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54)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그걸 봤다고?(54/287)
그걸 봤다고?
<악의 동산>이 공개된 지 얼마 안 돼서 촬영 비하인드 컨텐츠가 하나씩 공개됐다.
백진리에 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제작사 측은 윤제이만 나오는 특별 컨텐츠를 기획하기도 했다.
[악의 동산 메이킹] ‘연기 처음이에요~’ 은총 가득한 윤제이의 얼굴 모음Zip [악의 동산] 백진리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남김 없이 보여드립니다!백진리는 후반부 맥거핀에 감초 캐릭터라서 생 신인인 윤제이를 전담하는 카메라가 따로 있었다. 그래서 활용할 자료가 많았다.
(소속사 계약서에 사인 잉크가 마르지도 않은 생 신인이라 들었는데, 어떠세요?)
(떨리네요.)
(작품 촬영은 아예 처음이시죠?)
(특별 출연으로는 처음입니다.)
윤제이는 교묘하게 말을 바꿨지만, 알아채는 사람은 없었다. 긴장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오늘 잘 부탁합니다.)
첫 촬영. 쑥스럽게 웃는 모습은 풋풋한 신인의 느낌이 났다.
이윽고 그가 감독의 설명을 들으며 드라이 리허설을 할 때는 평소 윤제이 관련 컨텐츠를 시청하지 않아도 긴장해서 뚝딱거리는 모습이 눈에 잘 보였다.
-아 이게 아롱아롱전에 찍은거야?
-데뷔하고 처음 찍는거일껄
-신인티 나네ㅋㅋㅋ
이때는 아직 카메라 공포증에 대한 경계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눈에 띄게 긴장하는 모습에 카메라 감독이 고개를 기웃거리며 난색을 보였다.
하지만 의심은 금세 사라졌다. 카메라 앞에 선 윤제이는 NG 하나 없이 맡은 역할을 소화해냈다.
(오······ 잘하네.)
(괜찮은데?)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나왔다. 이후 스태프들이 윤제이의 연기에 집중하고, 남몰래 엄지를 치켜드는 모습까지 나왔다.
(윤제이 씨 연기 어땠어요?)
(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어요. 백진리 캐릭터가 후반부 키 포인트라서 걱정했었는데, 이젠 이 연기를 어떻게 더 살릴 수 있을지 연출적으로 고민을 해봐야겠네요.)
그리고 중간중간 박현승 감독의 인터뷰가 나왔다. 촬영을 막 끝마치고 했던 인터뷰라 윤제이의 연기 관련해 칭찬만 가득했는데, 완전 윤제이 특집 컨텐츠나 다름없었다.
(평소 했던 것보다 더 발산할 수 있죠? 아예 죽여버린다는 느낌으로.)
(······해보겠습니다.)
이윽고 윤제이가 카메라 공포증에 관한 해답을 찾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 모습에서는 이게 윤제이인지 백진리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하하!)
-와 이부분 미쳤어
-진짜 몰입했나봐 소름돋아ㅠㅠ
-진짜 미친놈같음;;
그리고 윤제이에게 압도된 문창민이 대사도 잊어먹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나왔다.
(······다시 한번 갈게요!)
-와 뭐야 문창민이 밀린거야?
-대박 나 소름돋음;;
-솔직히 드라마 보던 나도 기분나빠서 끊었는데 상대역인 문창민은 어땠겠어ㅋㅋ
-와 근데 다시봐도 미쳤다
사실 이 장면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던 제작사 측은 문창민의 허락을 구했었다. 문창민 1롤 드라마고, 그로 인해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터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장면 살릴 거지?)
(햐, 요즘 신인들 다 저러나? 나 신인 때는 안 저랬던 거 같은데.)
(갓 데뷔한 신인이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죠. 오히려 배우는 게 많았습니다.)
문창민은 호탕하게 웃으며 수락했다. 맘에 들고 잘하는 후배가 치고 올라오는 것은 그의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진심을 많은 사람이 알았다.
-진짜 대인배다
-저정도 연차면 고집 꺾는거 쉽지 않을텐데
-이래서 문창민이 롱런하는가봄
-문창민도 연기 진짜 잘했어 난 문창민때문에 악동산 봤음ㅇㅇ
화면 속 문창민도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두 사람의 휘몰아치는 연기 파티에 단순 홍보 컨텐츠인데도 조회 수가 높게 나왔다.
-와 근데 윤제이 진짜 연기 한번도 안해본거 맞을까?
솔직히 저정도 실력이면 어디 연뮤판에 있었던거 아님?
└ㄴㄴ 아무리 찾아도 없음 그냥 쌩신인임
└와 무슨 연영과 출신도 아니고 저게 되나
└고등학교 때 연극 동아리같은거도 안했었나?
└전혀 안했고 농구 잠깐 했다고 들엇음
└그냥 천재 아냐? 천세희랑 비슷한 결인거 같은데
└└맞아 천세희도 윤제이랑 비슷하네 갑자기 조연 데뷔해서 빵 뜬거까지
과거가 일부 밝혀졌어도 여전히 신비롭고 궁금한 건 많았다.
(그냥 해보니 됐습니다.)
그리고 촬영장의 모든 사람을 압도했던 동공 연기. 경악하는 감독의 뒤로 지친 윤제이가 바닥에 풀썩 앉는 게 조그맣게 보였다.
고질적인 카메라 공포증은 고쳤지만, 연기에 참고했던 아사드 야신 카디르를 떠올리니까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손과 발이 벌벌 떨렸지만, 매니저인 한진우나 드라마 스태프들은 몰입을 세게 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그를 귀가시켰었다.
하지만 자기 오빠/형이 나오는 컨텐츠는 하나도 빠짐없이 보던 쌍둥이는 이 부분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어?”
“윤도준, 너도?”
“너도?”
서로 눈을 마주친 윤도준과 윤도화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되게 힘들어 보였지?”
“응.”
***
<악의 동산>의 초반 추이는 제법 좋았다. 이대로면 무난히 흘러가겠거니 했는데, 백진리의 유행어와 망나니 춤으로 뒤늦게 유입되는 사람이 많았다.
생각지 못한 후속타, 그 때문에 제작사 측에서는 부랴부랴 추가 인터뷰 영상을 위해 윤제이를 다시 불렀다.
“안녕하세요.”
“제이 씨! 오랜만이네요.”
리포터와는 드라마 공개 전 홍보용 영상을 찍을 때 봐서 구면이었다. 그때는 다른 주연 배우들도 있어서 윤제이의 분량은 적었다.
하지만 이제는 윤제이 단독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모인 스태프들이 그때보다 더 많은 것 같았다.
“그거 아세요? 백진리의 망나니 춤이 쿠키톡에 올라오면서 드라마 시청 수도 많이 늘었대요.”
“제가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이럴 거면 출연료 더 받을걸, 하고 후회하진 않으세요?”
“아뇨.”
윤제이는 고개를 저었다. 문창민 선배도 그렇고, 박현승 감독도 좋은 사람들이었다. 나로 인해 드라마가 좀 더 잘 돼서 보답할 수 있다면 더 좋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악의 동산’에서 백진리가 예상외로 유명해질 걸 알고 계셨나요?”
“솔직히 예상 못 했습니다. 단순 특별 출연이고, 제가 나오는 분량은 별로 없어서요.”
“앞일을 예상 못 하는 게 우리 인생이죠. 제이 씨가 그 짧은 분량을 연기로 휘어잡은 걸 사람들이 알게 된 것처럼요.”
“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윤제이의 빛나는 시선에 리포터는 괜히 부끄러워져서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문창민 씨가 극찬했던 동공 연기는 어쩌다 나오게 됐나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세요?”
전쟁 때의 기억을 살려 동공을 축소했던 ‘1000 야드의 시선’을 말하는 것이다.
윤제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문창민 감독이 설마 진짜 약을 해본 적 있냐고 물었던 게 기억나서 경험에 기반한 거라고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음······ 저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어떻게 가능했냐고 물으시면 저도 설명할 방법이 없긴 하네요.”
“너무 몰입해서 그랬나 보다.”
“네. 사실 그때 기억도 잘 안 나요. 막 시야가 하얗게 되면서 갑자기 몸살 기운도 올라오고······.”
“천상 연기자시네요.”
대체 백진리가 뭐길래 궁금해서 클립 영상을 눌러본 사람들도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진다며 후보정한 거 아니느냐는 얘기도 나왔었다. 물론 후보정 논란은 비하인드 영상이 공개되고 사그라들었다.
“자, 인터뷰도 슬슬 끝나가는데 카메라를 향해 ‘그 대사’한 번 볼 수 있을까요?”
“지금요?”
윤제이는 쑥스러워서 목을 뒤로 젖히다가 갑자기 카메라를 바라보며 그때와 같은 분위기와 행동을 재연했다. 황홀하고 광기가 엿보이는 표정.
“이게 은총이지.”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는 모습에 리포터가 작게 감탄했다. 윤제이는 요구하는 것을 다 해주려 해서 인터뷰 현장은 즐겁게 흘러갔다.
“주변에서는 반응이 어땠나요? 동생분들이나 권민재 씨처럼 친한 동료분들 반응이요.”
“동생들은······ 그 대사를 저한테 보내는 거로 하루를 시작해요.”
“진짜요?”
“하루에 한 열 번 스무 번은 하는 거 같더라고요. 이젠 자판 치는 것도 귀찮은지 ‘ㅇㅊ’ 딱 이거 하나만 치기도 하고. 뭐 맛있는 거 먹으면 꼬박하고.”
“하하! 재밌네요!”
윤도준과 윤도화 뿐만 아니라 버스터와 플라바 멤버들까지 유행어 대열에 합류해서 은총을 남발한다고 들었다. 권민재는······ 글쎄. 자주 메시지를 보냈었던 그는 요즘 들어 잠잠해졌다.
‘작품 들어가서 바쁜가.’
그래도 먼저 메시지를 보내면 답장은 해주긴 하는데, 뭔가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았다. 이서원이 자기 지인 모임에 초대했으니 거기 가면 권민재도 볼 수 있겠지.
“연락이 뜸했던 분들도 가끔 뜬금없이 그 대사를 보내시는데, 동생들처럼 약간 안부 인사 같은 게 된 거죠.”
“아하, 밥 먹었어? 같은 거요?”
“네. 그래서 감사하기도 해요. 제 소식을 보셨다는 거니까.”
그가 그동안 해왔던 작품에서 알게 된 지인들은 ‘너의 좋은 근황을 나도 알고 있다’라는 의미로 그 대사를 활용했다.
그게 귀찮지는 않아서 하나하나 답장해 주느라 컴퓨터 앞에서 오랜 시간을 앉아있어야 했다.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맡고 싶어요?”
“이젠 좀 착하고 건실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긴 하네요.”
“아아······ 곧 공개될 ‘크라운’에서도 치명적인, 네, 그런 역할로 나오죠?”
리포터는 차마 불륜남이라고 할 수는 없어서 말을 흐렸다. <달동네>와 병행해서 찍은 사전 제작 드라마 <크라운>은 방송국과 엔플릭스 동시 공개였다.
“말 나와서 말인데, 저 ‘크라운’ 예고편도 봤어요.”
“어떠셨나요?”
“어우, 떠올리기만 했는데 제 얼굴 빨개진 거 보이세요?”
리포터가 금세 붉어진 제 얼굴을 가리켰다. 윤제이는 멋쩍어서 그냥 웃었다.
‘애들이 난리가 났었지.’
윤제이는 새해가 되었으니 같이 식사하자는 박현아의 초대로 쌍둥이의 본가 근처를 들렀었다.
데뷔 초에는 그냥 눈에 띄어서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더라면 이제는 어딘가에 들어서기만 해도 어? 하고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어서 와. 새해 복 많이 받고.”
“잘 지내셨어요? 이거······.”
“어머, 이런 거 안 줘도 되는데.”
“오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가족이잖아.”
“그래도요.”
새해인데 가족들은 미국에 있고, 타국에서 혼자일까 봐 부른 건 맞다.
박현아는 자신의 속내를 꿰뚫는 것 같은 윤제이의 눈빛에 그저 웃었다. 눈치가 빠른 게 죽은 남편이랑은 닮지 않았다. 아마 친모를 닮은 거겠지?
그렇게 근황 얘기를 주고받다가 밖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박현아가 미소 지었다. 아까 윤제이가 막 식당에 들어왔을 때 벌어졌던 소란스러움과 비슷했다.
“애들이 왔나 보네.”
“전에 시상식에서 보니까 팬들 엄청 많더라고요. 무대도 되게 잘하던데······.”
“그러니?”
아이들이 많이 따르는 윤제이의 입에서 듣게 되니 그건 또 좋았다. 박현아는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자식들에 환히 웃었다.
“엄마!”
“잘 지냈어?”
엄마를 끌어안고 애교를 부리는 쌍둥이들을 윤제이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시상식에서 잠깐 마주쳤지만, 사석에서 보는 건 오랜만이다.
“형.”
“오빠.”
“왜 그렇게 봐?”
쌍둥이는 엄마에게 했던 것처럼 윤제이와 안고 떨어진 뒤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악의 동산> 메이킹 필름에서 봤던 위화감 때문이었다.
뭔가 이상했는데······ 단순히 연기 몰입 때문에 힘들어 보인 게 아니라······ 마치 <달동네>에서 최아라를 업고 뛰던 그 느낌이 났었다.
‘아닌가?’
‘멀쩡해 보이는데.’
하지만 지금 윤제이는 너무 평소의 모습이었다. 눈빛을 교환하던 윤도준과 윤도화는 금세 표정을 웃는 얼굴로 바꿨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뭐?”
“잘생겨서 쳐다봤어.”
그렇게 말하면 더 궁금해지는데. 하지만 쌍둥이는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모든 가족이 자리에 앉고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했다.
“너희도 이제 성인이네. 소감이 어때?”
“그냥 똑같지. 열 시 이후에도 방송 나올 수 있는 게 좀 아쉽지만······.”
“이제 청불 영화도 볼 수 있다?”
박현아와 윤제이는 쌍둥이가 종알종알 떠드는 것을 즐거운 얼굴로 들었다.
“형은 열 아홉 살 때 뭐 했었어?”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왜? 왜왜!”
윤제이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때면 네이비씰 선발 교육과정을 마치고 부대 교육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도중에 필의 눈에 들어 아프가니스탄에 끌려갔었다.
당시 그렇게 패스한 건 이례적이라 들었는데, 그 소식이 반갑지는 않았다. 그 이후로 개고생만 했었으니까.
그는 애써 생각을 지웠다. 이런 거 괜히 떠올리면 평정심을 잃는다.
“너희도 아까 안 가르쳐 줬으니까 나도 안 알려줄래.”
“에이, 뭐야.”
“알려줘어!”
윤제이는 자신의 몸을 흔드는 쌍둥이들의 손길을 느끼다가 눈을 크게 떴다. 잠깐, 청불 영화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나오는 모든 컨텐츠를 다 봤다고 했다. 그러면······.
“설마 어제 예고편 뜬 것도 봤어?”
“봤지.”
“그, 그걸 봤다고?”
윤도준과 윤도화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발을 동동 굴렀다. 평소 평정심을 잘 유지하던 윤제이는 드물게 말을 더듬었다.
<크라운>은 심의에서 19금 판정을 받았다. 예고편도 파격적으로 가자고 해서 그의 노출 장면이 살짝 나오기도 했다.
남들이 보는 건 상관없는데, 가족이 봤다고 얘기하는 건 느낌이 이상하지 않나.
“식사 나왔습니다.”
“와!”
쌍둥이의 눈빛이 장난기로 물들었지만, 다행히 음식이 나와서 흐름이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