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141)
신마의선-141화(141/500)
신마의선 (141)
단악선이 당황해 주위를 둘러봤다.
같은 일행인 세 사람을 제외하면 하나같이 놀란 표정이었다.
사실 자질이나 무공 실력의 차이도 있지만, 또 다른 격차가 존재했다.
상당 기간 비무를 반복해 온 경험이 그것이다.
방소방과 운중산 역시 마찬가지.
반면 곤륜의 후기지수는 외부 인물과의 비무가 처음이었다.
문제는 지금 곤란해진 사람이 단악선뿐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험험. 아무래도 우리 무공은 지나치게 실전 주의에 치우쳐 있다 보니 비무에는 좀 부족한 면이 있지.”
“반면 저 어린 의원은 비무의 요령을 확실히 터득하고 있군. 들어오는 힘을 흘리며 곧바로 치고 들어가는 호흡을 제대로 읽고 있어.”
괜히 무안해진 곤륜 문하들이 그렇게 서로 민망함을 달랬다.
‘이거 참…….’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무를 허락한 광진도장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그렇다고 훨씬 나이가 많은 정식 제자를 비무 상대로 내세울 수도 없는 노릇.
“나이는 상관없으니 좀 더 상급자와 비무를 시켜 보는 게 어떻소?”
초악량의 말에 광진도장은 살짝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데 범계위가 가뜩이나 상처 입은 자존심에 소금을 뿌려 댔다.
“우리 단 의원과 실력 차이가 너무 큰데? 이제 겨우 일 년 배웠는데 말이야.”
그 말에 광진도장의 눈썹이 꿈틀했다.
이때 광진도장 뒤에 서 있던 청년 도사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사부님! 제가 해 보겠습니다.”
그는 광진도장이 느지막한 나이에 거둔 유일한 제자인 굉성자(宏晟子)였다.
나이는 열여덟 살.
뛰어난 오성에 끈기마저 타고나 뭇 사문 어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후기지수였다.
그러나 광진도장은 고개를 저었다.
“넌 빠져라.”
“아니! 왜요?”
“지금 네 눈빛을 보니 틀림없이 사고를 칠 것 같구나.”
제자의 눈에서 이글거리는 호승심을 그라 해서 모를 리 없었다.
하나 그의 제자는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아니, 사부님! 저기 보십시오. 우리 곤륜이 열세 살 아이에게 추풍낙엽처럼 무너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걸 어떻게 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광진도장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 와중에도 단악선과 비슷한 또래의 제자들은 연이어 패배를 기록하고 있었다.
비슷한 연배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이휘경이 단번에 당했는데, 그보다 실력이 뒤처지는 다른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호들갑은! 애들 비무에 추풍낙엽은 무슨!”
“제가 곤륜의 자존심을 세우고 오겠습니다!”
광진도장이 한심하다는 눈빛을 던졌다.
“네가 이겨 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은 안 하느냐? 그리고 저 아이를 봐라. 이미 지쳐 보이는 아이를 이겨서 뭐 하려고?”
연이어 비무를 치른 탓에 단악선은 지친 기색을 보였다.
비록 단순한 비무라 할지언정 낯선 무공을 상대하는 건 상당한 심력과 집중력이 소모되는 일이었다.
단악선의 상태를 확인한 굉성자가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그리곤 이내 연무장을 향해 다가섰다.
“저 녀석이?”
등 뒤에서 눈을 부라리는 사부를 모른 척한 채 굉성자가 단악선에게 인사를 건넸다.
“난 이대 제자인 굉성이라 한다.”
자신의 신분을 밝힌 그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
“내일 첫 비무는 나와 해 보는 게 어떠냐?”
단악선이 빙그레 웃었다.
호쾌한 기상이 느껴지는 눈앞의 청년 도사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좋아요.”
단악선이 수락하자 굉성자가 씨익 웃었다.
“너, 웃는 게 마음에 든다.”
단번에 허락을 얻어 낸 굉성자가 광진도장 쪽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제자와 눈이 마주친 광진도장이 골치 아픈 듯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는 꽉 막힌 사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본인들이 괜찮다는데 뭐 어떻단 말인가.
썩 내키진 않았으나 광진도장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
삼대 제자 능운의 치료를 마치고 단악선이 돌아오자 세 사람이 단악선을 에워쌌다.
내일 있을 비무에 대해 조언하기 위해서였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초악량이었다.
“사실 곤륜의 무학은 실력만을 겨루는 비무에 적합하지 않다.”
낮에 도사들이 수군댔던 말이 아예 틀린 것만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마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놈들과 싸워 온 만큼 지극히 실전적인 무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살을 내어 주고 상대의 뼈를 베는 이대도강(李代桃僵)의 수법이 그 예였다.
“가만 보면 얘들도 마교의 그 미친놈들을 닮은 것 같다니까.”
범계위의 말에 초악량이 실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으로 어느 문파에나 동귀어진의 수법은 존재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임기응변일 뿐이다.
반면 곤륜은 달랐다.
옥쇄곤강(玉碎崑岡)이라 부르는, 아예 처음부터 동귀어진만을 위한 무공이 존재했다.
마교의 동귀어진 수법인 역혈대공(逆血大功).
이에 대응하기 위한 무공이었다.
역혈대공은 진기를 역행시켜 스스로 주화입마에 드는 무공이었다.
선천지기와 잠력을 격발해 순간적으로 평소 지닌 무공의 몇 배에 달하는 무공을 쓰는 것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는 시전자의 목숨을 담보로 했다.
짧은 시간 동안 무적에 가까운 신위를 보일 수 있으나 결국 주화입마로 인해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곤륜의 옥쇄곤강 역시 진기를 역행시킨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효과는 크게 달랐다.
역행시킨 진기를 기존의 진기와 충돌시켜 응축시킨 뒤 한 번에 폭발시키는 것이다.
당연히 몸이 남아날 리 없었다.
시전자의 육체는 갈가리 찢겨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조각난 뼛조각과 육편은 하나하나가 가공할 암기가 되어 일대를 쓸어버린다.
그 위력은 어지간한 호신강기로는 버텨 내지 못할 정도였다.
실제로 마교의 주요 인물들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 간 수법이기도 했다.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반드시 한 놈은 데려간다는 처절한 의지를 반영한 무공.
그래서 이름도 옥쇄곤강이었다.
부서진 옥이 산을 무너트린다는 의미다.
“오늘 너와 비무를 치렀던 어린 도사와 달리 굉성자라는 녀석은 아마 실전을 경험해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성격도 매우 불같아 보였다.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공격 일변도의 수법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았다.
“힘으로 맞서기보다는 공격을 흘려 내며 빈틈을 유도해 내는 방법이 정론이다. 작은 피해도 누적되다 보면 결국 매한가지. 착(捉)의 수법과 요(搖)의 수법을 가미해 수비에 임하다가 결정적일 때 질(跌)의 수법을 응용해 균형을 흔들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초악량의 설명에 단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에는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설명만으로도 머릿속에서 뚜렷하게 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한설화도 도움을 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화산에 매화검법이 있다면 곤륜에는 운룡대팔식(雲龍大八式)이 있다.”
“아! 들어 본 적이 있어요.”
고개를 끄덕인 한설화가 설명을 이어 갔다.
“운룡대팔식은 경신술이지만 어떤 의미로는 경신술이 아니다.”
“왜 그렇죠?”
“평범한 초식일지라도 운룡대팔식이 더해지면 더 이상 평범한 초식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설화는 낮에 단악선과 겨루었던 어린 도사를 언급했다.
“그 아이는 아직 내공이 부족해 운룡대팔식을 운용하지 못했다. 하나 그 아이가 사용했던 단옥수(斷玉手)의 아홉 가지 초식에 운룡대팔식의 여덟 가지 응용법이 더해진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칠십이 개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기억하는 선에서 한설화는 최대한 자세하게 운룡대팔식을 설명했다.
자신의 차례만을 기다려 왔던 범계위가 한설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을 열었다.
“곤륜은 검과 도를 모두 사용하는데, 대표적인 무공으로는 양의검법(兩儀劍法)과 태허도룡도법(太虛屠龍刀法)이 있다. 둘 다 힘과 변화가 적절히 가미되어 종잡기 어려운 무공이지.”
“제미곤으로 상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범계위가 씩 웃었다.
“아주 간단해. 막고 찌르고, 걷어 낸 뒤 후려친다. 이렇게 착! 막고, 저렇게 퍽! 이렇게 쓱 흘리고 이어서 빠악! 어때? 쉽지?”
짐짓 흉내까지 내 가며 열심히 설명하는 범계위였지만 이를 보는 초악량과 한설화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단악선은 능숙하게 범계위의 동작을 따라 했다.
‘설마?’
‘또?’
놀란 두 사람과 달리 범계위는 어깨를 으쓱했다.
단악선이 시연을 마치고 범계위에게 물었다.
“이런 식으로요?”
“그렇지. 어차피 비무인 만큼 진검은 쓰지 않을 테니 본래의 위력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가검도 어차피 둔기와 다르지 않으니 지금의 동작만 기억하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야.”
다음 날 아침.
“할 거면 제대로 해라. 이겨야 본전인데 망신이라도 당한다면…….”
광진도장의 으름장에 굉성자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사부님도 참. 걱정 마십시오. 제가 가서 본때를……. 아니지, 본 파의 명예를 회복하고 오겠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제자의 모습에 광진도장이 피식 웃었다.
사실 드러나지 않았다 뿐이지 굉성자는 어떤 구대문파의 후기지수에게도 밀리지 않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굉성자는 보무당당하게 연무장에 나섰다.
그리고 미리 기다리고 있던 단악선과 중앙에 마주 섰다.
“시작할까?”
그래도 선배라고 굉성자가 선공을 양보하자 단악선은 곧장 거리를 좁히며 일권을 내질렀다.
‘엇!’
단악선의 주먹을 비껴 흘리려던 굉성자가 내심 당혹성을 삼켰다.
주먹이 막힐 것 같자 단악선이 돌연 손을 풀더니 금나수를 펼쳐 역으로 자신의 손목을 노려 왔기 때문이다.
투지와 집념을 고스란히 실은 힘과 기술.
상대의 틈에 밀어 넣는 동작이 놀라울 만큼 정확했다.
쩡!
“……!”
팔을 휘둘러 단악선의 손을 떨쳐 낸 굉성자의 눈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어린애라 경시하던 마음이 일시에 사라졌다.
그 정도로 손속이 매섭고 무거웠다.
그러나 굉성자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차가운 눈빛으로 날아드는 공격을 차분하게 걷어 내기 시작한 것이다.
단악선은 자신의 공격이 매번 가로막힐 때마다 속으로 탄성을 흘렸다.
가까운 세 사람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겨뤄 본 사람 중 굉성자는 가장 강한 상대였다.
그렇게 일진일퇴의 팽팽한 공방이 잠시 이어졌다.
굉성자의 입매 위로 희미한 미소가 자리 잡은 것도 그때였다.
굉성자의 움직임이 한순간에 급변했다.
지금껏 평이한 보법으로 단악선을 상대하던 것과 달리 본격적으로 곤륜의 상징인 운룡대팔식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순식간에 균형이 깨졌다.
분명 같은 초식으로 응수하고 있음에도 위력이나 변화가 전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압도적인 굉성자의 공격에 단악선은 순식간에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단악선 일행의 얼굴에도 은은한 놀라움이 떠오를 정도였다.
“어린놈이 제법인데?”
“이 정도면 화산의 장령제자 못지않겠군.”
범계위와 초악량의 말에 한설화 역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끝이다!”
쩌렁한 일갈이 연무장을 흔든 것도 그때였다.
일방적인 공세에 정신없이 물러서는 단악선을 향해 굉성자가 사나운 매처럼 쇄도해 갔다.
그 순간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헛!”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던 굉성자가 돌연 헛바람을 들이켜며 펄쩍 뒤로 물러섰다.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번엔 단악선이 달려들었다.
그런데 굉성자가 손을 들어 단악선을 제지했다.
“잠깐!”
“왜 그러세요?”
의아해하는 단악선을 향해 굉성자가 곤혹스러운 눈빛을 던졌다.
그러기를 잠시.
한차례 머리를 벅벅 긁더니 단악선을 향해 물었다.
“방금 그거 어떻게 한 거냐?”
“금나수를 이용해서 한 거예요.”
“그전에 말이다. 갑자기 손이 사라졌다 나타나던데?”
“아, 그거요?”
단악선이 별것 아니라는 듯 설명했다.
“신법이 너무 변화무쌍해서 도저히 쫓아갈 수가 없었어요. 중심도 너무 단단해 무너트릴 수도 없었고요.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상대의 중심을 훔쳐 내면 어떨까 하고요.”
굉성자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당혹감이 떠올랐다.
“뭘……, 훔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