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107)
신마의선-107화(107/500)
신마의선 (107)
그렇게 겨우 위기를 넘긴 방소방이 단악선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지금 내 상태가 어때?”
“음……. 근육이 많이 혹사된 상태야.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한 데다 무리하게 수련을 해서 상당한 피로가 누적되어 있어. 이대로라면 언제 다쳐도 이상하지 않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질문을 던진 방소방이 이내 움찔했다.
단악선이 조용히 웃으며 침을 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금방 고칠 수 있어.”
물끄러미 단악선을 주시하던 방소방이 운중산을 힐끔거렸다.
다른 건 몰라도 침이 두려워 발뺌하는 건 아무리 친구 사이라 해도 체면이 서지 않았다.
“좋아. 그럼 해 봐, 어디.”
방소방이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다 됐어.”
“응? 벌써?”
슬쩍 눈을 뜬 방소방이 깜짝 놀랐다.
침이 피부를 파고드는 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온몸에 반짝이는 은침이 박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운중산의 몸 곳곳에도 같은 침이 박혀 있었다.
“너 고슴도치 같다.”
“그러는 넌.”
서로를 보며 운중산과 방소방이 히죽거렸다.
그렇게 약 일각 정도 지났을 때.
단악선이 침을 수거했다.
“앗, 따거!”
방소방이 뾰족한 비명을 터트렸다.
침을 찌를 때와 달리 뽑을 때는 상당히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단악선이 웃으며 말했다.
“힘을 주니까 그렇지. 긴장 풀고 힘 빼. 그럼 아프지 않을 거야.”
“어? 정말이네?”
모든 침을 제거한 방소방이 제자리 뛰기를 몇 번 했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빠르게 주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와! 이거 뭐지? 몸이 완전 가벼운데?”
그사이 단악선은 운중산에게 놓았던 침도 모두 제거했다.
어깨를 크게 돌린 운중산이 신기한 눈빛으로 단악선을 바라봤다.
“전엔 이렇게 하면 늘 찌르듯이 아팠는데 지금은 괜찮아졌다.”
“신경을 누르고 있던 어혈을 뺐거든.”
그제야 방소방은 단악선의 실력을 인정했다.
“우리한테 의원 친구가 생기다니!”
“우리 친구야?”
뜻밖의 말에 놀란 단악선이 똥그래진 눈으로 되묻자 한 차례 시선을 교환한 운중산과 방소방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연하지.”
“이제부터 우린 친구다.”
* * *
“다녀왔어요.”
들뜬 얼굴로 싱글벙글하는 단악선의 모습에 초악량이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표정이 밝은 걸 보니 좋은 일이 있었나 보구나?”
범계위가 입술을 삐죽였다.
“마녀랑 다니는 게 그렇게 좋았어? 나랑 가는 것보다?”
범계위를 향해 한설화가 한심한 눈빛을 던졌다.
“단 의원에게 친구가 생겼다.”
그 말에 초악량과 범계위가 깜짝 놀랐다.
“친구가 생겼다고?”
“헤헤.”
단악선이 멋쩍게 웃었다.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범계위가 불퉁스럽게 물었다.
“뭐 하는 놈들인데?”
친구들을 떠올린 단악선이 환하게 웃었다.
또래와 놀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한 명은 무당파 제자고, 다른 한 명은 개방 제자예요.”
“뭐?”
범계위가 와락 얼굴을 구겼다.
“난 반대야!”
“네?”
“어디 사람이 없어서 무당이랑 개방 놈을 친구로 사귀어?”
당황한 단악선에게 다가간 범계위가 작게 속삭였다.
“친구 따위 사귀지 말고 그냥 여자만 만나. 그게 훨씬 나아. 남자랑 친해져 봐야 이렇게 된다니까?”
범계위는 그러면서 초악량을 빤히 보았다.
내심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리는 초악량을 향해 범계위가 말했다.
“초 형도 뭐라 한마디 하슈.”
“무슨 한마디?”
“초 형은 단 의원이 무당 놈이랑 개방 놈을 친구로 사귀는 게 괜찮수?”
초악량이 피식했다.
“단 의원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지.”
그런데 마지막에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무당은 좀 그렇긴 해.”
도사들, 특히나 구파일방의 도사들이라면 지긋지긋한 초악량이었다.
범계위가 한설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녀 넌?”
“무당은 상관없지만 거지는…….”
한설화가 아미를 찡그리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충분히 전해졌다.
“…….”
단악선이 시무룩해졌다.
괜히 서운함이 밀려들었다.
자신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함께 기뻐해 줄 줄 알았던 것이다.
뒤늦게 단악선의 표정을 확인한 범계위가 곧바로 말을 뒤집었다.
“뭐, 상관없지 않을까?”
초악량과 한설화가 째려보자 범계위가 뻔뻔하게 응수했다.
“그놈들이 평생 도사나 거지를 할 거란 보장도 없잖아. 아니, 아예 이참에 무당파 녀석은 파문시키고, 거지 녀석은 강에 던져서 빨아 버리자.”
“네?”
단악선이 깜짝 놀라자 범계위가 씩 웃었다.
“다음에 만나면 꼭 데리고 와. 맛있는 거 사 준다고 꼬셔서.”
어이없는 표정을 짓던 초악량이 단악선을 향해 말했다.
“우리는 괜찮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잘됐구나. 친구가 생겨서.”
그제야 단악선이 평소처럼 배시시 웃었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어요.”
“또 만나기로 한 모양이지?”
“네!”
초악량이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단악선은 애어른 같은 면모가 없지 않았다.
워낙 혼자 오래 살아온 이유도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이라곤 하나같이 나이 든 사람들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었다.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은 법.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언제든 데리고 오너라. 네 친구라면 우리에게도 소중한 손님이니까.”
“헤헤, 고마워요.”
초악량의 말에 단악선이 더없이 밝게 웃었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 무섭게 단악선이 객잔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는 뉘엿뉘엿 해가 저무는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종일 무엇을 하고 돌아다녔는지 꼬질꼬질한 모습이었다.
“뭘 하고 놀았길래 저래?”
범계위의 물음에 한설화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약간의 거리를 두고 단악선과 동행한 그녀였다.
처음엔 제법 점잖은 척하던 아이들이 친해지고 나자 곧장 본색을 드러냈다.
악동도 이런 악동들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한설화의 마음도 모른 채 단악선은 하루도 쉬지 않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그렇게 나흘째 되던 날.
“저……. 아주머니.”
단악선이 자신을 따라나서는 한설화를 조용히 불렀다.
“왜 그러느냐?”
잠시 머뭇거리던 단악선이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늘은 저 혼자 가면 안 될까요?”
한설화의 눈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그때 객잔 구석에서 어슬렁거리던 가두달이 이유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들과 눈치 안 보고 놀고 싶은 게로군.”
한설화가 순간 멈칫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단악선이 간절한 눈빛으로 재차 입을 열었다.
“부탁드려요.”
자신을 올려다보는 사슴 같은 눈망울에 한설화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려무나.”
“고마워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악선이 신이 나서 쪼르르 달려 나갔다.
멀거니 서서 단악선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는 한설화의 모습에 초악량이 실소를 흘렸다.
“언제까지 품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범계위도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를 보탰다.
“아무것도 하지 마. 크흐흐.”
한설화가 싸늘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노려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신형을 돌려 객잔을 나서려 했다.
“어? 어디 가?”
범계위의 물음에 한설화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보이지 않게 멀리서 지켜볼 것이다.”
“단 의원이 싫어할걸?”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상황이니까.”
이어진 한설화의 말에 초악량과 범계위가 입을 다물었다.
“어떤 두 얼간이들 때문에.”
객잔을 벗어난 단악선은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마을 외곽의 공터를 향해 정신없이 달렸다.
그렇게 공터에 도착하자 먼저 와 있던 운중산과 방소방이 손을 흔들며 단악선을 반겼다.
특히나 방소방은 특유의 넉살로 단악선을 맞이했다.
“오오! 이게 누구신가? 급병우급약(給病又給藥)! 병 주고 약 준다는 우리 친구, 수병수약(授病授藥) 단 의원이 아니신가.”
반면 운중산은 손을 흔드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두 사람의 모습에 단악선이 빙그레 웃었다.
“악선이도 왔으니까 슬슬 시작해 볼까?”
몸이 근질거렸던지 방소방이 슬쩍 운을 뗐다. 그제야 운중산도 몸을 풀며 단악선을 바라봤다.
“오늘은 어제처럼 쉽게 당하지 않을 거다. 사숙들께 가르침을 받았거든.”
“어떤 가르침인데?”
단악선의 반문에 운중산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정제동(以静制动)과 이유극강(以柔克刚)의 무리에 대해 배웠다.”
방소방이 알은척을 했다.
“이런 말이 있지. 무당공법부주진공(武當功法不主进攻), 연이역불가경역침범(然而亦不可轻易侵犯)이라고.”
“그게 무슨 의미야?”
“무당의 무공은 공격적이지 않으나 감히 침범할 수 없다는 뜻이야. 무당 무학의 기본 개념이지.”
“그런데 너는 개방 사람인데 어떻게 그렇게 무당파 무공에 대해 잘 아는 거야?”
“쟤가 말해 줘서?”
운중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 사이에는 감추는 것이 없어야 하는 법이니까.”
“그러다 어른들한테 혼나지 않아?”
단악선의 우려에 방소방이 피식 웃었다.
“그게 뭐 대단한 비밀이라고. 십단금이나 태극혜검 정도는 돼야 비전이고 기밀이지.”
방소방이 씨익 웃으며 단악선과 운중산을 향해 화려한 자세를 잡아 보였다.
“나야말로 어제와는 다를 거다. 왜냐고? 바로 본 방의 비전절예인 항룡십팔장을 전수받았기 때문이지.”
“와! 정말?”
탄성을 흘리는 단악선과 달리 운중산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시작이군.”
그리곤 단악선을 향해 고개를 흔들었다.
“저런 허풍에 매번 속지 마라.”
“허풍이었어?”
방소방이 발끈했다.
“아, 이번엔 진짜라고!”
“어제도 진짜라고 했다.”
으르렁대는 두 사람을 보며 단악선이 웃었다.
“그럼 오늘은 뭐 하고 놀까?”
단악선의 질문에 방소방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놀다니? 넌 우리랑 비무하는 게 노는 거였어?”
“응! 즐거워. 그러면 노는 거 아니야?”
방소방과 운중산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뜻하지 않은 질문이었지만 듣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런데 네가 매일 이기니까 즐거운 거 아니야?”
“아니야. 난 너희들과 뭘 해도 즐거워. 비무가 아니라 마을 구경을 해도 재밌는걸.”
단악선의 진심을 알았는지 두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오늘도 신나게 놀아 볼까?”
방소방의 외침에 단악선도 밝게 웃었다.
그리고 비무는 오늘도 단악선의 승리였다.
그러나 운중산과 방소방은 패배를 마음에 두지 않았다.
오히려 두 명이서 반복하던 뻔한 비무에 질리던 차에 단악선의 합류가 그저 반갑기만 했다.
“우리가 악선이를 이기는 날이 올까?”
운중산의 말에 방소방이 고개를 저었다.
“무공으로는 힘들걸?”
“그럼 다른 걸로는 가능하다는 건가?”
“쯧쯧, 이래서 강호 경험이 미천한 녀석은…….”
운중산이 발끈했다.
“너도 나랑 같은 나이다.”
“뭐래, 지붕 아래서 무공만 수련하는 말코 도사와는 다르지.”
문득 호기심이 동한 단악선이 방소방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왜 도사들을 말코라고 부르는 거야?”
“어?”
방소방이 당혹성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자신도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