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60)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게임 종료(60/287)
게임 종료
(6팀 전멸, 6팀 전멸.)
“이렇게 해서는 안 될 거 같아요.”
정승우는 생존한 다른 팀들을 찾아다니며 연합을 제안했다.
“하긴, 방송에서도 서로 단합하라고 했잖아.”
“그럼 총지휘는 누가 하죠?”
이들의 머리 위에 누군가가 은밀히 자리 잡았다.
‘역시 뭉쳤군’
높은 건물 위에서 상황을 보던 윤제이는 숨을 가다듬고 방아쇠를 당겼다. 단합할 시간을 주면 안 된다.
“악!”
진짜 총성이 아니라 페인트 탄의 바람 빠진 소리지만, 충분히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게다가 한 번 쏘면 무조건 한 명이 쓰러졌다. 백발백중이었다.
“아니 저격 총 탄피 제한 있지 않았어?”
“어디서 쏘는 거야?”
윤제이는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다. 건물 설계에도 관여했으니 어디를 딛고 올라가야 하는지 눈 감고도 알았다. 무슨 게임 속 주인공 같은 모습이었다.
맨몸으로 건물을 쉽게 올라가 옥상에 놓인 저격용 총과 탄피를 파밍하고 손쉽게 6팀을 아웃시켰다.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던 피디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으악!”
“저기다!”
마지막 탄을 소진하고 위치를 들킨 윤제이는 몸을 숨겼다. 그리고 빠르게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산개해!”
“안 돼요! 뭉쳐야 해요!”
정승우가 다급히 외쳤지만, 급하게 뭉친 연합이라 결국 각 팀 대로 쪼개졌다. 흐름이 제게로 온 것을 알게 된 윤제이는 그 틈을 파고들어 출연진들을 하나씩 탈락시켰다.
“으악!”
“어디야!”
방심했던 3팀과는 다르게 다들 잔뜩 긴장한 상태라서 남은 출연진들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았다. 깨끗했던 그의 옷은 벽에 맞아 튄 페인트로 인해 조금 더러워졌다.
탄을 소진해 격투술로 덤비는 출연진에게는 그도 총을 쓰지 않고 유려한 움직임으로 대응했다.
(4팀 전멸, 4팀 전멸.)
‘와 뭐야. 이게 말이 돼?’
모니터를 통해 상황을 지켜보던 피디가 입을 쩌억 벌렸다. 3팀은 방심해서 전멸했다고 쳐도 6팀을 쉽게 탈락시킨 데다가 지금의 난전에서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1팀은 쉽지 않네.’
그렇게 하나하나 차근차근 탈락시키고 남은 건 정승우였다. 정승우야 윤제이가 알파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정말 실전처럼 대응했었다. 그의 대응으로 윤제이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탈락할 뻔하기도 했다.
“아!”
정승우는 제게 남은 페인트 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쉽게 탄식했다. 그는 일단 거리를 벌린 뒤 크게 외쳤다.
“형님 맞으시죠?”
“어.”
말을 건다고? 윤제이는 일단 복면을 벗었다. 아직 겨울 날씨임에도 가벼운 옷차림에 머리칼은 땀에 젖어 있었는데, 그마저도 근사하게 보였다.
“어?!”
“저 사람 그 사람 아냐? 배우?”
마치 드라마 같은 등장에 이미 윤제이에게 제압당한 출연진들이 누운 상태에서 수군거렸다.
오로지 윤제이와 정승우만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서로 쳐다보고 있었다. 윤제이는 손에 든 모조 권총을 들어 보였다.
“아직 탄은 남았는데.”
“우, 우리 정정당당하게 승부 봅시다!”
“흠, 어떻게?”
“나이프 대련이요!”
사실 30대 1인 것부터가 정정당당하진 않았지만, 윤제이는 상관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디가 마련해 준 여러 이점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좋다!”
“승우 잘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여러분)
하도 주변에서 환호하니 방송으로 자제하라는 음성이 울렸다. 정승우는 자신이 말하고도 윤제이의 눈치를 봤다.
“어, 어떠세요?”
“그래. 얼마나 늘었는지 볼까.”
윙스 컴퍼니에 있을 때 끈기 있게 도전하던 최태양과는 다르게 정승우는 윤제이에게 별로 도전하지 않았다. 남들의 대련을 보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윤제이는 권총을 홀스터에 꽂고 나이프를 들었다. 나이프는 사물에 닿으면 페인트가 흘러나오는 고무 나이프였다.
‘내 연구 많이 했는데.’
어쩐지 계속 관찰만 하더라니. 그는 제게 달려드는 정승우의 움직임에 웃었다. 그리고 그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자신의 평소 움직임을 알고 있으니 정승우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예리하게 다가왔다.
‘많이 늘었네. 속이 뻔히 보이긴 하지만.’
정승우는 요즘 보기 드물게 정직하고 거짓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 오자마자 그에게 연락한 거긴 한데······.
‘저 버릇은 고치질 못했군.’
그는 정승우가 코를 찡긋거리면서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권총에 눈동자가 돌아간 것을 눈치챘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정승우 이겨라!”
“우리 솔져스의 자존심!”
윤제이는 씨익 웃었다. 정정당당히 나이프 대련을 신청한 정승우가 총을 빼앗는다는 게 평소라면 상상은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은 예능 촬영이다. 아마 반전을 꾀하려고 하겠지. 윤제이는 순순히 품을 내주고 나이프를 빠르게 휘둘렀다.
그리고 기회를 엿보던 정승우가 그의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앗고 거리를 벌렸다.
“흐, 어떠십니까. 형님?”
“이런.”
윤제이는 괜히 쫄은 척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이미 탈락한 출연진들이 환호하고 정승우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어?”
발사되어야 할 페인트 탄이 없다? 정승우가 눈을 멀뚱히 뜨고 윤제이를 바라보았다.
“사실 거기에 남은 탄알 없어.”
“예?”
“고생 많았다.”
윤제이는 확인해 보라는 듯 제 목덜미를 가리켰다. 그 행동에 정승우는 멍하니 자신의 목덜미 뒤에 손을 가져다 댔다. 축축한 페인트의 느낌이 느껴지는 게······ 설마.
(마지막 생존자, 정승우 팀장도 탈락입니다.)
“아!”
총을 뺏으면서 뒷덜미에 뭔가 닿는 느낌이 있었는데, 착각이 아니었구나. 아니, 그사이에 언제 공격한 거지?
‘먼저 속은 건 나구나.’
정승우는 허탈하게 웃었다.
(게임 종료! ‘알파’의 승리입니다!)
방송이 들리자마자 쓰러졌던 출연진들이 윤제이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와, 뭡니까? 좀 봐주지.”
“저도 힘들었습니다.”
카메라를 의식한 건지 출연진들이 윤제이를 둘러싸고 극찬했다. 그사이 먼저 탈락했던 출연진들도 모여들었다.
‘아까 보인 움직임은······.’
정승우와 동기인 2팀 팀장이 눈을 가늘게 뜨고 칭찬 감옥에 빠진 윤제이를 바라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친 윤제이는 검지를 입에 갖다 댔다. 6팀의 팀장도 그 모습을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 교관님이 윤제이였다고?’
‘정승우 저 새끼는 왜 우리한테는 안 알려주고 자기만 안 거야?’
두 사람이 죽일 듯이 노려보자, 정승우는 애써 시선을 다른 데로 옮긴 채 딴짓했다.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달음에 달려온 피디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솔직히 윤제이가 이렇게 크게 활약할 줄은 몰라서 부활권이라던지 좋은 무기를 준다든지 여러 이점을 마련해 주었었다.
하지만 윤제이는 그걸 활용하지 않고도 판을 근사하게 만들었다.
‘진짜 대박이다!’
이게 공개되면 난리 난다 진짜. 피디는 빨리 편집실에 들어가고 싶었다.
“우리 한국이. 어디가?”
“국장님.”
그렇게 기대를 안고 방송국에 출석한 ‘솔져스K’의 한국영 피디는 예능국장이 부르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이번 촬영 대박이라며?”
“벌써 거기까지 소문났습니까?”
“소문날만하지 이 사람아.”
공중파 예능도 아니고 구독자가 100만이 넘지도 않은 마이튜브 예능에 10억을 태우다니. 그것도 한 에피소드에.
한국영 피디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국장을 바라보았다.
“미리 말씀드리는데, 투자받은 거 이미 다 써버렸습니다. 그게 투자 조건이었어요.”
“어허, 표정 뭐야. 내가 제작비 남은 걸 탐내겠어?”
“그럼 뭔데요?”
“윤제이.”
작년에 갑자기 나타나 조연을 꿰차고 라이징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뿐인가, 당사 기대작인 <크라운>에서도 얼마 안 나왔는데 모든 화제성을 씹어먹지 않았는가.
-진짜 인간 자체가 어떻게 이렇게 섹시할수가 있냐
-혜란아.. 이렇게 전개 막나갈거면 윤제이 다시 부활시켜라
-솔직히 윤제이 하차하고 크라운 텐션 떨어진건 팩트 아니냐?
-장성건이나 임시란 다 잘하긴 했는데 뭔가 아쉬움ㅠ
극 중 유시현이 죽은 이후 <크라운>의 시청률이 크게 올랐지만, 남은 배우들이 윤제이만큼의 화제성을 가져가지는 못했다. 전개가 조금만 늘어지거나 이상하게 흐르면 다들 윤제이를 찾았다.
‘대단한 파급력이지.’
게다가 ‘솔져스K’ 촬영에 지원 간 스태프에게 듣기로는 윤제이의 활약이 대단했다고 하는데, 이걸 마이튜브에만 공개하는 게 너무 아까웠다.
“한 피디도 촬영분이 아깝지 않아?”
“그거야······ 그렇죠.”
“특집 편성해 줄 테니까 한 번 기깔나게 편집해 보는 건 어때?”
사실 한국영도 이걸 그냥 공개하기는 아까운 입장이었다. 워낙 윤제이의 모습이 영화처럼 담기기도 했고, 비록 전멸했지만 다른 출연진들도 최선을 다해 맞서 싸워서 그림이 괜찮게 나왔었다.
“어때? 너도 좋지?”
“그······.”
한국영의 심적 갈등을 대변하는 듯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윤제이 차기작 궁금하다
아니 차기작 아니더라도 그냥 매체에서 많이 봤으면 좋겠어
└솔직히 뭘하든 잘할거 같긴해
└ㄹㅇ
└예능 나옴 좀만 기다려라
└└어케 앎?
└└└나 방송국 관계자임ㅇㅇ 이번에 예능 하나 찍었는데 대박임
└예능 진짜 나오나?
└인증 없는 썰을 믿냐?
***
“감독님.”
“어서 와.”
윤제이는 이제 익숙한 이영창의 작업실에 도착했다. 그는 미국에서 사 온 여러 선물을 이영창에게 건넸다.
“자꾸 이런 거 주지 말라니까.”
“빈손으로 오긴 좀 그래서요. 작품 마무리는 잘 돼가세요?”
“개봉만 앞두고 있지. 시사회 꼭 와.”
“그럴게요.”
윤제이와 재회하기 전부터 준비 중이었던 차기작은 이제 개봉만을 앞두고 있었다. 윤제이를 위한 영화는 아직 진척이 없었다.
“너는 별일 없었고?”
그렇게 말하는 이영창의 눈빛을 읽은 윤제이가 미소 지었다.
내게서 무엇을 관찰하려는 건지는 모르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아마 복잡한 과거를 가진 나를 위해 얘기를 들어주려는 거겠지. 그래서 더 고맙다.
그는 미국에서의 일을 정리하고 가족과의 오해를 풀었던 얘기를 천천히 풀었다.
“나도 부모가 되어 보니, 네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겠구나.”
“자제분이 사춘기죠?”
“막내가.”
이제 막 중학교 2학년이 된다. 밈이 될 정도로 유명한 시기니 이영창의 어두운 표정도 이해가 간다.
“아무튼, 아이에게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잖아. 아이가 직접 말하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가는 일도 많고.”
“그렇죠.”
“지금이라도 오해를 풀어서 다행이구나.”
윤제이는 이영창 감독과의 대화가 편하고 좋았다. 그가 윤제희였다는 비밀을 아는 첫 사람이고, 상황이 어떻든 비밀을 지켜줄 사람이라는 걸 아니까.
그래서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이런저런 속 얘기를 이영창에게만 나눴다.
“사실······ 일이 좀 있었어요.”
“나쁜 쪽이니?”
“네.”
한진우는 며칠간 놀라서 윤제이의 집을 방문하기 전에 꼬박 연락하곤 했다. 지금이야 다시 평소처럼 돌아오긴 했어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거다.
“그 때문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까 생각했어요. 그곳에는 전역 군인에 대한 체계가 잘 잡혀 있으니까요.”
“그건 안 된다.”
이영창은 다급해서 제 진심을 내뱉었다. 이제야 과거를 딛고 연기 재능을 펼치게 되었는데, 다시 미국에 가면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제야 겨우 만나게 된 뮤즈인데, 나와 다시 호흡을 맞춰보기 전에 가겠다니.
“그, 크흠······ 네 문제를 해결하는 게 물론 좋지.”
이영창이 뒤늦게 수습하려고 했다. 그런 그의 심정을 모르는 게 아니라서 윤제이는 안심하라는 듯 손짓했다.
“그래서 나름 해결해 보려고 했어요. 전에 말씀드렸던 거 있잖아요.”
“그래, 촬영장에서 네 과거를 극복한 일 말이지.”
“그걸 시험하려고 예능에 나가 봤어요.”
“어땠니?”
윤제이는 아쉬운 듯 고개를 저었다. ‘솔져스K’ 출연진들의 상황에 맞게 대응해주면서 일부러 시간을 오래 끌었다. 그러면서 내면을 관찰했지만, <달동네> 때와 같은 효과는 없었다.
“그래서 서원이의 영화 제안을 아직 보류하고 있구나.”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