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92)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왜 저러는지 내가 알려줄까?(92/287)
왜 저러는지 내가 알려줄까?
“장례식 간다는 게 뭔가 했더니······.”
“다현 누나 반응 장난 아니었어요.”
이미 이 세 사람에게 윤제희라는 사실도 밝혔다. 게다가 이미 사진이 떠버려서 아니라고 잡아뗄 수도 없다.
“네, 뭐······ 같이 일한 적 있습니다.”
“전에는 네이비씰 출신이라 했잖아요? 그건······.”
“그것도 맞습니다.”
시인하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세 사람은 굳이 캐묻지 않았다. 윤제이가 다시 한국으로 오는 동안 이런저런 검색을 해봤기 때문이다.
‘어쩐지······ 몸에 흉터가 왜 많나 했더니.’
곽도현도 애초에 제작사 미팅할 때 윤제이에 관한 특이 사항으로 ‘몸에 흉터가 많아서 상의 탈의 장면이 있으면 화장을 해야 한다’라는 조건을 주지시켜야 했다.
“그럼 훈장도······?”
“대단해 보이지만, 별거 아닙니다. 좋은 묫자리 확보한 거 정도?”
“그게 별거 아니라뇨.”
찾아보니까 대단하던데······ 게다가 한진우에게 듣기로는 인천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을 따돌리고 오산 미군 기지로 갔다고 한다. 그게 보통 사람이 되는 건가?
“그러면, 이제 이걸 어떻게 하느냐인데······.”
단순 자기 궁금증을 채우기 위해 물어본 것도 있지만, 대략 사실 확인은 했으니 이걸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했다. 이서원이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우리한테 과거 이름도 이제야 밝혔는데, 이걸 유명세에 이용할 생각은 없을 거 아니에요?”
“네. 그래서 말인데······ 그냥 대응을 안 하면 안 될까요?”
“뭐, 일반적인 사건이라면 그러다가 묻히겠죠. 근데 LIS는······ 아직 조사가 활발하잖아요? 한국에도 피해가 컸고, 제이 씨도 알죠?”
“네, 압니다.”
애초에 그 사건 때문에 정승우를 만났다.
“당장 우리 직원 중에 사촌 동생이 그 테러 때문에······ 안 좋게 됐다고 들었거든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아무튼, 단기간에 사그라들기는 힘들 거 같아요.”
금방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라······ 당장 미국에서도 제이든을 띄운다고 이런저런 계획을 벌이고 있으니 여기도 그 여파가 오겠지.
“그럼 조금 쉬어야 할 것 같네요.”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천천히 차기작이나 고르죠.”
“우리 형 자숙 당해버렸네.”
한진우는 그제야 자리를 옮겨 윤제이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신나서 집게를 들고 고기를 구웠다.
“어차피 최근에 들어온 시놉 중에 괜찮은 건 별로 없더라고요.”
“그런가요?”
시놉을 본 제작사에서 연령대가 맞고 이미지가 얼추 맞다 싶으면 일단 모든 기획사에 뿌린다.
한창 라이징인 윤제이는 30대 역할이면 일단 다 들어온다. 그런 시놉들은 일단 이서원과 곽도현 선에서 정리한다.
제작사가 탄탄하거나 감독, 작가의 이름값 등등으로 걸러진 것들을 윤제이가 고르는 것이다.
“제이 씨를 콕 집어 온 시놉은 솔져스 이후로 거의 다 군인 출신이거나 액션이 진한 배역이라서요. 게다가 오늘 밝혀진 것으로 더 심해질 거 같은데······ 이런 거로 이미지 굳어지는 거 별로잖아요?”
“저는 서브로 들어가도 됩니다. 잠깐 나올 배역도 괜찮고요.”
딱히 주연 욕심은 없다. 그냥 연기를 할 수 있으면 족한데······ 그 대답에 곽도현은 허허 웃었다.
누가 이런 사람을 잠깐 나올 배역으로 쓰나. 이미 인기도, 연기력도 다 검증됐는데.
“전에 골라놨던 드라마 있죠? 제가 좀 찔러봤거든요.”
“아, 네.”
“거기 주연 쪽에서 제이 씨가 서브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하니까 기겁을 했다고 하던데요.”
“······왜죠?”
조금 유명해졌다 해도 아직 뭐 보여준 거 없는 신인이다. 거북할 만한 게 없을 텐데.
“형이 급이 높아진 거죠. 아니면 형한테 얼굴로 밀려서일 수도 있고.”
“나는 후자라고 본다. 그 주연 배우 걔가 좀 열폭이 심하거든.”
“저는 둘 다요. 아무튼, 애초에 그 주연 배우 덕분에 투자랑 편성이 이뤄진 상황이라 제작사나 방송사도 뜨뜻미지근하거든요.”
이서원이 눈을 빛냈다. 그는 내 배우 하고 싶은 거 다 해줄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이다.
“하고 싶어요? 우리가 밀어붙이면 들어갈 수 있는데. 어떡할래요?”
“아뇨, 그렇게까지는······.”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바로 주연으로 들어갈 만한 괜찮은 거 고릅시다. 급한 건 아니니까.”
이제 만으로 1년 넘었는데 벌써 주연으로 껑충 뛰다니. 말은 안 했지만, 벌써 준수한 감독과 작가들의 주연 제안이 쇄도했다.
이서원은 그 윤제희가 아직 서브에 있는 건 아깝다고 느꼈다. 영화는 이미 <인터미션>으로 주연을 맡지 않았는가. 드라마도 당연히 그래야지.
“일단 기자들은 걱정하지 말아요. 알아서 단도리 잘 치면 되니까.”
“감사합니다.”
그의 떡잎을 생각한 이서원이 전의를 불태웠다. 내 소속으로 잡기를 포기했던 윤제희가 제 발로 굴러들어왔다. 앞으로 그의 서포트에 집중하느라 바빠질 것이다.
“나, 참······ 윤제희인 것도 놀라운데 갑자기 전쟁 영웅이라니······.”
“제 말이요. 형, 혹시 하루를 혼자 36시간으로 살아요?”
“혹시 이거만큼 충격적인 과거가 있으면 미리 말해요. 우리도 미리 대응은 해야지.”
윤제이는 멋쩍어서 웃었다.
“그게 답니다. 과거 이름은 이 감독님이랑 조 부회장님 그리고 여기 세 분 합쳐서 다섯 분만 알고 계세요.”
“그거 좀, 기쁜데요. 저만 그래요?”
한진우가 곽도현과 이서원을 바라보았다. 세 사람은 윤제이의 첫인상을 기억해냈다.
묘하게 벽을 치는 느낌, 거기서 이제 믿을 만한 사람들에 속해 그의 경계 안에 들었다는 건 제법 기껍다.
“앞으로 오래 볼 사이니까요.”
“어, 그러면 계속 우리랑 함께한다는 얘기?”
“딱히 1인 기획사를 세울 이유가 있나요?”
“크흡.”
마지막 반응은 이서원에게서 나왔다. 그는 물을 마시다가 뱉을 뻔했다. 애써 뻔뻔하게 휴지로 입가를 닦았지만, 곽도현과 한진우는 처음 보는 반응이었다.
“진짜 제이 씨 덕분에 저 대표님이 망가지는 것도 보네.”
“하하······ 저야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죠.”
더 친근해 보여서 좋아 보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달랐다.
“내가 좀 과한가? 그래?”
“네.”
“완전요.”
이서원이 황급히 윤제이를 바라보았다.
“혹시 내가 과거 이름 신경 써서 불편한 거 있으면 말해요.”
“음······ 그런 게 없지는 않은데······.”
뭐라 대답해야 할까 난감한 와중에 휴대폰이 울렸다.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으니 정승우의 비명이 들렸다.
(형!)
“갑자기 뭐야?”
(형, 저 좀 살려주세요!)
“뭐?”
(아니, 대표님이랑 태양이 형이······ 억!)
정승우가 누군가에 의해 목이 잡힌 듯한 소리를 냈다. 이윽고 들리는 음성은 윙스 컴퍼니의 박철우와 최태양이었다.
(제이야. 형 섭섭하다. 어떻게 이런 사실을 우리한테 얘기도 안 해주냐. 물론 네 사정 모르는 거 아니지만······.)
(이래서 내가 맨날 진 거지······ 근데 우리 회사에도 기자들이 들이닥친 거 알아? 나중에 밥 사라.)
아.
***
美 국립묘지 목격담으로 화제···윤제이 소속사 측 ‘드릴 말씀 없다’
윤제이, 과거사 논란에 누리꾼 진실 촉구
└과거사 논란? 진실 촉구? 왜 이렇게 이상하게 썼어? 뭐 죄졌냐?
└하여튼 기자들이 문제야
└누리꾼 누가 진실촉구를 하는데?
└밝히기 싫은거같은데 계속 추궁할 필요 없지않아?
하도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니 기자들은 뿔이 나서 부정적인 뉘앙스의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윤제이야 그런 거에 신경 쓰지 않았고, 이서원이 조유경과 합작해서 강경하게 나와서 얼추 사그라들었다.
-작년 데뷔 배우 윤제이의 특이한 과거
소방관
안전요원
목수
바텐더
군인(네이비씰->델타포스)>>NEW
└진짜 개열심히 살았다
└근데 아직 오피셜은 아니지않아?
└└오피셜은 아니지만 거의 확실하지 안밝히는 것도 그렇고
└└└솔직히 나같으면 밝혀진 순간에 꽹가리치면서 내 업적 줄줄 말함
└└└└222
└근데 진짜 ㅆ상남자다ㅋㅋ
-근데 같은 소속이다 뿐이지 실제로 LIS 작전에 참여한 것도 아니지 않나?
너무 영웅화하는거 아니냐
└맞아 아직 뭐 밝혀진 것도 아니고
└그래도 그 부대 출신히면 대단한거 맞긴함ㅇㅇ
└내말은 왜 국뽕맞냐 이거지ㅇㅇ 어차피 검머외 아니냐고
└그래도 한국에서 활동하잖냐
이런저런 추측 글이 난무하고, 그 과정에서 안 좋은 화제로 튀기도 했지만, 윤제이는 상관하지 않았다. 대신 지인들의 연락이 많이 와서 곤란하긴 했다.
“제이야!”
“오랜만이다.”
“너 원래 이런 자리 잘 안 오지 않았어?”
그래도 자신을 부르는 자리에는 다 참여했다. 원래는 친한 지인들만 모이는 자리에나 참석했는데, 이렇게 모르는 사람까지 끼어 있는 자리는 근래 들어 자주 참석했다.
미국에 잠깐 다녀온 뒤로 집에 혼자 있으면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차라리 시끌벅적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지쳐 잠드는 게 나을 것 같아서였다.
“그냥, 집에만 있으니 심심해서.”
“너 요즘 촬영하는 건 없어?”
“상황 조금 기다리게.”
“아아······ 그거 때문이지?”
이번 자리에는 권민재와 백다은도 있었다. <영구 동토> 이후로 더욱 가까워졌다.
“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혹시 물어봐도 돼?”
“자세한 건 나도 못 말해줘.”
윤제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권민재와 백다은이 입을 다물었다.
살짝 서운한 것도 있었다. 아무래도 같이 스토커를 잡은 것 때문에 연대 의식이 생겼는데, 이런 데서 선을 긋는 것 같아서였다.
“비밀 유지를 해야 하는 게 있어서 그래.”
“아아······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그 모습을 무시할 수 없어서 힌트를 흘렸다. 이들도 그와 제법 인연이 강했다. 같은 아역 출신에 어릴 때도 마주친 적 있으니. 그리고 인격적으로도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다른 테이블에 앉아서 셋이 얘기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왔다.
“얘가 걔야?”
30대 후반의 배우, 고성현이었다. 윤제이도 건너건너 들은 게 있었다. 데뷔 연차라던가 선후배 관계를 중요히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었지.
“안녕하세요, 선배님.”
“아, 미안. 내가 형이니까 말 놓아도 되죠?”
뒤늦게 사과했지만, 별로 미안한 것 같지는 않다.
“네, 괜찮습니다. 선배님.”
“그래서, 기사에 나온 거 맞아?”
윤제이는 그저 미소 지었다. 고성현은 그 모습조차도 열 받지만, 티 내지 않았다. 그는 이런저런 소식 때문에 윤제이에게 관심이 몰리는 게 불만이었다.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이젠 배우인데······ 좋은 작품을 남길 생각을 해야지 이상한 거로 주목받으면 되겠어?”
“네. 맞는 말씀입니다. 선배님.”
윤제이는 정말 진지하게 그의 말에 공감했다. 안 그래도 좋아하는 연기를 못 하고 과거 얘기만 캐묻는 사람들에 진절머리가 난 참이다.
단정한 얼굴로 자신을 존중해 준다는 뉘앙스를 풍기니 시비를 걸러 왔던 고성현이 큼큼, 헛기침했다.
“너 작년 데뷔지?”
“네.”
“햐, 작년 데뷔 핏덩이가 우리가 있는 모임에도 오고. 세상 참 좋아졌어?”
이건 무슨 말일까? 윤제이의 입꼬리가 살짝 내려갔다. 옆에 있던 권민재가 끼어들었다.
“왜요, 연차가 중요한가. 매체에서는 인기도 무시 못 하잖아요.”
“뭐, 그렇긴 하지만. 그나저나 민재, 너는 괜찮냐?”
이건 무슨 말일까. 윤제이는 권민재를 흘끔 쳐다봤다.
권민재는 사근사근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묘했다.
“형. 그렇게 대놓고 말씀하실 말은 아닌 거 같아요.”
연차로 따지자면 여기서 가장 연장자는 2000년대 초반에 아역으로 활동한 권민재와 백다은이다. 윤제이도 과거를 숨기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보다 더 선배다.
“음, 내가 좀 그렇지?”
선후배 관계를 중요시하는 고성현이 무시 못 할 사람이라는 거다. 데뷔 연차도 차이 나는데, 연기나 인지도 면에서도 게임이 안 됐다.
“잠깐 바람 쐬러 갈래?”
“그래.”
권민재가 일침을 놓으니 고성현은 다른 테이블로 가서 만만한 후배의 심기를 긁었다. 그 사이, 권민재는 윤제이를 따로 밖으로 불러냈다.
“고성현, 저 사람. 좀 그렇지?”
“못 들어줄 정도는 아니야.”
“나도 너처럼 무던했으면 좋겠네.”
한숨을 쉰 권민재가 저 사람 오는 줄 알았으면 너 안 부르고 나도 안 왔다고 중얼거렸다.
저 안쪽에서는 형, 형 하면서 넉살 좋게 굴던 모습은 없었고 다분히 사무적인 목소리였다. 윤제이의 시선을 느낀 권민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신기해?”
“어.”
“어쩔 수 없게 나오더라.”
“사회생활이라는 거겠지.”
“그래.”
권민재는 한숨을 푹 쉬더니, 이건 내 자존심도 상하는 일인데······ 라고 중얼거리면서 운을 뗐다.
“저 사람 왜 저러는지 내가 알려줄까?”
“내가 과거사로 주목받는 게 아니꼬워서 아닌가?”
“그런 단순한 게 아냐. 뭐,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럼 뭘까. 윤제이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