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62)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해답은 찾았습니다.(62/287)
해답은 찾았습니다.
“어라? 제이 씨. 회사엔 어쩐 일이에요?”
“시놉 좀 보려고요.”
“진우 시켜도 되는데.”
“집에서는 늘어져서요.”
이렇게 소속사에 꼬박 출석하는 배우는 우리 배우밖에 없을 거야. 곽도현은 가벼운 러닝 복 차림의 윤제이를 보고 눈을 가늘게 좁혔다.
“설마 그 거리를 뛰어왔어요?”
“네.”
“오······ 진우 부를 테니까 돌아갈 때는 차 타고 가요.”
“심각한가 보죠? 스토커요.”
“뭐······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잖아요.”
건너 건너 듣기로는 스토커가 새로 뽑은 매니저였다고 하던데, 이런 걸 얘기할 필요는 없고······ 곽도현은 한숨을 쉬었다. 이 바닥은 어째 정상인 사람이 없냐.
새로 뽑은 매니저가 담당 연예인의 집안에서 귀중품을 도둑질하거나 담당 연예인의 약점을 잡고 돈을 달라고 한 일도 있었다.
“진우는 별일 없죠?”
“음······.”
“왜요, 걔 무슨 딴맘 먹는 거 같아요?”
“그런 거 아닙니다. 진우 착해요, 너무 열심히 하고.”
“그래요?”
오히려 내가 한진우에게 죄진 게 있지. 윤제이는 괜히 뜨끔해서 시나리오나 뒤적였다. 그리고 이서원이 출근하다가 윤제이를 발견하고 성큼성큼 걸어왔다.
“대표님, 왔어요?”
“어떻게 나 빼고 그런 중요한 모임에 갈 수가 있어요?”
“안녕하세요, 대표님.”
“네, 안녕하세요.”
곽도현의 인사도 무시한 이서원은 윤제이가 인사하자 뒤늦게 인사했다. 곽도현은 이서원의 뒤에서 입을 뻐끔거리며 소리 없이 말했다. ‘봤죠? 대표님 제이 씨라면 난리 난다니까.’
“조 부회장님께 들으셨습니까?”
“네.”
“그때 일정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윤제이도 참여한다고 했으면 당연히 갔지. 이서원은 헛웃음을 지었다.
“대표님을 못 믿는 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이 정도는 한다고 해서요.”
“그건 그렇긴 한데······.”
그가 작년에 기대작이었던 드라마 <아롱아롱>에 바로 들어가서 전파를 탈 수 있었던 건 이서원의 힘이 컸다.
그렇다면 그가 주력으로 다루는 영화에서는 어떨까? 아마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
“저 어디 안 갑니다.”
“그, 크흠. 예능 나갔단 얘기는 들었는데, 문제는 해결했어요?”
이서원은 문득 제 모습이 갑자기 창피해져서 괜히 헛기침했다. 그는 남들이 자신에게 매달리는 쪽이었지, 이렇게 누군가에게 매달리는 쪽이 아니었다.
“해결은 못 했지만, 해답은 찾았습니다.”
“어떻게?”
“그냥······ 해 봐야죠.”
“그냥요?”
“네. 대표님도 도와주세요.”
윤제이가 말하는 도움을 어렴풋이 짐작한 이서원이 미소를 지었다.
“괜찮겠어요?”
“안 도와주실 겁니까?”
“당연히 도와줘야지. 내 배우인데.”
솔직히 밀어주는 거 별거 아니었다. 하지만 그걸 잘 받아먹어서 알아서 잘 큰 배우가 도움을 요청한 건 기쁘다.
‘그나저나,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까?’
영화 투자도 복잡하게 돌아간다.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고 다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윤제이가 과거사 때문에 촬영에 지장을 줄 수도 있으면, 일단 촬영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면 된다.
제작사를 제 편으로 만들어 감독을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을 캐스팅하거나 웬만한 투자 배급사를 등에 업어야 한다는 소리다.
제작 전에 현장에서 갑을 관계를 정하고 들어가니, 1 투자자나 2 투자자를 등에 업은 사람을 단순 조연으로 둘 수는 없다. 주연보다 힘이 세져 버리니까.
이 말인즉슨 바로 주연을 맡고 싶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슬슬 키우는 재미가 나겠네.’
뭐부터 꽂아주지? 이서원은 책상 위에 늘여놓은 시놉을 뒤적거리며 하나씩 분류했다.
“다른 거 필요 없고, 이 작품 위주로 봐봐요.”
“네.”
이서원은 시놉을 검토하는 윤제이를 보다가 살짝 친숙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누구랑 닮은 거 같기도?’
***
2023년 상반기 화제 드라마 <크라운>은 방송국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고 종영했다.
유시현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정휘연은 뒤늦게 유시현에 관한 감정을 깨닫는다. 그래서 복수를 위해 칼을 갈고 닦은 정휘연이 이혼을 종용하는 장성건을 쉽게 놓아준다.
[새로운 이사장, 정휘연 님이 입장하십니다!] [뭐?!]복수로 돌변한 정휘연이 원장직에 오른 장성건보다 더 우위를 점한다. 그리고 유시현이 조사한 증거를 토대로 장성건을 점점 나락에 빠뜨려 복수에 성공하면서 끝난다.
‘괜히 끝까지 봤네.’
솔직히 이다현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사실 윤제이가 도중에 나오지 않으니 안 보려고 했는데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봐야 하는 병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아스트라의 마케팅팀장이지만 개인적으로 윤제이의 팬인 그녀는 공식 팬 카페까지 자처해서 관리할 정도로 윤제이를 덕질 중이었다.
‘이럴 줄 알고 중간에 하차한 건가?’
그녀는 반응을 살피기 위해 여러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했다.
-혜란이 감 떨어졌나?
-난 재밌게 봤는데 원래 막장은 이런맛으로 보잖아
-윤제이 초반 화제성만 먹고 잘 하차한듯
-와 근데 크라운 청률 대박이다 젭티 최고 시청률 달성임?
드라마의 때깔이 워낙 좋길래 기대했건만, 역시 전개 자체는 여느 막장 드라마와 다를 게 없었다. 그래서 잘 치고 빠졌다는 평이 대다수였다.
-아니 최혜란이 이런 소리 들을 급이냐?
-윤제이 잘한건 맞는데 윤제이무새 개많아
-윤제이 돌판 유입 많다더니 진짜 유난이네
-팬코 아니야? 너무 티나는데
초반부 분위기로 압도했던 윤제이 때문에 유입도 많아서 그런지 괜히 까질에 이용당하는 것도 윤제이였다. 최혜란 작가나 주연인 장성건, 임시란을 돌려 까기 위해 윤제이를 올려 치는 것들 말이다.
‘우리 배우가 좀 잘나긴 했어.’
어차피 이런 흐름도 곧 지나간다. 이다현은 흐뭇하게 웃었다.
‘희한하게 팬덤도 커졌단 말이야.’
이러면 마케팅을 다시 해야 하나? 고민했다. 팬이 많으니 떡밥도 많아야 하니까, 시즌 그리팅이나 팬미팅 등 팬덤을 위한 컨텐츠를 기획해 보는 것도 좋겠지.
사실 그동안 윤제이가 나온 떡밥은 꽤 많았다.
<크라운>이 방영되기 전에 주연 배우들과 함께 홍보 예능을 나온 것도 있었는데, 분량은 적었다. 아무래도 주연 배우들의 눈치가 보였겠지.
이윽고 윤제이가 화제성을 다 먹어 버리자, 부랴부랴 비하인드 영상을 마이튜브에 풀었고. <악의 동산>도 빠르게 추가 컨텐츠를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다.
이다현이 TV를 돌려보니 영화와 드라마를 심도 있게 다루는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초청되는 게스트도 화려하고 전문적이면서도 예능적 재미를 챙겨서 마니아층이 많았다.
(유 감독님은 올해 기대되는 배우나 작품이 있나요?)
화면 속 유승진 감독은 이영창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장 감독이었다. 그는 이 질문만 기다렸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얼마 전에 엔플릭스 드라마, <악의 동산>을 봤습니다.)
(아아! 대단했죠.)
출연진들이 추임새를 넣었다. <악의 동산>은 OTT 공개 드라마지만, 의외로 대중에 알려진 게 많았고 업계 관계자들은 빠짐없이 챙겨 본 작품이었다.
(문창민 씨 연기가 정말 살벌했죠?)
(네. 사실······ 문창민 씨야 이미 연기력에서 검증된 배우라 딱히 제가 말씀드릴 건 없고요.)
(그렇죠. 그럼 감독님은 누구를 주목하고 계세요?)
유승진 감독은 <악의 동산>에서 백진리가 처음 등장했던 장면을 떠올렸다. 신도들에게 연설하는 장면이지만, 눈빛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껴서 ‘그냥 지나가는 역할은 아니겠구나’ 생각했었고, 그 예상은 맞았다.
(작 중에서 ‘백진리’ 역할을 했던 친구 있잖아요?)
(윤제이 씨요?)
(네. 그 친구······ 눈을 뗄 수 없더라고요.)
녹화 내내 정중하고 단조로웠던 유승진 감독의 얼굴이 살짝 상기됐다. 그는 백진리와 문창민의 대면 장면을 몇 번을 돌려봤었다. 어떻게 인간 자체가 그렇게 불쾌한 것을 연기할 수 있는지.
(저는 오히려 눈을 떼게 되던데요. 너무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윤제이 씨가 아니라, 백진리 연기가요.)
(어떻게 그런 소름 끼치는 연기를 할 수 있는지, 게다가 데뷔하고 처음 찍은 작품이라면서요?)
<악의 동산>의 박현승 감독과도 친분이 있던 유승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죠. 그 잘생긴 얼굴이 안 보인다니까요.)
(특히 눈빛이······ 그거 특수 효과도 아니라면서요?)
(동공까지 연기하는 게 가능해요?)
눈빛만으로도 모든 걸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드물다. 보는 사람이 감정을 알아차리게 만드는 것은 더 드물고. 예를 들어 <어린이>의 윤제희라던가······ 그는 몸을 돌려 제 옆을 쳐다보았다.
(기회가 된다면요. ‘백진리’ 캐릭터에 대해서 우리 교수님의 견해를 듣고 싶은데······.)
(저도 ‘백진리’에 대해서는 할 말 많아요.)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범죄심리학자, 박 교수가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백진리’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긴 한데······ 이 표현 식상하시죠?)
(네.)
(사이비 종교 교주보다는, 뭔가 거칠고 폭력적인 냄새가 나는 게 약간 종교 지도자보다는 테러리스트에 가깝달까요? 되게 오묘해요.)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네요.)
전문 분야가 나오니 박 교수가 열심히 설명했다.
(아마 제 생각에는 누군가를 참고하지 않았을까 예상해봅니다.)
(참고해도 그걸 표현할 수 있는 건 별개의 문제죠.)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윤제이 씨의 본격적인 악역 연기가 기대돼요. 묵직하게 잘할 거 같거든요.)
작정하고 꾸민 악역 연기라······ 그것도 좋지. 한 번 실장님에게 찔러볼까? 이다현은 TV에 집중했다.
(다른 배우는 없나요? 박 작가님은 어때요?)
(저는······ 최근 작은 아니고 <어린이>의 재개봉을 봤었는데······ 역시 윤제희 군이.)
(또 나왔다!)
(여기 출연하는 게스트 분들이 빠짐없이 말씀하는 배우가 윤제희예요.)
진행자들도 제작진도 <어린이>에서의 윤제희 열풍을 겪은 세대였다. 연극영화과에 지원하면서 인상 깊은 연기로 윤제희를 꼽거나, 작 중 윤제희를 연기한다. <어린이>를 계기로 영화계에 들어온 사람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감독님이랑 작가님이 언급한 두 배우 이름이 비슷하네요?)
(알고 보니 친척 아니에요?)
<어린이>라······ 대표님이 그렇게 좋아하길래 이다현도 봤었다.
‘대단하긴 했어.’
윤제이가 윤제희였다는 건 가족과 조유경 그리고 이영창을 제외하고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래도 어릴 때의 얼굴이 어느 정도는 남아있을 텐데 왜 알아보는 사람이 없냐면, 윤제희는 굳이 따지자면 곱상한 두부 상, 미소년 과였다.
-윤제희 현재 모습 시뮬 돌려봤는데
개미쳤다 이대로 컸으려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 데뷔해주라ㅠㅠ
└진짜 뭐하고 살고 있을까 저얼굴이면 슨스에서 난리났을텐데
└ㄹㅇ 아까운 배우임 계속 연기했으면 다 씹어먹었을텐데
그가 이대로만 큰다면 웬만한 아이돌은 다 바를 수 있겠다는 평가도 종종 보였었다.
하지만 제이 젠킨스는 그동안 살아온 환경이 다사다난했다. 학교 때는 체격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잠깐 했었고, 젖살이 빠지면서 말랑말랑했던 느낌은 가고 조각처럼 선이 굵직해졌다.
졸업하자마자 입대해 여러 파병지를 전전하면서 분위기도 바뀌었다. 그래서 그와 윤제희를 연상시키기에는 간극이 좀 컸다.
예민하고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아마 두 사람이 동일 인물 아닌가 의심할지도 모른다.
슬슬 일이나 시작해 볼까. 이다현은 곽도현에게 정리 받은 것을 토대로 보도자료를 돌렸다.
윤제이, KE 스튜디오 제작 영화 ‘영구동토’ 출연 확정
윤제이, 대세 행보 이어간다···김지숙 작가 차기작 출연 논의 中
급이 높은 배우일수록 차기작, 차차기작 혹은 차차차기작까지 확정 짓고 바쁜 스케쥴을 보낸다.
윤제이도 누군가의 빈자리에 급히 들어가는 게 아니라, 들어갈 작품을 순서대로 정해놓고 촬영에 임하기로 했다.
내로라하는 톱스타가 떼로 등장하는 영화도 들어가고 다른 작품들도 슬슬 확정 짓고 있었다.
-와 뭐야 지금 확정된것만 해도 다 텐트폴 작품 아냐?
-권민재 윤제이라니.. 영구동토 벌써 얼굴 난리났다
-벌써 주연이라니 내배우 벌써 슈스됐다 미쳤다
-드기작 영기작 다하는건가?
└아직 덜뜬거같은데
└ㅁㅊㄷㅁㅊㅇ
└이한림 감독이면 영상미 개쩔잖아 존나 기대돼 ㅁㅊ
“아직 좋아하기는 이른데.”
이다현은 시계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이윽고 ‘솔져스K-집결’의 티저가 JBTC와 마이튜브에 동시 공개됐다. 전 출연진들을 모두 상대하는 수수께끼의 인물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긴 했지만, 팬이라면 알아볼 수밖에 없는 여러 장치들을 숨겨 놓았다.
예를 들어 팔의 흉터 같은 특징적인 것들을 일부러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는다거나.
-이거 윤제이 아님?
크라운 비하인드에서 이거랑 똑같은 흉터 본거 같은데
└헐
└진짜 맞나?
-뭐야 내배우 떡밥 떴어?
뭔데? 먼데??
└예능임
└아… 예능이야? 차기작이 아니라?
└근데 액션 미쳤는데?
└일단 피셜 뜰때까지 존버한다 ㄷㄱㄷ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