 안다. 그가 박동화를 연기했을 때의 그 짧은 감각 때문에 이렇게 좋아하신다는 걸. 그 감각을 살리려면 아직은 멀었다.
시험 삼아 과거와 비슷한 장면이 있는 작품을 연기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저, 잠시만요.”
“그래. 편히 갔다 와.”
윤제이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이영창은 진지한 얼굴로 수첩에 무언가를 적었다. 오로지 윤제이를 위한 영화. 그의 인생을 담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그러려면 네 인생을 다 알아야겠지.’
이런 자리를 자주 갖는 게 좋겠다.
***
윤제이는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비자 문제도 있었고, 앞으로 바빠질 테니 짧은 휴가도 받았다. 오랜만에 본가의 가족들을 볼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거기 몇 달 있었다고 여기가 낯설어지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잠시 멈춰 서있던 윤제이는 누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크게 떴다.
“텐, 귀국을 환영합니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시리아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여기에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