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9)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언제부터 아셨습니까?(9/287)
언제부터 아셨습니까?
“카메라 앞에 서니 어때요?”
“감상도 남겨야 합니까?”
금세 안색이 돌아온 윤제이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약간 날 선 대답이 돌아와도 조유경은 개의치 않았다. 이미 제작사 직원들과 다른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으니까.
“카메라도 엄청 잘 받네.”
“목소리도 좋고.”
“혹시 배우 할 생각은 없어요?”
“조 부회장님이 데리고 다니는 거 보니까 곧 데뷔하시는 거 아니에요?”
이영창이 괜히 ‘그 선배님이 막무가내인 면이 있으니 조심하라’라고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니다. 자꾸 연예계 진출 판을 깔아주려는 티가 났다.
‘경호 서는 거 안 보이나.’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모습에 윤제이는 고개를 돌렸다. 차라리 안 보는 게 낫겠다.
“생각 있으면 이쪽으로 연락하세요.”
김주환은 윤제이의 옆에 스윽 서서 제 명함을 내밀었다.
“근무 중이라 받을 수 없습니다.”
“받아도 되는데?”
조유경의 허락에도 윤제이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 안 받아도 이 회사 실장의 명함은 이미 있다.
‘이런······.’
조유경의 눈에 들려고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배우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띄워주려고 온 대표는 애먼 사람 붙잡고 있으니······ 이 사람은 소속 배우들 보기 민망하지도 않나?
억지로 김주환의 명함을 받고 보니 박철우가 알만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윤제이의 어깨를 툭 쳤다. 저분이 원래 좀 그래. 주위 사람 곤란해하는 걸 모르시지.
“슬슬 촬영 시작할 거 같으니 난 가야겠다.”
“선배님. 우리 애들은······.”
“어, 잘 봤어.”
뒤늦게 정신 차린 김주환이 다시 제 배우를 앞에 세웠지만, 조유경은 대충 대답하고는 자리를 떴다.
그 뒤를 따라가면서 윤제이는 촬영 카메라를 흘끔 바라보았다.
‘촬영장 분위기 때문인가?’
생각보다 저게 무섭지 않다. 오히려······.
‘뭘까.’
나에게서 뭐가 바뀐 걸까.
윙스 컴퍼니의 경호원들은 그 뒤로 조유경의 안전을 지켰다.
조유경이 보안 좋은 집으로 귀환하고, 경호원들은 퇴근하지 않고 윙스 컴퍼니의 사무실에서 운동하고 야식을 시켜 먹었다.
“윤제이 어떡하냐. 이러다가 강제 데뷔하게 생겼네.”
“내가?”
“클라이언트가 너 데리고 업계 눈도장 찍는 게 다 보이는데, 그럼 아니겠냐?”
동료들은 매운 치킨 대신 달콤한 치킨을 입에 가져다 대는 윤제이를 쳐다보았다. 최태양은 낄낄 웃으며 윤제이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아예 데뷔해 버리지?”
“그게 쉽겠냐.”
“너는 금방 뜰 거 같은데? 요즘 마스크 되는 배우 가뭄이라더라.”
“됐어.”
아직 카메라만 봐도 심장이 벌렁거리는데 데뷔는 무슨. 윤제이는 제 어깨에 걸친 최태양의 팔을 부드럽게 빼냈다.
조유경을 경호하는 며칠 동안 윤제이는 중간에 끼는 곤란한 상황을 자주 맞닥뜨렸었다.
‘너무 노골적이긴 했지.’
단순 유희 거리로 전락한 건 살짝 기분 나쁘지만, 일이니까 어쩔 수 있나. 그냥 참아야지. 조유경은 <어린이>의 재개봉을 보고 출국한다고 했으니까······.
“근데 괜찮을까요?”
“뭐가?”
“연예계 소문 빠르다고 들었거든요.”
알고 보니 정승우는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에 나온 적 있어서 그쪽 사람들과 연이 닿아 있었다.
조유경 같은 거물이 데리고 다니니, 그걸 지켜본 누군가 제멋대로 떠벌리는 것도 다 돌았을 것이다. 정승우는 윤제이의 눈치를 살폈다.
“물론 형님이야 아무렇지 않겠지만······.”
“네 동생한테 물어봐. 벌써 퍼졌을지도.”
진짜 그런가. 윤제이는 쌍둥이에게 톡을 보내려다가 참았다. 소문을 확인하면 뭐 하나, 그쪽에 돌아갈 생각이 없는데.
“다 먹었냐?”
“네, 대표님.”
“나가자. 조 부회장님 호출이다.”
이 시간에? 의문과는 별개로 벌떡 일어난 윤제이가 재킷을 챙겼다.
“갑자기 불러서 미안해요. 약속이 생겨서.”
“괜찮습니다.”
조유경이 온 곳은 고급 식당이었다. 손님이 없고 종업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치 식당 전체를 대관한 것 같았다.
“선배.”
“왔니?”
식당에 도착한 이영창은 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윤제이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워낙 친한 사이라 이 시간에 자주 술을 마시며 업계에 관한 얘기를 하곤 했다.
그들의 요즘 화제는 <어린이>였다. 조유경이 직접 나서니 극장 스케쥴이 대폭 변동되어 곧 재개봉 예정이고, 홍보 일정도 금방 나왔다. 그동안 여러 관계사 직원들이 갈리고 있었겠지만.
“이렇게 빨리 재개봉 날짜가 정해질 줄 몰랐는데요.”
“별로 좋은 눈치는 아니다?”
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 조유경이 직접 나선 일이고, 게다가 ‘이영창 감독이라면 인정이지’라고 넘어가는 듯했다.
“저야 당연히 좋죠, 좋은데······.”
이영창은 문밖에 있을 윤제이를 의식했다. 마침 해야 할 말이 있다.
“선배.”
“왜?”
“너무 티 나게 그러지 마세요.”
“뭐가.”
다 알면서 모르는 척까지 하시네. 이영창은 한숨을 쉬었다.
“밖에 경호원이요.”
“윤제이씨? 왜?”
소문이 왜 소문인가. 있던 사실도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면 부풀려지고 그 과정에서, 없던 사실도 만들어낸다.
업계를 꽉 잡은 조유경, 그 뒤를 지키는 누가 봐도 연예인 같은 경호원. 게다가 커뮤니티에서 제법 화제가 된 그 인물이다.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러다가 저 아이가 더 싫어하게 되면 어쩌나.’
이영창도 사실 조유경을 은근히 응원했었다.
그도 윤제이가 화려하게 복귀해서 어린 시절 고생했던 것을 보상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찬란한 재능을 꽃피웠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은 아니다.
그의 심각한 표정에 조유경은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너는 왜 쟤가 제희라는 걸 숨겼니?”
“역시 알았었네.”
그럼 알고도 소문나게 내버려 뒀다는 거다. 이영창이 한숨을 쉬었다.
“나 대기업 부회장이야. 손 하나 까딱하면 뒷조사하는 거 쉬워.”
“선배.”
조유경도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 금수저 의혹은 있었지만 털털하고 주변을 잘 챙겨줘서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
하지만 부회장이라는 감투를 쓰니 점점 변한 거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다 돼’와 같은 높으신 분의 사고방식대로 말이다.
그렇게 나서는 동안 주변 사람이 알게 모르게 피해를 보는 건 눈치도 못 챌 것이다. 아직도 이걸 말로 꺼내야 알아야 아는지.
“지금 소문 다 났어요.”
“그래서?”
“그 애가 왜 이쪽 판 떴는지 아시잖아요.”
조유경이 요새 데리고 다니는 경호원 봤냐. 걔 전부터 유명했다. 잘생기긴 했더라. 알고 보니 신인 배우로 데뷔 예정이고, 경호원이라는 직업은 연막 아니냐. 걔는 스폰 잘 잡아서 좋겠다. 그 외 입에 담기도 싫은 얘기도 종종 나왔다.
사실 윤제이가 자진해서 뜬 것도 아니다. 내몰린 거지.
이영창은 조유경의 빈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곧 이걸 다 마시게 될 것이다.
“······아.”
“제희 찾아서 신나신 건 알지만, 너무하셨습니다.”
“이런.”
조유경이 뒤늦게 깨달았다. 술을 한 번에 털어 넣고는 앞머리를 쥐어뜯었다. 덩달아 이영창도 목이 탔다.
“하아······ 걔가 결심도 안 했는데 무작정 소개하고 이러시면 어떡해요.”
“어, 어쩌지?”
“어쩌긴요. 망한 거지.”
활발했던 술자리가 금세 가라앉았다. 두 사람은 묵묵히 서로의 잔을 채워주고 마시고를 반복했다. 술이 땡겼다.
그렇게 묵묵히 술을 들이켜던 조유경은 몇 시간 채우지 않고 일찍 귀가했다.
“이만 퇴근해도 좋아요.”
조유경의 허락에 경호원 동료들이 철수했다. 윤제이도 그들의 뒤를 따르다가 멈칫했다.
조유경이 영화 촬영장을 자주 들르고 <어린이>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게 단순 재개봉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카메라 앞에 서니 어때요?] [제이 씨는 배우 할 생각은 없나 보네.] [한번 해보죠?]요즘 촬영장 환경이 좋아졌다며 자랑하고, 연예계 데뷔로 이런저런 떠보는 듯한 말을 자주 했다. 그리고 자꾸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권하는 것까지.
윤제이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아셨습니까?”
조유경이 몸을 돌렸다.
***
조유경은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이영창 감독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아무튼, 제희는 그냥 내버려 두세요. 본인이 생각 없는데 괜히 들쑤셔 봤자 뭐 하겠어요.] [선배의 작은 행동이 큰 결과를 불러온다고요.]그의 마지막 말을 싹 무시하고 윤제희를 찾았다.
‘최근에 무슨 사건이 있었던 거야.’
사실, 뒷조사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평소 이영창과 친하다고 알려진 유명 제작사의 이사, 윤수헌의 사망. 절친을 잃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날아온 <어린이> 재개봉 제안.
‘윤 이사가 작품 보는 눈이 진짜 좋았는데.’
윤수헌은 조유경과도 제법 알던 사이였다. 일정 때문에 장례식에 가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고, 그걸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니 상주에 낯선 이름이 올려진 것을 발견했다.
‘윤제이?’
그 경호원이랑 똑같네. 근데 흔하지는 않은 이름이지?
‘그러고 보니 윤 이사 얼굴이······.’
조유경은 젊은 시절의 윤수헌을 떠올렸다.
약간 닮긴 했다. 윤제희랑. 그리고 지나치게 잘생긴 제 경호원이랑.
“미안해. 내가 쓸데없는 행동을 해서 너를 곤란하게 한 것 같네.”
“그건 괜찮습니다.”
며칠 경호해 보니 높으신 분 특유의 해맑음이 있는 것도 알겠다. 소문이야 금방 없어질 거고.
‘바로 첫날 아셨다 이거지······.’
윤제이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윤제희’가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었나? 하는 의문이었다.
[아니, 아니야. 너는 정말 재능있었어.]장례식장에서 이영창의 희열 가득한 눈빛도 그렇고······ 글쎄, 진짜 천재라면 모든 역경과 고난을 다 이겨내고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나약해서 도망쳤다.
“저는 그 정도의 가치가 없습니다.”
“가치는 타인이 판단하는 거야.”
본인이 하는 게 아니라. 조유경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꾸욱 다물었다. 뒤늦게 의식하고 보니 본인의 이기심으로 피해를 줘 버렸다.
“그동안 내 억지를 받아줘서 고마워. 하지만 넌 네 생각보다 중요한 인물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네.”
그리고 조유경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 일이 있은 뒤로 조유경의 밀착 경호는 윤제이에서 최태양으로 교체됐다.
더는 중간에서 곤란한 상황을 겪지 않게 되었고, 소문은 금세 다른 연예인의 불륜 스캔들로 덮어졌다.
“조 부회장님이 우리도 보라고 티켓 주셨는데, 가져가라.”
“이게 ‘그 영화’인가······.”
“대체 무슨 영화길래 우리를 바쁘게 만들었는지.”
동료들이 농담을 던지면서 티켓을 가져갔다. 그들 사이에서 <어린이>는 ‘그 영화’가 되었다. 그들이 조유경을 경호하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입에 올랐던 영화였다.
“제이, 너는 몇 장 가져갈래?”
“세 장······.”
윤제이는 별로 생각 없었다. 이 티켓은 쌍둥이와 그들 어머니의 몫이었다.
“잠깐.”
그는 조유경의 억지로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예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었다. 소방대에서 느꼈던 불쾌함과는 조금 달랐다.
공포 때문에 심장이 크게 뛰고 속이 울렁거리긴 한다. 그걸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고양감 때문에 끓어오르는 것도 있지 않나?
‘확인해 봐야겠어.’
윤제이는 최태양의 어깨를 잡았다.
“한 장 더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