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6)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신변 정리(46/287)
신변 정리
윤제이는 상대를 관찰했다.
이름은 존 도. 아마 본명은 아닐 거다. 비밀 유지가 철저한 집단 소속인 데다가 신원 미상의 남성을 그렇게 부르니. 게다가 저 얼굴도 진짜 얼굴은 아닐 거다. 정교한 실리콘 마스크겠지.
“존, 오랜만이네요. 근데 설마······.”
“관둔 건 아니고요. 일 때문에 잠시 돌아와 있었습니다. 바로 집으로 가실 거죠? 제가 모셔다드리죠.”
“음······.”
“너무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목숨을 빚진 분에 대한 순수한 호의니까요.”
글쎄, 자기 팀으로 빼 오려고 온갖 회유책을 쓴 것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조금 망설였지만, 집까지 가는데 공짜 운전기사가 생긴 건 제법 편리한 상황이다.
“직접 운전하시는 겁니까?”
“말했죠. 개인적이고 순수한 호의라고. 그나저나, 우리 정말 오랜만이죠? 텐.”
“이제 그냥 JJ라고 불러주세요.”
“알겠어요. 그래도 아직은 텐이 입에 붙네요. 한국에서 다시 연기를 시작하셨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들은 게 아니라 조사한 거겠지. 윤제이는 못 말린다는 뜻으로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들을 태운 차가 공항 밖으로 빠져나왔다.
“마이튜브로 당신 연기를 봤어요. 정말 잘하시던데요?”
“전에 해본 적이 있으니까요.”
“20년을 넘게 쉰 것치고는 경력자처럼 훌륭하시던데, 물론 당신의 그 특별한 능력은 저도 잘 알지만요.”
말이 은근히 빙빙 돈다. 윤제이는 고개를 돌려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당신이 ‘사자의 그림자 작전’에서 생환했을 때요.”
존은 냉큼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자의 그림자 작전Operation Lion’s Shadow은 군인 시절 윤제이가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작전이었다.
[아직 안 깨어났다고?] [어제 잠깐 정신을 차리긴 했는데, 강제로 재웠어요.] [왜?] [무슨 상황인지 아시잖아요. 팀장님, 그 아사드 야신 카디르예요. LIS의 부지도자이자 고문 전문가요.] [나도 알아.] [그 상황을 다 겪고도 돌아오다니, 솔직히 무서울 정도예요.]존의 팀원 중 하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몇 주 전 작전에 참여한 대원들은 함정에 빠졌었고,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윤제이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혼자 남았고 결국 납치됐다.
왜 그 자리에서 사살당하지 않고 납치됐는지는 존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 윤제이가 몇 시간 동안 그들을 따돌린 것에 흥미를 느껴서 그런 것 같다고 짐작할 뿐이다.
“물론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는 건 잘 압니다.”
그가 봐 온 윤제이는 정말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그가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이렇게 운전기사를 자처할 정도로.
[으아아악!] [진통제 놔! 빨리!]모두 그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윤제이 덕분에 함정에서 빠져나왔던 대원들은 구출 작전을 벌였다. 무사히 살아 돌아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목숨만은 건졌다.
[더는 작전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텐, 아직 판단하긴 이릅니다.] [제가 괜찮아 보이십니까?]윤제이는 부지도자를 사살한 공로를 사 비공식이지만 훈장도 받았고, 한 계급 특진 후 전역했다.
“하지만······ 혹시, 혹시 말입니다.”
“······.”
“전역을 신청하셨을 때, 연기를 하신 것도 있었습니까?”
윤제이는 몇 번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었고, 물론 그 정도 능력이 있는 사람을 쉽게 놔줄 리는 없었다.
그 사건을 빌미로 힘들어하는 연기를 해서 빠져나간 게 아니냐는 가설은 윤제이가 한국에서 했던 연기를 보고 생각한 것이다.
어릴 때 천재성이야 반짝 빛나고 사라지는 줄 알았는데, 지금도 밝게 빛나고 있으니까.
“글쎄요, 어떨까요?”
존은 노련한 스파이지만, 윤제이의 표정만 봐서는 속내를 읽을 수 없었다.
“얼버무리시려는 겁니까?”
“그쪽도 이런 식으로 잘 빠져나가지 않았습니까.”
이런, 당했군. 존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렇다면, 제가 정보 하나를 알려드리면 제 궁금증을 풀어주시겠습니까?”
“내용 봐서요.”
“역시 쉽지 않네요. 좋아요. 당신의 친구, 제이든이 최종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제이든은 군 시절 윤제이의 동료이자 친구였다. 아직 살아있구나. 다행이다.
“그런데 작전 이름이 뭔지 아십니까?”
“뭐죠?”
“텐을 위하여 작전이라고 합니다.”
“······그건.”
텐은 윤제이를 부르는 다른 호칭이었다. J가 알파벳에서 10번째라서 붙여진 건데, 아무리 대원들의 목숨을 몇 번 구해줬었어도 그렇지 너무 과한 작전명이 아닌가 싶다.
“제가 죽은 거 같지 않습니까. 추모 작전도 아니고.”
“하하!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존은 윤제이의 집 앞에 차를 세우고 고개를 돌렸다.
“자, 제가 먼저 말씀드렸으니 이제 대답해 주시죠.”
“대답은······ 출국하기 전에 말씀드리죠.”
“네?”
“어차피 제 출국길도 따라오실 거 아니었습니까?”
“당신은 못 당하겠네요.”
“조만간 보죠.”
차에서 내린 윤제이는 존의 차가 저 멀리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뒤 집으로 들어갔다. 그가 소방관 시절에 머물던 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먼지 때문에 기침이 나왔다. 그는 창문을 열어 공기를 환기하고 짐을 정리했다.
이제 이 집도 정리하고 소속사에서 마련해 준 아파트로 아예 옮긴다. 친부에게서 증여받은 작업실은 앞으로 활동하기에는 너무 외곽에 있었다.
“아.”
이것저것 짐을 정리하던 그는 자신이 구했던 많은 이들이 보낸 응원 편지와 그림 등을 발견하고 멈춰 섰다. 이건······ 중요한 물건이니 따로 챙겨야지.
“JJ?”
“피비, 안녕.”
그가 물건들을 차에 싣는 동안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집주인의 딸, 피비였다. 집주인 가족은 친절했고, 혼자 사는 그를 위해 가끔 식사를 나눠주기도 했었다.
“어디 갔다 온 거야? 요즘 안 보여서 걱정했어.”
“잠시 한국에 갈 일이 생겼었거든.”
“그럼 이제 안 가?”
“아니, 아마 거기서 쭉 머물 것 같은데.”
“뭐?!”
그녀가 화들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뭐?! 이제 볼 수도 없다고?!
“왜, 왜?!”
“거기서 할 일을 찾았거든. 아마 계속하지 않을까?”
“JJ!”
충격받은 피비의 뒤로 집주인이 다가왔다. 집주인 아주머니와 짧은 포옹을 하고 떨어진 윤제이는 작게 미소 지었다.
“네 전화 받고 놀랐어. 갑자기 한국으로 아예 간다니······.”
“사정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여러모로 신경 써 준 것도요.”
“너무 작별 인사 같은데? 섭섭하게 왜 이래. 시간 나면 언제든 연락하고, 놀러 와.”
“······네.”
그는 방랑하는 삶을 살면서 많은 사람과 알게 됐지만, 깊은 관계는 맺지 않고 얕게만 지내왔다. 사적인 대화도 잘 안 하고 거리를 두었다.
‘잃을 게 두려워서인지도 모르지.’
그래야 나중에 떠날 때 아쉽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중을 미리 생각하고 지금을 결정하는 자신의 방식이 잘못됐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권민재나 백다은처럼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는 거고, 나랑 더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피비, 너도 잘 지내.”
“어, 어······.”
작별 인사를 끝낸 윤제이가 차에 올라타 그 골목을 벗어났다.
“엄마! JJ가 떠난다고 어떻게 나한테 말도 안 할 수가 있어?!”
“말한다고 되겠니?”
“아니, 아니 그래도······!”
“꿈 깨. JJ가 아깝다.”
“엄마! 나 엄마 딸이야!”
남겨진 집주인과 딸이 옥신각신했다.
집을 정리했다고 여기에서의 용무가 다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근처 가게에서 도넛을 잔뜩 사서 132 소방대를 들렀다.
‘출동 갔나 보네.’
하지만 소방대는 휑했다. 전 동료들의 얼굴을 못 본 게 아쉽지만, 다시 못 오는 것도 아니니까.
그는 잘 보이는 곳에다 도넛 박스를 두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몇 분 뒤, 붉은 소방차와 구급차가 132 소방대의 차고를 채웠다.
“와. 오늘 역대급으로 힘든 날이었어.”
“우리 신입이 징크스를 말하지만 않았어도.”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끝나고 한잔하러 가자.”
늘 그렇듯 신입을 갈구면서 복귀한 소방대원들은 클로이가 외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JJ?”
“뭐야? 나간 놈은 왜 찾아? 클로이 너 JJ 좋아한 건 알았지만······.”
“이거 봐.”
그런 감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제 걔 좋아하는 거 아니거든.
반박하면 할수록 더 놀리는 걸 알아서 인상을 팍 찌푸린 클로이는 윤제이가 남긴 쪽지를 내밀었다.
(JJ 왔다 감.)
짧게 적혀 있었지만, 필체가 딱 그들이 아는 친구의 필체와 똑같았다.
“뭐야. 언제 온 거야? JJ!”
“이미 갔겠지.”
“이렇게 바로 가는 게 어딨어?”
“원래 그런 놈이었잖아.”
“참나, 이러면 자기가 멋있는 줄 아나.”
“걔가 좀 멋있긴 해.”
“그건······ 그렇긴 한데. 아무튼 왔으면 좀 기다리지.”
그들은 툴툴대면서도 상자 안의 도넛을 베어 물었다. 마침 당 떨어졌는데 잘됐네.
“JJ가 왔었다고?”
“네, 캡. 이거요.”
“허, 다신 안 올 줄 알았는데.”
쪽지를 본 캡틴이 허허 웃었다. 조금 걱정됐는데, 이렇게 다시 온 걸 보면 안심할 수 있겠다. 언젠가 또 오겠지.
***
신변 정리를 다 끝낸 윤제이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차를 타고 드디어 집으로 향했다.
‘엔진 소리가 조금 이상한데.’
오랜만에 아버지와 차고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곧 바빠져서 시간도 없을 테니.
한국으로 돌아가면 연말 시상식 시즌이다. 올해 단번에 떠오른 윤제이도 이런저런 행사에 불려가서 시상자로 서기도 하고, 수상 후보에도 올라 얼굴을 비춘다.
“여보, 저기 봐봐요.”
“제이가 왔구나.”
저 멀리서부터 보이는 윤제이의 차에 부모님들은 하던 일도 멈추고 그를 마중 나왔다.
“아빠.”
“내 아들!”
차에서 내린 윤제이는 활짝 웃으며 아버지와 포옹했다.
“엄마. 잘 지내셨어요?”
“우리야 늘 똑같지. 세상에, 네 모습 좀 봐. 몰라보게 달라졌는데?”
마리아 젠킨스는 아들을 꼭 끌어안고 떨어지더니 윤제이의 위아래를 훑었다.
사실 윤제이는 패션에 별로 신경을 안 썼다. 방랑하는 삶을 살아서 옷도 별로 없었고, 워낙 몸매가 좋으니 기본 반소매에 청바지만 입어도 근사해 보이는 거지, 하나하나 뜯어보면 영 아닌 옷도 있었다.
[오빠. 이 체크 셔츠는 버리는 게 좋겠어.] [형. 이 바지 진심으로 입는 거야?] [아마도?]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전문직 자격증도 없는데 방랑하면서 뭘 하겠나. 주로 몸으로 때우는 직업으로 갈아탔다.
카고바지는 목공이나 정비 작업할 때 제법 유용했다. 하지만 이제 작업할 일이 없으니 필요 없겠나?
그 대답을 들은 쌍둥이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패완얼인가.] [사람이 너무 완벽해도 재미없지. 나름 매력 포인트이긴 한데······.] [이건 진짜 아니야. 버리자. 이거 버려도 돼?] [그래.]아무튼, 한국에 와서도 그렇게 다니다가 쌍둥이의 참견으로 조금 바뀐 거고, 이번에는 매니저인 한진우와 새로 뽑은 스타일리스트의 합작으로 옷장 안에 내용물을 싹 바꿨다.
[제 돈으로 사도 되는데요.]그 돈은 이서원의 카드에서 나왔다.
나한테 거물 투자자가 붙었다고 했나?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다.
“그럴 일이 있어서요.”
“네가 새로 시작했다는 일과 관련된 건가 보지?”
“천천히 말씀드릴게요.”
“들어가자.”
부모님과 함께 집에 들어오니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오빠 왔어?”
“세리, 잘 지냈어? 요즘은 어때?”
“똑같지. 아 맞다. 내 메시지 봤지? 대체 무슨 일이야?”
“그건 저녁 먹으면서 알려줄게.”
여섯 살 차이 나는 여동생, 세레나 젠킨스였다.
“이따가 크리스도 온대.”
“오랜만에 다 모이네.”
“오빠 봐서 좋다.”
윤제이는 세레나의 어깨를 한쪽 팔로 살짝 안고 떨어졌다. 그리고 변함없는 집 안을 바라보았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