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97)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원래 이런 형이 아닌데?(97/287)
원래 이런 형이 아닌데?
그렇게 <백스테이지>의 전체 리딩 날이 되었다.
연기력은 차치하고 인지도가 센 출연진이 많았다. <백스테이지>에서 그룹 이카로스로 나올 배우들은 총 다섯 명, 그중에서 세 명이 현역 아이돌이었다.
남은 두 명은 신인 배우인데, 이미 데뷔를 해 봤던 배우도 있고, 연습생 출신인 배우도 있다.
“이야, 단순 대본 리딩 공개 현장인데 이렇게 많이 온 거 처음이다.”
“버스터랑 아이엔비가 워낙 잘나가잖아요.”
리딩장 건물 입구서부터 기자들에 홈마들 다수가 자리를 지켰다.
“오, 같이 입장하네.”
그리고 윤제이와 윤도준도 모습을 드러냈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셔터를 바쁘게 눌러대며 그들의 모습을 담았다.
리딩장에서도 홍보를 위해 초청된 기자들이 자리에 앉아 <백스테이지>의 1회 리딩을 함께했다.
‘좀 치긴 하네. 그런데······ 아직 어색하긴 하다.’
‘리딩만 봐서는 모르겠지.’
‘아, 몇몇 배우는 웹드라마 같은 느낌이 드는데.’
‘윤도준은 제법 잘하는데?’
세계적으로 투어 규모도 크고 국내에서도 잘나가는 아이엔비와 버스터 소속 멤버가 있다.
아이돌 중에 연기를 수준급으로 하는 사람이 있는 걸 알아도, 처음부터 잘할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윤제이가 주연이니, 연기력만큼은 윤제이가 다 캐리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애초에 그룹 이름이 ‘이카로스’가 뭐냐? 망하라고 고사 지내는 것도 아니고.”
“형들, 우리 대표 바뀐대요.”
“누구로?”
극 중 윤제이의 아버지 역할로 나올 지광현은 열심히 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속으로 혀를 찼다.
‘음, 이거 참······.’
발음이나 발성에 신경 쓴 것이 기본기는 잘 배운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내공이 부족한 게 여실히 드러났다.
지광현은 문창민과 같은 극단 출신으로, 지금도 연극과 매체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는 중년 배우였다.
‘괜히 지적하면 꼰대라고 생각할 거고······.’
지광현은 윤도준을 흘끔 바라보았다.
‘저 친구는 좀 하는 거 같은데.’
아마 눈앞의 주연 배우 때문일까? 그는 윤도준 바로 옆에 앉은 윤제이를 바라보았다. 둘이 형제라지?
[제이? 형, 걔는 물건이야.] [형도 걔랑 합 맞춰보면 뭐가 다르다는 생각 들걸?]지광현은 문창민이 그렇게 극찬했던 후배와 합을 맞추고 싶은 거로 만족했다. 어차피 그는 극 중 이카로스와 마주칠 일이 없다.
하지만 윤제이는 달랐다.
그는 이카로스와 부대끼는 장면이 많다. 윤도준이야 벼락치기 강의를 할 기회가 많으니 걱정 없는데, 다른 배우들은 그가 간섭하기도 애매하지 않나.
‘이걸 어떻게 살리지.’
그와 합을 맞출 주변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기량이 떨어지면 평소처럼 연기하는 윤제이가 더 튀어 보일 것이다. 그러면 극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아예 이들의 연기에 맞춰서 연기해 극의 분위기가 이거라고 시청자를 속이거나 해야 어색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거 어쩌나······.’
난 죽일 생각이 없는데.
대본을 넘긴 윤제이가 지광현을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빛이 단번에 바뀌었다. 그렇게 분위기를 잡으니, 지광현도 얼굴에 주름을 만들어내며 고집스러운 회장님이 되었다.
“아버지.”
“회사에서는 회장님이라 부르라고 누누이 얘기했을 텐데?”
낮은 목소리로 무게를 잡는 두 배우의 모습에 살짝 느슨해졌던 리딩장의 분위기가 확 잡혔다. 기자들이 조용히 셔터를 누르는 소리도 들렸다.
“갑자기 엔터 사업부라뇨? 뭔가 착각하신 거 같습니다만.”
“착각 아니야. 너도 다양한 일을 맡아보면 좋지 않겠어?”
다양한 일이라니······ 어차피 나에게 그룹을 줄 것도 아니면서. 윤제이의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앞선 배우들의 티키타카가 웹드라마였다면, 두 부자가 미묘하게 대립하는 건 정극 느낌이 물씬 풍겼다.
‘멋있다.’
윤도준은 자기 정도면 선방했다 생각했는데, 역시 형이 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했고, 의욕을 불태웠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첫 촬영 때 봬요.”
그렇게 리딩이 끝나고 자리를 파할 때, 윤도준에게 이준서가 다가왔다.
“야, 도준아.”
“준서 형.”
“너 연기 원래 이렇게 잘했었나? 우리 서로 바빠서 레슨받을 시간 없잖아.”
아이엔비와 버스터는 워낙 음방이나 해외 합동 콘서트에서 자주 마주쳐서 어느 정도는 친분이 있었다.
“사실······ 우리 형이 벼락치기로 알려준 거야.”
“진짜?”
이준서는 지광현과 대화하는 윤제이를 흘끔 바라보았다.
‘장난 아니었지.’
갑자기 분위기를 잡고 확 이끌어 가는 게······ 내가 연기를 한다면 저런 모습이 될 거라고 상상했던 이상의 현신이었다.
물론 현실은 대사 절지 않으려고 신경 엄청 신경 쓴 기억밖에 없지만.
‘왜 다들 내가 취미로 연기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워낙 정상에 오른 아이돌이라 눈치도 귀신이라서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자신의 연기력에는 기대를 안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윤도준이 보여준 모습은 의외였다. 단순 리딩이라고 대사만 뱉는 게 아니라 손짓을 섞어가며 연기를 했다. 실제로 작가와 감독이 놀라서 윤도준을 쳐다보지 않았는가.
“그, 형님 바쁘실까? 나도 조언을 구하고 싶은데.”
소속사에서 떠밀듯이 계약한 거지만, 나름대로 연기에 의욕이 있었다.
게다가 자기도 나름 2롤인데, 이렇게 있다가는 윤제이에게 밀려서 주목도 못 받을 거 같다는 다소 계획적인 생각도 있었다.
“아마 좋아할걸? 연기에 관한 거니까.”
“그래? 한 번 부탁해봐도 되나?”
“같이 가자.”
윤도준은 제 형이 인정받은 거 같아 신나서 이준서를 이끌고 윤제이에게 다가갔다.
“형.”
“도준아. 너는 이 뒤에 스케쥴 있다고 했지?”
“응. 여긴 준서 형.”
“안녕하세요. 노래 잘 들었습니다.”
윤제이는 의례적인 대답을 했다.
“안녕하세요, 형. 편하게 불러주세요. 저희 전에 시상식에서도 뵀었잖아요.”
“아뇨, 아직 초면인 셈이니까.”
어라? 윤도준이 이상해서 고개를 기우뚱했다. 우리 형이 이렇게 선을 긋는 편은 아닌데?
상대가 먼저 이렇게 나오면 부드럽게 웃으며 받아주고, 금세 친해진다. 괜히 인간 자석이라는 별명이 붙었겠는가.
“도준이한테 듣기로는 연기 지도 많이 해주셨다고 하는데······ 혹시 저도 가능하실까 해서요.”
이준서도 윤제이의 은근한 뉘앙스를 눈치챘다. 하지만 이대로 쫄아서 물러서지는 않았다.
‘의욕은 있구나.’
이러면 쉽지. 윤제이는 턱을 매만지는 척하며 입가의 미소를 가렸다.
그는 아직 풋풋한 애들 수준에 맞춰서 연기력을 죽일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도 처음으로 맡는 드라마 주연이다. 극의 완성도에 관해 어느 정도 욕심이 있다.
하지만 드라마 현장은 영화 현장과는 템포가 다르다. 당장 모레가 크랭크인인데, 붙잡고 지도를 해주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경험을 떠올리는 방식이었지.’
그래서 <인터미션>에서 신지원 감독이 강하준에게 썼던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극 중 윤제이가 맡은 ‘서건우’와 이준서가 맡은 ‘서지후’는 떨어져 산 형제로, 데면데면하고 어색한 기류가 흘러야 했다. 벌써 본체끼리 친해지는 건 도움이 안 된다.
“아아······ 도준이가 워낙 잘 받아먹어서요.”
“혹시 저도 도와주실 수 있나요?”
“미안하지만, 그건 어렵겠네요. 저도 다음 스케쥴이 있어서 이만······.”
이 방법을 시도해서 이준서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관심 없다. 나중에 자신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해도 괜찮다. 극의 완성도를 위해서다.
대놓고 배척하는 모습에 윤도준이 입을 멍하니 벌렸다.
“어, 어라?”
우리 형 원래 이런 형이 아닌데? 윤도준이 되레 당황해서 멀어지는 윤제이의 넓은 등을 쳐다보았다.
이준서는 당황해서 제 볼을 긁었다.
“음, 내가 너무 못해서 저러시는 걸까?”
“아, 아니. 우리 형 그런 사람 아니야.”
“그래? 그럼 오늘 좀 컨디션이 안 좋으신가?”
이준서는 살짝 기분이 나빠도 티를 내지는 않았다. 나도 꽤 잘나가는 아이돌 그룹 소속인데,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나? 아니면, 혹시 이런 게 배우들의 텃세인가? 연기 못한다고 벌써 꼽 주는 거야?
‘진짜 아닌데······.’
윤도준은 표정이 좋지 않은 이준서를 흘끔 바라보았다. 중간에 낀 윤도준만 난처하게 됐다.
***
그렇게 리딩이 끝나고 첫 촬영 날이 다가왔다. 이준서는 제 콜 타임이 아닌데도 일찍 출근해서 <백스테이지>의 스태프를 맞이했다.
“준서 씨. 이렇게 일찍 올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첫 드라마 데뷔작인데 전체 분위기는 봐야죠.”
“이야. 제대로 배웠네.”
감독이 껄껄 웃으며 이준서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때, 윤제이가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극 중 냉혈한 대표님이 될 사람답게 근사한 수트를 입고 머리까지 뒤로 넘긴 모습이었다.
누군가 점점 다가오는 모습이 폭력적인 건 처음이다.
저 형이 아이돌은 안 해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밥그릇 다 뺏겼겠네. 이준서는 윤제이에게 뛰어가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형!”
“어, 그래.”
그 모습이 무슨 주인 오길 기다린 강아지 같아서 윤제이는 당황을 숨겼다.
“형! 제 팬들이 커피차 서포트 했는데, 가서 드세요!”
“고마워. 잘 먹을게.”
그리고 쌩하니 지나쳤다. 이준서는 점점 승부욕이 발동했다.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저 형한테 인정받고 말 거다.
“안 맞아.”
그렇게 윤제이에게 호감 작을 한다고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윤제이는 딱딱하게 대답하고 자리를 금세 피했다. 마치 자신이 거북한 듯.
“진짜 안 맞아.”
“그, 진짜 우리 형 그런 사람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냐. 내가 본 게 있는데.”
“아니······.”
이준서는 억울해서 윤도준을 노려보았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 네가 무슨 잘못이겠어.”
이준서는 저 멀리서 다른 배우들과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는 윤제이를 노려보았다.
‘아니 다른 애들한테는 잘만 해주면서 왜 나한테만 이래?’
아이돌 출신이라면 나나 윤도준 외에 다른 애도 있다. 게다가 나보다 연기도 못하는 것 같다.
내가 뭐 잘못했나? 나 그래도 어디 가서 꿇리는 사람은 아닌데.
“됐다. 쉽게 도움받으려는 내 생각이 잘못된 거겠지.”
“음······ 그래.”
윤도준은 눈동자만 굴렸다. 사실 그는 윤제이에게 미리 들은 게 있었다.
[그러니까······ 극이랑 비슷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일부러 싸늘하게 대할 거라고?]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이준서, 얘 외동이랬지? 인정욕구는 있는 편이야?]그는 형이랑 같은 작품에 출연한다고 신났는데, 형은 이준서 연기 의욕을 끌어올린다고 자신에게는 관심도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서지후 역할 맡았지.’
현실에서도 형제인데 극에서도 형제면 인지부조화가 온다고 다른 역할이 된 것이다. 윤도준은 괜히 빨대만 씹었다.
“도준아. 밥은 잘 먹었어?”
“응!”
하지만 토라진 것도 잠시였다. 자신을 챙기는 윤제이의 행동에 윤도준이 헬렐레했다.
이준서는 은근히 자신을 무시하는 윤제이의 행동에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
“너 윤제이 드라마 들어간 적 있다고 했지? 윤제이 원래 저렇게 싸늘했나?”
“아뇨. 되게 친절해요. 두루두루 다 친했었고.”
“근데 오늘은 왜 이래?”
촬영장의 눈이 얼마나 많은데 이들의 모습이 눈에 안 띌 리가. 스태프들이 속삭였다.
“감독님, 이렇게 내버려 둬도 되겠어요?”
“괜찮아. 제이 씨가 계획한 거야.”
“계획이요? 뭔데요?”
감독은 리딩 이후 윤제이가 찾아와서 말했던 것을 생각했다.
[감독님. 촬영장에서 제가 뭘 하든 일단 지켜봐 주실 수 있을까요?] [왜요?] [다른 애들은 몰라도, 서지후. 이 녀석이랑은 같이 부딪치는 장면이 많은데 이대로는 제 몰입도 깨질 거 같아서요.]그래서 일부러 극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주연 배우가 이렇게 나서주면 나야 편하지.’
월권이라고는 생각 안 했다. 감독은 애초에 <백스테이지>에 별로 의욕은 없었다. 신인 작가의 각본에, 아이돌 드라마라니 이게 잘 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카로스에서 제법 비중 높은 윤도준은 생각보다 연기를 잘해서 건들 게 없었다.
하지만 거의 주연급인 이준서에게 할 말은 많아도 참았다. 너무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치는 윤제이랑 비교돼서 그런 거다.
‘어떻게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는 아직 두고 봐야 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