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86)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인터미션 (7)(86/287)
인터미션 (7)
유태혁이 바이올린을 응시하는 장면을 찍고 나서 윤제이와 몇몇 스태프들은 조촐한 뒤풀이를 가졌다.
“역시 잘 표현할 줄 알았어요.”
“너무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저한테 너무 기대를 거셨는데요.”
그 장면의 대본은 ‘바이올린을 보낼 마음을 먹는 태혁’ 딱 한 줄 빼고는 백지였다.
어떤 식으로 보낼지, 그 순간 어떤 감정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윤제이는 처음에 그걸 받아보고 인쇄가 잘못된 줄 알았다.
[감독님, 대본에 뭐가 없는데요.] [아 그거. 의도했어요. 제이 씨가 알아서 잘 표현해줬으면 좋겠어서요.]난감했지만, 그만큼 재밌을 것 같았다.
“에이, 왜 우는소리 하세요. 잘하셨잖아요.”
신지원 감독도 윤제이가 아니었더라면 시도도 안 해봤을 거다.
윤제이 덕분에 생긴 투자금으로 촬영 환경이 대폭 개선되어서 긴장했는데, 그렇다고 뻗대지도 않았고, 영화를 함께 만든다는 책임감도 있었다.
‘부순다는 힌트를 줬는데 다른 연기를 펼쳤지.’
심지어 윤제이가 표현한 건 예상한 것과는 달랐다.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났으니 감독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실 이걸 묻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다.
“그 장면에서는 왜 가만히 있었어요?”
“바이올린이 비싸 보여서요.”
윤제이는 입가에 웃음을 매달고 말했다.
“안 그렇게 봤는데 소심하시네?”
“제가 좀 감성적이긴 하죠.”
“그래도 배우한테는 장점이네요.”
몇 개월 넘게 촬영하다 보니 감독과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졌다.
‘대단한 표현력이야.’
사실 바이올린을 부수는 게 연기로 표현하기도 쉽고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윤제이는 그저 응시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멍하니 있던 것도 아니다. 미세한 얼굴 근육의 꿈틀거림, 심경 변화에 따라 호흡을 조절하면서 저절로 유태혁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밖으로 표시됐다.
“전에 태혁이랑 닮은 점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 말은 뭐예요?”
“음······.”
하지만 그를 더 놀라게 한 건, 이어지는 윤제이의 말이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어요.”
“······.”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잊을 수도 없고, 부술 수도, 없앨 수도 없죠.”
윤제희 때문에 생긴 가정불화, 바이올린 때문에 생긴 집안의 비극 그런데도 놓을 수 없는 자신.
윤제이는 돌고 돌아 다시 연기를 시작했고, 유태혁도 어찌 됐든 음악을 계속하고 있다. 그 면에서는 닮았다. 계속 과거를 붙들고 있는 것까지 말이다.
“그럼에도 계속 존재하죠. 후회와 미련 기쁨 등을 덕지덕지 달고서요. 태혁이도 처음엔 어떡할지 몰랐을 거예요.”
윤제이의 덤덤하지만, 전달력 있는 말에 다른 테이블에 있던 스태프도 저마다 얘기하던 것을 잊고 그의 말을 경청했다.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사실 저는 지금도 그래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과거 망령이 악몽으로 안 나올지 계속 고민하죠. 그 점에서는 닮았다 할 수 있나······.”
“······.”
“아무튼, 그래서 일단 처음은 그냥 바라보기만 했어요. 지나간 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윤제이는 과거를 해결하려고 마주하다 지쳐서 일단 숨기고, 덮어뒀다. 여러 전문가가 달라붙어도 해결하지 못했던 트라우마가 어디 쉽게 해결될까.
하지만 그는 몇 개월간 <인터미션>을 촬영하면서 잠깐 유태혁의 삶을 살았다. 빨리빨리, 바쁘게 돌아가는 드라마와는 다른 영화의 묘미였다.
“하지만······ 태혁이라면 이제 괜찮을 것 같아서요. 악기가 달라졌을 뿐이지 여전히 즐거운 음악을 하고 있고, 열등감을 불러일으켰던 정이현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니 라이벌이 아니라 음악의 이해자가 되죠.”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그는 윤제이가 아니라 유태혁이었다. 윤제이의 삶은 생각나지 않았다.
“계속 바이올린을 보다 보니 그렇게 생각 정리가 되더라고요. 이제 마음의 준비를 끝냈으니 감독님 말씀대로 부술까도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갑자기······.”
“옆으로 쓰러졌지.”
서서히 쓰러지는 바이올린. 엄청난 우연이었다. 윤제이도 내심 놀랐지만, 몰입을 멈추지 않았다.
“제멋대로 쓰러졌으니 그냥 내버려 둬야 할 것 같았거든요.”
“크으······ 진짜 그때 생각하면 소름이.”
“저도 모니터 보고 소름 돋았어요. 조명 감독님 순발력 좋던데······.”
“우리 함께 만든 거지. 캬······ 내가 이 맛 때문에 영화판을 못 벗어난다니까.”
아직도 희열이 잊히지 않는지 다들 한 마디씩 보탰다.
윤제이의 연기도 연기지만, 베테랑 스태프들이 받쳐줘서 그런 장면이 나온 것이다.
“근데 말 들어보니까 제이 씨는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한 것처럼 들리는데요.”
“그렇죠.”
“그렇다면 기다리세요, 조급해하지 말고.”
“감독이 아니라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입니까?”
“네.”
상황은 다르지만, 감독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고, 추락과 상승을 경험해봤다.
“어쩌다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더라고요.”
“시간이 지나서요?”
“그것도 맞는 말인데, 지난 시간만큼 제가 단단해진 것도 있죠.”
윤제이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언제 가까운 사람을 해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조급해진다. 시간은 내 맘대로 할 수 없는데.
“어쨌든 아직 대본이 안 나왔으면, 이걸 활용하는 건 어떨까요?”
“어떻게요?”
윤제이는 조심스럽게 제 의견을 말했다.
연출을 건드리는 건 월권이라 생각하는 감독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동안 영화를 찍으며 주고받은 의견이 많으니 신지원이라면 받아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지타토 차요, 금방이라도 멈출 것 같은 승합차잖아요.”
감독은 윤제이의 얘기를 듣고 제 턱을 만지작거렸다. 단순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라 연출적 감각까지 있나?
“그거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빈말이 아니라 진짜로. 제이 씨도 아예 연출진에 이름 올릴까요?”
“그건 괜찮습니다.”
***
“아직도 삐졌냐?”
정이현을 집안에서 빼 오고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았다. 민준영과 유태혁이었다. 그들은 자주 싸워도 절친이었다.
“그동안 허세는 왜 부렸냐?”
“쪽팔리잖아.”
“뭐?”
유태혁이 덤덤하게 말을 고했다. 그는 윤제이처럼 과거에 매몰된 사람이다.
자기 때문에 부모님까지 저렇게 된 걸 밝혀서 그게 확정이 되는 게 싫었다. 그래야 자기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고.
떨어진 기량 때문에 도망쳤지만, 다른 악기를 연주해도 나는 천재라고 믿고 싶었고, 그렇게 행동했다. 그래야 부모님의 헌신이 바래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근데 정이현이 왔고, 그는 폭발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한텐 얘기해야지.”
“이제 얘기하면 되잖아.”
“아니 근데 새끼가 말 열받게 하네?”
“에이 씨, 그냥 그렇게 된 거야. 별거 아니지?”
“그게 별거 아니냐?”
“이제 그렇게 됐어.”
힘이 빠진 민준영이 허허 웃었다. 유태혁도 입가에 옅은 미소를 달고 하늘에 연기를 뿜었다.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오인수와 정이현이 벽 뒤에서 엿듣고 있었다.
그렇게 재결합한 아지타토는 약간의 시비에 걸렸다.
아지타토, 기자와 폭행 시비 걸리다
“망언 제조기” 유태혁, 알고 보니 추락한 음악 신동이었다.
방송국에서 마주쳤던 기자는 그 뒤로 악의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그는 유태혁의 과거를 이리저리 손봤다.
유태혁과 어머니는 아버지의 고혈을 빨아먹는 악인으로 포장됐다. 역량도 안 되면서 바이올린을 고집하다가 집안 말아먹은 망나니가 되었다.
“이 새끼 이럴 줄 알았어.”
“그러게, 카메라는 왜 부쉈냐?”
“빡치잖아.”
민준영이 이를 갈았고, 정작 당사자인 유태혁은 덤덤했다.
두 사람의 성격이 뭔가 바뀐 것 같아서 정이현은 웃었다. 넌 뭘 쪼개냐는 핀잔을 받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거로는 안 되려나? 혹시 모를까 봐 녹음했는데.”
오인수가 자신의 핸드폰을 스윽 들었다. 이윽고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씨익 웃었다.
그들은 기자가 빈정거리면서 했던 막말, 입원한 어머니까지 찾아갔다는 조롱을 무려 공식 채널에 공개했다. 그걸 곡으로 만들기까지 했다. 물론 엄청 우스꽝스럽게.
-기자가 너무 무례했음ㅇㅇ
-엥 녹음본 봐도 모르겠는데 기자는 그냥 팩트체크하러 갔다가 카메라만 깨진거 아님?
-카메라 보상했다며 그럼 끝난거 아냐?
-역시 양쪽말 다 들어봐야 한다니까
-음악으로 먹이는 거 멋있네ㅋㅋ
-난 가마니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재물손괴는 에바 아니냐?
-근데 기자가 틀린말 한 거 없지 않나?
-난 기사 봤을때도 기자가 너무 소설썼다고 생각했음
-굳이 찾아가서 말 존나 열받게 했잖아 아니 이게 말이 갈릴 일이야? 누가봐도 기자가 조롱했는데?
이런저런 논란의 중심 속에 있었지만, 그들은 아무렇지 않았다.
새로 발매한 앨범이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판매량도 늘었으며 음원 차트를 석권했다. 대중을 잡은 음악은 거리에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용케 헤드라이너에서 안 짤렸네.”
“주최 측이 우리 음악에 뻑 갔다잖아.”
“형들, 근데 우리 차 어떡해?”
문제가 생겼다. 당장 공연가야 하는데 차가 방전됐다.
돈 벌어서 넓은 연습실로 옮기기만 했지, 가족들에게 어깨 좀 세우고 새 악기를 살 생각만 했지 차는 생각도 못 했다.
“이럴 거면 차를 먼저 살걸.”
“기차표 다 매진이고 입석 몇 개 있는데, 이거라도 예매해?”
“일단 그러자. 근데 유태혁 얘는 왜 안 와?”
세 사람이 전전긍긍할 때, 저 멀리서 새 승합차가 다가오더니 그들 앞에 섰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유태혁이었다.
“야, 타.”
“이 차는 뭐야? 렌트했어? 번호판이 하허호 아닌데?”
“뭐긴 뭐야. 우리 새 차지.”
“허······.”
설명을 요구하는 멤버들의 눈빛에 유태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바이올린 팔고 샀어.”
“뭐?”
이게 윤제이가 제안한 장면이었다. 유태혁의 아버지가 아들의 꿈을 위해 살던 집을 팔아서 마련한 바이올린이라는 설정에도 맞았다.
“진짜?”
“그래도 되는 거야?”
“맞아.”
과거는 없앨 수 없다. 그냥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을 뿐. 유태혁은 후련한 듯 웃었다.
“이제 필요 없어졌어.”
하지만 과거의 경험이 있어 미래로 향할 수 있다.
유태혁의 바이올린은 부서지지 않고 다른 주인에게 갔고, 도로 위를 막힘 없이 달리는 아지타토의 새 차로 탈바꿈됐다.
직선으로 시원하게 뻗은 도로를 통해 그들의 앞길도 탄탄할 거라는 암시를 주면서.
***
순조롭게 진행된 <인터미션>은 이제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감독님, 공연 장면은 어떻게 됐어요?”
“음, 그게. 파격적인 결정이 나왔어요.”
실제 락 페스티벌이 운영되는 지역에 무대도 본격적으로 꾸밀 것이다.
게다가 관객이 많아야 해서 기존에 모집했던 공연장 방청 알바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렇다고 사람을 더 받자니, 외부로 유출되는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아예 시원하게 공개해버리기로 했어요.”
“네?”
“따로 라이브 방송은 안 할 거지만, 직캠 같은 거는 막지 않는 거로.”
대신 조건은 하나다. 올릴 때 아지타토 이름을 꼭 명시할 것 그리고 되도록 배우 본체 이름보다 영화 속 배역 이름을 기재할 것.
실험적이지만, 아예 실존하는 그룹처럼 만들어 화제를 일으키고 개봉 전 홍보 효과까지 보겠다는 거다.
“그래서 아마 개봉 일정이 앞당겨질 수도 있어요.”
대신 감독이 바빠졌다. 편집을 최대한 빨리 마치는 게 남은 과제였다.
물론 완성본이 빨리 나온다고 영화가 바로 개봉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배급사 측에서는 그건 걱정하지 말라 단언했다.
‘그러고 보니 마침 자리가 빈다고 했었나.’
KE 엔터에서 야심 차게 준비했던 한 영화가 요즘 논란되는 안 좋은 사회적 이슈와 소재가 겹쳐서 개봉을 연기하고 재편집을 하겠다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것도 조유경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그녀는 오랜만에 영화 주연을 맡는 윤제이의 결과물을 빨리 보고 싶어 했으니.
“그럼 관객은 어떻게 모집하나요?”
“관객 1순위는 여러분들의 팬을 모시고, 나머지는 추첨으로 뽑기로 했어요. 현장에서 바로 받기는 조금 번잡할 거 같고.”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이니, 곳곳에 크로마키를 깔아서 부족한 관객은 CG로 메꾸기로 했다.
“우리 얼마나 오는지 내기할래요?”
“음······ 만 명은 못 넘겠지?”
“만 명이라니, 형. 그건 좀 에바.”
“저는 오천 봅니다.”
“오천도 많은 거 아니야?”
이때까지만 해도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 생각보다 파급력이 세졌다.
‘인터미션’ 최종 공연 장면에 쓰일 관객 모집한다
‘인터미션’ 공연 장면 공개···파격적인 홍보 마케팅 성공할까?
<영화 ‘인터미션’ 공연 관객 모집 – 윤제이 팬클럽 IK를 초청합니다.>
첫 공연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로 기대감과 애를 태운 데다가 안 그래도 떡밥 없는데 생긴 대형 떡밥이다.
내 배우의 첫 주연 영화에 관객으로 참여할 기회? 게다가 내 배우의 연주와 보컬을 직접 볼 수 있다고?
-나 간다 연차 까이면 퇴사해서라도 간다
-학교? 꺼져 직장? 꺼져
-내가 백수인 사실이 이렇게 행복한건 처음이야ㅠㅠㅠㅠ
-이거 추첨이야? 선착순이야?
-가능한 팬부터 많이받는다는데 우리 다갈수있는거 아냐?
-구오빠 사녹신청도 이렇게 긴장되진 않았는데
-제발 제발 이번주 로또당첨안되도 좋으니 이것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