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147)
신마의선-147화(147/500)
신마의선 (147)
초악량은 아두를 가까운 객잔으로 데려갔다.
마침 손님이 뜸해지는 시각인지라 객잔 안은 한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소이는 어린 거지가 들어서자 인상을 찌푸렸다.
“구석진 자리로 안내해 주게.”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초악량의 눈빛에 점소이는 마지못해 두 사람을 기둥 뒤쪽, 눈에 잘 뜨이지 않는 탁자로 안내했다. 그러나 초악량이 음식을 주문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이 밝아졌다.
“구운 오리고기와 향채를 곁들인 잉어찜, 그리고 우육편사를 내오게. 아, 그리고 국수도.”
꽤나 비싼 요리들이었기에 주방으로 향하는 점소이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잠시 후 몇 가지 음식이 나오자 초악량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탁자 위에 올려진 음식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아두의 모습 때문이었다.
침을 꼴깍 삼키면서도 좀처럼 젓가락을 들지 못하고 있었다.
“어째서 먹지 않느냐?”
초악량의 물음에 아두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가 먹어도 되나요?”
“왜? 음식 생각이 없느냐?”
“아, 아니요. 그저…….”
“……?”
“……이렇게 객잔에서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어서요. 제게 음식을 사 주실 줄은 몰랐고요.”
잔뜩 위축된 아두의 모습에 초악량이 잠시 짠한 눈빛을 던졌다.
“들어라. 식겠다.”
“진짜 제가 먹어도 되는 거죠?”
초악량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도 아두는 몇 번이고 확답을 받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들었다.
“아!”
모락모락 김을 피워 올리는 잉어 살점을 입에 넣은 아두가 놀란 얼굴로 탄성을 흘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허겁지겁 닥치는 대로 음식을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반면 초악량은 그런 아두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아두가 뒤늦게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눈을 들어 초악량의 눈치를 살폈다.
“대인께서는 왜 드시지 않나요?”
“나는 식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이 없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먹어라.”
“저 그러면…….”
우물쭈물 말끝을 흐리던 아두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남은 음식들을 싸 가도 될까요?”
초악량의 눈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아두가 먹은 음식의 양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배가 고프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탁자의 음식을 힐끔거리는 눈이며 입가에 고인 침만 보아도 여전히 허기진 상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서 먹는 것이 불편한 것이냐?”
“아니요. 그게 아니라…….”
아두가 푹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동생들 주려고요.”
“동생?”
잔뜩 주눅 든 채 아두가 대답했다.
“네. 어린 동생이 다섯 명이나 있거든요.”
의외의 대답에 초악량이 살짝 놀랐다.
“가족이 있는데도 거리에서 구걸을 한다는 말이냐?”
뒤늦게 초악량이 오해했다는 것을 깨달은 아두가 황급히 대답했다.
“아니요. 부모님이 같진 않아요. 그냥 다 같은 거지고, 제가 나이가 제일 많아서 함께 지내는 것뿐이에요.”
그 말에 초악량이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지의 삶은 고단하다.
그나마 개방에 투신한 경우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 어떤 보호도, 기댈 곳도 없이 떠도는 거지는 사람대접도 못 받는 세상이다.
특히나 아두처럼 어린 거지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하물며 몸도 불편한 상태니 그만큼 더 녹록지 않았을 터.
그런데도 자신의 주린 배를 채우기 앞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을 위하다니.
그 마음 씀씀이가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애틋했다.
“걱정 마라. 그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은 따로 포장해 주마. 그러니 식기 전에 먹어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두가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 많던 음식이 게 눈 감추듯 사라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배가 부르고, 응어리졌던 마음도 어느 정도 풀렸는지 그제야 아두가 부끄러운 얼굴로 배시시 웃었다.
“다리는 어쩌다 다쳤느냐?”
아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번에 맡기신 심부름 때문에요.”
“……?”
“능소밀이라는 분께 서찰을 전하기 위해 마을 곳곳을 찾아 헤맸어요. 그러다 그 사람을 만났고요.”
“그 사람?”
아두가 설명한 인상착의를 통해 초악량은 그가 신소방의 부방주였던 이규라는 것을 떠올렸다.
“언젠가 능소밀이라는 분과 함께 기루에 들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분을 따라다니다 보면 능소밀이라는 분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후의 일을 설명하는 아두의 얼굴은 어느새 파랗게 질려 있었다.
꼼짝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강물로 떠밀던 사내.
그의 섬뜩한 웃음을 떠올리자 지금도 온몸이 덜덜 떨려 왔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초악량이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는 이제 두 번 다시 너를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
“네?”
“놈은 죽었다.”
“……!”
아두가 놀란 눈으로 초악량을 바라봤다.
초악량 역시 무림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실감한 것이다.
“내가 죽인 것이 아니다. 그가 죽는 자리에 그저 함께 있었을 뿐. 그러니 나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한껏 겁먹었던 아두가 그 말에 비로소 안심한듯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초악량은 그의 죽음에 큰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놈을 붙잡아 능소밀에게 데려다준 사람은 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겁에 질려 있는 아이에게 굳이 사실을 말해 줄 필요는 없었다.
“날 원망하지는 않느냐?”
“당연히 원망해요.”
초악량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찌 원망하지 않을까?
“그래도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죠.”
초악량은 문득 궁금해졌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난 것이냐? 마혈이 짚인 상태에서는 헤엄도 칠 수 없었을 텐데.”
당시를 떠올린 아두가 질끈 눈을 감았다.
“급류에 휩쓸려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죠.”
그러다 우연히 암초처럼 바닥에 비죽이 솟아나 있던 바위에 부딪혔다.
“눈앞이 번쩍하더라고요. 지독하게 아팠고요.”
그렇게 몇 번 이리저리 부딪히고 나니 굳어 있던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온몸이 으스러질 것처럼 아팠어요. 그때 눈앞으로 떠내려오는 통나무를 발견했고요.”
아두는 사력을 다해 나무를 끌어안았다.
온몸은 죽을 것처럼 아팠고 손톱도 빠져 덜렁거렸지만 유일한 구명줄이었던 나무를 놓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흘러가다 결국 강물이 합류하는 지점에 이르렀고, 유속이 느려지자 힘들게 물가로 올라왔다고 했다.
“길을 알 수 없어서 다시 강물을 따라 거슬러 왔어요.”
“두렵지는 않았느냐?”
이규를 떠올린 아두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으로 울먹였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왜지?”
“제가 없으면 동생들이 굶어 죽을 테니까요.”
초악량은 새삼 눈앞의 소년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죽을지도 모르는 자리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아두는 오직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것이다.
“미안하다.”
초악량의 사과에 아두가 깜짝 놀랐다.
지금껏 누군가가 자신에게 사과를 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초악량은 한눈에 봐도 대단한 사람처럼 보였다.
꼬집어 설명할 순 없었지만 눈빛이나 분위기에서 묻어나는 존재감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네가 고초를 겪었구나.”
이어진 초악량의 말에 아두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에요.”
아두가 짐짓 괜찮은 척 애써 말을 이어 갔다.
“괜찮아요. 덕분에 동생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었으니까요.”
“고작 음식 따위가 네 다리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냐?”
“아픈 다리는 돌이킬 수 없지만, 당장 동생들은 배가 고프잖아요.”
아무리 의연해 보이려 해도 아이는 아이.
그 모습이 오히려 안타깝고 애잔해 보였다.
“그런 와중에도 은자를 쓰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구나.”
“저는 비록 가진 게 없지만 양심까지 없는 건 아니니까요.”
초악량이 아두의 다리를 힐끗 확인했다.
“의원에게는 가 보았느냐?”
“다리를 지나가시던 의원님께서 잠시 봐 주신 적이 있어요.”
“뭐라 하더냐?”
아두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하셨어요.”
잠시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던 초악량이 아두를 향해 부드러운 눈빛을 던졌다.
“내가 아는 의원이 있다. 함께 가 보겠느냐?”
“네? 하지만…….”
“매우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의원이다. 만약 그 아이도 방법이 없다면 당금 천하에 네 다리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이요?”
“그래. 단 의원이라고…….”
말을 하던 초악량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대체 언제부터 자신이 일개 거지 아이의 신변에 이토록 관심을 두게 되었단 말인가?
그것도 몇 번 본 게 전부인 사이였다.
‘그런가.’
뒤늦게 이유를 깨달은 초악량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바로 단악선 때문이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던 냉혹한 강호.
그 도산검림을 거닐며 잃어버렸던 사람다운 마음이 단악선과 함께 지내며 다시 깨어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아두가 단악선 또래라는 점도 가장 큰 이유였다.
“같이 가 보자꾸나.”
“하지만…….”
망설이며 말끝을 흐리는 아두를 초악량이 웃으며 안심시켰다.
“음식은 사람을 시켜 동생들에게 가져다주라고 말해 놓으마.”
“감사합니다!”
그제야 밝아진 얼굴로 아두가 초악량을 따라나섰다.
* * *
“으음…….”
아두의 상태를 살피던 단악선이 미간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기를 잠시.
“아무래도 어렵겠어요.”
단악선의 말에 초악량이 의외란 표정을 지었다.
천하의 단악선에게 불가능한 치료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상태가 안 좋은 것이냐?”
초악량의 물음에 단악선이 쓰게 웃었다.
“온전하게 접합된 것이 아니라 심하게 어긋난 상태로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어요. 그 과정에서 근육도 본래의 위치를 벗어났고요.”
단악선의 말에 혹시나 싶어 희망을 걸고 있던 아두의 얼굴이 흐려졌다.
그 모습에 단악선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초악량 역시 마찬가지.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이냐?”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말끝을 흐리던 단악선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아주 위험하고 힘들기 때문에 권하고 싶지 않아요.”
그 말에 초악량이 반색했다.
“어떤 방법이길래?”
단악선이 잠시 고민하다 불쑥 한 사람의 이름을 언급했다.
“혹시 염숙이라는 분을 아시나요?”
옆에 앉아 있던 범계위가 아는 척을 했다.
“염숙? 진천권(振天拳) 염숙 말이냐?”
“맞아요. 그런 별호를 쓰신다고 했어요.”
범계위가 히죽 웃고는 앞으로 나섰다.
모처럼 자신이 나설 기회가 생겨 기쁜 표정이었다.
“왜 모르겠어? 한때 중원 사대권사로 불리던 사람인데. 소림의 법료에게 패배한 뒤 종적을 감췄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지금은 삼대권사만 남았고.”
단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연유는 모르겠지만…….”
아두를 향해 시선을 던진 단악선이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어 갔다.
“그분의 상태도 비슷했어요. 그분은 다리가 아닌, 팔을 치료하기 위해 부모님을 찾아오셨죠.”
그 말에 초악량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비록 손속을 겨룬 적은 없었으나 명성은 익히 들어 왔던 권장의 고수가 바로 그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진 그의 이야기가 단악선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니 기분이 묘했다.
단악선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분 역시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한 채 시간이 많이 지나 있었어요.”
이어진 단악선의 말에 초악량을 비롯한 장내 인물들의 눈에 놀라움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