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72)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뭘 방어해?(72/287)
뭘 방어해?
뉴스 때문에 덮어두었던 과거의 조각을 꺼내 봤지만, 후유증은 없었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제이든이 살았다는 걸 알아서일까? 하지만 제이든이 가장 친한 친구였던 건 맞지만, 다른 동료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직 모른다.
드디어 LIS의 최고 지도자가 드디어 죽어서? 윤제이는 그를 직접 마주하지 않았지만, 그가 벌인 참상 때문에 그를 증오했다.
“제이 씨, 오늘 컨디션은 어때요?”
“좋아요. 뉴스 때문에요.”
“아아······ 미국은 축제 분위기라는데 진짜일까요?”
“아마 그러지 않을까요.”
시작은 그저 자신의 위치가 붕 떠버린 것 같아 도망치듯 향한 거였다.
하지만 함께 생사를 오가게 되면 동료들은 가족과도 같은 사람이 되고, 잔인한 짓을 일삼던 타겟은 내가 꼭 죽이겠다는 인생 최종 목표가 된다.
갓 성인이 돼서 10년 남짓을 그곳에 보냈으니, 그에게도 의미가 남달랐다.
“슬슬 시작합시다.”
감독의 말에 윤제이는 카메라 앞에 섰다.
“표본을 채취해야 해요.”
“빨리 해. 시간 없으니까.”
백신의 실마리를 찾아 남극에 온 연구원들은 권민재가 백다은이 맡았다. 물론 이들도 단순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서울 팀은 느닷없는 바이러스 사태를 환영하고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기득권 세력과 바이러스를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로 나뉜다.
그리고 기득권들에 매수된 연구원이 남극에 합류한다. 과연 백신 제작을 방해하려고 서울과 내통한 사람은 권민재와 백다은 중에 누구일까? 추측하면서 적당한 긴장감을 유도하려는 역할이었다.
“우리의 손에 국민들 안전이 달려있다고요.”
“그딴 거 알 게 뭐야.”
“뭐라고요?”
오히려 진영도가 더 단순한 인물이었다. PTSD에 시달려 아군을 식별 못 할 때가 가끔 있지만, 위험에서 늘 구출해주는 믿을 만한 보호자였다. 그리고 매수된 연구원의 정체를 가장 먼저 알게 된 사람이었다.
“사는 게 힘들지 않아?”
“네?”
“서울에서 뭐라고 지시받았나? 표본을 폐기하래?”
“······.”
“줄타기는 그만하지? 뒈지면 다 끝나는 거야.”
윤제이는 자신이 맡은 진영도의 심정을 너무 잘 알았다. 어쩌면 각본을 쓴 감독보다 더 말이다.
가족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도 빈번히 실패했던 진영도는 지금 어떨까. 오히려 살아있음을 감사하고 있지 않을까.
한국의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사명감은 없다. 연구원들의 보호는 뒷전이고 그저 가족을 죽인 원수를 쳐죽이고 싶다는 증오만 남았다. 전장에서 최후를 맞이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게 무슨 소리지······?”
“그놈이다.”
그리고, 진영도는 최후의 일전을 준비한다.
(크르르······.)
점점 다가오는 괴물이 다르게 보인다. 뱀 같은 소리를 내면서 윤제이에게 공포를 줬던 누군가가 생각났다. 윤제이는 총을 고쳐잡았다.
“도망쳐!”
윤제이는 정해진 동선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액션 동작도 미리 짜놓은 게 아니라 과거 습관처럼 행했던 동작이 저도 모르게 섞였다.
하지만 감독은 중간에 끊지 않았다. 카메라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무아지경에 빠진 배우를 찍기 위해 몸소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대단한데······.’
윙스 컴퍼니의 경호원들은 옛 동료가 열연을 펼치는 모습을 흘끔 바라보았다. 초록색의 크로마키만 있는 공간, 진영도가 상대하는 건 괴물이 아니라 지렁이 같은 초록색 솜인형이다.
어떻게 저 상태에서 몰입할까? 배우들은 참 대단한 족속들이다. 그리고 그 배우라는 범주에 그들 친구가 있었다.
멀리서 보면 웃음이 나올 법도 하지만, 전혀 우스워 보이지 않았다. 신기한 건, 윤제이의 연기를 계속 보다 보면 진짜 무언가 있는 듯한 착각까지 일었다는 거다.
“진 대위님!”
“빨리 가!”
초록색 솜인형이 지척에 오자, 진영도는 두 연구원을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 그리고 두 사람을 구출함에 태운 진영도는 유언처럼 한마디를 남겼다.
“끝까지 살아남아.”
이 말은 두 연구원에게 하는 말일까? 아니면 윤제이 자신한테 하는 말일까? 모르겠다. 확실한 건 이제 억지로 과거와 끼워 맞추며 했던 연기 방식을 버려도 될 것 같았다.
그를 둘러싼 공간이 시리아의 어딘가에서 촬영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몰입은 끊기지 않았다.
괴상한 초록색 솜인형은 그를 고문했던 인간이 아니라 컨셉 아트 속 괴물로 변했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오히려 더 몰입됐다.
탕! 탕탕!
배우의 몰입을 위해 틀어놓은 조잡한 효과음은 제법 현장감 있는 소리로 탈바꿈돼서 들렸다. 보호할 연구원도 사라진 진영도는 처절하게 싸운다. 그리고 쓰러진다.
“컷!”
모니터 앞에 서서 방금 했던 연기를 지켜보던 윤제이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 죄송합니다.”
“몰입하면 그럴 수도 있지. 한 번만 다시 찍읍시다.”
“네.”
윤제이는 그렇게 움직였음에도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분장을 약간 수정하고 바로 카메라 앞에 섰다. 감독은 자신이 생각한 대로만 움직여주는 윤제이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전에 찍은 게 더 괜찮아 보인단 말이지······.’
이거 편집을 어떻게 하지? 버릴 수 없는 장면인데······ 감독이 생각에 잠겼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렇게 남극 팀의 촬영이 다 끝났다. 이로써 진영도는 사라지고 윤제이의 촬영도 끝났다.
‘그때와 같은 감각은 없었어.’
<달동네>에서 느꼈던 해방감은 없었다. 하지만 뭔가 후련하다. 이 감각은 대체 뭘까.
가면을 덧씌운다는 건 계속 멀쩡한 척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작품을 맡고 한 배역의 일부분만 연기한다.
그가 배역의 진짜 속마음이나 탄생부터 끝을 알 수 없듯이, 나도 나를 잘 모를 때가 있었다.
“형. 잠시만요.”
“뭐야?”
한진우를 비롯한 소속사 스태프들이 차의 트렁크를 열었다. 첫 영화의 무사 촬영을 축하한다는 작은 현수막과 꽃장식이 있었다.
“······이게 다 뭐야?”
어쩐지 소속사 사람들이 꽤 많이 와있다 싶더라니······. 스타일리스트가 꽃다발과 주문 제작한 케이크를 들고나왔다.
“준비하는 거 얼마 안 걸렸어요.”
“맞아요. 오빠 첫 영화잖아요. 무사히 끝났으니 축하해야지.”
사실 첫 영화는 아니지만, 이런 문화가 없는 옛날이었다. 윤제이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들이 내미는 것들을 받았다.
“괜히 준비한다고 고생한 거 아니야?”
“형. 이럴 때는 그냥 감사만 하시라고요.”
“고마워.”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 스태프들이 자발적으로 계획한 일이었다. 윤제이는 제 사람을 챙길 줄 알고, 그게 행동으로 잘 나와서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
정말 기뻐하는 그의 모습에 스태프들이 히죽 웃었다.
“형도 인간미가 있었네.”
“그러니까요.”
내가 그렇게 인간미가 없었나. 윤제이가 고개를 기우뚱하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지금이야 완전 나아졌지만 처음에는······.”
“완전 신비주의였죠.”
그래서 이렇게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이 티가 날 때면 그들도 윤제이의 벽이 한 꺼풀 벗겨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이야, 이게 그 트렁크 파티인가 그거냐?”
“퇴근해?”
“어. 이제 우리 일도 끝났고.”
“가라.”
윙스 컴퍼니의 경호원들도 철수하고, 윤제이는 짧은 휴식 뒤 다음 작품 준비를 할 예정이었다. 한진우는 룸미러로 윤제이의 얼굴을 슬쩍 살피다가, 결심한 듯 비장하게 말했다.
“형.”
“어?”
“저랑 술 한잔하실래요?”
얘가 웬일이지? 윤제이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
아스트라의 마케팅팀장 이다현은 오늘치 업무를 끝내고 습관적으로 인터넷을 들여다보았다. 원래도 커뮤 중독이었고, 그 덕분에 루머나 악플 등은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소속 배우가 많이 늘었고, 더 늘어날 예정이긴 하다. 하지만 예민하게 관리할 사람은 윤제이 하나밖에 없었다.
다른 배우들이야 이미 정상급인 배우들이고, 윤제이는 이제 막 치고 올라가는 신인이다. 게다가 팬덤 성향도 이들과는 달랐다.
美 LIS 잔당 처리에 나설까? 아니면 철수할까?
아흐마드 압달라를 사살한 대원은 델타포스 소속 요원인 것으로 확인돼······.
-그래도 우리나라는 이제 안전하지 않을까?
-아직 모른대ㅇㅇ 과격 단체라서 마지막 발악을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던데
-나 강남 추모비 다녀오려고
-나도 추모비 간다
‘다 이 얘기만 하네.’
이다현은 심드렁한 표정이었지만, 기사를 하나하나 눌러보면서 천천히 정독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테러 위협이 거의 없는 나라였다. 하지만 LIS의 테러 행각은 큰 충격을 줬다.
유럽은 난민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 때문에 크게 앓았고, 비교적 안전할 거라 생각했던 동아시아, 한국도 피해가진 못했다.
-부산 테러 막은게 707이던가?
-LIS가 큰일했다 ㅅㅂ 그 어렵던 동북아 대통합을 해내내
└테러 한정으로만ㅇㅇ
큰 인명피해로 번질 뻔한 것을 미리 방지하면, 국력이 올라갔다.
그 때문에 테러리스트에 관한 것과 특수부대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고,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이 유행했다. 그 인기는 계속돼서 윤제이가 나왔던 ‘솔져스K-집결’까지 이어졌다.
-윤제이는 남초여초에서 다 터진거 같지않냐?
└222
└33
-솔직히 남자가 봐도 멋있다 ㅇㅈ
-군대예능 또나와주면 안되나
그래서 그런지 윤제이는 여성 팬뿐만 아니라 남성 팬도 제법 많았다.
‘솔져스K-집결’의 감독도 윤제이와 같이 예능을 찍은 이후부터 윤제이의 팬이 돼서 얼마 없는 필모그래피를 복습했다는데, 그 사실을 아직 모르는 이다현은 익숙한 듯 윤제이 관련 팬 게시판을 들어가 보았다.
-내배우 보고싶다ㅠㅠㅠㅜ
-나 그래서 사실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좋음
-너네 백상끝나고 뒤풀이 간 사진 봤냐?
작년에 워낙 신드롬을 일으켜서인지, 아직 아무것도 공개된 게 없는데도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다.
-다음에는 최우수까지 쭉쭉 갔으면
-우리 팬클럽이름은 아이케이로 확정이야?
-이번에 커피광고 티저뜬거 본사람 개존잘 ㅁㅊㄷ
-렉카가 우리 배우로 또 소설쓴거 알아?
-야 지금 트짹 방어하러 가야겠다
-아 ㅅㅂ 연검 망했네 ㅅㅂ 간신히 정화했는데
렉카? 뭔데? 뭘 방어해? 이번엔 또 무슨 일이 터진 거야? 눈빛이 진지해진 이다현이 현란하게 손을 움직였다.
“이건 또 뭐야?”
이다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
한국에서도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추모 행렬이 이어졌는데, 가장 큰 피해를 본 미국은 어떻겠는가.
드디어 지긋지긋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났다고 축제 분위기였다. 파병 갔던 가족들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랐고, 심지어 유명 제작자들이 벌써 이와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설레발이었다.
미군은 LIS의 최고 지도자를 사살했다는 기쁨을 일단 접어두고, LIS와의 전쟁을 선포한 10년 동안을 점검하기 위한 브리핑에 한창이었다.
“이어서······ 2016년 사자의 그림자 작전으로 돌입합니다.”
“여기도 텐이군.”
보고를 받던 장관은 한 사람에게 집중했다. 입대하고 눈에 띄게 두각을 나타냈는지 몇 년 사이 보고서에 자주 등장한 콜사인이었다.
단신으로 뛰어들어 인질을 구하고 대원들을 지켜냈다는 게, 무슨 소설 속에나 나올 것 같은 업적이었다. 솔직히 LIS의 최고 지도자를 사살한 제이든 나이트보다 더 많은 업적이었다.
“대체 텐이 누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