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149)
신마의선-149화(149/500)
신마의선 (149)
“정말인가요?”
스스로 말하고도 목소리가 너무 컸다 싶었는지 단악선이 슬쩍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사무심은 이해한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압니다. 그동안 많이 참으셨다는 거.”
멋쩍어하는 단악선을 향해 사무심이 확신을 담아 다시 한 번 말했다.
“독계산의 판매만 이루어진다면 더 이상 영약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단악선의 눈빛이 반짝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사무심의 말이었다.
고작 일 년 남짓한 시간 만에 신마상단을 세우고, 이 정도 규모로 일궈 놓은 그였던지라 더욱 믿음이 갔다.
하지만 이내 안타까운 눈빛으로 탄식을 흘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계산은 대량 생산을 할 수 없어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는 듯 사무심이 되물었다.
“제조에 필요한 약재가 특별한가 봅니다? 아니면 제조 과정이 까다롭든지요.”
의외로 단악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긴 하지만 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에요. 제조 과정 역시 다른 약에 비하면 크게 어렵지 않고요.”
“그렇다면 어째서?”
의아해하는 사무심을 향해 단악선이 설명을 이어 갔다.
“어느 약이나 그렇듯 독계산도 부작용이 있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범계위가 당황해 소리쳤다.
“하지만 저번에 말했을 때는 부작용이 없다고 했잖아.”
“제가요?”
단악선의 반문에 범계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독계산 먹으면 대머리 되냐고 물었을 때 말이야. 분명 아니라고 했어.”
“아!”
단악선은 아미파에서 범계위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당연히 그러진 않아요.”
“그럼?”
“강제로 혈액 순환을 높이기 때문에 자칫 심장에 무리가 갈 수도 있어요. 그래서 고혈압 환자나 고령의 노인분일 경우 복용에 주의해야죠. 그래서 지금까지 독계산을 처방할 때는 안전을 위해 침술을 병행하곤 했어요.”
범계위가 히죽 웃었다.
“그럼 됐어. 머리카락만 안 빠지면 돼. 훌륭한 약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싱글벙글하는 범계위의 모습에 한설화가 한심하다는 눈빛을 던졌다.
반면 사무심은 애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안타깝군요. 독계산이 상용화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기뻐했을 텐데…….”
그 말에 단악선이 잠시 고민하나 싶더니, 절충안을 내놓았다.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에요. 약효를 조금 낮추면 되니까요. 대신 열흘에 한 번만 복용해야 하고, 평소에 지병이 있는 사람은 사용해선 안 돼요.”
그 말에 사무심이 반색했다.
“그렇다면 거기서 약효를 조금 더 낮추면 어떻겠습니까?”
“네? 한 번 더 약효를 낮추라고요? 그럼 치료 약이 아니라 보조제 수준으로 약효가 떨어질 텐데요.”
“그래도 효과는 있겠지요?”
“효과는 물론 있겠지만…….”
모호한 표정을 짓던 단악선이 재빨리 말을 이어 갔다.
“그렇게 되면 약효는 한시적일 거예요. 대략…… 반 시진에서 한 시진 사이 정도?”
사무심이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바로 그겁니다. 딱 그 정도가 좋습니다.”
그제야 단악선도 표정이 밝아졌다.
“알았어요. 그럼 조금 연구가 필요해요.”
말없이 서 있던 풍진성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제 막 신마단을 세분화하는 연구를 끝마치고 나온 참이었기 때문이다.
단악선의 성격상 새로운 연구를 마다하지 않을 터.
아니나 다를까.
“그럼 저는 식사만 마치고 다시 들어가 볼게요.”
단악선의 말에 풍진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의술에 관해서만큼은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단악선의 집념이 때론 무섭게 느껴졌다.
“저도 돕지요.”
“괜찮으시겠어요? 많이 피곤하실 텐데…….”
단악선의 우려에 풍진성이 지친 표정을 감추며 애써 웃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테니까요.”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돼요.”
풍진성이 실소했다.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단악선과 함께 연구를 하는 동안 아직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직은 어린 단악선이 혼자 연구에 골몰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적어도 이 안에서는 자신만이 유일하게 단악선을 도울 수 있었다.
“곡주님께 도움이 된다면 제가 무엇을 마다하겠습니까.”
진심이 담긴 풍진성의 말에 단악선이 감사의 눈빛을 건넸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난 듯 사무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명심해 주세요. 비록 보조제라 하더라도 복용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요. 절대 아무에게나 파시면 안 돼요.”
사무심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범계위에게 독계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그는 이미 계획을 세워 두었던 것이다.
“염려 마십시오. 약 자체에 경고문을 넣을 것이고, 의원을 통해서만 판매할 것입니다. 또한 가짜 약이 판을 치지 못하도록 별도의 장부를 통해 판매 내역을 기록할 것입니다. 어떤 의원을 통해 누구에게 판매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요.”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방면으로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실력자가 바로 사무심이었다.
게다가 사무심은 더욱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서역에서도 난리가 날 것입니다.”
단악선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서역에도 팔려고요?”
“아마 우리 신마상단의 이름을 내건 최고의 효자 상품이 될 것입니다.”
장담컨대 독계산의 존재가 알려지는 순간 서역 상인들은 눈에 불을 켜고 신마상단과 앞다투어 거래를 트려 할 터.
사무심이 빙그레 웃으며 단악선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약재 창고를 더 넓혀야겠군요. 아니지, 이참에 별도의 창고를 늘려 영약만 따로 보관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그 말에 단악선이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반드시 성공해 낼게요!”
부랴부랴 식사를 마친 단악선은 곧장 방으로 향했다.
그 모습에 사무심이 씁쓸하게 웃었다.
“정말 많이 참으셨던 모양입니다.”
초악량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받았다.
“하긴 저 욕심 없는 아이가 유일하게 욕심을 내던 것이 영약이었으니까.”
중원 각지를 여행하던 도중에도 약재상을 빠지지 않고 들르던 단악선을 떠올린 한설화가 안쓰러운 눈빛을 내비쳤다.
“그럼 저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대충 식사를 마친 풍진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커다란 손이 그의 어깨에 올려졌다.
“힘내시게, 풍 가주.”
“……?”
범계위와 시선을 마주한 풍진성이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깜짝 놀랐다.
그만큼 범계위의 눈빛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는 풍진성의 모습에 범계위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단악선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단 의원, 내가 응원할게! 혹시라도 실험이 필요하면 나를 불러. 언제든지 달려갈 테니까!”
* * *
두문불출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단악선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정확히 보름 뒤였다.
눈 밑이 퀭한 단악선을 마주한 사무심은 깜짝 놀랐다.
푸석한 얼굴은 둘째 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단악선은 웃고 있었다.
“헤헤. 성공했어요.”
단악선이 사무심에게 새로운 독계산의 제조법이 적힌 종이를 건넸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무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단악선이 주저앉듯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이내 탁자에 팔을 괴고는 얼굴을 묻었다.
금세 고로롱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잠든 단악선의 모습에 사무심은 내심 안쓰러움을 느꼈다.
‘이렇게까지 혹사하며 성과를 내길 바란 것은 아니었거늘…….’
그런 그의 눈빛을 읽었던 것일까.
“그 고집을 누가 말리겠습니까.”
뒤늦게 걸어 나온 풍진성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무심이 건넨 말에 풍진성이 씁쓸하게 웃었다.
“제가 한 게 뭐 있겠습니까. 대부분의 문제는 곡주님께서 해결하신걸요.”
“그 옆을 지켜 주신 것만 해도 어딥니까.”
그 말대로였다.
실제로 단악선은 거의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
식사조차 풍진성이 날라다 줘야 할 만큼 잠도 잊고 연구에 매달렸던 것이다.
“그나마 이 자리에 다른 분들이 없는 게 다행이군요.”
사무심의 말에 풍진성이 동의하듯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초악량과 한설화는 말할 것도 없었고, 연구 결과를 고대하던 범계위 역시 마찬가지.
무엇보다 단악선을 끔찍하게 여기는 그들이었기에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 아두와 동생들은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무심이 건넨 소식에 풍진성이 안도의 눈빛을 흘렸다.
그렇지 않아도 내심 궁금하던 참이었다.
“영특한 아이니까요. 심성도 올곧고요.”
오랫동안 길거리 생활을 해 왔음에도 세상 풍파에 찌들지 않은 아두.
그 맑은 눈빛을 떠올린 풍진성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런 그에게 사무심이 염려를 담아 말했다.
“가주님도 그만 들어가 쉬시지요. 얼굴이 참…… 말이 아닙니다.”
풍진성의 안색 역시 단악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푸석하고 창백한 얼굴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해 보였다.
그때였다.
“헤…….”
엎드려 자던 단악선이 빙긋 웃으며 더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좋은 꿈을 꾸고 계시나 봅니다.”
사무심의 말에 풍진성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어떤 꿈인지 짐작이 가는군요.”
아마도 영약이 가득 쌓인 창고를 둘러보는 꿈일 터.
“아니면 영약의 바다를 헤엄치는 꿈이거나요.”
눈빛을 마주한 두 사람이 조용히 웃었다.
* * *
열흘 뒤.
한동안 객잔에 머물며 피로를 푼 단악선은 일행과 함께 공동산으로 향했다.
“여기가 광성자가 수련을 했다는 곳이군요.”
첩첩을 이룬 봉우리들과 아찔한 절벽을 눈에 담으며 단악선이 감탄성을 흘렸다.
광성자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상고시대(上古時代)의 선인(仙人)으로, 장자의 재유편에도 언급되고 신선전 일 권의 첫머리에도 언급될 만큼 유명했다.
삼황오제의 하나로 추앙받는 황제에게 가르침을 주었다는 그가 머문 이곳은 그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산이었다.
도교 제일산이라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험한 길을 올라 평평한 곳에 들어서자 순식간에 풍경이 바뀌었다.
주변의 울창한 초목과 주위에 즐비한 기암들이 아늑한 풍광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미 중원의 명산 곳곳을 둘러본 단악선이었다.
그런데 공동산은 여느 산들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위로는 북방산 같은 웅장함을 갖추고, 아래로는 남방산으로서의 수려함을 두루 갖춘 산세.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느낌을 자아냈던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마녀랑 둘이서 가.”
의아해하는 단악선을 향해 범계위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나나 초 형은 저놈들과 악연이 꽤 깊어서 말이야.”
“아!”
단악선은 이내 그 이유를 짐작했다.
공동파를 상징하는 무공은 복마검법(伏魔劍法)이었다.
마를 굴복시킨다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 어떤 문파보다 사마외도 척결에 앞장선 곳이 그들 공동파였다.
당연히 초악량이나 범계위는 그들이 배척하는 존재였고, 그간 쌓인 원한도 적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 죽거나 다친 공동 문하의 수 역시 적지 않았다.
이제 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저들의 산문에 들어설 만큼 그리 낯짝이 두껍지 않았던 것이다.
“어쩔 수 없죠. 연판장에 수결만 받고 곧바로 돌아올게요.”
“그래. 우리는 저 아랫마을의 다루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범계위의 말에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단악선과 한설화만 공동파로 향했고 한참을 걷자 산문이 보였다.
잠시 후 산문 앞에 이르자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과 마주할 수 있었다.
오십 대 중반 정도 되었을까.
꽤나 배분이 높아 보이는 중년 도사였다.
처음에는 당연히 자신들을 마중 나온 것이라 생각했다.
개방을 통해 장문인인 이립이 미리 공동파에 언질을 했다는 내용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사흘 전에 방문첩을 보냈다.
그런데 자신을 형공이라 소개한 중년 도사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본 파에 일이 있어 당분간 손님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