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9)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49/287)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친구의 극성맞은 영업에도 끄떡없었지만, 지하철에서 윤제이를 본 뒤로 갑자기 그를 검색해보고 찾아보는 횟수가 늘어난 최민아는 오늘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녔다.
속도위반 결혼 발표한 엔아이식스 우현, 드디어 아빠됐다.
“에이 씨.”
눈 버렸네.
사실 그녀는 좋아하던 아이돌에게 축복이 찾아와서 덕질이 식어버렸었다. 그 뒤로 권태기 비슷하게 왔는데, 이대로라면 탈덕하지 않을까?
하지만 윤제이를 실제로 보고 나서 갑자기 홀린 듯 그에 관한 자료를 찾고 있었다. 워낙 여기저기서 얘기가 나오길래 얼굴은 알고 있었지, 이렇게 깊게 팔 생각은 아니었는데······.
-신인 배우 윤제이의 특이한 과거
팬덤이 복작복작하니 정리된 글은 많았다. 최민아는 그걸 하나씩 눌러보았다. 윤제이가 윙스 컴퍼니 경호원 일을 할 때의 사진과 움짤이었다.
그녀도 엔아이식스를 팔 때니 이걸 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윤제이가 은근히 스며들다 보니 다르게 보였다.
그가 여자 연예인을 에스코트하고 동생 그룹인 플라바를 발견했을 때, 그리고 많은 팬이 ‘유사 오빠’로 먹는 전설의 짤, 재킷으로 윤도화의 하체를 가려주는 모습도 있었다.
‘이렇게 보니 살짝 닮은 거 같기도 하고.’
윤제이와 쌍둥이를 두고 저런 남매가 어디 있냐고 주작 아니냐고 해서 주작 남매라 불린다고 한다.
└진짜 케미 오져ㅠㅠ
└저때 하도 옆에 선 남연 오징어패치되니까 소속사에서 경호 업체에 항의하고 그랬다더라ㅋㅋ 그래서 여연 전문 경호로 빠졌다는 썰이 있음ㅋㅋ
└└진짜?
└└근데 그럴만도 해
└└가능성이.. 있어!
이런 거야 원래 걸러 들어야 하지만, 덕깎지가 끼니 왠지 사실인 것 같다.
-나 맨하루에 나왔던 사운드 캐리 팬싸 다녀왔는데
오빠분이 뒤에서 자체발광하고 있어서 좀 놀랐음
그리고 도화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어ㅠㅠ
번외로 올라온 예능 촬영으로 쌍둥이의 경호원을 했을 때의 팬싸 후기도 흥미로웠다.
솔직히 촬영한다고 해서 불만 많았는데 얼굴 보고 잊었다. 팬싸 템 야무지게 끼워주고 애들 챙기면서도 관종짓 안 하는 게 센스 있더라 그리고 진짜 개잘생겼더라 라는 썰이 많았다.
-새로 계약한 시큐 맘에 안드는데 그냥 형님 부르시면 안되냐
-애들 경호 너무 소홀한 거 아냐? 윤제이씨 요즘 뭐한대? 우리 애들 맡아주면 안되나?
그래서 경호원에 대해 불만이 생기면 다들 윤제이를 찾았다. 그리고 윤도화 대신 손등에 상처를 입어서 그런지 플라바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영웅이나 마찬가지였다.
최민아는 다른 글을 클릭했다. 이번에는 <아롱아롱>에서 불이 났을 때의 일화였다.
‘이런 일이 있었구나.’
드라마는 잘 안 봐서 몰랐네. 그녀는 흥미로운 얼굴로 스크롤을 내렸다. 그리고 한 영상을 클릭했다. <대기업 사람들>에서 잠깐 나온 박신화가 생각보다 더 인기를 끌자 제작진이 편집한 비하인드 영상이었다.
(다른 언어도 가능합니다.)
(어, 어떤 거 가능해요?)
(어떤 거 원하세요?)
영상 속 윤제이는 정말 박신화 같았다. 다른 언어를 사용해 유창하게 자기소개 하는 모습은 드라마 방영분보다 더 길었다.
-근데 대사람 비하인드 봤어?
나 프랑스 긱사 사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친구가 깜짝 놀라더라 현지인 아니냐고
└스페인어도 마이튜버가 되게 잘한다고 칭찬하지 않았어?
└근데 진짜 잘하긴 함ㅇㅇ
└대체 뭘까 무슨 주크박스처럼 요구하면 다 나오네 매력 개쩔어
-야 나 또 하나 찾음
소방관 시절 아이 구한거
└아 헐 이건 못보던건데
└뭐야? 개설레ㅠㅠㅠㅠ
원래 팬들은 사소한 거로도 잘 앓았다. 외국어를 조금만 잘해도 너무 잘한다고 앓고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도 금수저 영업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윤제이 덕질은 너무 재밌었다. 작품이 별로 없는 게 약간 걸리지만 일단 본업을 너무 잘하니 점점 필모는 쌓일 거고, 파도 파도 새로운 게 나오는 양파 같은 과거는 안 좋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다가 한진우가 말했던 약간의 논란도 실시간으로 봤다. 한 계정이 목격담을 보고 무지성으로 싸지른 억측에 기자가 걸려들었다.
배우 윤제이, 10년 사귄 외국인 여친 있어
윤제이, 美 한인 타운서 다정한 데이트 목격
배우는 아이돌에 비해 열애설에 관대하다지만, 한창 유입도 많고 라이징인 팬덤엔 타격이었다.
최민아도 잠시 핸드폰에서 손가락을 뗐다. 그녀를 스쳐 지나간 많은 연예인이 생각났다. 설마, 나 또 잘못 잡은 건 아니겠지?
-헐
-진짜 여친이야?
-소속사 피셜 나올때까지 가마니하자
-근데 아닌듯ㅇㅇ 옆에 사람들도 일행같은데?
팬들은 소속사 입장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반응이었지만, 워낙 반응이 많다 보니 주변에서 그를 깎아내리려고 더 난리였다. 이미 오래된 여친은 기정사실로 되어 있었다.
-야 아니긴 뭘 아냐ㅋㅋ 빼박 여친인데
-배우 열애설 별로 타격 없지 않아? 이악물고 부정하네
-야 열애설이 무슨 타격이 없어
소속사에서 사실무근이라 입장을 올려도 멈추지 않았던 반응은 한 팬이 찾은 영상으로 사그라들었다.
-금발머리 이 영상이랑 같은분 같은데
└어?
└야 진짜 맞는데?
└미친 개설레ㅠㅠ
감동적인 재회 모음집 속에 윤제이가 있었다. 이건 또 생각지도 못한 떡밥이다.
한 고등학교 졸업식 현장, 세레나 젠킨스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단상에 올라가서 졸업장을 받으러 갔다. 목격담 속 여성과 비슷해 보였다.
이윽고 단상 뒤에서 들키지 않게 슬금슬금 다가가는 것은 누가 봐도 윤제이였다.
(꺄악!)
(안녕.)
세레나가 졸업장을 받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렸을 때, 윤제이가 나타났다.
놀라서 소리친 세레나가 이윽고 울음을 터뜨렸고, 윤제이는 동생을 안아주었다. 졸업생들이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세레나의 친한 친구 중 하나가 SNS에 올린 영상인데, 밑에는 오랜만에 오빠를 만난 동생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군복 떡밥은 처음이지 않아?
-미쳤다
-내가 가족 맞다고 했잖아ㅠㅠ
-진짜 전에도 그렇고 왜이렇게 아니면 말고ㅎ식 던지기 글을 믿냐
-아니 근데 누가 루머 뿌린거야?
-애들아 우리 배우가 너무 잘나서 벌어진 헤프닝이니 무시하자
-악동산 티저떴다ㄱㄱㄱㄱ
기사는 어느새 사라진 상태였고 남은 건 팬들의 분노였다. 최민아의 엄지손가락도 빠르게 움직였으나 마침 또 새 떡밥이 떠서 멈췄다.
(그 새끼들이 나를 속였어······.)
문창민이 보고 싶어서 튼 건 아니라서 방향키를 누르려던 걸 참았다. 언제 어디서 윤제이가 튀어나올지 몰라서였다.
나락까지 떨어진 문창민이 복수를 계획하는 장면, 웅장한 OST로 긴장감을 더했다.
(내가 받은 대로 갚아줘야 하지 않겠어?)
(이게 은총이지!)
그리고 중간중간 하얀 정장의 윤제이가 문창민을 위협하거나 아니면 신들린 듯 야구 배트를 흔드는 장면이 나왔다. 단순 특별 출연인데도 비중이 컸다. 드라마를 편집하는 동안 윤제이의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너 나 잘못 건드렸어.)
화면이 거메지고 문창민의 무게감 있는 대사가 흐른다. 그렇게 영상이 끝나나 싶더니, 짧은 쿠키 영상이 이어졌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흰 정장의 남자. 그가 카메라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씨익 웃었다.
(안녕하세요?)
나중에 공개됐을 때를 대비해 일부러 얼굴을 뭉개놓았지만, 그렇게 가려도 백진리의 소름 끼치는 표정은 없어지지 않았다.
-와 뭐야? 마지막에 눈빛 봤어?
-백정장 우리 배우야?
-미쳤어ㅠㅠㅠㅠ
-와 마지막 임팩트 봐ㄷㄷ 비중 많을까?
티저가 뜨니 바로 홍보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오랜 여친 논란은 그렇게 묻혔다.
문창민 주연 ‘악의 동산’ 드디어 공개
윤제이, ‘악의 동산’ 티저 영상에서 숨 막히는 존재감 드러내
······윤제이는 2023년 엔플릭스 기대작 <악의 동산>에서 사이비 종교 교주 백진리 역할을 맡아 문창민과의 연기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와. 어쩐지 그 얼굴인데도 기분 나쁘더라. 연기를 너무 잘해서 그런가? 최민아는 신나서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다가 시간을 확인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시간이 왜 이래?
‘······아 나 입덕한 건가?’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
***
발작하듯 몸을 떨던 윤제이는 벌떡 일어나 숨을 몰아쉬었다. 미국에서 존과 마주친 것 때문일까? 의도적으로 가면에 균열을 낸 것 때문인지 귀국하고부터 자주 이랬다.
다시 그걸 덧씌우려 노력했을 때,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누구지?’
그를 둘러싼 환경이 소속사에서 구해준 집이 아니라 다르게 변했다. 흙냄새가 나는 지하 벙커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는 제 상태를 살폈다. 손톱이 다 빠져서 피범벅이긴 하지만 족쇄는 풀려 있었다.
‘그놈인가?’
윤제이는 숨죽여 현관 쪽으로 향했다. 벽에 몸을 붙인 채 기회를 엿봤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의 손목을 잡고 비틀어 몸을 돌리게 한 뒤 벽으로 몰아세웠다.
쿵!
“으아악!”
단 몇 초만의 일이었다. 충격으로 잠시 시야가 하얗게 번진 한진우는 팔이 꺾인 아픔에 비명을 질렀다. 얼굴이 벽에 짓눌렸지만, 눈동자를 최대한 굴려서 뒤를 보니 자신을 제압한 사람은 윤제이였다.
“형! 아파요!”
“······.”
“형! 제이 형!”
“······헉!”
한진우는 윤제이의 눈빛을 보고 이러다 진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란에 윤제이는 자신이 있는 곳이 시리아가 아니라 서울의 한 아파트 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윽, 으아아······.”
“미안. 많이 아팠어? 어디 봐봐.”
“으······ 괜찮아요.”
그래도 무의식적으로 힘 조절은 했는지 한진우는 멀쩡해 보였다. 그는 어쩔 줄 몰라서 일단 한진우의 어깨와 팔을 살폈다.
“와, 형. 힘 개 쎄네요.”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라고 화났을 텐데도 따지지 않고 넘어가는 모습에 더 미안해졌다.
“진짜 미안해. 병원 갈까?”
“에이, 뭐 이거 가지고.”
한진우는 사실 윤제이의 눈빛을 보고 오줌을 지릴 뻔했다. 눈빛에서 살의가 가득한 게, 그가 아는 윤제이가 아닌 것 같았다. 금세 정신이 돌아와서 이렇게 쩔쩔매고 있지만, 아직도 심장은 크게 뛰었다.
“근데 제가 무슨 도둑인 줄 알았어요? 도어락 비번 알고 들어오는 도둑이 어디 있어요.”
사실 조금만 더 거칠었어도 한진우는 병원 신세를 졌을 것이다. 도둑이 아니라 다른 거로 착각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면 꼭 병원 가야 해.”
“시간 없어요. 비행기 타야죠.”
그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일본에서 열리는 가요 시상식의 시상자로 나올 예정인데, 왜 배우들이 시상자로 나오냐고 하면 시상식이 끝나고 참석할 파티 때문이었다.
시상식을 빌미로 많은 배우와 업계인 그리고 투자자들이 모이고 조유경이 주최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게 반가워서 조유경이 그에게 비즈니스석 티켓을 주겠다고 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진짜 괜찮은 거 맞지?”
“괜찮다니까요. 봐요.”
공항에서 출국 사진을 찍히고 면세점 구역으로 들어와도 자꾸 신경 쓰였다. 한진우는 자리에 멈춰서 멀쩡히 스트레칭을 하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그나저나 형이 있으면 보안은 걱정 없겠네요.”
“진짜 미안하다.”
“미안하면 하나만 질문해도 돼요?”
아무리 생각해도 단순 도둑 잡는데 그런 표정을 지을 것 같지는 않다.
“아침에 그렇게 반응하신 거 전에 말했던 트라우마 영향도 있어요?”
“······응.”
“그 영화 괜찮겠어요?”
<달동네> 이후 이서원이 점찍어 놨다던 영화의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었다. 마침 배역도 군인 역할에 싸우는 장면도 많았다.
“잘 모르겠네.”
“그래도 최대 투자자가 대표님 지인이라고 들었으니까 하다가 안 되면 그냥 안 하겠다고 하세요.”
“그건 너무 민폐잖아.”
“이 바닥은 자본이 짱이에요, 형. 아는 투자자도 있잖아요.”
그렇게 많은 건 아닌데.
어쨌든, 한진우는 일부러 그를 안심시켰다. 마냥 멋있는 형인 줄 알았는데, 남몰래 간직한 게 많아서 의외였다.
“한번 해 봐야지.”
사실 불안하긴 했지만, 사리 분별을 못 해 한진우까지 건든 것은 위험 신호였다. 언제든 다른 사람을 위협할지 모르니까. <달동네> 같은 우연을 기대해보기라도 하는 게 낫지.
약간의 불안함을 안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오빠! 오빠!”
“윤제이씨!”
그가 놀란 것은 케이팝 행사에다가 주인공은 어차피 가수들인데도 그의 슬로건을 들고 그를 찾는 팬이 많다는 거다. <아롱아롱>이 일본에서 좀 잘 됐다고는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많을 줄은 몰랐다.
하나하나 사인해주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없었다. 레드 카펫을 지나 대기실로 향하자,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형!”
“오빠!”
먼저 입장했던 플라바와 버스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윤도준과 윤도화뿐만 아니라 ‘매니저의 하루’를 찍으면서 친해졌던 다른 멤버들도 있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그는 초조함을 숨기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