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112)
신마의선-112화(112/500)
신마의선 (112)
“방금 뭐라고 했지?”
수하의 보고에 노단양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그 두 사람이 초악량과 범계위라는 것을 확인했는데도 그냥 돌아섰다고? 그 자존심 강한 남궁백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 몇 번이나 거듭 확인하는 노단양이었다.
그러기를 잠시.
“왁!”
분을 이기지 못한 노단양이 뿜어낸 살기에 내부가 진탕된 파사단원이 피를 토하며 주저앉았다.
노단양은 수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당장 주체할 수 없는 지금의 분노를 쏟아 낼 곳이 필요했다.
그때였다.
“단주님.”
다른 파사단원 한 명이 다급히 그를 불렀다.
광망이 이글거리는 노단양의 눈빛이 자신에게 향하자 달려오던 파사단원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는 이내 창백해진 안색으로 서둘러 입을 열었다.
“매, 맹으로부터…… 전서구가 도착했습니다.”
“누가 보냈지?”
“보낸 사람은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단주님 앞으로 보내졌다는 것만…….”
노단양이 손을 내밀자 파사원이 전서를 건넸다. 그는 쓰러진 동료를 끌고 재빨리 물러났다.
전서의 내용을 확인한 노단양의 눈에서 섬뜩한 안광이 뿜어졌다.
‘이 사갈(蛇蝎) 같은 계집이……?’
전서의 내용은 간단했다.
―원하던 것을 얻으려면 살아서 날 찾아오세요. 그는 결코 당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테니까요.
발신인은 적혀 있지 않았지만 노단양은 단번에 전서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제갈연이었다.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상황이 이쯤 되니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앙큼한 계집은 남궁백과 자신 사이의 거래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자신을 흔들어 대려는 속셈이었다.
화가 나는 건 그걸 뻔히 알면서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나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다고 언급한 부분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전서를 와락 구긴 노단양이 그대로 신형을 날렸다.
그리고 곧장 남궁백이 있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수하들을 통해 그가 머물고 있는 곳은 파악한 상태.
얼마 안 가 노단양은 허름한 객잔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남궁백과 조우할 수 있었다.
노단양을 발견한 남궁백이 깜짝 놀랐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한숨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자네는 내가 아닌 천이단주를 선택했군.”
노단양이 이곳에 있다는 것이 시사하는 점은 명확했다.
멀지 않은 곳에 속속 도착하는 파사단원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노단양은 악공과 악일이 초악량과 범계위라는 제갈연의 의견을 믿고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맹주의 허락도 없이 대규모 인원을 이끌고 뒤를 따라온 그를 보며 남궁백이 차가운 웃음을 말아 올렸다.
‘어차피 이렇게 될 관계였지.’
처음부터 그는 자신의 사람이 아니었다.
“뭐가 그리 즐거우십니까?”
“예상치 못한 곳에서 파사단주를 만나 기뻐서 그렇네.”
“하! 퍽이나 그러시겠습니다.”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는 노단양을 향해 남궁백이 미소를 건넸다.
“왜? 농담 같나?”
“맹주님!”
버럭 일갈을 내지른 노단양이 시뻘게진 얼굴로 남궁백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남궁백이 고소를 머금었다.
핏대를 올리며 대놓고 따지는 노단양이 가소로웠지만, 한편으론 그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그러는 자네야말로 어떻게 내게 이럴 수가 있는가?”
“……?”
“십대악인으로 쫓기다 죽었을 자네에게 살길을 열어 준 사람이 누구였지?”
노단양이 멈칫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남궁백이 말을 이어 갔다.
“한데 자네는 내가 아닌 천이문주의 뜻을 좇는군.”
“그, 그건…….”
당혹감에 말을 잇지 못하던 노단양이 이내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는 놈들의 정체를 일찍부터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보고를 하지 않았지?”
“확실한 물증이 없었습니다.”
피식 웃는 남궁백을 향해 노단양이 목소리를 높였다.
“맹주님의 의지를 따르지 않은 점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나 그 모든 건 맹주님을 위해서였습니다. 맹주님 성격상 허락하지 않으실 것이 뻔했기에 파사단을 몰래 이끌고 온 것입니다.”
“무척이나 날 위하는 사람처럼 이야기하는군?”
남궁백의 입가에 맺혀 있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그런데 왜 나는 자네가 무력시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까?”
양불위를 비롯한 창천단 무인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들의 존재 목적은 무림맹도, 정도 무림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오직 남궁백을 지키고 보고하는 것만이 지상 과제이자 삶의 목표. 이를 위해서라면 같은 무림맹에 속해 있더라도 피를 보기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나 그 대상이 노단양이라면 더욱 그랬다.
그는 애초에 사파 출신.
그것도 악명 높은 십대악인에 포함된 자였다.
게다가 그가 이끄는 파사단도 기존 무림맹의 조직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파사단은 애초부터 특임대의 성격이 강한 조직이었다.
소속 무인들의 포섭부터 사망 처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권을 노단양이 틀어쥐고 있었고, 그만큼 파사단에 한해서만큼은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그의 사조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릿발 같은 기세를 흘리는 창천단의 모습에 노단양의 검미가 꿈틀했다.
하지만 애써 다시 한 번 치솟는 분노를 억눌렀다.
“그럼 이대로 돌아간단 말입니까?”
“자넨 계속할 생각인가 보군?”
“당연하지 않습니까!”
남궁백이 빙그레 웃었다.
“그럼 자네가 가서 그들의 목을 가져오게.”
“……!”
남궁백의 말에 노단양이 으스러져라 이를 갈았다.
부상을 당해 다 죽어 간다는 보고를 들었지만 그래도 혈수존자다. 거기에 망산초자, 그 미친놈도 있었고 빙옥선자라는 늙지 않는 괴물도 있다.
한 명뿐이라면 모를까, 그 전부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죽었다 깨어나도 자신이 없는 노단양이었다.
아마 자신을 포함해 파사단 전체를 갈아 넣는다 해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나마 남궁백이 합세해야 비벼 볼 만하고, 양불위가 이끄는 창천단이 가세해야만 승산을 점쳐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남궁백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십대악인 토벌은 끝났다.”
“그게 무슨…….”
“말대로다. 나는 저들을 해칠 수 없어. 그건 남궁가의 방식이 아니다.”
“당신은 무림맹주입니다! 남궁세가의 가주가 아닌 무림맹주!”
“이제는 아닐세.”
“이런 미친!”
얼마나 분노에 휩싸였는지 노단양은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고야 말았다.
그런데도 남궁백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런 남궁백을 광기 어린 눈으로 노려보던 노단양이 씹어뱉듯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약속을 이행하시오.”
“바로 말투가 바뀌는군?”
“스스로 맹주 지위를 포기한 건 당신이오.”
“그런가? 그렇군.”
남궁백은 의외로 선선히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이후 자신의 약속과 관련된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결국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파는 게 세상의 이치.
속이 탄 노단양이 다시 한 번 말했다.
“우리의 약속을 이행…….”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단박에 노단양의 말을 자른 남궁백이 서늘한 눈빛을 흘렸다.
“넌 맡은 임무를 해내지 못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지금이라도 저들의 목을 가져오라고. 그런데 그 기회를 포기한 건 누구였지?”
노단양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네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 안에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으니 약속은 파기다.”
뚝.
노단양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졌다.
간신히 쥐고 있던 이성의 마지막 끈이었다.
“남궁백!”
폭갈을 내지른 노단양이 남궁백을 향해 달려들었다.
찌지직.
무언가를 거머쥐듯 움켜쥔 노단양의 양손에 푸르스름한 뇌전이 이글거렸다.
그의 성명절학인 뇌정단공(雷精團功).
그중에서도 십 성에 이른 극멸뇌정추(極滅雷精錘)만이 보일 수 있는 신위였다. 그러나 노단양은 남궁백을 향해 거리를 좁힐 수 없었다.
동시에 네 방위에서 뻗어 온 네 자루 단창이 치명적인 요혈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송사리들은 꺼져라!”
까가가강!
허공을 찢는 노단양의 손이 날아드는 창을 걷어 냈다.
창천단원 넷이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삼 장가량 밀려났다.
그들의 발밑에는 하나같이 깊은 고랑이 파여 있었다.
안색은 창백했고, 입가에는 실낱같은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끝내 놓지 않은 그들의 창대 위로는 채 흩어지지 않은 푸르스름한 뇌전이 꿈틀대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표정 어디에서도 낭패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이유를 노단양이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노단양이 흠칫했다.
난데없이 섬뜩한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본능을 좇아 고개를 돌렸다.
한 쌍의 눈과 시선이 마주친 것도 그때였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한없이 차갑고 맹렬한 살기가 담긴 눈이었다.
‘양불위!’
노단양은 이내 상황을 깨달았다.
창천단 자체가 처음부터 이목을 분산시키기 위한 미끼였을 뿐.
진짜 공격은 그 뒤에 숨어 있었다.
창대를 움켜쥔 양불위의 손이 눈에 들어온 것도 그때였다.
한데 그 끝에 이어져 있어야 할 창날이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 그 이유를 깨달은 노단양은 다시 한 번 가슴 한편이 서늘해졌다.
시야에서 벗어난 사각에서 느껴지는 예기!
휘어진 창대 끝에 달려 있는 창날이 예측하기 힘든 궤적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써억.
섬뜩한 소리와 함께 노단양의 어깨 위로 핏물이 번져 나갔다. 가까스로 치명상을 면했으나 완전히 피해 내지는 못한 것이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하나같이 속 시커먼 능구렁이들뿐이군.”
무림맹이야말로 복마전(伏魔殿)이라는 말이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곳이었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지만 창천단주의 무공은 예상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노단양은 웃고 있었다.
반면 양불위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노단양의 손이 창날을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력이 실린 창을, 그것도 맨손으로 붙들다니!’
양불위는 사력을 다해 창대에 진기를 쏟아 넣었다. 내공으로라도 노단양을 떨쳐 낼 심산이었는데, 그 순간.
노단양이 히죽 웃었다.
‘이런!’
양불위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상황이 틀어진 것을 직감했다.
자신의 내력과 충돌하는 엄청난 반발력이 거머쥔 창대를 통해 느껴졌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다.
꽈앙!
굉음과 함께 창의 중간 부분이 그대로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그 충격에 양불위는 크게 휘청이며 뒷걸음질 쳤다.
무려 네 걸음이나 물러서고 나서야 간신히 신형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순간 눈앞으로 푸르스름한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양불위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노단양의 손에 맺혀 이글거리던 뇌전.
그것이 한데 엉겨 구체화된 것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이미 지독한 열기가 가슴팍의 피부를 태우며 파고드는 중이었다.
꽈앙!
난데없는 폭음과 함께 폭발에 휩쓸린 양불위의 신형이 훨훨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커헉.”
한 차례 피를 토한 양불위가 비틀거리며 신형을 일으켰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반대로 노단양의 얼굴은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양불위의 목숨을 거두기 직전 난데없이 날아든 검 한 자루가 극멸뇌정추를 송두리째 와해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노단양이 원독 어린 눈으로 남궁백을 노려봤다.
남궁백은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으로 노단양과 시선을 마주했다.
“아까 한 말.”
“……?”
“자네가 이곳에 와 주어 반갑다는 말은 농담으로 던진 말이 아니었네.”
남궁백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가 던졌던 검이 빨려 들듯 남궁백의 손을 향해 날아들었다.
노단양의 기공을 날려 버리고 그대로 날아가 나무 둥치에 꽂혀 있던 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