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79)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열등감에 관하여(79/287)
열등감에 관하여
윤제이의 악기 연주를 보고 온 버스터 멤버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세션 팀은 스펀지처럼 잘 따라 하는 윤제이가 신기해서 이것저것 연주를 보여줬고, 심지어 버스터 멤버들도 자기 안무를 보여줬었다.
그리고 윤제이는 그것을 정말 막힘 없이 다 따라 했다. 실수 같은 건 없었다.
“압도적 재능이라는 게 진짜 있구나.”
“그러니까.”
“진짜 부럽다.”
그 자리에서는 순수하게 감탄하고, 부러워했다. 하지만 막상 숙소로 돌아와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들의 이런 기분은 며칠 동안 계속됐다.
그들은 갓 성인이 된 멤버도 있었고, 평균 나이는 이십 대 초반이었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려면 아직 멀었다.
그렇게 윤제이가 오디션에 합격하고 <인터미션>에 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올 때, 지연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윤도준, 너는 아무렇지도 않냐?”
“뭐가?”
생각에 잠겼던 버스터 멤버들은 해맑게 웃고 있는 윤도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핸드폰에서는 몰래 찍었는지 윤제이의 연주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어떨 때 보면 우애 깊은 형제 같은데, 어떨 때 보면 징그럽다.
“아니, 형이 그렇게 사기급이면 좀, 기분이 그럴 거 아냐.”
“내가 제이 형이랑 경쟁심을 느낄 나이 차이야?”
“그건 그런데······.”
윤도준은 의기소침해하는 멤버 형들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이 형들, 안 되겠네.
“형은 형이고 나는 나지.”
“어?”
“아니, 뭐 그렇게 열등감 품고 살아봐야 나만 손해 아냐? 그렇게 살면 뭐가 달라져? 내 실력이 개좋아지나?”
그건······ 그렇지. 멤버들이 어색하게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우리 형은 원래 잘났어.”
영화 한 편 데뷔로 국내를 휩쓸고 세계적인 영화제까지 석권한 사람이다. 물론, 이건 아직 비밀이긴 하지만.
그 멘탈갑 윤도준도 처음에는 질투를 품은 적이 있었다.
아빠가 이 형 때문에 내 데뷔를 반대했구나. 그만큼 이 형이 그렇게 잘났었구나. 하지만 지금이야 잘난 형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리고 우리도 어디서 꿇리지 않잖아. 안 그래?”
“그, 그렇지.”
“그래도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잘못된 건 아니라고 보는데.”
“왜?”
“향상심이 있다는 거잖아. 열등감을 느끼는 것도 결국은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같은 마음이 깔려 있다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나는 그래.”
닮고 싶은 건가? 그럴지도······? 멤버들이 은근히 설득됐다.
윤도준이 멤버들 사이에서 광견병 걸린 치와와라고 불려도 형들에게 이쁨받는 이유가 있었다.
멘탈이 보통 멘탈이 아니라서 이렇게 바닥 치는 멤버들의 자존감을 채워준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연습이나 더 해.”
“말 좀 이쁘게 하면 어디가 덧나냐?”
“연우 형한테만 그러는 건데?”
“야, 너 일로 와.”
“싫은데?”
마지막 마무리는 항상 이랬다. 윤도준은 놀리기 좋은 지연우를 약 올렸고, 지연우는 도망가는 윤도준을 잡아 헤드록을 건다.
“하긴, 우리가 그 형한테 질투를 느낄 건 아니지.”
“나이 차이가 얼마야. 경험이 다른데.”
윤도준의 말대로 원래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그냥혈육) 야 이거봐라
지연우에게서 풀려난 운도준은 윤도화가 보낸 사진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보컬 연습실로 보이는 공간 거울에 윤도준과 윤도화가 서서 찍은 사진이었다.
(그냥혈육) 나 오빠 보컬 가르쳐주고 있음ㅋ
(그냥혈육) 부럽지? 부럽지?
윤도준은 황급히 윤도화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윤도화는 이럴까 봐 화면에 얼굴을 밀착했다.
“야! 니 못생긴 얼굴 치워!”
(말이 너무 심하넹.)
윤도준의 짜증에도 타격 없는 윤도화의 표정과 목소리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형은 어딨는데!”
(싫은데? 안 보여줄 건데?)
“보여줘!”
역시 서열 1위 막내 잡는 건 같은 혈육뿐이다. 버스터 멤버들은 히죽 웃었다. 윤도화 화이팅.
***
<인터미션>의 감독 신지원은 최종 합격한 강하준과 윤제이의 프로필을 훑었다.
‘강하준을 유태혁으로?’
<인터미션>속 ‘유태혁’은 추락한 천재다.
바이올린 신동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음악은 돈이 많이 든다. 평범한 가정에서 감당하기 힘든 비용, 그리고 점점 떨어지는 실력 때문에 유태혁은 망가졌다.
[유년 시절 대부분을 아이돌 연습생으로 보냈네요?] [그게······ 상황이 좋지는 않았습니다.]어쩌면 강하준의 배경과도 은근히 닮아 있었다. 신지원은 면접 때 털어놓았던 강하준의 배경을 복기했다.
10대 초반부터 연습생을 시작한 강하준, 대형 소속사의 연습생으로 들어가 약간의 주목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데뷔까지 탄탄대로일 줄 알았던 강하준은 데뷔 조에서 밀려나고 옮긴 소속사는 갑자기 엔터 사업을 접는 등 점점 데뷔에서 멀어져갔다.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정이현을 윤제이가······.’
‘정이현’ 역할은 그런 유태혁을 자극하는 진짜 천재였다.
유태혁의 동경과 이상향이면서 추악한 열등감을 드러내는 존재.
오디션에서 보여줬던 사기적인 연주 실력을 생각하면 정이현은 윤제이가 딱이다. 아마 막힘 없이 소화해낼 수 있을 거다.
‘아냐, 느낌이 안 살아.’
하지만 감독의 직감은 둘을 바꾸라고 종용했다.
신지원은 두 사람의 프로필 위치를 바꿨다. 이래야 뭔가 그림이 더 잘 나올 것 같다.
“뭐야, 바꿨어?”
“어.”
“왜? 전에는 이렇게가 딱이라며.”
동창이자 절친한 친구인 최수진도 신지원의 과거를 기사로 보는 것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었다. 신지원이 어떤 마음으로 정이현과 유태혁을 탄생시켰는지 알아서 그의 배역 선정에 의구심을 품었다.
“윤제이가 더 잘생겼잖아.”
“뭐?”
최수진이 어이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고민 끝에 결정된 배역, 제작사의 홍보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인터미션’ 평등한 오디션을 보겠다 약속하고 정작 뽑은 건 인기 배우
‘인터미션’ 티켓 파워 의식하나···오디션 형평성 논란 제기
‘인터미션’ 오디션 논란에 제작사 측 오디션 영상 공개
오디션 지원자들 그리고 그들의 소속사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은근한 추궁에 제작사에서 블라인드 오디션 영상을 공개하면서 사그라들었다.
-12번이 윤제이라고?
막귀인 내가 들어도 개잘하는데?
└이거 진짜 윤제이가 연주한거 맞아? 진짜 잘해
└전공자인데 진짜 잘하는 거임ㅇㅇ
└내배우 재능 개쩐다ㅠㅠ
-음악칼럼니스트가 우리 배우 연주 평가한 거 봤어?
진짜 수준급이라고 하던데
└크으으으
└역시
팬덤 반응이야 당연히 내 배우 개쩔고 재능 미쳤다고 앓는 글만 올라왔다. 그리고 유명 음악 칼럼니스트나 연주자 등등 많은 사람이 그의 연주를 보고 극찬했다.
물론 순수하게 평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윤제이의 인기에 편승하고, 좋은 말만 해서 이름을 알리고 윤제이 팬덤의 인기를 얻겠다는, 일명 ‘윤제이 코인’을 타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요즘 게시판에 자주 올라오는 윤제이 연주요
드럼도 드럼인데 베이스 연주할때 존 할배 느낌 있지 않았어요?
└맞아요 그 할배 주법이랑 슬랩 치는게 판박이임
└참고한 건 맞는거같네요
└참고했다고 쳐도 저렇게 연주할 수있다는게 대박인거같아요
└그러니까요 게다가 기타도 잘치던데
게다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락 커뮤니티에서는 윤제이의 베이스 연주를 전설적인 락 그룹의 베이시스트와 똑같다며 분석하기도 했다.
사실 그 분석이 정확했다. 그 사람의 연주를 보고 따라 했으니까.
“보컬 연습은 잘 돼가고 있어요?”
“네. 한번 보실래요?”
캐스팅이 확정되고 윤제이는 감독과 만났다. 그는 윤도화가 찍은 자신의 노래 영상을 감독에게 보여줬다.
“오, 이렇게 허스키한 음색은 어쩌다가 연습하게 됐어요?”
“동생이 제안했습니다.”
“동생이요?”
“도화요. 여동생.”
“방향이 좋은데요?”
신지원은 사실 곡에 관련된 건 어느 정도 지휘하겠지만, 보컬에 관한 건 다른 전문가에게 맡기려고 했었다.
“유태혁의 이미지랑도 맞고.”
“제가 노래하기도 편하더라고요.”
“그래요? 다행이네. 선생을 잘 만났네요.”
하지만 이렇게 준비성이 좋은 것을 보니 보컬은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제 동생의 칭찬을 들은 윤제이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남매 사이가 좋아 보이네, 나랑은 다르게. 애탔던 신지원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전에 말씀하셨던 ‘진짜 음악’이요. 어렴풋이는 알겠는데 이해가 안 돼서요.”
“아, 네. 사실······.”
윤제이는 세션 팀과 버스터가 경악했던 자신의 재능을 신지원에게도 말했다.
“그게······ 돼요?”
“됩니다.”
“허······.”
신지원은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윤제이는 익숙한 듯 그의 반응을 흘려냈다. 그를 스쳐 지나간 여느 사람들이랑 다를 바 없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진짜 음악’이 아니라고 하신 거구나.”
“네, 제 연주는 그냥······ 누군가를 흉내 내고 있을 뿐이니까요.”
“그럼, 다른 악기도 누군가의 연주를 보기만 하면 가능하다는 말씀이시죠? 바이올린이나······.”
“네. 보면 됩니다.”
윤제이는 콕 집어 바이올린이라고 말한 것을 놓치지 않았다.
“저는 감독님의 모방도 가능합니다. 완벽하게요.”
윤제이의 꿰뚫을 것 같은 시선이 신지원에게 닿았다. 부딪치는 시선이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아셨군요. 하긴, 집안이 집안이다 보니 검색하면 다 나오긴 해요.”
신지원, 유서 깊은 음악가 집안의 이단아. 그도 어릴 때는 신동이라 불렸다. 하지만 점점 떨어지는 기량과 더 뛰어난 동생에게 밀린 관심 등으로 음악계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사라진 신지원은 뜬금없이 데뷔작 <아다지오>로 나타나 독립 영화계에서 한 획을 긋는 성적을 이뤘다.
“짐작하셨겠지만, ‘인터미션’은 제 자전적 영화입니다.”
“유태혁의 모티브는 감독님이시군요.”
“그렇죠.”
“그럼 정이현은······.”
윤제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신지원은 안경을 벗고 제 눈을 꾹꾹 눌렀다.
“이런 사적인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닌데······.”
“감독님만 괜찮으시다면 저는 듣고 싶습니다.”
잠시 망설이던 신지원이 입을 열었다. 배우의 몰입에 도움이 된다면야······.
“정이현의 모티브는 내 동생입니다. 신주원.”
신주원,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져 세기의 천재라 불렸다. 지금도 각종 오케스트라를 휩쓸고 다니는 바이올리니스트다.
“재수 없는 놈이죠.”
“솔직하시네요.”
“제이 씨도 그쪽 과인 거 같은데요. 세상에, 보기만 해도 따라 할 수 있는 재능이라니······.”
“음······ 부정은 안 하겠습니다.”
윤제이는 두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항복 의사를 밝혔다.
“그럼 영화감독으로서의 데뷔는 어쩌다가 하시게 된 건가요?”
“꼰대 같은 집안에 대한 반항이죠.”
신지원의 눈빛이 복잡해졌다. 기량이 떨어져도 음악가로서의 놓지 말라는 조부모님, 그리고 부모님이 생각났다.
“그럼 ‘인터미션’을 어떤 심정으로 만드셨을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이 작품을 통해 과거의 나를 보내는 거죠. 신동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를 버리고 감독으로서의 나를 마주하는 거라고 해야 할까요?”
윤제이는 작게 숨을 삼켰다. 과거의 나를 보내고 현재의 나를 마주한다는 그 말의 의미가 깊게 와닿았다. 작품을 통해 과거를 해소하려는 방식도 그와 닮았다.
“제이 씨는 그런 거 없나요? 검색해보니 워낙 과거사가 많던데.”
“······있죠.”
윤제희가 그랬고, 네이비씰에서 수수께끼 신입이 그랬다. 델타의 텐, 그리고 소방관 제이 젠킨스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과거는 풀어야 할 숙제로 가득했다.
“아마 감독님은 제가 정이현과 닮았다고 느끼셨을 것 같은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배역 선정에 고민 많았고요.”
“글쎄요······ 저랑 태혁이도 닮은 점이 있습니다.”
윤제희. 데뷔하자마자 두각을 나타낸 천재 아역, 도망치고 다른 분야로 나아간 점에서는 유태혁과 같았다.
재능으로 따지자면 윤제이는 사실 정이현 과였다.
그의 재능을 안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유태혁을 연기할 윤제이는 이제 그들 입장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이입이 잘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젠 점점 유태혁이 이해됐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왠지 이 감독과는 코드가 잘 맞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