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66)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뭘 하길 윈해?(66/287)
뭘 하길 윈해?
감독의 사인이 울리자마자 윤제이는 진영도 대위가 됐다. 초록색 가득한 촬영 현장은 이제 그의 몰입에 방해되지 않았다.
군기가 꽉 잡힌 진영도가 대원들을 이끌고 폐허가 된 남극 기지 근처를 살폈다. 그들의 임무는 과학 기지에 남은 연구원을 헬기에 태워 복귀시키는 일이었다.
“······대위님.”
“대기.”
진영도와 대원들은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고 보고하기 위해 남극에 남았다. 도저히 인간이 저지른 흔적은 아니다. 불안해진 한 대원이 그를 부르자, 진영도는 주먹 쥔 손을 얼굴 옆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수신호를 하자, 대원들이 침을 꿀꺽 삼키고 총을 견착했다. 진영도는 별다른 대사는 없었지만, 행동에서 보이는 묵직함이 있었다. 그에 대원들 역할을 맡은 단역들도 몰입할 수 있었다.
“저, 저거······.”
그렇게 긴장 속에서 상황을 살펴보던 사람들 앞에 초록색의 인형을 머리에 얹은 스태프가 나타났다.
단역들도 연기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을 뽑았지만, CG 처리를 위한 이런 촬영 현장이 익숙하지 않았다.
“대열 유지해.”
자세는 유지하고 있었지만, 도저히 몰입되지 않았다. 하지만 윤제이의 낮은 한 마디에 단역들이 정신을 차리고 전방을 경계했다.
‘이야······.’
사실 감독은 중간에 끊고 다시 촬영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윤제이의 차가운 한마디로 기강이 잡히는 게 신기했다. 긴장이 풀린 단역들은 오히려 괴물을 처음 마주하고 얼어붙은 거로 보였다.
‘진짜 진영도 같네.’
그도 그럴 게, 윤제이는 이 상황이 더는 낯설지 않았다. 수년간 파병지를 오가며 겪었던 경험이 분위기로 흘러나와 ‘진짜 군인’처럼 느껴졌다. 단역들도 군필자니, 저절로 몸이 긴장되는 것도 있었다.
윤제이는 그와 대원들이 대응하는 이상한 생물체가 다르게 보였다. 자신을 납치하려는 테러리스트로 말이다.
진영도가 된 그가 이를 꽉 깨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리고 그때, 상대가 먼저 움직였다.
“으아악!”
“안 돼!”
순간적이지만, 이상한 생물체에 의해 끌려가는 대원을 보는 처절한 표정에서 감독은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삼켰다.
‘이거지.’
진영도는 무뚝뚝한 상관이지만, 제 대원을 가족이라 생각하는 정이 많은 인물이었다. 무심코 나온 표정이 현실적이다.
리허설 때는 느낌이 영 아니어서 걱정했는데, 슛 들어가니 역시 달랐다. 역시 전직 군인 출신이라 그런지 동작 하나하나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계속 추천한 이유를 알겠어.’
근미래 배경이라 그가 쥔 총기 소품이 현실보다는 게임에 있을 법했는데, 그에 맞춰 몸의 반동도 신경 쓰는 게, 마치 실제로 미래 무기를 쏘는 것처럼 보였다.
스태프들은 그의 상체에 미리 연결되었던 줄을 잡아당겼다. 갑자기 붕 떠오르면 허우적거리는 사람도 있는데,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코어 근육도 상당하다는 소리다. 저게 따로 액션 스쿨을 안 다닌 실력이라 이 말이지.
“허억······ 헉······.”
홀로 괴물과 싸워 이긴 진영도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털썩 꿇었다.
전투 상황이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숨을 몰아쉬었지만, 표정은 대원들이 다 죽었다는 걸 믿을 수 없어서 허무하고 쓸쓸했다.
“······.”
그는 고개를 천천히 돌려가며 사방을 살폈다. 괴물은 죽였지만, 그 빼고 다 전멸이었다.
그가 먹먹한 숨을 내뱉었다. 대사는 없었다. 공허한 표정과 숨소리만으로도 뒤늦게 현실을 자각하고 밀려오는 슬픔이 보였다.
“컷! 좋습니다!”
“우리 시작이 산뜻하네.”
사인을 외친 감독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감독이 팔짱을 끼고 제 옆에 앉을 사람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려도 그는 오지 않았다.
“헉, 허억······.”
대원들 역할을 맡았던 단역들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윤제이를 보고 이상한 듯 모여들었다. 카메라가 돌아갈 때 그들의 기강을 잡았던 분위기는 흩어져 있었다.
“저기, 괜찮으세요?”
“헉······.”
“제이 씨? 괜찮아요?”
윤제이는 한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상함을 느낀 조연출이 벌떡 일어났다.
“제이 씨!”
“······괜찮습니다.”
이윽고 윤제이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마른세수했다.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표정이었지만, 이미 흘러버린 식은땀은 가릴 수 없었다.
‘위험한데.’
그는 걱정해서 뒤로 따라붙은 한진우의 어깨를 토닥이며 안심시켰다. 그런 그의 모습을 권민재와 백다은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
[아 진짜! 형님! 이럴 거예요?] [에휴, 알았다. 간다 가!]권민재의 매니저, 임상우라고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다. 경찰서를 뻔질나게 드나들어 담당 경찰의 환심을 샀고, 제발 우리 배우 좀 봐달라고 읍소했다.
[아마 CCTV 사각지대로 움직일 거라고 어디 반사되는 거 있는지 잘 살펴보라고 했어요.] [허이고, 우리 매니저님. 무슨 무당이라도 고용했어요?] [아 쫌, 집중해 주세요.]임상우가 감정적으로 매달리니 정이 든 경찰도 머쓱해졌다. 우리가 일부러 사건을 조사 안 하는 게 아니고, 더 급한 사건이 많다 보니까······ 아니, 연예인이면 이런 건 익숙한 거 아닌가?
[저, 저기!] [허······ 진짜네?]CCTV를 돌려보던 매니저가 크게 소리쳤다. 경찰도 짙게 선팅된 자동차에 반사된 형체를 보고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키는 170 중반 같고, 체구가 좀 있는 게······ 진짜 임상우가 말한 것처럼 남자네?
[와, 그 사람 누구예요? 예리하네······.] [배우인데요.] [그래요?] [보통 미친놈이 아니라니까요? 죽은 까치에 이어서 고양이까지 우리 차에 두고 가는데······! 이러다가 우리 민재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동물 시신이라······ 심각하네. 아무튼, 우리 매니저님 정성 다 압니다. 알아요. 우리도 조사할 테니까 이만 가세요.]임상우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지지부진한 게 지금 몇 주 째야? 껌을 질겅질겅 씹었다.
‘믿을 놈 하나 없어.’
권민재가 청소년 때부터 그를 맡아왔던 임상우는 권민재가 거의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소속사 사람들은 영화 촬영이 있으니 경찰에나 맡기라고 하지, 경찰은 다른 사건 때문에 우리 애는 쳐다도 안 보지······.
‘그래도 저 사람이 있어서 다행인가.’
임상우는 침대에 누워있는 윤제이를 쳐다보았다.
“레디, 고!”
감독의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침대에서 눈을 번쩍 뜬 남자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허억······!”
상체를 일으킨 남자의 몸은 땀에 젖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몸 곳곳에 흉터도 보였다.
남자는 마를 세수를 하다가 제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손이 덜덜 떨렸다.
상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철봉을 잡고 운동한다.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 장면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진 대위. 오랜만인데, 안 들여보내 줄 거야?”
그리고 누군가가 그의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추영미가 연기하는 위 준장이다. 진영도는 위 준장의 뻔뻔한 얼굴을 응시했다. 단순 눈빛 교환인데도 서로 교전을 하는 것 같다.
먼저 긴장을 푼 건 진영도였다. 그는 한숨을 뱉어내고는 몸을 옆으로 비켜서서 위 준장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여전히 삭막하게 사네?”
“뭐 드립니까?”
진영도 대위는 물과 술뿐인 냉장고를 열어서 위 준장에게 보여주었다. 특이하게도 냉장고는 코드가 뽑혀 있어서 제 기능을 하지 않았다.
“얼음은 없지?”
진영도는 진심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위 준장을 쳐다보았다. 그의 마지막 임무, 남극 기지에서 벌어진 사건 때문에 추운 것도 싫었고, 차가운 것도 싫었다.
“국가를 위해 진실을 떠안기고 버릴 때는 언제고 다시 주우러 오셨나 봅니다?”
“우리가 조금 급해서.”
“잘됐네요.”
두 사람은 시종일관 호흡을 잡고 풀었다를 반복하면서 긴장을 유지했다. 이 상황에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느끼게 말이다.
위 준장은 이미 진영도에 관한 보고를 정독했다. 계속 죽음을 향한 지름길로 향한다고.
“진 대위. 응급실에서 깨어난 게 몇 번째야? 지겹지도 않아?”
위 준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탁상 위에 올려진 총과 노출 천장 철골에 무언가 묶인 흔적을 바라본다. 진영도가 어떠한 선택을 했었는지 은근히 보여주는 장치였다.
“준장님도 바라는 거 아니었습니까?”
“······.”
“아.”
진영도는 뭔가 깨달은 듯 익살스럽게 말했다.
“그때 남극에서 죽었어야 했군요. 그래야 완벽한 증거 인멸이었을 테니까.”
“시답잖은 얘기는 하지 마.”
“그건 준장님이 먼저 하셨고.”
기세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다시 호흡을 잡고 서로를 노려본다. 지켜보는 사람이 숨이 막힐 정도로.
“진 대위.”
“예.”
“이왕 죽을 거, 자리를 잘 찾는 게 어때? 이런 골방에서 쓸쓸히 마감하는 게 아니라······.”
결국 먼저 호흡을 풀고 항복해버린 위 준장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이렇게 죽지 말고 전장에서 죽으라는, 군인이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졌던 진영도를 옭아맬 한 수.
“네 대원들 명예는 지켜야지.”
이왕 죽을 바에, 군인답게 죽어라.
두 사람의 시선이 다시 오간다. 하지만 전처럼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니었다.
“컷!”
추영미가 활짝 웃었다.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새파란 후배가 마음에 들었다.
“어우 야,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다.”
“그건 제가 할 소리입니다. 선배님.”
“그나저나 몸이 정말 좋네?”
몸이 좋은 것도 좋은 건데, 사실 특수분장이 필요 없는 흉터투성이 몸에 시선이 집중됐었다. 윤제이는 지금도 제게 붙는 시선을 끊기 위해 얇은 셔츠를 입었다.
“아, 이거 성희롱인가?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난 그냥······.”
“칭찬 감사합니다.”
“내가 좀 주책이지? 미안해.”
황급히 수습하는 추영미에게 씨익 웃어 보이면서 그녀를 안심시켰다.
[우리 제희는 크면 정말 예뻐지겠다!] [커도 엄마 잊으면 안 돼?]추영미는 <어린이> 시절에 그에게 따뜻하고 다정하게 대해준 사람이었다. 천성이 수다스러울 뿐, 나쁜 의도로 말하는 건 아닐 거다.
“괜찮아?”
추영미가 쉬러 간다고 뜬 자리에는 권민재가 자리 잡았다.
‘힘겨워 보였는데.’
권민재는 첫 촬영 때 숨을 몰아쉬었던 윤제이가 생각나서 말한 거였다. 조금 전 진영도가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모습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윤제이는 제 몸에 있는 흉터 때문에 물어본 거라 생각했다.
“그건 내가 물어봐야 할 거 같은데. CCTV 확인은 해 봤어?”
“아.”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윤제이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네 예상이 맞았어.”
“흠······.”
윤제이는 손수건을 꺼내 권민재가 꺼낸 편지를 잡아 지문이 남지 않게 조심히 펼쳤다. 은근히 느껴지는 기분 나쁜 향내에 윤제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설마 진짜 피예요?”
온통 빨간색의 글씨에 권민재의 매니저, 임상우가 질겁을 하며 물어봤다. 하지만 윤제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긍정임을 알 수 있었다.
“감정이 더 격해졌네.”
“이러다가 진짜 무슨 일 나는 거 아니야? 민재야. 경호원이라도 고용할까?”
애초에 소속사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는데.
권민재도 이제 몇 개월 안 남은 계약 기간이 지나면 아스트라로 옮긴다고 이서원에게 들었다. 그래서 지금 소속사가 적극적으로 해결 안 해주는 것도 있을 거다.
“경호원 여기 있잖아.”
“전직 경호원이지. 나한테 너무 의지하지 말고.”
“비전문가라서?”
“어.”
권민재는 시무룩했지만, 윤제이의 말이 맞았다.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일 뿐이지, 이렇게 의지하는 것도 민폐라는 것을.
그사이 윤제이는 편지 내용에 집중했다. 연기가 많이 늘었다. 누구의 영향이냐. 그 여자는 너랑 어울리지 않는다. 그 여자랑 떨어져라.
“여자 언급이 많네.”
“아마 다은이 말하는 거 같아.”
“다은 씨?”
“예전부터 많이 얽혔거든. 열애설도 몇 번 있었고.”
윤제희가 돌연 사라지고, 나중에 커플이 될 주인공들의 아역 시절은 권민재와 백다은이 거의 정석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배우 본체끼리도 사이가 좋아 보이니 진짜 뭐 있는 거 아니느냐는 의심에 살이 붙어서 열애설도 몇 번 있었다고 하는데······.
‘과민반응 한 게 이유가 있었군.’
윤제이는 백다은이 황급히 수습한 게 떠올랐다.
“어떻게 할래?”
“뭘?”
“이대로 계속 나한테 의지할 순 없잖아. 아니면······ 조금 소란스럽겠지만 먼저 행동하던가.”
편지의 내용을 봐서는 첫 촬영 때 권민재와 백다은이 가까이 있었던 걸 지켜봤다는 소리다.
내 대원들 역할을 맡은 단역 중에 있었을까? 그러면 나도 특정하긴 힘든데······ 단역들은 자주 바뀌니까.
‘나를 거슬려 할지도 모르겠어.’
아니면 스태프로 지원해서 지금 이 현장에도 스며들었을지도 모른다. 윤제이는 티 나지 않게 눈동자와 고개만 살짝씩 돌려 주위를 살폈다.
“내가 뭘 하길 원해?”
“네가 미끼가 되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