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7)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앙금(47/287)
앙금
‘내 방은 아직 그대로군.’
게다가 언제든 아들이 돌아온다면 바로 쓸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청소한 티가 났다. 두 동생인 세레나와 크리스토퍼의 방도 마찬가지였다.
‘괜히 안 이러셔도 되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입가에는 미소가 진해졌다. 돌아올 곳이 있다는 건 그에게 항상 위안이 됐다. 잠깐 침대에 누운 그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윤제이가 열다섯 살 때쯤 그의 아버지인 헨리 젠킨스는 그를 조심스레 불러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고, 그의 허락을 구하며 사과했다.
윤제이의 심리 상태가 위태로운 것을 알아서 교제 중인 상대도 일단 숨기고 있었다고.
[그분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윤제이는 서운한 게 아니라 기뻤다. 자신을 정말 아껴주었던 아버지의 행복이 더 생기는 거니까. 게다가 아버지가 결혼을 결심할 정도면 좋은 분이 확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예상이 맞았다.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 그가 입대할 때까지 3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부모님은 피가 안 섞인 그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솔직히 살면서 가장 좋은 기억을 꼽으라면 바로 이 시절을 고를 것이다.
[안녕하세요. 어제 옆집으로 이사 와서 인사드릴 겸 들렀어요.] [어머, 고마워요. 여긴 우리 큰아들이에요.] [안녕하세요. 뒤에는 따님이신가요?] [네. 에밀리. 인사하렴.] [······근데 왜 저 사람만 달라요?] [에밀리!]헨리 젠킨스가 그를 많이 챙겨주었어도 아직 윤제희 시절 그림자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나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났다는 죄책감, 그래서 괜히 미국에 왔다가 사망한 친모. 남들이 봐도 가족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 자신의 위치가 붕 뜬 느낌 때문에 입대 신청서를 작성했다.
‘계속 도망치기만 했네.’
안 가면 안 되냐고 울고 불던 동생들이 떠올라서 괜히 마음이 복잡해졌다.
기분 전환 겸 핸드폰을 켠 그는 왜 그냥 갔냐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소방대대원들의 연락에 하나하나 답장해줬다.
그리고 윤도준이 알려준 인터넷 커뮤니티를 들어가 보니 마침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올해 엠사드 남조상은 윤제이겠지?
-트로피에 이미 새겨놨을듯ㅇㅇ
-근데 하민우도 잘했는데 너무 윤제이라고 확정땅땅짓는거 팬들이 너무 엠사 눈치주는거 아님?
-윤제이가 한창 라이징이라 체감되는거지 팬은 그렇게 없지않나?
-일단 신인상은 확정이지?
시상식 시즌이면 이렇다고 듣긴 들었는데, 생각보다 더 많구나.
‘근데 좀 애매하네······.’
그는 윤제희 시절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뿐만 아니라 많은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니 단순 아역 상만 주려던 국내 시상식 측도 눈치를 보다가 큰 상을 쥐여주기도 했는데, 이영창 감독이 대리 수상해서 나중에 트로피를 전달했기에 그도 자기가 어디서 무슨 상을 받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진 못했다.
‘나를 신인이라 할 수 있을까?’
드라마 부문과 영화 부문을 나뉘어서 시상하는 데도 있다고는 하는데······ 이건 나중에 한진우에게 물어봐야지.
그러다 살짝 잠들었는데, 아래가 소란스러운 느낌에 깼다. 바깥을 보니 아버지가 동생을 데리고 온 것이다. 윤제이는 바로 밑으로 내려갔다.
“형!”
“오랜만이야. 학교는 어때?”
“과제 때문에 죽겠어.”
윤제이와는 아홉 살 차이의 동생, 크리스토퍼 젠킨스는 어릴 적 병치레가 잦아서 병원을 자주 드나들었었다. 그 영향 때문인지 퇴원하고부터 열심히 공부하더니 의대에 진학했다.
“오랜만에 너희들 다 보니 좋구나! 여보! 고기는 다 됐어요?”
“아직!”
“도와드릴게요.”
“앉아 있어.”
“제가 하고 싶어서 그래요.”
가족들과 함께 하는 단란한 식사 자리, 윤제이는 테라스로 나가 아버지의 맞은편에 섰다.
“왜 나왔어?”
“같이 바베큐 하는 것도 오랜만이잖아요.”
아버지, 헨리 젠킨스는 애써 근엄한 척 미소를 숨겼지만, 윤제이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자식들과 함께하니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 아까 보니까 네 차 엔진음이 이상하더구나.”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따가 같이 봐주실래요?”
“좋지.”
헨리는 윤제이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마냥 어리고 위태로웠던 아이가 이렇게 장성한 건 그의 자랑이었다.
“제이, 크리스. 시간 되면 지붕 좀 수리해주겠니? 네 아버지가 허리를 삐끗했단다.”
“여보, 무슨 그런 말을 해요?”
“그럴게요.”
짧은 식사 준비 끝에 온 가족이 한 식탁에 앉아 웃으며 서로의 근황을 나눴다.
“아 맞다. 형. 나 궁금한 거 있어.”
“뭐?”
“아니, 엔플릭스 보는데······ 잠시만.”
크리스는 전에 캡처해두었던 화면을 그에게 내밀었다. 세계적으로 흥행했던 한 작품 덕에 한국 드라마가 유행하고 있었다.
“이거 형이지?”
크리스가 보여준 건 <아롱아롱>의 썸네일으로, 검을 든 무휘대군의 포스터였다. 최근 자주 시청했던 한국 드라마 랭킹에 있었다.
“제이, 너니?”
“진짜 형 맞아?”
“어머.”
크리스는 마이튜브에 들어가서 <아롱아롱>의 한 장면을 재생했다. 검을 들고 액션 연기를 펼치는 화면 속 윤제이의 모습에 가족들이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음······.”
“나도 이 얘기 하려고 했어. 우리 학생 중에 오빠를 아는 애가 있던데?”
“나를 어떻게 알아? 아직 매체 나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요즘 케이팝이 유행이잖아.”
오빠의 나라라서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세레나는 케이팝을 얘기하는 학생들의 말을 잘 받아주었는데, 윤도준의 그룹 버스터를 좋아하는 학생의 화면을 보니 진짜 오빠가 있었다는 거다. 아마 ‘매니저의 하루’를 나왔을 때 영상인가 보다.
“그, 그런 일이 있었니?”
부모님은 더 놀랐다. 아들이 한국에서 이복동생들을 만났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고밖에 전해 들은 게 없었는데 갑자기 배우라니.
“제가 새 일을 시작했다고 했었잖아요. 이거예요.”
“세리랑 크리스가 안 알려줬으면 또 그냥 넘어갈 뻔했구나.”
“아뇨, 두 분께도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화면 속 윤제이를 보고부터 표정이 갑자기 안 좋아진 마리아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대체 언제!”
“엄마?”
“언제쯤 먼저 알려줄 거였니?”
“······.”
“제이, 난 네 엄마야! 너는 날 엄마로 생각 안 할지 몰라도······.”
크게 역정 내던 마리아는 자신이 좋은 자리를 망쳤다는 생각에 숨을 삼켰다.
“미, 미안하다.”
“엄마.”
화를 내시는 이유가 있겠지. 윤제이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도망치려는 엄마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았다.
“엄마.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듣고 싶어요.”
뒤돌아선 마리아의 눈이 곧 눈물을 흘릴 것처럼 빨개졌다.
“제이. 넌, 너는······ 근사한 아이였어.”
그녀는 윤제이를 만났을 때가 아직도 선명했다.
[그 애가 저를 싫어하면 어떡하죠?] [착한 아이예요. 아마 보면 당신도 좋아할 겁니다.]헨리가 키워낸 아이라면 믿을 수 있지만······ 그 당시 그녀는 자신이 하자 있는 사람이라 여겼다.
남편의 폭력으로 간신히 이혼하고 애가 둘이나 딸린, 게다가 한 아이는 아프기까지 한 이혼녀니까. 과연 그 아이가 나를 가족이라고 생각할까?
[안녕하세요. 제가 엄마라고 불러도 될까요?]미워할 맘은 당연히 없었지만, 미워지지 않는 아이였다. 오히려 새엄마가 불편해할까 봐 배려해 주는 모습에 감동하기도 했다.
“갑자기 생긴 내가 밉지도 않은지 엄마라고 금세 날 따랐잖니.”
“그거야······.”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행복하고, 그도 새엄마와 동생들이 생기는 건 기뻤다. 마리아가 제 자식과 나를 차별한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친자식보다도 더 자신을 신경 써 준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마리아는 일단 자신의 말을 들어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안심한 게 문제였던 거야. 넌, 넌 너무 의젓했고 우린 살기 바빠서 신경을 덜 쓴 게 문제였을까?”
“······.”
“넌 내가 시키지 않아도 세레나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병원에 무슨 일이 생기면 네가 먼저 가서 크리스의 보호자 역할을 했잖니.”
먹고 살기 바빠서 그걸 하지 말라고 말리지 않은 그게 마음에 늘 걸렸다고 했다. 윤제이는 그 나이대 아이답지 않고 너무 다 큰 어른 같아서 무의식적으로 신경을 덜 쓴 게 있지 않겠냐고.
“그······.”
윤제이는 뭐라 말하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부모님이 사랑을 주신 만큼 동생들을 보살피는 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사실 어린 시절 트라우마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기도 했다.
나는 한 번 가정을 파탄 낸 적 있으니, 내가 이렇게 행동해야 지금의 행복한 가정이 안 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부모라고 자식의 모든 걸 알 필요는 없지. 하지만 너는 늘 그랬어! 자기 얘기는 잘 안 하는 데다가 갑자기 입대한다고 했을 때부터 우리한테 제대로 상의도 안 하고······ 그게, 난······ 화가 났어.”
“······”
“네게 화나는 게 아니라. 나한테!”
갑작스러운 얘기에 제대로 말릴 수도 없었다. 본인이 하고 싶어 하니 어쩌겠는가. 자신은 친엄마도 아닌데.
마리아는 아직도 제복을 입은 사람이 집 가까이만 와도 불안해서 심장이 떨렸다고 한다.
아직 충분한 사랑을 주지 않았는데, 벌써 아들과 관련해서 안 좋은 소식이 오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네가 그럴수록 네게 못 해준 것만 생각나서······.”
“여보.”
못 해준 것만 자꾸 생각나서 윤제이가 뭘 하든 딴지 걸지 않고 응원하고 지지했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믿고 의지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함께 한 시간은 짧지만, 부모의 힘인 걸까? 윤제이의 가면도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길래 거리감이 느껴지는지. 그 이유가 자신에게 있는 거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
윤제이는 아버지 품에 안긴 어머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위화감을 아마 아버지나 동생들도 느끼고 있었겠지.
“제가 거리를 둔 거 같아서 속상하셨군요.”
“아니, 내 잘못이야.”
“아뇨. 그게······ 아마 제 어린 시절 때문일 거예요.”
이제 도망치지 말고 외면하지도 말아야 한다. 아버지가 그의 카메라 공포증을 완화했을 때처럼, 이제 갈등을 똑바로 보고 풀어내야 한다.
“혹시 영화 좋아하세요?”
***
“세상에, 쟤가 너라고?”
“네.”
<어린이>는 옛날 영화고, OTT 플랫폼에 대부분 있는 영화였다. 가족들은 거실에 앉아 윤제이의 첫 영화를 시청했다.
“당신도 알았어요?”
“나도······ 몰랐어요.”
헨리는 죽은 윤제이의 친모에게 살짝 원망의 감정이 들었다.
아이가 한국에서 잠시 연기를 했다가 상처받아 카메라 공포증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저런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는 얘기는 안 했기 때문이다.
“와······ 오빠 검색하니까 엄청 많이 나와.”
“칸 영화제 최연소 수상?!”
게다가 상도 많이 받았다고? 세계 3대 영화제라고? 헨리는 기가 찼다. 그래도 나는 알아야 하지 않았나? 쟤는 왜 이걸 지금에서야······.
“이걸 여태껏 숨기고 있었구나.”
“사정이 있어서요.”
“이제 그 사정 좀 들어보자.”
자신의 속을 털어놓는 건 익숙지 않다. 그래서 조금 망설였지만, 덤덤하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얘기했다.
훌륭한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 때문에 원치 않는 시선을 받아버렸고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것을. 그래서 친부모님이 이혼한 게 자신 탓이 아니겠냐는 생각도 했다고.
“아들, 그건 네 탓이 아니야.”
“알아요.”
그래서 엄마와 동생들이 생겼을 때는 내가 가정을 파탄 내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고 한다. 너무 행복해서 놓치고 싶지 않은 가정이었으니······ 단지 그게 거리를 둔 것처럼 보인 것이고.
모든 걸 전부 얘기하니, 해가 지고 있었다.
“걱정하실까 봐 숨긴 거지 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그래.”
“말해줘서 고맙구나.”
얘기를 다 들은 헨리는 아들에 관한 배신감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마리아도 눈물을 찍어냈다.
“네가 뭘 하든, 넌 우리 아들이라는 걸 항상 기억해.”
“저도 두 분이 제 부모님이라는 걸 항상 잊지 않고 있어요.”
부모님과의 진한 포옹을 받은 그는 소파에 늘어져 있는 두 동생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뭐 할 얘기 없어?”
“엄마도 갱년기 때가 다 됐지.”
“그거뿐이야?”
세레나와 크리스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사실 좀 불만이긴 했어. 갑자기 군대로 가 버린 것도 섭섭하긴 했고.”
“나도. 우리가 이해 못 하더라도 일단 뭐든 얘기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살짝 섭섭한 것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그동안 윤제이가 오빠와 형으로서 그들에게 해준 게 많았기에 그저 미소 지었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다.
“그래도 오빠가 내 오빠라는 건 변함 없으니까.”
“맞아. 나도.”
두 동생의 대답에 윤제이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
그렇게 가족끼리의 앙금도 털어내고 더 돈독해진 상태로 휴가를 즐겼다. 그에게 남은 휴가 기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자! 타세요! 제가 공항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가족들과 작별하고 밖을 나서니 역시나 존이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진짜 오다니. 윤제이는 헛웃음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