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146)
신마의선-146화(146/500)
신마의선 (146)
깜짝 놀라는 단악선의 모습에 사무심이 더없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상단원들의 숙소로 활용하기 위해 망해 가는 객잔을 사들였다.
한데 근래 이 지역 유동 인구가 늘어나고 오가는 물자들이 늘어나자 갑자기 일대에 활기가 돌았다.
그래서 아예 확장과 재정비를 거쳐 새롭게 객잔을 개업했다.
마침 객잔 운영에 소질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의당의 식솔 중 한 명이 과거 꽤나 유명한 객잔을 운영한 전력이 있었던 것이다.
헐값으로 사들였던 객잔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객잔은 경제적인 이윤만이 아닌 부차적인 이익도 가져다주었다.
인근의 정보를 모으는 데 매우 유용했던 것이다.
“식사부터 하시고, 괜찮으시면 신마상단도 둘러보시지요.”
“난주에 신마상단이 있어요?”
“네. 본단은 무위에, 이곳 난주에 지점이 있습니다. 곧 섬서와 사천에도 지부가 들어설 것입니다.”
“와. 그렇게까지요?”
“조 대야의 상단과 연계를 해서 가능했습니다.”
단악선은 신마곡을 떠나기 전 연명 치료를 했던 조 대야를 떠올렸다.
“그분은 좀 어떠세요?”
사무심이 애석한 표정으로 나직이 한숨을 흘렸다.
“돌아가셨습니다.”
“아…….”
“돌아가시기 전에 곡주님께 이 말을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을 선물해 줘서 고맙다고, 덕분에 남은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요.”
단악선이 쓸쓸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병은 잠시 속일 수 있을지언정 죽음은 속일 수 없는 법.
그나마 남은 삶을 값지게 보낸 것 같아 다행이었다.
“우리 다들 아프지 말아요.”
단악선의 음성에서 묻어나는 안타까움에 사무심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객잔 안에 들어서자 준비된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단악선을 위해 매우 신경을 쓴 듯 온갖 산해진미가 즐비하게 차려졌다.
“일 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네요.”
단악선의 말에 맞은편에 앉은 사무심이 빙그레 웃었다.
“의원님도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이제는 열네 살이 아니라 열다섯 살이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단악선이 멋쩍게 웃었다.
“헤헤. 그런가요? 요즘 부쩍 키가 크긴 했어요. 몸도 단단해졌고.”
초악량이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곤륜에서의 수련이 큰 도움이 된 게지.”
사무심이 단악선을 향해 물었다.
“여행은 어떠셨습니까?”
“정말 많은 것을 보고 경험했어요.”
단악선은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나 싶을 정도로 여행을 겪으며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쏟아 내는 이야기에 풍진성과 사무심은 흐뭇한 표정으로 경청할 뿐이었다.
“……그런 일들이 있었어요.”
살짝 상기된 단악선의 표정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풍진성이 물었다.
“며칠 쉬어 가실 거지요?”
“네. 그러려고요.”
“다행입니다. 그냥 간다고 했으면 섭섭했을 겁니다.”
풍진성의 말에 단악선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여행 도중 그에게 서신 한 장 전하지 못한 것이 새삼 떠오른 것이다.
기별도 없는 자신을 얼마나 걱정했을지 생각하니 풍진성을 위해서라도 며칠 정도는 함께 지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늦은 시각까지 밀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들은 오랜만의 재회를 만끽했다.
다음 날 아침.
단악선이 한껏 기지개를 켜며 객실 밖으로 나섰다.
오랜만에 편하게 잠을 자서인지 몸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인적 없는 후원으로 향한 단악선은 자연스럽게 체력 수련을 시작했다.
도인 체조로 관절과 근육을 풀고, 마보와 팔 굽혀 펴기 등을 통해 전신의 근육을 깨웠다.
그러고 나서야 경신술과 금나수를 연마하기 시작했다.
가상의 적을 상대로 한 일종의 심상 대련이었다.
그렇게 반 시진쯤 지나자 온몸에서 땀이 비처럼 쏟아졌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은 단악선이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정원 한편에 언제부터인지 풍진성이 서 있었다.
“이제 제법 고수의 풍모가 느껴지십니다?”
웃으며 건넨 풍진성의 말에 단악선이 민망한 웃음을 머금었다.
“아직 갈 길이 멀죠. 세 분을 따라가려면 아직도 까마득하기만 한걸요.”
“너무 목표를 높게 잡으신 것 아닙니까?”
그제야 단악선은 풍진성이 농담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악선이 곧바로 응수했다.
“그래도 어디 아저씨만 할까요.”
“……?”
“아저씨가 만드신 신마단을 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아!”
풍진성이 머쓱하게 웃었다.
“아직 곡주님을 따라가려면 멀었지요.”
“너무 목표를 높게 잡으신 거 아닌가요?”
일순 멍한 표정을 짓던 풍진성이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이거 한 방 먹었군요. 여행을 통해 키와 무공만 늘어난 게 아니군요. 입담도 무척 느셨습니다.”
웃음을 거둔 풍진성이 진지한 표정으로 단악선과 시선을 마주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여쭙습니다. 보양환에 대해 함께 연구를 해 보면 어떻습니까?”
“이제는 신마단이죠.”
풍진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신마단의 단점을 발견했습니다.”
“단점이요?”
단악선이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이어진 풍진성의 말에 그 의미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상 약으로도, 외상 약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대단한 장점을 지닙니다. 하나의 환약을 가지고 다니면 대부분의 응급 처치가 가능하니 효율성도 뛰어나고요. 문제는 가격입니다.”
풍진성이 설명을 이어 갔다.
“성수신단에 비해 저렴하다고는 하나 그래도 서민들이 구입하기에는 턱없이 높은 가격입니다.”
풍진성이 예를 하나 들었다.
“만약 외상을 입어 신마단을 쓰고 나면 기존에 지닌 내상 약으로서의 약효는 포기해야 하는 셈이니까요.”
“아!”
“외상이면 외상, 내상이면 내상……. 그 효과만을 극대화해 약값을 낮출 수 있다면 일반 사람들이 접근하기 더 쉬워지지 않겠습니까?”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던 단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돈 많은 사람들이나 무림인의 경우에는 신마단만 한 상비약이 없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에겐 엄두도 낼 수 없는 금액이었다.
“좋은 생각이에요. 전 그런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사실 사 총관이 부탁을 했습니다. 약의 효능을 세분화할 수 없느냐고 말입니다.”
약값을 낮추면 서민들의 부담도 줄어들 터.
게다가 상류층을 상대로 하는 신마단의 판매와 더불어 서민들을 상대로 하는 새로운 상권을 개척할 수 있었다.
결국 상단과 일반인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제안이었다.
“좋아요. 같이 연구해 봐요.”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약을 가지고 연구하는 것이니만큼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터.
풍진성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만큼 의원으로서 의술의 교류는 중요했다.
단악선도 단악선대로 모처럼 주어진 과제에 의지를 보였다.
그날 이후 단악선과 풍진성은 연구에 골몰했다.
종일 무언가를 상의하며 온갖 약초를 가지고 실험과 상의를 반복했다.
때문에 좀처럼 단악선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된 범계위는 울상을 지었다.
“우리 단 의원이 날 잊어버린 것 같아.”
범계위의 시무룩한 표정에 초악량이 핀잔을 던졌다.
“그 시간에 뭐라도 하지?”
“뭘 하란 말이유?”
“무공 수련?”
“여기서 더 강해져 봐야 무슨 의미가 있소?”
“아니면 산책이라도 하든가.”
“산책 갔을 때 단 의원이 밖에 나오면? 그럼 오늘도 얼굴 못 볼 텐데?”
“그럼 종일 그렇게 앉아 단 의원만 기다리고 있을 생각이냐?”
“그러면 안 되는 거유?”
점점 까칠해지는 범계위의 눈빛에 초악량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설화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심통 난 범계위가 귀찮았을 터.
초악량은 그대로 돌아 객잔을 나섰다. 입씨름을 해 봐야 입만 아플 뿐, 남는 게 없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마을을 둘러보던 초악량은 이제는 완연해진 봄기운을 만끽했다.
그러기를 잠시.
“신소방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군.”
과거 능소밀이 운영했던 정보 방파.
신소방이 자리 잡고 있던 건물에는 비단을 비롯한 온갖 천을 파는 포목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마침 포목점을 나서는 일꾼에게 초악량이 물었다.
“여기 있던 무림 방파는 어찌 되었나?”
일꾼이 오히려 되물었다.
“무림 방파요? 혹시 신소방 말씀하시는 겁니까?”
초악량이 고개를 끄덕이자 상대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말도 마십쇼. 거기 방주와 부방주가 사라지고 나서 무림맹 무인들이 일대를 발칵 뒤집었습니다. 때문에 거기 몸담고 있던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졌고요.”
초악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신소방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일꾼이 이상한 이야기를 꺼냈다.
“얼마 전에 누가 와서 신소방의 방주를 찾긴 하던데…….”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초악량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자가 있는 곳을 아느냐?”
잠시 후.
포목점의 일꾼이 가르쳐 준 곳에 도착한 초악량이 내심 당황했다.
능소밀의 행방을 추적한다기에 혹시나 했지만, 터무니없는 오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시장 끝에 위치한 다리.
바닥에 엎드려 구걸하는 거지 때문이었다.
‘개방 방도인가?’
그런데 그 어디에서도 개방 방도를 상징하는 매듭이 보이지 않았다.
‘잠깐? 그러고 보니?’
거지의 얼굴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초악량은 어렵지 않게 거지를 기억해 냈다.
예전 능소밀이 신소방의 방주였던 시절, 그에게 전서를 건네기 위해 몇 번인가 심부름을 시킨 적이 있었다.
‘이름이……. 아두라 했던가?’
영민하고 쾌활한 녀석이어서 꽤 인상이 깊었다.
그런데 상태가 뭔가 이상했다.
몸집이 작은 건 제대로 먹지 못했을 테니 그럴 수 있다 쳐도 행동이 몹시 불편해 보였다.
엎드려 있는 와중에도 이따금 다리를 주무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야, 너 진짜 아픈 것 맞아? 구걸하려고 사기 치는 거 아니고?”
다리 위를 지나가던 장한이 어린 거지에게 시비를 걸었다.
“아닙니다, 나으리. 제가 정말 다리가 불편해서…….”
애처로운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거지를 거만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장한의 얼굴에 잔인한 웃음이 걸렸다.
“그래? 그럼 어디 진짜인지 확인해 보자.”
초악량이 눈살을 찌푸렸다.
장한은 대낮부터 술에 취해 있었다. 그리고 꽤나 번듯한 의복을 걸치고 있었다.
요대부터 신발에 이르기까지, 제법 값나가는 물건들로 한껏 치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품위라고는 그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졸부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술기운이 올라 불콰해진 얼굴에는 못된 심보가 가득했다.
와직.
거지 앞에 놓여 있던 동냥 바가지가 박살이 났다.
“어? 이런, 빗나갔네.”
사색이 된 거지의 모습에 사내가 실실 쪼개며 다가섰다.
그리곤 냅다 어린 거지를 걷어차려 했다.
“악!”
어린 거지가 바닥에 웅크리며 다리를 감쌌다.
그러나 장한은 어린 거지를 걷어찰 수 없었다.
갑자기 누군가 그와 거지 사이를 비집고 나타나 그를 떠밀었기 때문이다.
“어? 이 놈은 또 뭐야?”
물끄러미 장한을 응시하던 초악량이 불쑥 입을 열었다.
“다리는 네가 불편해 보이는군.”
“뭐?”
빠각.
“크악!”
장한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의 한쪽 다리는 기괴한 형태로 꺾여 있었다.
갑작스런 사태에 거지가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다리 난간 때문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초악량이 고개를 돌려 어린 거지를 내려다봤다.
“신소방주를 찾는 사람이 너였더냐?”
“어?”
아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작 서신 한 통 전하는 대가로 무려 은자 한 냥을 쾌척했던 귀인을 어찌 몰라볼 수 있을까.
“죄송합니다.”
대뜸 자신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는 아두의 모습에 초악량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아두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초악량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한 냥 크기의 은자였다.
“그때 전하라 하신 서신을 결국 전하지 못했어요. 심부름을 완수하지 못했으니 이건 돌려드릴게요.”
얼마나 매만졌는지 은자엔 손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이걸 쥐고 얼마나 고민했을지가 느껴졌다.
초악량은 솔직히 의외였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다리는 왜 그런 거냐?”
“그게…….”
“일단 일어서라. 이야기를 좀 들어 봐야겠구나.”
초악량이 아두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그런 초악량을 향해 장한이 누운 채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 미친 새끼가! 내가 누군 줄 알아? 너 오늘 잘 걸렸다. 여기서 딱 기다려! 내가 지금 당장…….”
장한은 욕설을 이어 갈 수 없었다.
빠각.
초악량이 그의 멀쩡한 나머지 다리마저 부러트렸기 때문이다.
“끄아악!”
다리 위에 울려 퍼지는 처절한 비명을 뒤로한 채 초악량이 아두를 잡아끌었다.
“일단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