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148)
신마의선-148화(148/500)
신마의선 (148)
“부모님께서는 그분의 치료 방법을 함께 모색하셨죠.”
“그런데도 실패했단 말이냐?”
초악량의 반문에 단악선은 잠시 고민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기를 잠시.
단악선이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초연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뇨. 치료 자체는 성공했어요.”
단악선이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어긋난 상태로 접합된 뼈를 제대로 맞추기 위해서는 우선 인위적으로 다시 뼈를 부숴야 했어요. 원래의 위치에 맞게 뼈를 다시 이어 붙이려면 어쩔 수가 없었죠. 뒤틀린 근육 역시 바로 잡아야 했고요.”
그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완치될 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이었어요.”
단순하게 부목을 대는 수준이 아닌, 복합적인 골절이었기에 상당한 인내심을 지닌 고수라 할지라도 정신력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엄마는 그분의 고통을 덜어 드리기 위해 제통분(制痛粉)이라는 약을 사용했어요.”
“제통분?”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시켜 고통을 잊게 만드는 일종의 몽혼약(矇昏藥)이죠.”
덕분에 새로 이어 붙인 뼈는 무사히 아물었고 염숙의 팔도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범계위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왜 강호에서 사라진 거지?”
그만한 무공을 지닌 고수가 종적도 없이 사라진 이유가 의아했다.
그런데 단악선이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돌아가셨거든요.”
범계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죽었다고? 진천권이?”
“네.”
“누구한테?”
단악선이 한숨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스스로 자진하셨어요.”
“왜? 팔도 고쳤다며?”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범계위와 달리 초악량은 짚이는 바가 있었다.
“혹시 중독된 것이냐? 그 제통분이라는 약에?”
“맞아요.”
단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를 마치고 떠나셨던 그분이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오셨어요.”
그것도 위중한 부상을 입은 채였다.
“처음에는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무림인이 부상을 달고 사는 건 그만큼 흔한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비슷한 일이 반복되자 더 이상 간과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죠. 그분은 제통분 때문에 일부러 스스로 자해를 하신 거였어요. 그렇지 않고서는 약을 얻을 명분이 없었으니까요.”
단악선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부모님은 더 이상 그를 신마곡에 들이지 않기로 마음먹으셨죠.”
그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며칠이 지난 뒤였다.
한낱 약에 취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망가트리는 걸 서슴지 않는 자신에 대한 실망과 환멸.
그로 인한 자괴감을 견디지 못한 그가 결국 스스로 천령개를 내리친 것이다.
“그래서 말씀드린 거예요. 때로는 포기하는 것보다 부질없는 희망이 더 괴로울 때도 있으니까요.”
단악선의 말에 초악량이 침음했다.
결국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무공조차 익히지 않은 아두가 약에 의지하지 않고 치료 과정의 고통을 견뎌 낼 리 만무했다.
이때 범계위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면 약을 줄이면 되는 거 아닌가?”
“애초에 그게 가능했다면 신의와 마의, 그 두 분께서 시도하지 않았을 리 없지 않느냐?”
초악량의 핀잔에 범계위가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단악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쩌면…….”
우두커니 서서 멍한 얼굴로 중얼거리던 단악선이 이내 범계위를 향해 소리쳤다.
“맞아요! 그 방법이 있었어요. 아저씨는 천재예요!”
“어?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범계위를 뒤로한 채 단악선이 환한 미소를 떠올렸다.
“맞아요. 제통분을 적게 쓰면 되는 거였어요.”
“하지만 어떻게?”
여전히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초악량을 향해 단악선이 설명했다.
“부모님과 달리 제 곁에는 아저씨들과 아주머니가 계시니까요. 거기에 위화신공도 있고요.”
심지어 언제든지 자신과 손발을 맞춰 줄 풍진성도 함께였다.
부모님께서 염숙을 치료했던 당시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갖춘 셈이다.
“우선은 아주머니의 무공으로 환자의 체온을 떨어트려 인위적으로 수면 상태로 이끄는 거예요. 저체온 상태에서는 신진대사가 느려지기에 고통이 경감될 테고, 그만큼 제통분을 적게 사용할 수 있어요.”
만약 그 과정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체온이 떨어진다 해도 범계위가 있었다.
한설화와 더불어 위화요법을 연습해 온 그였다.
그래서 이제는 극양의 진기를 미세하게 다루는 게 가능해졌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위화신공을 활용해 환자의 원정(原精)을 보존하면 되는 것이다.
“여러분의 힘을 빌린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다만 치료하는 기간이 꽤 길어지겠지만요.”
체온이 낮아지면 느려진 신진대사만큼 뼈와 근육이 아무는 시간도 그만큼 더 오래 걸리는 것이다.
그래도 현재로서는 제통분의 부작용 없이 아두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제 다리를…… 고칠 수 있다고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아두가 뒤늦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저는 돈이 없는걸요.”
“치료비라면 내가 내 주마.”
깜짝 놀라는 아두에게 초악량이 말을 이어 갔다.
“나는 빚을 지곤 못 사는 성미라서 말이야.”
“하지만…….”
아두는 대답을 망설였다.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선뜻 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초악량은 대번에 이를 눈치챘다.
앞서 나눈 대화를 통해 아두가 고민하는 이유를 짐작한 것이다.
“치료가 끝날 때까지 네 동생들도 책임지마.”
초악량의 말에 아두의 얼굴이 잠시 밝아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 갈등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과연 이렇게까지 받기만 해도 되나 싶을 만큼 초악량의 호의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때 단악선이 아두에게 미소를 건넸다.
“그러지 말고 나와 같이 일을 하면 어때?”
“일이라면……?”
여전히 조심스럽고 의심 많은 아두를 위해 단악선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제안했다.
“우리는 곧 의가를 세울 거야. 아마 손이 많이 필요하겠지? 너처럼 신의가 있고 올곧은 사람이라면 나 역시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을 것 같아.”
“나쁘지 않은 생각이구나.”
초악량이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그리하는 게 어떻겠느냐?”
이어진 초악량의 설득에 결국 아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길거리를 떠도는 삶보다는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단악선도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당분간 여기 진성의가에서 일을 배워. 그리고 내가 의가를 열면 무위로 오는 거야. 네 동생들도 다 같이. 치료는 그때 시작하자. 나도 준비가 필요하니까.”
“동생들도요?”
아두가 단악선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반문했다.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의술을 아는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그날 밤.
곤히 잠들어 있던 사무심이 천천히 눈을 떴다.
수면을 취하는 와중에도 주변에 기감을 펼쳐 놓는 것은 그의 오래된 습관 중 하나였다.
그런데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 기감에 심상치 않은 기척이 포착되었다.
‘고수!’
그것도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었다.
바짝 긴장하며 느슨해졌던 신경을 팽팽하게 조이던 그 순간.
갑자기 한 줄기 전음이 날아들었다.
―눈 떴으면 나와 봐.
사무심이 실소하며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익숙한 목소리였다.
밖으로 나서자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형형히 빛나는 눈동자가 보였다.
어둠을 헤치며 철탑처럼 거대한 체구가 성큼 다가온 것도 그때였다.
범계위의 모습을 확인한 사무심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 늦은 시간에 어인 일이십니까?”
“정보를 주려고.”
“정보요?”
“어. 상단을 엄청나게 키울 수 있는 대단한 정보.”
사무심의 눈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범계위의 눈빛과 목소리가 살짝 들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의 기파를 평소와 달리 느꼈던 이유도 이 때문인가 싶었다.
기이한 열기가 감도는 범계위의 시선을 마주하며 사무심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청하겠습니다.”
범계위가 씨익 웃더니 입을 열었다.
“독계산이라는 게 있어.”
“독계산이요?”
“그게 뭐냐면…….”
범계위는 아미파를 방문했을 당시 단악선이 얼핏 언급했던 독계산의 효과에 대해 열띤 표정으로 설명했다.
“물론 절대 내가 복용하고 싶어서 알려 주는 건 아니야.”
범계위의 말에 사무심이 내심 터져 나오는 웃음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열망이 가득 담긴 범계위의 눈빛을 그것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사무심은 이 정보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했다.
“만약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면 상단 수익이 수십 배는 늘어나겠군요.”
“응? 그러게나 많이?”
사무심의 말에 오히려 범계위가 깜짝 놀랐다.
독계산의 효능이 알려지면 꽤나 수요가 있으리라는 건 짐작했지만 그 정도로 상단의 수익이 늘어나리라곤 생각지 못한 것이다.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던 사무심이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곡주님께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그 말에 범계위가 흡족한 웃음을 내비쳤다.
“흐흐흐. 그래. 내가 너 공청석유 먹을 때부터 크게 될 인물이라는 걸 알아봤어.”
기분이 좋아진 범계위가 사무심을 한껏 추켜세웠다.
이에 사무심도 미소로 화답하며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
모두가 모인 식사 자리에서 단악선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신마단에서 파생된 새로운 약들이 곧 완성될 것 같아요.”
“오! 드디어?”
평소보다 더욱 격하게 반기는 범계위의 모습에 초악량과 한설화가 수상한 눈빛을 던졌다.
“네. 제대로 방향을 잡았거든요.”
풍진성과 함께 연구와 실험을 반복한 끝에 결국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그럼 이제 공동파를 방문하는 것만 남은 것인가?”
초악량의 말에 범계위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재빨리 사무심을 향해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사무심이 단악선을 불렀다.
“곡주님.”
“네?”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사무심이 곧장 본론을 꺼냈다.
“독계산이라는 걸 만들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독계산이요? 물론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요?”
“그걸 만들어서 팔아도 되겠습니까?”
“독계산을…… 판다고요?”
단악선이 손으로 턱을 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잘 팔릴까요?”
그 모습에 사무심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팔릴 겁니다. 아니, 잘 팔립니다.”
아마 만드는 족족 부리나케 팔려 나갈 것이다.
어디 그것뿐일까.
“어쩌면 독계산으로 인해 신마상단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 생산만 가능하다면 전례 없는 수익을 거두게 될 테니까요.”
“그 정도라고요?”
“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온갖 가짜 약이 판을 칠 정도로 획기적인 유행을 불러올 것입니다.”
“흐음…….”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단악선의 모습에 사무심이 빙긋 웃으며 범계위를 향해 말을 건넸다.
“범 선배님. 제가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해. 맘껏 해.”
“성수신단과 독계산. 둘 중에 하나만 고르라면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고민할 게 뭐 있어? 당연히 독계산이지!”
단악선이 깜짝 놀라 범계위와 사무심을 번갈아 바라봤다.
“정말 그 정도예요?”
한편에서 조용히 식사를 이어 가던 풍진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성수신단과 독계산을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역시 그렇죠?”
“그래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성수신단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약일 테니까요.”
“누군가요?”
“으음……. 굳이 예를 들자면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가장들을 꼽을 수 있겠군요.”
여전히 영문을 몰라 하는 단악선의 모습에 풍진성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게 있습니다. 곡주님께서도 훗날 어른이 된다면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죽음만큼 절망적인 상황에 맞닥뜨린 사내들에게 있어서 독계산은 무력한 괴로움을 벗어날 유일한 탈출구나 다름없었다.
“확실한 건 독계산은 분명 돈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풍진성의 말을 사무심이 받았다.
“신마상단의 인지도를 기존보다 훨씬 더 높일 수도 있을 테고요.”
풍진성이 동의하고, 사무심도 그렇게까지 말하니 단악선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거기에 사무심이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독계산의 판매가 이루어지기 시작한다면 곡주님께서도 더 이상 인내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네? 뭘요?”
“영약 말입니다.”
이어진 사무심의 말에 단악선의 눈빛이 흔들렸다.
“얼마든지 영약을 사고도 넘칠 만큼, 돈이 마르는 일이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