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131)
신마의선-131화(131/500)
신마의선 (131)
해후를 지켜보던 홍적문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물론 두 사람은 여전히 껄끄러운 존재다. 그러나 그들을 반기는 단악선의 해맑은 미소만큼은 더없이 보기 좋았다.
방해가 되지 않도록 홍적문은 슬쩍 자리를 피해 주었다.
주변을 살피던 초악량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마땅히 있어야 할 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악선이 눈치 빠르게 대답했다.
“가 아저씨는 저녁때나 되어야 돌아오실 거에요. 요즘 좀 바쁘시거든요.”
“왜?”
“필요한 정보가 많아서 탐문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초악량이 눈살을 찌푸렸다.
도둑놈이 바쁜 이유야 뻔했다. 분명 아미파에 대한 정보를 캐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것보다 단 의원! 이거 봐!”
범계위는 가두달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범계위가 자랑스레 옆구리에 끼고 있던 상자를 단악선에게 내밀었다.
“이게 그 염화단철이야!”
“와! 진짜 구해 오셨어요?”
“으하하. 단 의원을 위해서라면 내가 뭘 못 하겠어?”
“고마워요. 범 아저씨는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단악선의 칭찬에 범계위의 양어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쳤다.
그런데 상자를 받아 든 단악선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크기에 비해 상자가 너무 가벼웠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
상자를 연 단악선이 당황한 눈으로 범계위를 보았다.
고작 손톱만 한 크기의 금속 조각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붉은빛이 감돌고 은은한 열을 뿜어내는 게 신기하기는 했지만 무기를 만들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양이었다.
“오던 길에 묵가철장에 들렀다. 여섯 달은 걸릴 거라고 하더구나.”
초악량의 설명에 단악선은 비로소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들어 봐, 단 의원. 이걸 어떻게 구했냐 하면…….”
범계위가 염화단철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과장이 더해진 범계위의 장황한 이야기에 초악량이 피식했다.
그러나 굳이 나서 초를 치진 않았다.
단악선을 만나 신이 난 그 기분을 그라 해서 왜 모를까.
물론 그 와중에도 벽화령에 관한 이야기는 쏙 빼놓고 설명하는 범계위였다.
말없이 지켜보던 한설화가 불쑥 입을 연 것도 그때였다.
“화령이는 만났어?”
“……!”
범계위가 움찔하며 초악량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치자 초악량이 재빨리 눈짓을 했다. 괜히 사실대로 말해 봐야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었다.
“뭐, 잘 해결했어. 그렇지?”
“으음, 그런 것 같더군.”
한설화의 눈이 가늘어졌다.
‘해결해? 뭘?’
당황한 얼굴로 얼버무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몹시 수상했지만 범계위가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단 의원, 먹고 싶은 건 없어? 가지고 싶은 건? 내가 다 사 줄…….”
말을 하던 범계위의 얼굴 위로 의아함이 떠올랐다.
범계위가 단악선의 시선을 좇아 고개를 돌렸다.
삼 장쯤 떨어진 곳, 늘어놓은 좌판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두 장년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이게 그 신마단이라는 거지? 그 명성 자자한 신의의 아들이 만들었다는.”
초악량과 범계위의 시선이 마주쳤다.
“신마단?”
고개를 갸웃한 범계위가 단악선을 향해 물었다.
“단 의원이 판 거야?”
단악선이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여긴 처음 오는걸요.”
“그럼 뭐지?”
“저도 모르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신마곡에서 만들어진 약 중에 그런 이름을 가진 것은 없었다.
단악선이 직접 조제한 단약은 성수신단과 그보다 저렴한 약재를 사용한 보양환뿐.
그렇다고 성수신단의 제조법을 참고해 풍진성이 만든 단약도 아니다. 그가 만든 청양환은 진성의가 안에서 소비하기에도 물량이 부족하다.
“뭐야? 그럼 단 의원의 이름으로 가짜 약을 판다는 거야?”
콧바람을 뿜어낸 범계위가 팔을 걷어붙였다.
당장이라도 눈앞의 장년인들을 다그칠 기세였다. 씩씩대는 그를 초악량이 만류했다.
“기다려 봐라. 이야기를 좀 더 들어 보자.”
고개를 끄덕이는 단악선의 모습에 범계위가 마지못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장년인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를 깨닫지도 못한 채 대화를 이어 가고 있었다.
“혹시 가짜 아니야?”
“어허. 이 사람이? 무려 스무 냥이나 주고 산 약인데 가짜일 리가 있겠는가.”
“수상해서 그렇지.”
“뭐가 수상해?”
“딱 들어도 저자에서 가짜 약을 파는 약장수들의 말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미량에도 심신을 안정시키고 해열과 진통에도 탁월한 효험을 지닌다며? 게다가 외상에도 쓸 수 있다고 했던가? 환부에 바르면 새살이 돋는다고.”
“아무렴. 이만한 상비약이 없지.”
“내복약으로도, 외용약으로도 모두 활용이 가능한 약이라니……. 그 말이 사실이라면 만병통치약 아닌가?”
“어허, 이 사람이 속고만 살았나? 지난번에 내가 효과를 직접 확인했다니까? 괜히 내가 없는 형편에 가진 돈 모두 털어 이걸 구입했겠나?”
“부작용 같은 것도 없고?”
“무엇보다 그게 가장 큰 장점일세.”
“으음.”
“게다가 홍씨 의방의 의원님께서 가짜를 팔 리 만무하지 않은가.”
“하긴. 그 양반이 사기를 칠 리 없지. 무려 오 대째 의방을 이어 오신 분인데.”
“괜히 흰소리 말고 부러우면 자네도 얼른 홍씨 의방에 달려가 보게. 듣자니 남은 신마단이 얼마 되지 않는 모양이더군. 다 팔리고 나면 다시 몇 달은 기다려야 할지도 몰라.”
“그래? 그럼 서둘러야겠네.”
자리를 뜨려는 두 사람을 향해 단악선이 다가갔다.
“그 약을 좀 보여 주시겠어요?”
“뭐?”
황당한 표정을 짓던 장년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단악선의 뒤에서 눈을 부라리는 범계위와 시선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이, 이건……. 아프신 저희 어머니 드릴 겁니다.”
겁에 질려 오들오들 떨면서도 장년인은 신마단이라는 단약이 들어 있는 목갑을 품에 끌어안았다.
그 필사적인 모습에 단악선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걸 구입한 곳이 어디인지 알려 주세요.”
순순히 홍씨 의방의 위치를 알려 준 장년인 둘이 부리나케 자리를 떴다.
단악선은 곧장 장년인이 알려 준 곳으로 향했다.
평소의 단악선답지 않게 잔뜩 찌푸린 미간에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기에 초악량이 넌지시 물었다.
“화가 난 것이냐?”
“네, 굉장히요.”
단악선이 단호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다른 건 몰라도 약만큼은 절대 가짜가 있어선 안 돼요. 그건 사람 목숨으로 장난치는 거잖아요.”
잠시 후, 이들은 홍씨 의방이라 적힌 오래된 간판이 내걸린 건물 앞에 도착했다.
범계위가 살벌한 눈빛을 흘리며 간판을 노려봤다.
“감히 우리 단 의원을 화나게 해?”
“잠시만요.”
금방이라도 의가 안으로 쳐들어갈 기세인 범계위를 단악선이 만류했다.
의가 앞에 늘어선 사람들 때문이었다.
이때 닫혀 있던 대문이 열리더니 청년 한 명이 걸어 나왔다.
그리곤 입구 앞에 구름처럼 모여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신마단은 전부 소진됐습니다. 한 달 뒤에나 다시 들어오니 이만 돌아가세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의가 앞에 운집해 있던 사람들이 불만을 터트렸다.
“아니, 이런 법이 어디 있소?”
“오늘 새벽부터 기다렸단 말이오!”
쏟아지는 사람들의 원성을 뒤로한 채 청년이 다시 소리쳤다.
“그리고 앞으로 신마단은 아픈 사람 이외에는 팔지 않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아쉬움 섞인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 뿔뿔이 흩어졌다.
결국 의가 앞에는 진짜 환자들만 남게 되었다.
“자, 이제 일각만 기다렸다가 진료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 청년에게 단악선이 다가갔다.
“의원님을 뵙고 싶어요.”
청년이 눈살을 찌푸렸다.
“순서를 지켜라. 저기 기다리는 사람들 안 보인단 말이냐?”
“급한 일이라 그래요.”
“저 사람들은 할 일이 없어 여기 이러고 있을까.”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청년이 돌아섰다. 그러나 그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솥뚜껑처럼 거대한 손이 그의 머리를 덥석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이, 이게 무슨 짓이오!”
뒤늦게 범계위의 존재를 깨달은 청년이 겁에 질려 소리쳤다.
그사이 단악선이 의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곳에서 판매한 신마단이 가짜라면 사람들이 복용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회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혹시 이곳의 의원님이신가요?”
선한 눈빛을 지닌 오십 대 중반의 사내를 발견한 단악선이 황급히 물었다.
“그렇네만?”
“신마단에 대해 여쭈어볼 게 있어서요.”
물끄러미 단악선을 응시하던 의원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눈에 봐도 단악선은 아픈 곳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미 다 팔렸네. 설혹 남았다 해도 건강한 이에게는 팔지 않네만.”
“그럼 몇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의원이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침부터 몰려든 손님들 때문에 환자의 진료가 한참이나 늦어진 상태다.
“보다시피 내가 많이 바빠서…….”
“제가 도와드릴게요.”
의원이 말릴 틈도 없이 단악선이 쪼르르 달려가 침구를 비롯한 치료 도구들을 빠르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능숙한 솜씨에 의원이 깜짝 놀랐다.
“신마단을 제조한 사람이 신의의 아들이라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단악선의 물음에 의원은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듣긴 했다만 직접 본 적은 없다.”
“아무래도 속으신 것 같아요.”
“뭐?”
“전 신마단을 만든 적이 없거든요.”
“……?”
눈을 껌벅이는 의원을 향해 단악선이 다시 말했다.
“성수신의가 제 아버지세요.”
그 말에 중년 의원의 눈에 의혹이 떠올랐다.
“네가 신의 그분의 아들이라고?”
의심 가득한 그의 눈빛에 단악선이 품속에서 목갑을 꺼냈다.
“선앙침이에요.”
홍씨 의방의 의원은 성수신의의 신물인 선앙침을 알아보지 못했다. 성수신의를 만난 적이 없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단악선은 당황했다.
당장 이것 말고는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때 범계위가 성큼 의가 안으로 들어섰다.
“우리 단 의원의 신분은 내가 보증하지!”
범계위의 음성이 의가를 흔들었다. 지붕 서까래가 들썩일 만큼 쩌렁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역효과였다.
“이게 무슨 행패요!”
창백해진 의원이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다.
험악한 범계위의 인상은 둘째 치고, 한 손에는 여전히 청년의 머리를 움켜쥔 상태였기 때문이다.
“가짜 약이나 파는 놈이 어디서 큰소리야?”
범계위의 눈에서 자욱한 살기가 쏟아졌다.
“무슨 소리요? 가짜 약이라니?”
의원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의원으로서 어찌 가짜를 팔겠소! 말도 안 되는 그런 소리를 지껄이려거들랑 썩 나가시오!”
“하지만 전 그런 약을 만든 적이 없는걸요.”
단악선의 한숨에 의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약보다 효과가 뛰어났거늘…….”
그때였다.
“어? 이건?”
단악선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주위를 둘러보며 킁킁거리다가 약재 함 옆에 놓여 있는 탁자를 본 것이다.
단악선이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탁자 위에 놓인 유발과 그 안에 곱게 갈린 내용물을 확인한 단악선이 손가락으로 집어 냄새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입에 털어 넣었다.
“……!”
단악선의 눈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혹시 이게 신마단인가요?”
단악선의 물음에 의원이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연구를 위해 따로 남겨 둔 것이다.”
“아아! 정말 다행이에요.”
단악선이 안도하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짜가 아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