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8)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괜찮지 않습니다.(48/287)
괜찮지 않습니다.
가족과의 오해가 풀리고 남은 휴가는 정말 좋았다.
핸드폰을 멀리하고 온전히 가족끼리의 시간을 보내자는 다소 급조한 것 같은 젠킨스 가의 규칙을 다들 잘 따랐다.
그는 오랜만에 아버지와 차고에서 차를 수리했고, 어머니의 부탁으로 동생과 지붕을 수리했다. 같이 외식을 하기도 했고, 동네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거 네 이복동생들 아니니?”
“······그러게요.”
한인 타운 근처에서 판매권 따위 무시한 쌍둥이들의 굿즈를 발견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길을 걸으면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꼭 생겼는데, 여기는 그럴 일이 없어서 편안했다.
“아직 너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구나.”
“그럼요. 아직 작품도 얼마 안 찍었는데요.”
“여기서도 유명해지도록 해 봐. 친구들에게 자랑하게.”
“하하!”
할리우드 진출이라도 해야 하나? 사실 그쪽에서 머물 때 몇 번 제의를 받아보긴 했는데······ 아무튼, 부모님은 방랑하던 아들이 드디어 정착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리고 윤제이로 인해 연결된 두 가족이 영상으로나마 만났다.
“제 이복동생들이 영상 통화로 인사를 하고 싶다는데요.”
“우리야 좋지!”
쌍둥이는 영어 유치원 출신이라고 언어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혹시 몰라서 통역하려고 대기했는데,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걱정과는 다르게 윤도준과 윤도화의 영어 실력은 괜찮았다. 한국의 조기 교육은 놀라웠다.
***
“진짜 오셨군요.”
“그럼요.”
존은 기분이 좋아 보이는 윤제이를 관찰했다.
능력이 워낙 좋아 단기간에 두각을 나타낸 그는 네이비씰에 있었을 때도 많은 동료를 구해내고 위험 상황에서 빠져나와 어떻게든 작전을 성공시켰다.
어딘가에서 계획하고 있던 슈퍼 솔져 프로젝트가 아직 폐기되지 않고 남아있었더라면 아마 윤제이가 가장 1순위였을 거다.
‘진짜 탐나는데······.’
사자의 그림자 작전에서 그는 한국인 선교사로 위장해 작전에 투입됐지만, 도중에 발각됐었다.
테러리스트 소굴에 억류되어 부지도자의 고문 장난감이 되었던 그 상태에서도 소굴을 빠져나와 부지도자를 사살하고 돌아와 작전을 어떻게든 성공시켰다.
지금도 공공연히 전설적인 군인으로 불렸다. 새로운 대원이 들어오면 ‘지금은 전역한 사람 중에 미친놈이 있었다’라고 썰이 자동으로 나올 정도였는데, 본인은 몰랐다.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존의 차에 탄 그는 점점 멀어지는 집을 바라보았다. 휴가가 짧아서 아쉬웠지만, 언제든 다시 올 기회가 있겠지.
“그거 아세요? 텐을 위하여 작전은 성공 가능성이 제법 큽니다.”
“그렇군요.”
“만약 그 작전이 성공한다면, 필연적으로 당신의 존재가 드러날 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작전명부터가 누구를 기리기 위해 붙은 거라서 텐은 누구냐 말이 나올 거긴 하다. 하지만 어차피 비밀 유지가 생명인 곳이고, 드러나봤자 군에서나 잠깐 드러나겠지.
“솔직히 당신의 능력이 아쉽습니다. 더 좋은 곳에서 많이 펼칠 수 있을 텐데.”
내 밑으로 와서 더 일하라는 말을 너무 돌려서 말씀하시네. 윤제이는 모르는 척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더 유명해지기 전에 다시 이쪽으로 오시는 건 어떠신가요? 민간 계약자로도 좋습니다.”
“이제 전에 질문하신 것에 대한 답을 드려야겠네요.”
존이 흥미로운 얼굴로 윤제이를 쳐다봤다. 고개가 거의 옆으로 틀어져 있었는데 신기하게 운전은 잘하고 있었다.
“앞은 보시고요.”
“앗, 죄송합니다.”
존은 윤제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그의 연기를 다시 봤다. <달동네>에서 칼에 찔린 최아라를 업고 내려가는 장면은 한국어를 몰라도 이상하게 먹먹해지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범상치 않은 능력에다가 연기력까지······ 타고난 스파이 아닌가?
“제가 남들보다 조금, 특별하다고 해서 정신력까지 특별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하지만 윤제이는 다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다. 전역을 신청할 때 연기가 포함되어있었냐는 질문은 말이 안 된다.
내가 탐난다고 설마 그렇게까지 생각할 줄이야······ 그 당시 나는 그럴 만한 상황이지 않았나? 지금도 흉터로 남아있는 상처들을 다 봤음에도 아직도?
“잘못 짚으셨습니다.”
존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가진 능력이 워낙 비범해서 이미 다 이겨낸 줄 알았다.
“그때 연기가 포함되어있었냐고요? 아뇨, 그냥 제 모습이었습니다.”
“······.”
“그리고 지금도 괜찮지 않습니다.”
“네? 하지만······.”
지금은 정말 괜찮아 보이는데. 존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윤제이는 계속 들어보라는 듯 손을 들어 존의 말을 끊었다.
어쨌든, 존 도에게서의 결론은 항상 똑같았다. 자신을 회유해 자신의 밑에 두고 남들과 다른 능력을 쓰게 하려는 것.
몇 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미련을 못 버린 것을 보건대, 의도적으로 가면을 깨고 감추고 숨겨왔던 걸 꺼내야 이해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그때와 비교적 멀쩡해 보이는 건 별거 아닙니다. 그때가 제 진짜 모습이었고, 지금이 연기 중이니까요.”
“연기요?”
“후우······.”
윤제이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솔직히 이 방법은 안 쓰고 싶었는데. 애써 구축한 가면에 약간의 균열을 냈다.
존은 윤제이의 손이 크게 떨리는 것을 눈치챘다. 금세 안색이 창백해지고 숨도 약간 헐떡였다. 연기로는 절대 꾸며낼 수 없는 정말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때를 잠깐, 생각만 해 봤습니다.”
“······.”
“이 손으로 방아쇠는 당길 수 있을까요? 아군을 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습니까?”
안 해본 치료법이 없다. 상담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처방받은 약물을 꾸준히 먹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찾은 게 가면이었다. 지금의 나를 지우고 비교적 멀쩡했던 과거의 나를 덧씌우는 것. 이 방법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오랜 시간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
“후우······.”
균열을 낸 건 잠깐이었음에도 후유증이 오래갔다. 솔직히 <악의 동산>에서 백진리를 연기할 때 좀 더 욕심이 생겨서 그놈의 버릇과 습관을 모방하려고 했었던 것도 사실 위험하긴 했었다.
“······그렇군요.”
“그러니 이제 미련 버리시는 게 좋겠네요. 공항까지 바래다주신 건 감사합니다.”
차에서 내린 윤제이는 트렁크에서 짐을 빼고 공항 입구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 그 자리에 남아 잠시 생각하던 존은 차에서 내려 윤제이를 불렀다. 텐이 아니라 JJ로.
“JJ.”
“아직도 용건이 남았습니까?”
“혹시 살면서 제가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제 힘이 닿는 선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이해를 못 해서 고개를 기울였다. 존은 안심하라며 손을 내밀었다.
“이번엔 진짜 순수한, 제 개인적인 호의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십니까?”
“당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거든요.”
이제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그는 윤제이라는 인간 자체에 호기심을 늘 간직하고 있었다. 이대로 연을 끊기는 아쉬웠다.
그동안 질척인 것에 비해 쿨한 퇴장이 마음에 걸렸지만, 윤제이는 존의 손에서 개인 연락처가 담긴 명함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와 악수했다.
“······다음에 보죠.”
“한국에 갈 일 있으면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존과 작별한 윤제이는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가족과의 사이가 돈독해졌어도 계속 그를 괴롭히는 것들은 남아있었다.
‘계속 가리고 있는 것도 좋진 않겠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지. 가면은 언제든 깨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달동네>에서 김상현을 연기하는 도중 벤자민을 덜어낸 것은 큰 수확이었다. 어떻게 하면 내 남은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까. 진짜 과거와 겹치는 작품 위주로 골라봐야 하나.
‘김상현이 우연일 수도 있지만······.’
그는 이서원이 제안했었던 영화를 다시 진지하게 생각했다.
“저기 봐.”
“어디?”
공항 라운지에서 그를 알아본 한국인 관광객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소리가 들렸다. 윤제이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았다.
***
“형!”
공항에 도착하니, 한진우가 미리 나와 있었다. 그는 윤제이에게서 짐을 나눠 들고 앞장섰다.
“이렇게 안 나와도 되는데.”
“에이, 짐도 많은데 이걸 다 혼자 들고 오시게요?”
매니저를 무슨 하인 부리듯이 취급하는 연예인도 있긴 하지만, 윤제이는 지나치게 독립적이어서 걱정이었다.
“휴가는 어땠어요?”
“좋았어. 별일 없었지?”
“음······ 뭐 없었어요.”
사실 윤제이가 미국에 간 뒤 소소한 사건이 있었다.
배우 팬덤은 원래 밀물 썰물이 심한 편이다. 작품이 흥하면 밀물처럼 들어오다가 종영하면 썰물처럼 빠진다.
그런데 윤제이는 참 희한했다. 아무리 요즘 라이징이어도 그렇지 작품도 별로 없는데 화력이 무슨 아이돌 팬덤과 비슷했다.
-근데 윤제이 작품 보는눈은 별로 없는듯
-작품도 별로 없는데 작품보는 눈 없다 소리가 왜나와?
-차기작도 별로 없는데 왜이렇게 빠는 사람이 많아?
자연스레 악질 ‘까’도 붙었지만, 별로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요즘은 별거 아닌 거로도 싸우려고 들지 않나. 아무튼 그의 과거를 조작하고 날조하는 사람들도 심해졌다.
“있었던 거 같은데.”
“형이 한인 타운에서 목격된 사진이 올라왔거든요. 그런데······.”
윤제이의 의심에 한진우는 냉큼 대답했다.
“막 사진에 찍힌 금발 머리 여자분이 오래 사귄 여친이라고 누가 주작 글을 올려서.”
“윽.”
한인 타운에 금발 머리 여자면 세레나다. 세상에, 오래 사귄 여친이라고? 이 무슨 끔찍한 소리를······.
“걔는 내 동생이야.”
반응이 너무 현실 남매다워서 한진우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한 번 걸려보라는 식으로 틱 던져놓은 인터넷 글이나 렉카 마이튜버가 뇌피셜로 확정지은 내용을 확인도 안 하고 베껴 쓰는 기사는 많았다. 아마 거기에 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은 냈다고 들었어요.”
“그런 것까지 기삿감인가?”
“유사 언론이 판치다 보니······ 미국도 그러지 않아요?”
잘 모르겠네. 아마 비슷할 거다.
“아무튼, 형 또 뭐 떴더라고요?”
“뭔데?”
마이튜브에 퍼져있는 감동적인 영상 모음집, 파병 간 군인의 가족 서프라이즈 영상 등에서 윤제이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윤제이는 한진우가 보여준 화면에 집중했다.
-03:19 이 부분 누구 닮았는데?
-이거 윤제이 아님? 03:18
-어 맞는듯?
-의외의 영상에서 찾은 윤제이의 과거
-윤제이 또 새로운 과거 떴다.
세레나의 고등학교 졸업식이었을 때다. 그때가 생각나서 작게 웃었다.
“이건 무슨 상황이에요?”
“그 금발 머리 여자분의 졸업식.”
“아하.”
아무튼, 찾으려고 하면 새로운 게 자꾸 발견되는 양파 같은 과거도 매력적이라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형, 피팅했던 옷 집에다 놨으니 한 번 입어보세요.”
“그래.”
당장 내일부터 일정이 있었다. 시상식의 시상자로 그리고 수상자 후보로서 얼굴을 비추는 일이 시작된다.
국내 주최사가 여는 국내 시상식인데 왜 장소가 해외인 건지는 아직 이해할 수 없지만.
“형 이번에 상도 많이 탈걸요? 수상소감 준비해 놓으세요.”
“그래.”
신인이 받아봤자 얼마나 받겠나. 사실 그는 상에 관심이 별로 없다. 어릴 때 이미 많이 받았으니까.
“맞다. 궁금한 게 있는데, 신인상의 기준이 어떻게 돼? 전에 보니까 데뷔한 지 꽤 된 사람도 신인상 타던데.”
“아 그거요? 솔직히 말만 신인상이지 방송사나 주최사 마음대로긴 해요.”
“······그래?”
“주조연 포함해서 몇 개 이상 되면 안 된다느니 뭐 그런 기준이 있긴 한데, 뭐 주고 싶은 사람 주고 끼워 맞추기죠. 독립 영화 찍다 메이저로 온 사람은 그럼 신인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고.”
그렇구나. 어차피 후보로 오른 것도 드라마에서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