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75)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보기만 했습니다.(75/287)
보기만 했습니다.
영화는 제작사 위에 투자자 있으며 그 위에 배급사가 있다. 배우의 위치는 어지간한 탑급이 아닌 이상은 을이었다.
보통 영화 캐스팅은 제작사가 담당한다.
우리나라에서 배우 소속사가 100개가 안 된다. 괜찮은 배우 풀을 보유한 곳은 약 50군데다. 제작사는 일단 소속사에 시놉을 보내고, 소속사는 소속 배우에게 뿌린다.
그리고 관심 있는 배우를 추려서 마치 경매하듯 흥정한다.
예를 들어, 옆집 권민재는 출연료 얼마 깎았는데, 그쪽 배우는 얼마나 깎을 수 있어요? 라고 흥정하는 것이다.
만약 여기서 권민재가 몸값을 낮추면 또 할 사람을 구해서 더 낮추고 낮춘다.
이것도 좋은 시나리오, 그리고 주연급에 해당한다.
조연급이나 인지도가 적은 배우들 같은 경우는 오디션을 보기도 한다. 감독이 오디션을 열고, 마음에 드는 배우를 캐스팅한다.
하지만 미팅 때 제작사의 눈에 차지 않으면 그 캐스팅을 엎을 수 있다. 제작사가 싫으면 다 퇴짜 놓을 수 있다는 거다.
‘미국이었다면 소송감인데.’
아무튼, 윤제이는 아직 영화계에서 주연급은 아니고 신인이지만, 오디션을 볼 필요 없는 대박 신인이다.
벌써 여러 투자자가 붙어 황금 고블린과도 같은 존재고, 이서원의 인맥으로 벌써 주연을 제안하는 제작사도 있다고 한다.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
이렇게 많은 기회가 말만 하면 다 펼쳐질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윤제이는 다른 선택을 했다.
윤제희 시절에는 이영창과 밥을 먹으면서 연기를 살짝 보여준 게 오디션이었지, 이렇게 작정하고 여는 오디션은 처음이다.
그리고 음악 장르도 색다르다. 곽도현도 다양한 장르의 필모를 쌓는 것을 추천했다.
‘어쩌면 의외의 상황에서 짐을 덜 수도 있고.’
진영도와의 공통점 때문에 들어간 <영구 동토>에서는 별 수확이 없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달동네>의 김상현도 그와 비슷한 구석은 없는데 의외의 수확을 하지 않았나. 그래서 이번 영화에도 거는 기대가 컸다.
‘물론 오디션에 합격해야 하는 게 우선이지만.’
그가 오디션을 볼 음악 영화 <인터미션>은 독립 영화다. 오디션을 보는 것도 말이 새로운 얼굴을 찾기 위해 개최한다지만, 사실은 인지도 있는 배우를 캐스팅할 돈이 얼마 없다는 거다.
[오디션 합격하면 개런티가 엄청 낮아질 텐데 괜찮겠어요?] [네.] [그럼 해봅시다. 뭐, 그럴 일을 우리 대표님이 만들지는 않겠지만.]아마 윤제이가 오디션에 합격하면 그의 뒤에 있는 투자자들이 추가 투자를 제안할 것이다. 투자해주겠다는데 거부할 제작사가 있을까? 곽도현은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윤제이는 <인터미션>의 모집 공고를 훑었다.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전직 아이돌 지망생이거나 출신 우대
클래식 악기 외 피아노, 베이스, 드럼 등 악기를 다룰 줄 안다면 더 좋습니다.
아이돌 출신을 조건으로 거는 것 보니 얼굴도 꽤 보는 것 같다.
윤제이는 오디션을 위해 마이튜브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주자들의 연주 하는 모습을 무작정 봤다. 하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직접 보고 연주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도준아. 혹시 아는 연주자 있니?] [연주자?] [재즈나 밴드면 좋은데.]곽도현에게 알아봐 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요즘 동생이랑 시간을 보낸 지도 꽤 됐다. 그는 촬영으로, 동생은 공연으로 바빴으니.
윤도준은 좋은 연주자를 알고 있다며 자기만 믿으라고 했다.
“형!”
도준이만 오는 거 아니었나? 윤제이는 윤도준의 뒤를 우르르 따라오는 버스터 멤버들을 보고 미소 지었다.
“오랜만에 휴가인데 다른 약속 없어?”
“우린 형이랑 약속 있는데요?
“왜요, 우리 있는 거 별로예요? 우리 다시 가요?”
윤제이는 그게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귀한 휴가를 재미없는 나랑 보내도 괜찮냐는 건데······ 그 대답을 들은 버스터 멤버들이 엉겨 붙었다.
그 모습에 윤도준의 표정이 짜증으로 번져갔다. 그는 사실 멤버들 몰래 나오려고 했다. 형과 만난다는 걸 알면 이런 그림이 펼쳐질 줄 알았으니까.
[너 어디가?] [어? 그냥 잠깐······.] [네가 잠깐 나갈 일이 뭔데?]윤도준이 이상하게 버벅거리자, 버스터 멤버들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너 제이 형 만나러 가는 거지!] [나도 갈래!] [야 잠깐, 기다려 봐.]그렇게 딸려 나온 짐이 다섯이다. 갑자기 길거리에 모인 잘생기고 키 큰 남자 무리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이윽고 그들의 정체를 알게 된 사람들은 작게 비명을 지르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 형! 형들 때문에······!”
“너무 그러지 마.”
윤제이는 심통 난 동생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멤버끼리 사이 좋아 보이는데 뭐. 그리고 막상 이렇게 싫어하는 척해도 형들이랑 있는 걸 좋아하는 걸 안다.
“세션 형들 만나러 가는 거면 우리도 가면 좋지.”
“검색해보니까 유명하신 분들이더라.”
“맞아요. 우리 콘서트 때도 세션으로 오셔서······.”
버스터는 요즘 잘나가는 그룹을 꼽으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유명했다. 윤도화의 그룹 플라바도 마찬가지다. 윤제이는 입꼬리를 올렸다. 새삼 이렇게 보니, 내 동생들이 너무 잘났다.
“형 이번에 뭐 터진 거 괜찮아요?”
“아아, 그거.”
윤제이는 별거 아니라고 웃었다. 그 모습에서 여유가 넘쳤지만, 버스터 멤버들은 걱정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너무 신경 쓰지 마요. 그 기자는 전에도 개소리 잘했어요.”
“이게 다 우리 형이 너무 잘나서······.”
“난 진짜 괜찮은데.”
그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난리였다. 소속사 직원들은 전투력이 올라서 씩씩거렸고, 숙취 때문에 뒤늦게 정신 차린 한진우도 분노했다.
윤제이 씨 스트리퍼 논란 해명합니다
(아니, 누가 봐도 오해할만한 사진 아니었어요?)
(뭐, 의도가 어떻든 제 잘못은 맞긴 하죠. 미안합니다.)
해당 논란을 점화했던 렉카 마이튜버는 사과 아닌 사과를 하고 다른 연예인의 루머를 가장한 악담 영상을 올렸다.
팬들이나 소속사 직원들은 당연히 폭발했다. 그렇게 모욕적인 프레임을 씌우고 아님말고ㅎ 이게 말이 되느냐는 거다.
-나 어제부터 손이 벌벌 떨린다ㅠ
-이게 다 내배우가 잘나서 이런거다
-팬카페에 응원글 쓰러 가자
그가 신기했던 건 이 상황에서 팬들이 보여준 애정과 정성이었다.
팬들은 연관검색어를 정화하는 ‘노동’을 했고, 혹시 윤제이의 마음이 상했을까 봐 팬 카페에 응원 글을, SNS에는 하트투성이인 댓글을 달았었다.
“지혁아. 너 혹시 강하준이라고 알아?”
“강하준이면······ 설마 강아지 형?”
“이번에 시상식에서 만났거든.”
“그랬어요?! 와 그 형 배우 하는구나.”
윤제이는 백산에서 만난 강하준과는 꾸준히 메시지를 주고받아 친해졌다.
버스터의 리더이자 맏형인 유지혁은 여러 소속사를 전전했고, 강하준과도 애칭을 부를 정도로 친했었다. 하지만 그가 배우로 데뷔했다는 사실은 모르나 보다.
“별로 친하지는 않았나 봐?”
“친했는데······ 그런 거 있잖아요. 연락하면 기만인 거 같은?”
“왜?”
“그 형이 진짜 재능 충······ 은 너무 말이 좀, 그렇고. 암튼 재능 넘쳤는데 아이돌로 데뷔하기는 나이가 많다고 최종 데뷔 조에서 탈락했거든요.”
“그건 너무······ 안타까운데.”
“그니까요. 실력 다 되는데 나이 때문에······ 나이 먹는 건 멈출 수 없잖아요.”
유지혁은 강하준과 연락하고 싶었는데, 떡하니 데뷔한 동생의 연락이 과연 반가울까?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윤제이는 문득 한진우와의 대화가 생각났다. 불편한 화제일까 봐 입을 다문 것이 오히려 벽을 느끼게 된다고.
“먼저 연락해 봐. 좋아할 거 같은데.”
“······그럴까요?”
강하준과는 잠깐 대화한 거라서 그를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유지혁의 연락을 반가워할 것 같았다. 확신은 없지만, 윤제이는 자신의 감을 믿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도착한 곳은 한국에서 제법 유명한 세션 팀의 넓은 음악 작업실이었다.
“안녕하세요, 윤제이입니다.”
“와! 안녕하세요.”
“실물이 더 잘생기셨네.”
세션 팀은 많은 연예인과 협업했던 경력이 있어 버스터와도 격 없이 지냈는데, 윤제이를 본 순간 멈칫했다. 와 무슨 사람 얼굴이 저래. 피지컬은 또 뭐고. 배우는 다 저런가.
“저 솔져스 세 번이나 봤습니다.”
“다음에는 안 나오세요?”
“그거 진짜 연출 아니었죠?”
이윽고 화제는 그의 출신으로 흘러갔다. LIS 최고 지도자의 사살로 다시 떠오른 특수부대 붐, ‘솔져스K’의 역주행. 그 때문에 윤제이는 그의 생각보다 더 인지도 있었다.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도준이 말로는 대한민국 최고의 세션이라고 하던데요.”
“쟤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비슷한 얘기는 했지만, 다분히 윤도준을 띄워주기 위한 화법이었다. 윤제이의 칭찬에 세션맨들은 퍽 기뻐 보였다.
“얘기는 도준이한테서 들었습니다. 악기 연주를 배우고 싶다고요?”
“네. 오디션 때문에요.”
“혹시 그거 ‘인터미션’입니까?”
“아세요?”
“저희도 거기 음악 작업 들어가거든요. 아, 이건 대외비이긴 한데······.”
“저도 거기 오디션 본다는 건 비밀입니다.”
주연 배우는 오디션으로 제작비를 낮추고, 음악 관련해서는 제작비를 아끼지 않는다.
<인터미션>은 음악으로 승부 보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장르를 확실히 지킨다는 점에서 느낌이 좋다.
“음······ 음악 영화 도전하시는 거면 실력이 아예 백지는 아니시죠?”
“네, 뭐.”
“한 번 들을 수 있을까요?”
“뭘 할까요?”
뭘 한다니, 마치 여기 있는 악기를 다 다룰 줄 아는 것처럼 들리잖아?
세션 팀의 리더 격인 채진혁은 위화감을 느꼈다. 뭐, 미국에서 살다 왔다고 하니 한국어가 서투를 만하지.
“그럼······ 건반 해보실래요?”
“네.”
윤제이는 전자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리고 바텐더로 일했을 때 봤었던 재즈 연주자의 연주를 그대로 따라 했다.
“오······.”
템포가 빠른 곡을 연주하는데도 어디 하나 실수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망설임이 없다. 박자도 딱딱 맞고······ 기대를 별로 안 했던 세션들의 표정이 의외로 번져갔다.
“와······ 우리한테 배우러 온 거 맞아요? 이미 어디서 배운 티가 나는데.”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아니. 진짜 어디서 배운 솜씨던데요? 진짜 아니에요?”
윤제이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잠깐 고민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떠벌리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불가피하게 설명해야 할 때면 어쩔 수 없이 가진 재능을 얘기해야 했다.
그 사실을 들은 사람들이 자신을 외계인 취급해서 입이 무거워진 거지, 딱히 비밀은 아니었다.
“사실······ 보기만 했습니다.”
“네?”
“제가 뭘 보고 잘 따라 합니다. 연주든, 그림이든 뭐든 간에요.”
세션 맨들이 이해가 안 돼서 눈살을 찌푸렸다. 구석에서 구경하던 버스터 멤버들도 토끼 눈이 돼서 그를 쳐다보았다.
“그니까, 누가 한 연주를 보기만 해도 그렇게 연주할 수 있다고요?”
“형! 형 그럼 안무도 한 번 보면 딸 수 있어요?”
윤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버스터와 세션 팀은 서로를 쳐다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숨을 내뱉었다.
“아니, 아니······ 그게 된다고요?”
“진짜 그게 돼? 도준이 넌 알고 있었어?”
“어······ 나도 처음 듣는데.”
윤도준이 어리둥절해서 형을 쳐다보았다.
사실 형이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 같이 있다 보면 뭘 잘 따라 하고, 능숙하고 그러는 걸 보면 어렴풋이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느끼긴 했다. 그런데 이렇게 입으로 직접 듣게 되니 기분이 이상했다.
“이런 반응 때문에 잘 얘기 안 합니다.”
“아아······.”
그래도 믿기 힘들었다. 윤제이는 그들의 의심을 지우기 위해 운을 뗐다.
“다른 악기도 연주해 볼까요?”
“어······ 네.”
윤제이는 마침 근처에 베이스가 보여서 그걸 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