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87)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인터미션 (8)(87/287)
인터미션 (8)
드디어 <인터미션>의 마지막 촬영이자 마지막 공연.
윤제이는 아지타토의 신곡 연주를 보고 제 것으로 습득했고, 강하준도 노래를 연습했으며 백도경과 남찬희도 연주법을 익혔다.
“우리도 좀 이 악물고 연습할 걸 그랬나?”
“제이 형이 말했잖아. 우린 연기를 하는 사람이지 프로 연주자가 되려는 게 아니니까.”
“나도 사실적으로 공연 즐기고 싶어서 그렇지······.”
윤제이는 세 배우의 대리 연주자들과 합을 맞추고 있었다. 이들은 채진혁의 세션 팀으로, 무대 뒤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사실적인 음향만은 놓치기 싫은 감독의 욕심이었다.
“제이 씨, 진짜 우리 객원 멤버 하실래요?”
“감사하지만, 연기로도 바빠서요.”
“에이, 너무 바로 정하지 말고. 공연 한 번 하면 이 맛을 못 잊을 거라니까?”
세션맨들이 윤제이를 꼬시는 가운데, 스태프들도 바빠졌다.
이 정도의 인원 통제가 가능할까? 싶었지만, KE 엔터에서 나서주었다. 이 역시 조유경의 입김이 들어갔다. 게다가 여러 아티스트를 거쳐왔던 전문 음향 기사까지 붙여주었다.
“형, 우리 회사 사람들도 온대요.”
“그래도 돼?”
“근무 시간 인정해준대요. 우리 대표님이 그런 건 철저하시죠.”
희망자만 받았는데, 전 직원이 손을 들었다고 한다. 다른 배우들도 소속사 직원들 그리고 가족들까지 총동원했다고 한다.
“관객은 얼마나 온대?”
“아까 들어보니 천 명은 거뜬히 넘을 거 같다는데요?”
“그래? 많네.”
몇 명 오는지 배우끼리 내기한 거야 과장을 섞었다고 해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군집해 있었다.
보통 배우 팬 미팅 규모가 천 명을 넘어가면 대박이다. 그런데 이번 윤제이 팬클럽에서만 500명이 넘게 모였다.
‘진짜 대박이지. 어떻게 갓 1년 된 배우가 이만한 팬을 동원하냐고.’
한진우는 윤제이를 흘끔 바라보았다.
팬 미팅도 아니고 잠깐 공연하는 거에다가 평일, 장소는 지방이다. 이 정도면 슬슬 진짜 팬 미팅을 위해 공연장을 알아봐야 할 정도다.
촬영이 어떻게 될지 몰라 하루를 꼬박 보내야 할 수 있기에 소속사에서는 기꺼이 대절 버스를 불러주었다. 팬들은 아침 일찍 버스에 올라탔다.
“자리에 뭐가 있죠? 우리 배우님이 선물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우와······.”
윤제이도 와 주는 팬들을 위해 역조공을 준비했다.
이건 윤도준과 윤도화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들은 아이돌이고, 팬을 상대하는 데 베테랑이니까.
“와 무슨 아이돌 역조공 같네.”
“대박.”
가볍게는 담요와 티셔츠, 에코백 그리고 그가 광고하는 업체의 비타민이나 최근에 앰배서더로 발탁된 명품 브랜드의 화장품 세트 등 다양했다.
[태블릿 패드요? 형, 그건 좀······.] [가서 종일 서 있고 소리 지를 텐데?] [그래도 과해요.]남몰래 여기저기 기부해도 돈은 많았다. 미국에 있는 가족들은 그의 돈을 안 받으려고 했고, 설득 끝에 크리스의 학비도 겨우 대줄 수 있었다.
게다가 윤제이 자체도 사치하는 성향이 아니라서 돈은 충분했다.
사실 이보다 더 준비하려고 했지만, 소문나면 나중에 이상한 사람도 꼬인다고 한진우가 막았다.
“싸, 싸인 폴라······.”
“사진 다 다른데요?”
“미친. 우리 500명 조금 넘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와 진짜 센스 대박.”
다른 것도 센스 있다고 극찬받을 만한 구성인데, 역시 가장 반응이 좋은 건 윤제이의 사인이 담긴 폴라로이드 사진이었다.
한진우가 틈틈이 촬영했다고 해도 부족해서 윤제이도 아예 날 잡고 사진을 찍었다.
-짹에 뜬 윤제이 역조공 봤어?
미친 이거 다주나봐
└대박
└소속사 덕잘알이다ㅠㅠ
└방금 인별 뜸 동생들 의견 참고했대
└아이돌 동생이 있어도 이거 다하기 쉽지않지
역시나 반응이 좋았다. 그 외에도 커피차나 간식 차 등을 준비하려 했으나, 윤제이가 할 틈은 없었다.
명창 배우 윤제이 배우님과 <인터미션>을 응원합니다. -권민재 드림-
우리 형 잘 부탁합니다! -버스터-
형들 형 아님 내 형임 -버스터 윤도준-
누구 오빠인지 얼굴 잘하고 보컬 맛집이네 -윤도화 드림-
윤도화가 한다니 플라바 멤버들이 딸려왔고, 윤도준도 버스터 멤버들까지 껴서 호화로워졌다.
심지어 권민재랑 백다은까지 보냈다. 이영창 감독이나 문창민 등 다른 지인들도 보낸다는 것을 간신히 말렸다.
“와······.”
“진짜 락페같다.”
차에서 내린 팬들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공연장을 바라보았다. 초록색의 크로마키만 아니면 촬영장이 아닌 줄 알겠다.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건 한쪽을 꽉 채운 트럭이었다.
“이게 다 뭐야?”
“여기 무슨 푸드 박람회 해?”
지인들이 보낸 커피차와 간식 차 외에도 역시 먹을 거에는 인색하지 않은 한국인답게 KE 그룹 산하의 식품 개발팀이 밥차를 보냈다.
“이거 설마······.”
“맞는 거 같은데?”
일부러 와 준 관객을 성대하게 맞이했다. 게다가 공연장에 은은하게 깔린 음악은 아지타토의 곡이었다.
“와, 노래 개 좋은데? 나만 좋아?”
“오······.”
나중에 떼창을 끌어내기 위해 시원하게 공개한 거다.
“들어가실게요!”
관객 사이사이에 스태프가 배치돼 깃발을 흔들었다. 이러니 진짜 락 페스티벌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러분 지금부터 촬영 들어갈 건데, 전광판에서 보신 거 꼭 숙지해 주세요.”
스태프가 마이크를 들고 신신당부했다.
윤제이의 팬이 제일 많긴 했지만, 연습생 시절부터 강하준을 좋아했던 팬도 있었고 락 커뮤니티에서도 초청된 사람들도 있었다.
공연장 앞은 금세 북적였다. 크로마키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와아아!”
“꺄악!”
아지타토가 공연장 위로 올라섰다.
유태혁은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래, 이 공기다.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순간.
특히 높게 펄럭이는 깃발 중 ‘추락도 락이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바이올린 신동에서 추락하고, 자신의 언행으로 휘청였던 아지타토의 상황을 관통하는 문구였다.
“준비됐냐?”
“오케이.”
유태혁은 멤버들을 돌아보았다.
그는 첫 장면에서 지각했다. 연습도 혼자 심취해서 튀어 나갔었다. 오인수가 나간다고 해도 꿈쩍도 안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멤버들을 돌아보며 합을 맞출 줄 알았다. 고개를 작게 끄덕인 그와 강하준이 동시에 움직였다.
첫 곡은 사람들의 흥분을 끌어내기 위해 템포 빠른 펑크 록을 선보였다.
“꺄아아악!”
“미쳤어!”
“와!”
<인터미션>을 위해 많은 음악가가 협업했고, 때로는 락의 부흥을 위해 재능 기부를 한 사람도 있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곡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처음에는 비명만 지르던 사람들은 점점 후렴구를 따라 불렀다. 웅얼거리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웬만한 공연의 떼창 정도로 변한다.
이들은 영화 촬영이 아니라 정말 아지타토를 보기 위한 관객들이 되었다.
‘아······ 재밌다.’
무아지경으로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유태혁의 입가엔 기분 좋은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음악이 정말 맛있고, 이 순간이 행복해서 미치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정이현과 오인수 그리고 민준영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더 템포를 올려볼까?’
곡은 일단 차후 발매될 앨범 수록곡을 거의 다 불렀다. 2000년대를 강타하고 지금도 재유행하는 팝 펑크 장르도 있었고, 피아노 선율이 주선율인 잔잔한 곡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즉흥 연주였다.
“뭐 해? 달려!”
“힘들어!”
“미친놈아!”
점점 템포가 빨라지는 즉흥 연주를 선보이니, 관객 반응은 지칠 줄 몰랐다. 민준영과 오인수가 유태혁에게 욕을 내뱉으면서도 연주를 따라갔다.
“와아아아아!”
그들 그룹 이름의 뜻처럼, 격하게, 흥분해서 빠르게.
공연을 마친 네 사람의 얼굴은 땀 범벅이었지만, 크게 비명 지르는 관객에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인터미션 공연 보고 돌아오는길이다 여운 개쩐다
└야 인터미션 아니다 아지타토다
└아맞다
-유태혁(윤제이) 라이브 진짜 개잘하더라
배우계에 빼앗긴 인재 아니냐구ㅠㅠ
└100%라이브였음 진짜 아직도 심장 떨림
└기타도 직접 쳤나?
└피아노는 진짜같던데
-아지타토 노래 퀄 진짜 좋더라
이거 음원 언제 풀릴까ㅠㅠ?
└아마 개봉되고 풀릴듯
└개봉 빨리했으면 좋겠다ㅠ
미리 자료를 받은 홍보팀이 아지타토라는 이름으로 기사를 올렸다.
커뮤니티 곳곳에서 아지타토라는 생소한 그룹 이름을 하길래 점점 궁금해진 사람들이 아지타토를 검색하고, <인터미션>을 검색했다.
-대체 아지타토가 뭔데? 무슨 프로젝트 그룹이야?
-방금 직캠러가 마이튭에 영상 올렸어!
-와 뭐야 노래 개좋아
-영화 개봉 아직인데 이렇게 다 공개해도 돼?
-아ㅠㅠㅠ나도 현장에서 보는건데
그렇게 <인터미션>의 촬영이 끝났다. 뒤풀이 장소로 가면서 윤제이는 얼추 다 정리된 공연장을 돌아보았다.
‘······아쉽다.’
아마 여운이 더 오래갈 것 같다.
***
아스트라는 고유진과 임성호를 영입한 뒤에도 굵직한 배우들을 영입했다. 이서원이 새로 차린 회사라면 믿고 옮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단독] ‘FA 대어’ 권민재, 아스트라 行배우 권민재, 아스트라와 전속 계약···임성호·윤제이와 한솥밥
-아스트라가 어딘가했더니
윤제이 발굴한 곳이구나 와
└와 근데 뭐야? 1년 사이에 저런 배우들을 영입해?
└대표가 수완이 좋은가본데?
└업계인인데 대표가 이쪽 판에서는 인맥쩌는거로 유명함ㅇㅇ
-윤제이 고유진 임성호도 대박인데 권민재까지?
야 됐다 소속사 예능 한번 가자
└미친 우리도 운동회 할 수 있는거야?
└함 가자ㅠㅠㅠㅠㅠ!!!
└소속사 자컨도 찍을수 있을듯
최근에는 계약이 만료된 권민재가 합류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권민재를 지원했던 몇몇 스태프도 옮겼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모르는 거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물어봐요.”
“감사합니다.”
“곧 점심시간인데, 우리 뭐 먹을까요?”
아직 더 올 배우가 많기에 직원도 미리 뽑았다.
“어······?”
신입 사원을 교육하던 이다현은 갑자기 입구 쪽을 바라보고 몸이 굳은 신입을 보고 알만하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의자를 돌려 익숙한 듯 윤제이를 맞이했다.
“제이 씨. 왔어요?”
“다현 씨, 안녕하세요. 이분은······.”
“오늘 새로 왔어요. 우리 팀 막내.”
신입 직원은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도 윤제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긴, 실제로 보면 어마어마하게 충격적이긴 하지.’
이다현도 처음에는 저랬었다. 무슨 혼자 게임 커스터마이징 한 것 같은 사람이 걸어오는데······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어도, 업무에 지쳐 정신줄 놓고 보면 또 놀란다.
“그나저나, 엊그제 공연 잘 봤어요. 노래 너무 잘하시더라.”
“감사합니다.”
“근데 진짜 직접 연주하고 노래까지 다 하신 거예요? 너무 잘해서 믿기 힘든데?”
“누나, 이 형 연습량 보면 진짜 놀랄걸요?”
“그래? 그럼, 나중에 앨범도 내 보는 건 어때요?”
뒤따라 들어온 한진우까지 끼어들어 말을 주고받는 동안에도 신입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윤제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안에 대표님이랑 곽 실장님 계시죠?”
“네. 바쁜 것은 아니니까 그냥 들어가셔도 될 거예요.”
“네, 그럼.”
윤제이는 신입 직원에게도 짧게 고개를 꾸벅이고는 몸을 돌렸다.
이다현은 뒤늦게 숨을 삼키는 신입 직원을 보고 씨익 웃었다. 이게 몇 번째지?
“저, 저분이 회사에 자주 오나요? 원래 연예인들은 회사 자주 안 오잖아요?”
“제이 씨만. 가끔 와서 우리 직원들이랑도 식사하고 그래요. 특이하죠?”
“와······.”
신입은 회의실로 들어가는 윤제이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와 무슨 몸이 저래. 아니, 얼굴이 무슨······.
“안 그래도 복지 사항에 ‘윤제이 자주 옴’이라고 써야 할지 고민이라니까요. 그러면 지원자 터져서 안 되려나?”
“진짜 그래도 될 거 같은데요, 와······ 미쳤, 아,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나도 가끔 그래.”
이다현은 상큼하게 웃으며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고 일어섰다. 그리고 윤제이는 이서원과 곽도현을 바라보았다.
“대표님, 실장님.”
“제이 씨 무슨 일이에요? 미국 간다고 들었는데.”
“가기 전에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윤제이는 세 분이 얘기하라고 말하고 나가려는 한진우를 붙잡았다.
“진우, 너도 앉아.”
“저, 저까지요?”
“응. 너도 알아야 하는 일이야.”
얼떨결에 곽도현의 옆에 앉게 된 한진우는 맞은편에 앉은 윤제이의 얼굴을 관찰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무덤덤하고 평온한 얼굴인데, 혀로 입술을 적시는 것이 이상하다.
“그, 무슨 일이에요? 뭐 안 좋은 일 있어요?”
“안 그래도 민재 스토커 때문에 난리 난 적 있잖아, 그런 거예요?”
“형. 제가 전에 치료받아보라고 한 것 때문에 그래요?”
“치료는 왜?”
“아니, 그······ 형 반응 좋을수록 이상한 사람도 많이 꼬이잖아요. 그거 때문에 상담 치료를······.”
“아, 하긴. 우리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세 사람의 질문에서 혹시 약을 했느냐, 음주 운전 했느냐 같은 부정적인 화제는 나오지 않았다.
요새 그런 화제로 배우 판이 시끄럽긴 해서 이렇게 운을 떼면 그런 소리가 나올 줄 알았다.
아마 세 사람에게서 윤제이는 그럴 리 없다는 신뢰가 쌓여 있기 때문일 거다. 이런 반응을 보니, 역시 더 늦기 전에 말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그런 건 아니고요.”
“그럼······.”
“제가 여태껏 숨긴 게 있습니다.”
수, 숨겨? 뭘 숨겨? 세 사람이 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