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71)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약속 지켰다(71/287)
약속 지켰다
TV의 음향이 커지자,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은 떠들던 것을 잊고 TV로 시선을 고정했다. 미 대통령의 발표는 그들에게도 남 일이 아니었다.
“잠깐만, 저거······.”
“설마 막 전쟁 터지고 이런 건 아니겠죠?”
“이렇게 발표하는 거 보면 좋은 소식 아니야?”
“나쁜 소식일 수도 있죠.”
모든 채널이 하던 방송을 중단하고 긴급 속보로 넘어갔다.
LIS는 이슬람을 기반으로 한 과격한 테러 단체로, 난민으로 위장해 대도시에 테러를 감행했다.
미국이 가장 큰 타겟이었고, 유럽의 몇몇 국가에서도 큰 사건을 벌였다. 그리고 한국도 안전하진 않았다.
“LIS면 전에 강남이랑 인천공항에서 폭탄 테러 일으킨 거기죠?”
“어우, 저 그래서 아직도 강남 잘 안가잖아요.”
“그때 우리 해외 로케 가려고 준비 다 했다가 일정 밀리고······.”
미군에 있었던 윤제이도 한국에서 벌어진 사고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일 때문에 시리아에 가기 전 707 특임단으로 파견되어 정승우와 하은성, 이민규 등을 만났으니.
(정승우) 형님 지금 뉴스 보고 있어요?
(최태양) 야 뉴스 봤냐?
그의 주머니에 든 핸드폰에서 미친 듯이 진동이 울렸다. 한국에 있는 몇 안 되는 지인뿐만 아니라 옛 동료들도 있을 것이다.
(미 대통령은 백악관 발표에 직접 나와 LIS의 최고 지도자인 아흐마드 파루크 이븐 압달라를 사살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권민재는 혹시 너도 저기 있었냐고 농담하려다가 윤제이의 표정이 너무 심각해 보여서 입을 다물었다.
“와······ 그럼 우리 아무 일도 없는 건가?”
“그렇겠죠?”
“미국 하니까 생각났는데, 저 미국 가는 예능 계획 중이에요.”
“오······ 뭔데요?”
묵묵히 TV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발표가 끝나자 일상으로 돌아왔다. 유명 예능 감독인 권석현이 본론을 꺼냈다. 이 자리에서 구두 출연을 약속받기 위함이었다.
“배우분들 모셔서 브로드웨이나 할리우드 같은 데 가서 연기 관련으로 찍어볼까 하거든요. 창민 형님도 같이하시는 게 어때요?”
“그러려면 언어가 좀 되어야 할 텐데······.”
“에이, 통역 다 섭외할 텐데요.”
“통역이 왜 필요해? 여기 있네.”
문창민이 옆에 앉은 윤제이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제이야. 괜찮냐?”
“아, 네. 죄송합니다. 어떤 얘기 하고 계셨어요?”
TV에서 시선을 고정했던 윤제이는 뒤늦게 정신 차리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눈판 게 미안해져서 솔직하게 말을 덧붙였다.
“······아직 저기에 친구들이 많아서요.”
“걱정되겠네.”
“네. 지금도 연락이 좀 많이 오네요.”
윤제이는 알림이 깜빡거리는 핸드폰을 보여주며 이유를 설명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도 부드럽게 넘어갔다. 화제는 다시 권석현의 예능으로 흘러갔다.
“로드 트립을 했다고요? 그럼 잘 알겠네요?”
“네. 예전 근무지도 할리우드 근처였고, 브로드웨이도 근처에서 머문 적 있어서 잘 압니다.”
“오······.”
권석현이 눈을 반짝였다. 사실 경력이 좀 긴 배우들만 생각해뒀기에 후보군에는 윤제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보니 다른 배우들과도 잘 어우러지고, 연기력도 상당하니 염두에 둔 배우들과도 튀지 않고 잘 어울릴 것 같다.
“제이 가면 저도 끼워주세요.”
“민재, 너도?”
“네.”
권석현이 싱글벙글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윤제이가 치고 올라와서 그렇지, 30대 배우 중에 부동의 1위인 권민재를 마다하진 않았다.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저 친구가 미군 출신이야?”
“감독님, 모르셨어요? 쟤가 작년에 얼마나 잘나갔는데. 물론 지금도 잘나가지만.”
“내가 TV를 자주 봐야 말이지.”
박재윤 감독은 영화계에서 유명한 감독이고, 이영창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장 감독이었다.
그는 <악의 동산> 속 백진리와 지금의 윤제이에게서 갭이 느껴져서 계속 신기해하고 있었다.
원래 성격이 똘끼 좀 있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고, 연기 경력이 좀 있나? 싶다기엔 군인 출신이라니······ 박재윤은 백진리의 광기가 정말 순수하게 연기로 만들어졌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
‘탐 나는데······.’
그의 속이 보이는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윤제이는 멋쩍은 듯 웃었다.
(발신번호표시제한)
“저 잠시 전화 좀 받겠습니다.”
“그래. 다녀와.”
권민재와 문창민은 밖으로 나가는 윤제이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진짜 수수께끼다.
윤제이는 건물 옆 작은 샛길에 서서 전화를 받았다. 역시나 존이었다.
(JJ, 뉴스 보셨죠?)
“전에 말했던 좋은 소식이 이거였군요.”
(네. 드디어 우리의 오랜 프로젝트가 끝났습니다.)
존의 목소리는 격양되어 있었다. 그는 테러를 증오하고 애국심이 거의 광기에 가까웠다. 이 사람도 정상은 아니야. 윤제이는 작은 숨을 토해내고는 가장 알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
“그 녀석은······ 괜찮습니까?”
(아직 어수선하지만, 아마 명예 훈장을 받는 건 확실합니다.)
“제이든이 죽었습니까?”
윤제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훈장은 살아서 받은 사람이 얼마 없었다.
(아뇨, 생환했습니다. 당신처럼요. 부상이 조금 있지만, 치명상은 아닙니다.)
“후우······.”
가장 친한 친구가 살았다고 마냥 안심되지만은 않았다. 그가 아는 누군가는 죽었을 것이다. 그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
“그놈이 사살됐다고 다 끝난 건 아닐 텐데요.”
그는 LIS의 어긋난 신념과 잔인함을 현장에서 직접 본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의 연대 의식이 얼마나 강력한지도.
(그게 문제입니다. 지금도 핵심 간부 몇몇이 갈라서서 자신만의 단체를 만드는 것 같더군요.)
“잔당 처리에 시간이 걸리겠군요.”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
(넘버즈 분대원들 모두가 휴가를 받아서 귀환할 예정입니다. 전사자의 장례도 치르고, 훈장 수여식도 하고요.)
“······.”
(어느 정도 수습이 끝난다면 다시 연락드리죠. 그때는 이쪽으로 오실 거죠?)
“당연히 가야죠.”
슬슬 <영구 동토> 촬영도 막바지였고, 차기작을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
군 병원에 모인 분대들은 군의관의 설명에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의 모습이 특별한 건 아니었다. 여기를 몇 번 오가다 보면 심각한 표정의 군인들 혹은 눈물을 떨구는 군인들이 많았다.
“그렇게 심각합니까?”
“······다들 그 사람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시잖아요. 직접 구조하셨으니.”
그들 분대의 정식 명칭은 따로 있지만, 가까운 사람들은 그들을 ‘넘버즈’라 불렸다. 그렇게 불리게 된 이유로는 텐으로 불리는 제이 젠킨스 때문이었다.
“꼭 큰 소리 내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특히 입으로 마찰음을 내는 건 금지입니다.”
“정확히 어떤 소리요?”
“뱀 소리 같은 거요. 스슷, 뭐 이런······.”
그들은 피투성이로 서 있는 윤제이, 그리고 쓰러진 아사드 야신 카디르의 난도질 된 시신에서 엄청난 증오를 엿볼 수 있었다. 대체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분대원들이 서로를 흘끔 바라보았다.
“JJ.”
병상에 누운 윤제이가 천천히 눈을 떴다. 이윽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보자 픽, 바람 빠진 소리를 냈다.
“깨자마자 본 게 못생긴 얼굴들이라니······.”
“뭐 임마?”
“눈 더럽히지 말고 꺼져줄래?”
농담을 하는 것을 보니 상태는 나쁜 게 아니네. 안심했던 분대원들은 이어지는 윤제이의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다들 무사하냐?”
여기서 가장 무사하지 못한 사람이 자신들의 안부를 묻는다. 구출 작전 때는 정신 없어서 물어보지 못했었다. 일단 그곳에서 빠져나가는 게 목적이었으니.
묵묵히 그의 말을 듣던 제이든이 주먹을 꽉 쥐었다.
“너 이 새끼······.”
“설마, 어린애처럼 질질 짜는 건 아니지? 보다시피 상태가 이래서 휴지를 건네줄 수는 없는데.”
“쟤 주먹 쥐었는데.”
“설마 환자를 때리기야 하겠어?”
이들 사이에서는 일레븐으로 불리는 제이든 나이트는 윤제이와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다른 이들은 두 사람을 J2 콤비 등으로 불렀었다.
“내 훈장 수여 소식 들었어?”
“그래. 부럽다.”
“비공식이라지만, 너희들은 못 한 걸 내가 했다는 거야. 좀 더 경외감을 가지고 날 보라고.”
으스댔지만, 말에 힘이 없었다. 그들은 윤제이가 멀쩡한 척 애써 포장하는 거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횡설수설하며 자신의 무용담을 말하는데, 말에 두서가 없었다. 그래서 더 안쓰러웠다.
그들이 아는 텐은 훈장 욕심이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의 공적을 입으로 떠벌리지 않았다. 분위기가 말이 아닌 자신들을 안심시키려고 말을 하는 것이다.
“표정 풀어. 죽은 건 아니잖아.”
“······그래.”
“텐, 다 나으면 복귀할 거지?”
“글쎄······.”
윤제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더는 못할 것 같다.”
“씨발.”
“너희들은 남을 거야?”
“몇 명 빼고는.”
제이든이 욕설을 내뱉으며 뒤로 돌아 그 자리를 배회했고, 다른 분대원이 대답했다. 윤제이처럼 더는 못 해 먹겠다고 관둔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남는다고 한다.
“몸이 이러지만 않았더라면, 나도 함께했을 거야.”
윤제이는 눈에 띄게 벌벌 떨리는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슬슬 약효가 꺼지고 있군. 윤제이는 덤덤했지만, 다들 처음 보는 그의 모습에 놀란 듯했다.
“다들 죽지 마.”
“벌써 마지막 인사를 하기에는 이르지 않냐?”
내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희미하게 웃는 윤제이의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었다.
“너도 죽지 마. 내가 그 새끼의 대가리를 딸 때까지.”
제이든이 으르렁대며 말했다. 그는 퇴역 군인의 예후가 좋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누구라도 윤제이와 같은 상황을 겪으면 미쳐버렸을 것이다. 이렇게 멀쩡해 보이는 게 기적이다.
“그래. 우리가 네 몫까지 LIS를 쳐 죽여줄게.”
“그럼 다행이고.”
그들은 윤제이를 이렇게 보내면 언젠가 부고 소식으로 돌아올까 봐 벌써 걱정됐다.
“윽······.”
“왜, 왜 그래?”
윤제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몸과 연결된 기계에서 불안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이상 반응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간호 장교가 황급히 들어왔다.
“이제 나가세요.”
“아니, 잠시만······.”
“제이든. 가자.”
넘버즈의 다른 전우들이 그를 억지로 이끌었다.
“아직 할 말이 많은데.”
“자기가 약해진 모습을 텐이 보여주고 싶겠어?”
이윽고 귀를 찌르는 듯한 비명이 들렸다. 근처에 있던 의료진이 황급히 윤제이의 병실로 들어갔다.
“수면진정제 투여해!”
“네!”
의료진들이 그의 사지를 붙잡고 급하게 약을 투여했다. 긴급해 보이는 상황에 넘버즈의 분대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병원 밖을 나섰다.
“······젠장!”
제이든은 자신이 내뱉은 건지 아니면 다른 동료가 내뱉은 건지 모를 욕설이 먹먹하게 들렸다.
그 뒤로 넘버즈는 다음 작전에 투입됐고, 윤제이는 퇴원 후 사회로 나가서 이들이 마주친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하아······.”
꿈에서 깬 제이든은 제 옆에서 가만히 서 있는 검은 양복의 사내를 보고 놀라서 몸을 떨었다.
“존, 방금 당신이 날 죽일 뻔했어요.”
“아직 죽긴 이르죠. 미국의 영웅이신데.”
존 도는 씨익 웃었다. 제이든은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아직 일어나시면 안 된다고 들었는데요.”
“이깟 부상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회복에 전념하셔야죠. 곧 대통령도 만나 뵙게 되실 분이.”
“부탁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존은 제이든의 핸드폰을 건넸다.
“존, 지금 메시지 하나 보내도 되죠?”
“텐에게 보내실 겁니까?”
고개를 끄덕인 제이든은 존의 허락을 받고 SNS 어플을 켰다. 텐이 이 메시지를 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남겨 놔야지.
(Unknown) 약속 지켰다
그리고 윤제이는 만들고 방치했던 SNS 계정을 오랜만에 들어가 봤다. 박현아와 연락이 닿은 뒤로 비공개로 전환한 그의 진짜 SNS 계정은 그의 과거와 연이 닿았던 지인들의 연락용으로 남겨 두었다.
‘제이든이겠군.’
윤제이는 누가 보냈는지도 모르는 메시지를 제이든이라 확신했다. 답장을 보낼까? 말까? 고민하던 그는 화면을 껐다. 조만간 만날 기회가 있을 테니.
“제이 씨, 준비 다 됐죠?”
“네.”
스태프의 부름에 그가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느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